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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준비회의를 다녀와서 생각하게된 몇가지(1)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네요. 썰렁해졌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보니까 파이어폭스에서도 작동하는 새로운 편집기도 생겨서, 이제는 파이어폭스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기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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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부터 3월초까지 태국 방콕에 출장으로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주빌리사우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유화 반대 아태지역 노동자 총회’ 준비회의와 함께 이 일정에 맞추어 세계사회포럼 동남/동아시아 다중심포럼 워크샵, post-WTO 전략회의가 함께 진행되어 참가했습니다.

공공연맹은 주빌리사우스(아태지역)와 이런저런 사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APMDD)은 외채 상환거부 운동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특히 90년대 이후 채권국들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방법으로 ‘외채-주식 전환 debt-equity swap’을 이용하는 데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했는데, ‘외채-주식 전환’은 공기업의 사유화를 강제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된 물, 전력(에너지) 사유화 반대운동을 조직하였죠.

이러한 운동의 일환으로 작년 한국에서 일련의 국제연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o 노동과 환경의 연대를 통한 에너지 체제 전환 국제 심포지움,  o 물 사유화 저지 워크샵,  o 전세계 FTA 현황과 투쟁 워크샵  등이 그것입니다.  작년 한국에서 논의과정에서 ‘사유화 반대 아태지역 노동자 총회’가 제안되었고 , 이번에 이 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실무 준비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일정은 저에게는 매우 운이 좋았던 사건입니다. 국제 사업의 직접적인 담당자가 아니면서도  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물사유화 투쟁 관련해서 공무원노조가 우연히 담당자를 보내지 못하게 되면서 연맹 내에서 관련사업을 했던 제가 가게 되었으니까요.) 주빌리사우스 회의의 의제는 물론이려니와 세계사회포럼(다중심포럼) 준비회의를 참관할 수 있었다는 점이나, 많은 국제 사회운동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WTO반대투쟁 전략회의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계기였습니다.

이번에 참가한 세 개의 일정은 모두 공통적으로 국제적인 운동을 건설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사회운동의 역사와 조건이 모두 상이한 나라들에서 온 활동가들이 공동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조건은 서로 다르지만, 그러한 조건들의 공동의 원인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투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 준비회의는 물론이고, 다중심포럼 준비회의, 특히 WTO 반대투쟁 전략회의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교통을 통해서 조정되는 과정은 인상적이더군요. 물론 이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활약하기도 하던데, 실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member.jinbo.net/maybbs/pds/rudnf/pds/s_S4300510.JPG
△ WTO반대투쟁 전략회의(방콕, 2/28~3/1)

이번에 함께 진행된 일정들
: 세계사회포럼 동남/동아시아 다중심포럼 준비를 위한 지역 워크샵 (WSF Regional Workshop to prepare for the Southeast/East Asia WSF in Thailand October 2006)
: 기본서비스의 사유화에 대한 아태지역 노동자 지역총회 준비위원회 회의 (MEETING of the PREPARATORY COMMITTEE for the ASIA/PACIFIC WORKER'S REGIONAL ASSEMBLY on PRIVATIZATION of BASIC SERVICES) =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 준비회의
: 홍콩투쟁에 이은 지역전략회의 (Regional Trade Strategy Meeting, The Battle of Hong Kong continues)

이미 많은 동지들이 국제연대활동을 통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저도 이번 일정을 통해서 그밖에 몇가지 운동적 쟁점들에 대해서 새롭게 느끼고 사고하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대안세계화운동을 쟁점으로 하는 사회운동과 노동조합 운동의 결합의 방식이라든가,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항하는 투쟁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서 가지는 위상 등등에 대해서 말이죠. 몇번에 걸쳐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빌리사우스 회의는 ‘기초서비스 사유화에 반대하는 아태지역 노동자 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남한에서는 주로 공공서비스라는 표현을 쓰는데 외국에서는 기초서비스 basic service라는 개념을 쓰더군요. 각각이 함의하는 운동적 쟁점이 있을 텐데 좀더 고민해봐야하는 문제인 것같습니다.) 주빌리사우스 운동 자체가 외채를 매개로 (반)주변부의 자원을 착취하는 금융세계화를 반대하는 운동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운동은 또 한편,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노동자운동을 조직하고자했고, 그 성과가 작년 서울에서 진행된 일련의 프로그램입니다. 올해에는 이 성과를 더욱 공고하게 하기 위한 ‘노동자총회’ 형태의 프로그램(실제로는 워크샵 형식을 띄지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대안세계화운동의 과제로 노동자운동을 조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노동자운동이 직접적으로 금융세계화의 피해당사자가 되면서도 단지 ‘구조조정 반대’ 투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자체를 문제 삼고 투쟁하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것을 통한 국제적인 노동자운동의 연대를 시도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주빌리사우스가 조직하고 있는 이 운동은 각국의 (금융세계화가 강요하는) 공공서비스 사유화 반대투쟁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을 국제적인 운동으로 만들어내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연대의 네트워크에 함께 하는 조직들이 각자의 운동경험을 교통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운동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발견해내고 자신의 운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문제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연관이 있다는 인식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서 광범위한 대안세계화운동의 과제를 자신의 것으로 하는 노조운동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출장일정에 함께 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주빌리사우스, 세계사회포럼 등에 연대활동을 해온 발전노조의 경우,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그것이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WTO, FTA반대운동을 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구조조정 문건에 구체적으로 나와야 그 때야 움직일까 말까하는 노조들의 상황을 보면 매우 의미있는 문제의식인 겁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진영은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새로 당선된 집행부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국제적인 운동의 조직화를 통해서 각국의 노동자운동이 자신의 운동을 대안세계화운동이 일부로 재조직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단지 자신의 일자리와 관련된 구조조정의 문제로 사고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운동적인 과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이  운동은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노동자운동의 국제적인 연대를 조직하고, 또 한편으로는 개별 노동자운동이 (대안세계화 운동을 주제로 하는) 사회운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글 순서]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2) : 신자유주의, 인민주의, 태국의 정세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3) : 노동의 불안정화, 남한의 독특한 쟁점?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4) : 운동 조직에 필요한 것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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