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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5
    임종인, 장화식 <법률사무소 김앤장>(3)
    구르는돌

임종인, 장화식 <법률사무소 김앤장>

 

 

나는 작년 초 진보신당이 만들어지는 걸 매우 띠겁게 바라보던 사람 중에 하나이다. 무엇보다도 당을 뛰쳐나가신 분들이 내걸은 이유(종북주의와 패권주의)가 전자의 것은 시기적으로 좀 쌩뚱맞고, 후자의 것은 어차피 이놈이나 저놈이나 오십보백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에겐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임종인이라는 사람 때문이다. 신당의 두 상임대표라는 사람들이 맨날 임종인을 끌어들이려고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듯한 모양새가 모양새가 영 띠꺼워 보였기 때문이다.(=>요 문장은 좀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대충 넘어가 주시길...) 임종인이 대체 뭔대? 얼마나 잘난 놈이길래 열우당에 있던 놈을 데려오려고 저리도 거품을 무나? 어렴풋하게 예전에 이라크 파병에 대해 비판하면서 행정부와 각을 세웠던 기억이 나긴 하는데, 그런 식의 활동은 진정성이라고는 개미 코딱지 만큼도 안 느껴지는 천정배, 김근태 이런 놈들도 다 하던 짓이었다. 결론적으로 "그래봤자 열우당인데..."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다. 이건 내 정치적 당파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열우당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문제가 되는 것인데, 난 이게 어떤 측면에선 요즈음 일반적 시민들의 구 집권세력에 대한 보편정서가 나에게 독특한 방식으로 체현된 것이라 (강하게!) 주당한다.

 

그러다가 임종인이 보궐선거 출마를 결정하고 진보정당들에 지지요청을 보낼 즈음 레디앙과 한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그걸 보고 임종인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진보의 재구성'을 외부 사람 끌어오기로 대체하려는 신당의 몇몇 어르신들의 행태에 대해선 여전히 띠거운게 내 기본적인 관점이다.) 사실상 친노파 '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친노신당을 친박연대에 비유하는 것을 보고 그냥 큰 제목만 읽어보고 닫으려던 기사를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블로거 한윤형의 말을 빌자면 "2004년 탄핵열풍을 업고 열린우리당에서 금뱃지를 단 인물들 중에 자신을 뽑은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헤아렸던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임종인이 외환카드 노조위원장을 지낸 장화식과 함께 쓴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읽게되었다. 예전에도 읽으려다가 임종인의 '출신성분'이 맘에 걸려 멀리하다가 위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서 나름 그와의 '오해'를 풀고 편한 마음으로 읽어갔다.

 

일단 최종 감상평(??)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런 책을 쓰고도 아직 이 사람이 정치인으로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는 거다. 삼성 이건희 회장보다 1년 수입이 더 많은 사람을 대표 변호사로 두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사적 권력 집단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속옷까지 벗겨서 낱낱이 까발릴 생각을 하다니, 이 양반들 간댕이를 수십개씩 은행에다 냉동보관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실제로 위클리경향의 전신인 뉴스메이커에서 김앤장 비판성 기사를 썼다가 김앤장으로부터 몇 십억대 소송 협박을 받고 정정기사를 내보내야만 했던 전례를 저자들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책 속에는 대한민국 최고 로펌이 살아가는 방법이 조목조목 드러난다. 핵심은 이중생활!! 대한변협에는 그냥 공동사업자(이거 맞나? 도서관에 책을 반납해서 정확한지 확인해 볼 수는 없지만....)로 등록해서 변호사법상 로펌에 가해지는 제약을 피하고, 국세청에는 로펌으로 등록해서 세제상의 혜택을 받는다. 게다가 수많은 고위공직자 출신들을 고문으로 거느린 이 로펌은 당당히 2년에 한번씩 국세청으로부터 납세자 표창을 받아서 주기적으로 2년간 세무조사를 면제받는다.

 

이건 그냥 도의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뭐 전과자들이 장관되고 총리도 되는 세상에 쩝... 그러나 정치적으로, 국민경제적으로 문제인 것은 이들이 신자유주의를 위한 법률해석, 나아가 법개정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막강파워를 지녔다는 점이다. 세계최초 문자해고를 발명하고, 단협해지를 단체협상과 함께가는 연례행사로 만들어 버린 것도 이 변호사 집단의 머리에서 나온 거라 한다. 진로소주가 불법적으로 헐값 매각될 당시에도 진로 사장의 등뒤에서 칼끝을 겨누던 것도 이 변호사 집단이다. 기업 사장까지 무릎꿇게 할 정도면 노동자들은 집단 암매장 시켜도 눈하나 깜빡 안할 놈들이라는거지...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도 숨이 찬 이 devil's advocates(악마의 옹호자)를 여론의 심판대 위로 끌고 올 여지를 만들어 놓은 두 저자에게 늦었지만 박수를 보낸다. 여하간에 이번 보궐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서 18대 국회에서도 그가 말한 '보이지 않는 권력을 보이게 하는'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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