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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4
    학생회 운동 (2)(2)
    구르는돌

학생회 운동 (2)

구르는돌님의 [학생회 운동] 에 관련된 글.

 

 

 

 

대학 총학생회 선거가 난장판인가보다. 한겨레21에서 기획기사로 서울대 선거를 집중 분석까지 한 것을 보면.... 뭐 서울대 만의 문제는 아니고 이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등이 꽤나 질펀한 선거를 하고 있나보다.

 

내가 작년에 졸업한 명륜동의 저 학교의 사례도 서울대 감청사건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전국구 대박감인데, 서울대의 이름값과 사건의 경악성에 밀린 것이 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권선본 두개가 나와서 경선이라는데,

알고보니 그 중 학교쪽이랑 더 친한 선본의 인사캠 총학생회장 후보가

내가 2학년때 갔던 새터에서 같은 조 새내기였다. ㅋㅋㅋㅋ

그 자식 새터 첫날부터 "나는 비권 총학생회가 좋아요"와 "저는 박정희를 존경합니다"

를 외쳤던 놈인데... 그리고 자기는 꼭 총학생회장이 될 거라는 말도 했었다.

물론 우여곡절 재선거까지 가는 과정에서 결국 낙선하긴 했지만 ^-^;;

 

(아, 혹여나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이 학교는 캠퍼스가 서울 명륜동과 수원 율전동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총학생회 선거는 각 캠퍼스당 총/부총 후보 두 명씩, 즉 4인 1조로 출마해야 한다. 그래서 한 캠퍼스에 총-부총 후보가 있어도 다른 캠퍼스에 메이트가 없으면 출마가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듣기로 그 학교에서 2년 연속 선거 파행사태가 계속되었고,

그 발단이 모두 자과캠 쪽의 성폭력 사건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올 해 사건은 사실상 '강간' 수준이라던데....

 

그 때문에 해당 선본(이하 A선본이라 함)은 선본자격을 박탈당했는데, 사실상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살아남은 다른 쪽 선본(이하 B선본이라 함)도 만만치 않은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B선본원 중 한명이 A선본을 사칭하여 A선본이 선본옷 등을 거래한 업체에 전화해 거래내역이 담긴 입출금 내역서를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A선본의 학교측과의 커넥션을 밝혀내려고 했단다. (영화 좀 그만봐라 자식아!!) 하지만 이상하게 여긴 업체 사장님이 A선본에 이 사실을 꼬발러서 다 들통났고 B선본도 선본 자격 박탈.

 

이쯤되면 상식적인 대가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음 수순으로 선거 무효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엽기적인 자식들이 12월 재선거를 공표하고 후보 추천등록을 다시 받는다는 거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A,B 이외에 다른 선본이 나오는건 불가능하다. 결국 A,B에게 다시 기회를 주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A,B 선본은 날림으로 추천을 받아 다시 등록했고 (A는 성폭력 가해자였던 후보를 다른사람으로 갈아치우고) 지난주에 투표가 끝나서 B선본이 당선되었단다.

 

*       *       *

 

자, 그럼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학생회 선거는 민주주의 장이고, 학생회를 통해 학생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 놈이야말로 세상물정 모르는 80년대 퇴물 취급을 받지 않을까? 자격을 박탈당한 선본들이 선본이름, 후보 한명 갈아치워서 뻔뻔스럽게 다시 나오는 판국에, 선거는 민의의 실현을 위한 장이 아니라 뽑아줄테까지 나올테니까 할테면 해보라는 식의 협박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또 졸업까지 한 마당에 이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이 사건과 관련된 중앙운영위원회 속기록을 봤는데, 거기 모여 앉은 학생대표자라는 자식들의 생각도 딱 그 수준이었다. "새터가야 한다, 축제준비해야 한다. 총학없이 할 수 있냐? 어찌되었든 총학은 뽑고 보자. 3월되면 바빠서 못한다." 전형적인 관료, 테크노라트들의 사고방식이었다. (물론 몇몇 일부는 그런 생각에 반대했지만)

 

총학이 새터를 위해서, 축제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쿨하게 생각해 보는게 어떤가? 어차피 그런 일은 여행 및 공연 기획사가 더 잘한다. 총학생회 사무실을 그런 회사에게 아예 임대를 해 주고 1년 내내 그 회사가 알아서 행사 준비하라고 시키면 어떤가? 그럼 학교는 1년내내 연예인들 공연으로 들썩들썩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광장을 소녀시대, 원더걸스 전용 콘서트홀로 만들 수도 있다. 어때 괜찮지? ^^;;

 

등록금 협상도 해야 한다고? 어차피 등록금 투쟁이 아니라 협상을 할거라면 학생들이 하는 것 보다 전문적인 공인회계사에게 맡기는게 백번 낫다. 나도 2006년에 등록금 투쟁(?)할때 관련 예산표를 본 적이 있는데, 나이많은 NL선배들이 와서 몇 날 며칠 표 분석 내용 설명해 주고 그랬는데 진심으로 '하나도' 못알아 들었다. 그렇다고 그 NL선배들은 잘 알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선배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유인물로 만들어 뿌렸는데, 며칠 뒤 그 내용을 반박하는 유인물을 (학교측의 지원을 받는) 반권 총학생회가 냈는데, 그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대응을 못했었다. 왜? 모르니까...

