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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8일의 또 다른 투쟁.

노동법 개악안이 국회를 통과한 12월8일(금). 그날 오전에는 언론에는 나오지 않은 또 하나의 투쟁이 서울 한복판에서 있었습니다. 지난 주 용역깡패의 침탈로 로비 농성장에서 밀려난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 대우센터빌딩 청소, 보안 등의 간접고용 용역노동자들의 투쟁이었습니다.

11시 집회를 진행한 후 다시 한번 진입을 시도하는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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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관련기사 :
대우건설, 용역 150명 동원해 하청노동자에 폭력행사
대투위, “우리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날 투쟁에도 침탈 첫날처럼 여전히 용역들이 진입을 가로막고 있었고, 그 용역들을 전투경찰이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장투사업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었지만, 용역깡패들을 전투경찰이 '보호'하는 장면은 국가권력의 본질을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깡패투입 과정에서는 출동에 30분 걸린 경찰은 우리가 집회를 시작하면 5분 내로 달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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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투쟁에서 몇명의 조합원들이 코뼈가 내려앉고 허리를 다치는 등 부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투경찰은 용역깡패들을 '보호'하고 있죠.

전경과 용역들이 연대하는 마당에 반 이상은 여성들인 우리 조합원들과 얼마 안 되는 연대대오의 물리력으로는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이날도 용역과 전경의 폭력과, 아들뻘, 아니 손자뻘 되는 어린 용역깡패들의 욕지거리를 들어가면서 우리 조합원들은 투쟁했습니다.


급기야 몇몇 아주머니 조합원들은 서럽게 눈물을 흘리십니다. 몸싸움을 하다가 잠시,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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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사측은 이 건물이 지어질 때부터 일해온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해고했습니다. '우리자산관리'라는 자산관리 업체를 중간에 끼고 용역사와 다시 계약하는 이중의 간접고용을 통해서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더니 결국 해고에 손배, 가처분, 용역깡패, 공권력까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순'은 이미 '우리자산관리' 사장실 점거과정에서 발견된 dw project라는 문건을 통해서 이미 확인되었던 내용들입니다. 저들의 시나리오를 다 알고도 당하는 심정, 극악무도한 노동탄압 시나리오가 나와도 그냥 밀어부쳐도 상관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입니다.
참세상 관련기사 : 대우건설, 하청 노동자 노조 파괴 공작 드러나

(한편, '우리자산관리'라는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에 이 회사를 설립한 이후에 대우센터빌딩과 같은 부동산 뿐 아니라 채권 등 금융자산까지 '우리자산관리'에 맡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이라는 법인기업이 스스로 금융화하기 위해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이지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주요한 특질로서 산업자본의 금융화의 현장인 셈인데, '우리자산관리'가 설립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이러한 금융화가 어떻게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지 보여줍니다. 인건비를 후려치고 금융적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더 상징적인 것은 대우건설이라는 회사가 IMF금융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한 후 금호에 최근 인수되었다는 점인데,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재벌들에게 금융/비금융적 이윤을 보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이날 투쟁과정에서도 사람들은 안경이 날아가고 채이고 밟히고, 많이 맞기도 했습니다. 자기가 일하던 직장, 그것도 평생을 일해온 직장에서 이런 식으로 내몰리고 말았습니다.

이날 투쟁을 마치고, 정리하는 데 지하철무가지 전면광고가 눈에 들어옵니다. 비정규법안을 통과시키고 이제 노사관계로드맵까지 통과를 앞둔 이 날, 노동부가 낸 이 광고에는 "비정규직을 위한 능력개발, 아낌없이 지원해 드려요!"라고 합니다. 화가 나다가 어처구니 없어 기가 차 버렸습니다. 이런 개만도 못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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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농성장에서 밀려나서 2라운드를 맞았지만 끈질기게 투쟁하고 승리할 겁니다. 현장 진입을 위한 투쟁 뿐 아니라, 수십년 일한 늙은 노동자를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거리로 내모는 자본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정의)운동'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우리자산관리'를 통한 금융화과 관련되어 있다면 이에 대한 투쟁도 전개할 필요가 있겠죠. 서울 한 복판(서울역 바로 건너편이 바로 이 건물입니다) 에서 벌어지는 이 투쟁, 연대의 힘으로 반드시 승리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오전 집회가 끝난 후 여의도로 이동했습니다. 여의도에서 그날 저녁까지의 상황은 많은 기사들이 있으니 생략. 다만, 전날 이런저런 회의 참가자들에게 다음날 일정 중에 11시에서 한시간 정도만(원래는 선전전이 예정되어 있던 시간대였습니다.) 대우센터 앞으로 가자는 제안을 했었더랬습니다. 다음날 11시, 저는 대우센터로 갔지만 대부분은 결국 국회앞에서 멀뚱히 앉아만 있었죠. 짜증납니다. 국회 상황이 대충 예상되는데, 국회 앞 대오가 일부라도 함께 연대해 주었다면 또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회 앞 투쟁대오는 저녁 7시가 되어서 국회로 달려갔죠.(그런데 왜 밥먹고 달려가냐는 말입니다.참.) 하지만 깨지더라도 이렇게 깨져서는 안되는데..하는 고민이 정리집회를 하는 동안 머리 속에 가득했습니다. 아, 저 휘황찬란한 국회를 거리의 불꽃에 휩싸이게 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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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더 우울한 이유들.
 
