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평의회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1/14
    [교안]노동자운동,역사와 미래
    겨울철쭉

[교안]노동자운동,역사와 미래

지난 주 교육에 이어서 두 번째로 진행한 노동조합 간부교육의 두 번째 주제는 노동자운동의 역사와 전망. 전체적으로 조직발전 전망을 논의하기 위한 사전단계로 진행되는 교육이기 때문에, 노동자운동이 처한 현재의 조건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공유하기 위한 내용이 요청되는 강의였다.
(지난 교육에 대한 글은 : [교안]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참고)

교안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교안2차] 노동자운동, 역사와 미래

교육의 난점들

지난 번 교육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나 자신에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어쩌면 더욱 그런데, 정리할수록 분량은 방대해지지만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할지는 더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 시간 가량의 교육으로 노동자운동 200~300년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그 전망까지 담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일 수도 있다.

몇가지 강조점을 다른 노동운동사, 노동운동 전망 교육과 달리 두려고 했지만 그것들을 상호결합시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꼭 교육기술상의 문제만은 아닌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평의회 운동의 역사와 현재 요청되는 사회운동적(혹은 사회변혁적) 노동자운동을 결합시켜서 이야기하기에 쉽지 않다. 이론적인 연결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지점도 있는 것이다.

한편, 강조점의 문제에 있어서는 실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그것을 잡아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조합원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리고 내가 스스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지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단지 교육상의 강조점의 문제만은 아니고, 실제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할 쟁점들을 인식하는 과정인데, 교육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함께 교육된다고 할까. 따라서 교안 자체는 내용이 방만하지만 실제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안자체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진행하면서 오히려 긴장감과 속도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교육을 준비하고 교안을 작성하면서 애초에 의도했던 것은 올해 여름과 가을에 각각 진행된 사회진보연대의 “사회운동세미나” 중 내가 맡았던 “세계노동자운동의 역사”를 쉽게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손을 대기 시작하자 완전히 새로 쓰지 않으면 노조의 기초간부교육 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급하게 새로 쓰다 보니 내용적으로 부실하거나 심지어 틀린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이런 주제의 교육은 좀 더 교육 시간을 여유있게 잡을 필요가 있다. 물론 애초 교육기획처럼 역사와 전망을 결합해서 진행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제의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경우에는) 90분짜리 교육을 이어서 두 강의를 배치하는 방법인 것같다. 이번에 내가 진행한 강의는 총 2시간10분이 소요되었다.(앉아있는 조합원동지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

강조되어야할 것

교안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몇가지가 있다.

일단, 노동자운동의 역사를 교육하는 데서는 (그것이 아무리 위대한 경험이라도) 사건들의 나열을 넘어서야한다는 것이다. 사건들이 처하는 역사적 맥락을 당시의 자본주의 구조, 운동의 발전과 함께 제시하고 따라서 그것이 현재에 갖는 의미를 공유해야한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실버의 <노동의 힘>을 참고하는 것이 유리한데, 역사적 자본주의의 맥락에서 노동자운동의 역사를 인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세기적인 노동자운동의 형태를 단지 ‘덜 발전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인식하고 현재적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노동자운동사의 많은 교재, 교안들은 노동자운동의 발전을 직선적인 것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조적 인식이 취약하다.)

운동사 부분에서는 교안의 구성방식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강조되어야할 것들도 있다.
시간상 관계 때문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지만 여성노동자운동과 노동자운동의 젠더편향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반영되어야한다. 전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적 시각을 결합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또한 국제주의가 강조되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민족주의와 결합한 역사를 비판적으로 평가해야한다. 이 부분도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충분히 강조하지 못해 아쉬운 내용. 이러한 비판을 위해서는 전쟁들을 겪으면서 노동자들이 쟁취한 “민족국가의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약이자 독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제시해야하는데 기술적으로도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평의회 성격의 노동자운동의 역사에 대한 제시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교안은 노조-당을 중심으로 운동사를 제시하는 데, 이 속에서 평의회 운동의 경험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자가 어떤 식으로 대안세계를 만드는 역량을 갖고 있는지를--따라서 혁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평의회운동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조될 필요가 있는 사건들은 파리코뮌-러시아소비에트-1919~20년 독일?이탈리아의 혁명적 경험-해방이후 전평과 자주관리?인민위원회-중국의 문화대혁명 등이다. (파리코뮌이나 전평의 경험을 평의회운동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검토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이번에는 일단 교육적인 측면에서 그렇게 설명한 것이기는 하지만.)