 

그러니까 학생회 업무를 전부 다 아웃소싱 하라는 거다. 그러면 쓸데없이 부정선거, 진흙탕선거 라는 얘기 들을 것도 없고 투표율 50%넘기려고 학우들 붙잡고 귀찮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운동권 학생이든 비권학생이든 선거운동 하느라 시험공부도 못해서 학고맞아 집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 어때 괜찮지? 국가 행정업무도 사실상 기업체에 아웃소싱하는 마당에 학생회 쯤이야...

 

 *        *        *

 

예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운동하는 친구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나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총학생회가 무슨 지역사회복지관 쯤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운동권이 아무리 급진적인 구호를 내걸고 출마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혹여나 이 '게임의 룰'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방식으로 뛰어드는 거라면 모를까....

 

이를테면 복지공약 하나도 만들지 말고 출마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걸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거다. "우리는 복지공약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학생회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하나하나 대결 하는 거다. 물론 당선가능성과는 크게 멀어질 테지만, 뭐 어떤가? 이래 지나 저래 지나 어차피 지는거 할말은 제대로 하고 지는게 낫지 않나?

 

내가 지금은 당사자가 아니라고 너무 막 질러대나? 음... 그건 아닌것 같다. 예전에도 총학생회 선거 준비할 때 나는 "이번 선거 목표는 '지는 선거'로 가자"라고 말했다고 바로 뻰치 먹은 적이 있다. 현실적인 역관계에서 운동권이 열세일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이기려고 용쓰다보면 하지말아야 할 짓을 너무 많이 하게 될 테고, 그렇게 해서 혹시나 이긴다고 해봤자 득될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음... 나의 이런 생각은 지난 12일 경향신문에 실린 한윤형씨의 칼럼 내용과도 어느정도 비슷한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총학생회가 허수아비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래에 퍼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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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09. 12. 12) [2030콘서트]‘허수아비’ 대학 총학생회 

대학가에서 가을은 총학생회 선거의 계절이다. 올해는 유난히 총학 선거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지인이 많았다. 개표 전 ‘투표함 개봉’과 ‘도청’을 통한 비리 폭로로 파행으로 치달은 서울대 총학 선거를 비롯해 우려스러운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기성 정치권 못잖은 ‘꼬마 정치인’들의 진흙탕 싸움? 어떻게 해도 투표를 하지 않는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 어느 쪽을 택하든 씁쓸함은 남는다. 우스갯소리로 운동권이 총학을 잡으면 자기네 정치조직으로 돈이 흘러가고, 비(운동)권이 총학을 잡으면 학생회장과 그 측근들의 주머니로 돈이 흘러간다고 한다. 이 말에 약간이라도 진실이 있다면 어느 쪽이든 학생의 대표자로서 제 역할을 하는 총학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실정이므로 학생들이 총학 선거에 무심해지고, 그 무심함의 장막 뒤편에서 총학이란 조직에 배정된 빵부스러기를 주워 먹기 위한 난장판이 벌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닐까.

오늘날의 대학은 군사독재정권에 대항하기 위한 ‘해방구’도 아니고, 진학률 86% 시대의 대학생을 특권층이라 칭하는 것도 부질없다. 대학생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이들을 예비노동자라 부르는 이도 나타났지만, 지금은 이조차 사치스럽다. ‘예비’라는 글자를 떼어내기 위해 젊은이들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이제 대학생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고, 다만 자신의 삶이 정치에 의해 규정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 던져진 2000년대 초반의 운동권 정파들은 등록금 인상 저지 투쟁을 주장해서 학우들의 신망을 얻어 총학을 잡고, 총학을 잡은 이후엔 자기네 정치조직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했다. 학생들을 위하는 ‘복지공약’과 제 이념을 실현하는 ‘정치투쟁’의 이분법 속에서 등록금 문제가 그 자체로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설령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총학은 대학 당국에 대해 얼마나 무력한 조직인가? 가장 강경한 정파가 가장 강경하게 투쟁했을 때도 등록금 투쟁은 실패로 끝나곤 했다.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몇몇만 희생양이 되면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총학 선거가 복마전이 되는 이유는 총학이 학생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만큼의 권력은 지니지 못했으되, 선거에서 승리한 몇몇 학생들에겐 충분히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수준의 조직이 되어버렸기 때문 아닐까? ‘시민 없는 시민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듯이, ‘학생 없는 학생회’에 대해 얘기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는 ‘꼬마 정치꾼들’과 ‘선거에 무관심한 대학생들’에 대한 규탄보다 훨씬 본질적인 문제다.

총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이 총학 선거에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을 것 같다. 한편 학생들의 열렬한 참여 없이는 대학 당국이 총학에 더 큰 권력을 배분하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을 거다. 이 딜레마 속에서 총학은 대학 당국과 학생들 사이에 어떠한 소통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허울 좋은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 총학에 대한 고민은, 이렇게 그것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한윤형 | 대학생·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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