대우센터빌딩 농성장이 용역깡패에게 털리기 전날, 연대단위 회의를 갔다가 조합원 한 분을 만났습니다. 일전에 연맹에 가입을 신청했던 한 청소용역 노동조합의 사무국장이셨던 분입니다. 그 청소용역 노동조합은 수차례 빠른 처리를 요청했지만 연맹 가입이 늦어지면서,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고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도 아니라는 사실에) 동요하다가 결국은 위원장이 사측과 협조하는 방향으로 돌아섭니다(지금 그 노조는 한국노총에 가입하고 말았습니다.) 이 분은 그 과정에서 해임되셨죠. 연맹 가입이 몇주를 끌게 된 과정에는 어떤 산별노조 지부로 가입하느냐 독자적인 노조로 가맹을 받느냐라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조합원분은 이후에 또 다른 어느 사업장에 청소용역 노동자로 취업하셨다가 노조활동을 이전에 했던 것이 알려져서 불과 두달만에 해고되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해있습니다.

당시, 그 노조의 가입과 관련된 문의를 받고 안건 상정을 요청했던 저로서는, 중간에 담당을 넘기기는 했지만 처음 상담연락을 받았던 저로서는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예상되는 상황(결국 현실이된 상황)에 대한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연맹가입 문제가 처리가 되지않고 그 후에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나를 떠나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조합원은 묻습니다. "이 과정에 대해서 공식적인 평가는 있었나요?"

아니요, 당연히 없었죠. 그런 과정이 공식적인 평가와 반성이 이루어지는 조직이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처리했을까요? 차마 제 입으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비록 공식적인 평가와 반성은 없었으나 이 과정이 다른 이유로 해서 그 산별노조의 '공문'에는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저를 징계하라는 내용의 공문이 그 산별노조로부터 연맹에 접수된 적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참에 아예 공개적인 평가를 하자고 했었지만 결국 우야무야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더 우울한 것은, 지금 대우센터빌딩의 투쟁과도 연관된 사실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측의 노동탄압문건인 dw project에 언급된 내용 중에 보면, 일부 조합원의 이탈, 투쟁력 약화, 분열 조장 등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우센터 조합원 중 일부가 '투쟁방침'에 이견을 제기하면서 탈퇴하고 자신들은 고용을 보장받습니다. 그들은 위에서 말한 그 산별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했죠. 신속하게. 그리고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회유해왔습니다.

자, 이런 일들이 투쟁이 이루어지는 현장 근처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입니다.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는 얼마전에 출범한 전국공공서비스노조(공공산별노조)에 집단가입을 신청했습니다. 이제까지 그 산별노조의 반대로 공공연맹 가입은 이루어지지 못한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가 산별노조에는 가입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입니다. 이번 일부 조합원이 탈퇴 과정에서도 주요한 공격의 근거가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는 민주노총 소속 조직이 아니다'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건 중요한 쟁점입니다. 대체 산별노조가 조합원을 가려받냐는 문제제기를 누가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니 두고 볼일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두고 보아야하는 상황에다가, '그 산별노조'가 무엇인지 밝히면서 쓸 수 없는 조건, 아마 이런 글을 쓴 것을 보면 다시 징계요청이 들어올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니 또 우울해집니다. 참, 일들이 복잡하기도 하지요. 운동이란게 뭐 이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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