전망의 부분에서는 사회운동적 노동자운동, 대안세계화운동의 일부로서 노동자운동, 지역을 중심으로, 비정규직노동자 등 새로운 운동주체를 형성하는 것의 중요성, 페미니즘과 국제주의 등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인만큼 핵심은, 새로운 운동주체가 과거의 운동관행(기업별 경제주의)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열어가야한다는 것. 그것을 위한 운동의 요소들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교육의 문제점

교육을 준비하면서 기존의 노동운동사 교안과 '노동운동의 전망‘을 주제로 한 교안들을 검토했다. 몇가지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노동자운동사에 있어서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사건들의 직선적인 나열인 경우가 많다. 민주노총의 교육비디오 중에 유명한 “승리의 역사 진군의 역사”라는 것이 있는데, 간단한 조합원 교육을 위해서는 좋은 방법이지만 간부, 활동가 교육으로 넘어가면 적절치 않다. 그런데 간부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교안도 그런 식이 많다. 이제까지 단계적으로 발전해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식의 제시는, 글쎄, 미신적인 경험주의라고 할까, 의지주의라고 할까. 오히려 현재 우리의 노동자운동이 어떤 위기에 빠져있다면 그 원인을 역사적으로 인식하고 또한 대안도 역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역사적 경험 속에서 ‘감동’을 느끼도록 하고 결의를 주는 교육이 있다. 박준성 선생의 ‘슬라이드로 보는 노동운동사’와 같은 것이 그런데, 그런 교육은 나름의 고유한 목표가 따로 있는 것으로 그 자체가 매우 훌륭한 교육이다. 그에 비해서 내가 진행하고자 한 것은 보다 전략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역사를 제시하는 것이라 목표상에 차이가 있다. 양자가 비교 대상은 아닌 것.)

또한 많은 경우에 “노동자운동”이라기보다는 “노동운동”에 대한 설명. 따라서 역사적으로 노동자들이 싸워왔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운동에 주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노동’을 쟁점으로 하는 운동만이 아니라, 노동자가 해왔던 투쟁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운동의 전망에 대한 교육들을 보자. 많은 노조에서 ‘관성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이기도 하다. 특히 노조의 공식교육들은 연초에 만든 노조의 연간 사업계획(+정세분석)을 적당히 짜깁기 한 것들이 많은 데, 노조의 사업계획을 집행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될 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고 해도, 교안은 나열적인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가 위기라고 하면서 이런저런 지표를 제시하다가 비정규직 확산 등 노동자의 위기를 말할 때에는 연결고리가 없이 그냥 언급. 그러다가 노동운동의 과제로는 신자유주의 반대, 비정규직 철폐, 전쟁반대.. 대체 이런 식의 투쟁과제를 나열하는 데 이것들이 현재의 자본주의로서의 신자유주의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혹은 각자의 운동과제끼리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가 제시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식의 교육은 개별의 투쟁과제를 소개하는 것일 수는 있지만, 그들이 과연 “어떤 방향”인지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
내가 작성한 교안도 한계가 분명하다. 특히 강의에서 강조한 내용이나 설명한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교안에 담은 것도 아니고, 내가 비판한 ‘역사적 사건들의 나열’이 나의 교안에서도 반복된다. (시간이 없어서 부분적으로 다른 사람의 교안의 내용을 카피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추후에 다른 기회가 있다면 보완되고 수정될 필요가 있는 것들. 필요한 동지들이 있다면 직접 해주어도 좋을 것 같다. 노동자 교육을 내용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토론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