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비례대표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3/14
    민주노동당 비정규후보 논란(7)
    겨울철쭉

민주노동당 비정규후보 논란

민주노동당이 비례대표 2번으로 민주연합노조 홍희덕 위원장을 올리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다.
두 가지인데,
첫번째로, 왜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적 중요성이 있는 이랜드-뉴코아가 아니냐는 것
두번째로, 민주연합노조의 산별노조 등에 대한 행보를 볼 때 추천받을 만하냐는 것이다. (민주연합노조는 대의원대회 결의로  산별노조로 전환했다가, 총회를 다시 부쳐서 부결하고 공공노조를 탈퇴했다.)

이에 대해서 민주노동당과 후보는 각각 이렇게 해명한다.


첫번째에 대해서.
이랜드노조 지도부를 민주노동당 비례후보로 전략 공천하지 못한 이유는 이러합니다. 혁신 비대위가 김경욱 위원장, 이남신 수석부위원장과 직접 면담한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투쟁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인물 등 여러모로 손색이 없지만, 혁신 비대위가 애초 원했던 김경욱 동지는 고사했으며, 추천된 이남신 동지는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는 아니라는 점, 비례후보 출마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사측의 악선전도 예상된다는 점, 민주노동당 비례후보 등록마감이 3월 2일인데, 비례후보 채택 여부, 어느 정당인지 여부, 누가 나갈 것인지 여부에 대한 이랜드의 최종 판단은 3월 4일 조합원 총회에 좌우된다는 점, 집행유예와 고법재판 계류 중이라는 점 등이 반영되었습니다. -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전략공천에 대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

두번째에 대해서,
Q: 민주연합노조는 대의원대회 결의로 공공노조에 가입했다가 조합원 총투표로 탈퇴를 한 적이 있다. 산별연맹을 통해서만 민주노총에 가입할 수 있는 규정 때문에 (법적으로는) 한동안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적이 있었다. 상급조직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A: 대의원대회에서 가입결의한 다음 조합원 총투표를 거친 것은 노동조합의 규약에 의한 것이었다. 민주연합노조 규약에 의하면 총회 의결사항의 대부분을 대의원대회에서 갈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분할 합병 해산에 관한 것은 반드시 총회에서 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한동안 법적으로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적이 있었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노총 규약 제5조 2항 및 제8조 1항에 의하면 전국규모의 산업별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일반노동조합,전국 규모의 산업별 협의회와 직업별 노동조합등이 가입신청할 수 있다. 민주노총에 산업별 연맹만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 중앙에 가입신청하지 않고 각 지역본부에 직가입한 노동조합도 여럿이다. -<비례대표 전략 2번 홍희덕 후보 지상청문회[진보정치]>


첫번째에 대해서 다시.
나는 이남신 동지가 진보신당의 후보로 출마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동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한 마당에, 이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 관련된 정황에 대해서는 "진보신당은 우리를 이용하지 말라"-정경섭/레디앙 기사를 참고.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해명"은 매우 궁색하다.
우선, 민주노동당은 이남신 동지가 비정규직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 말하는 김경욱 위원장도 역시 정규직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모순된다.

게다가 그런 식의 기준이라면 민주노동당 후보로 추천된 민주연합노조의 홍희덕 위원장도 현재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는가? 홍희덕 위원장은 의정부시설관리공단에 속해있다. 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민간위탁 반대투쟁을 전개했지만, 현재는 지방공기업의 "정규직"인 셈이다. 적어도 법적, 형식적으로는 그렇다.(물론 이 경우에도 시청이 위탁주체를 지방공기업이 아니라 민간에 전환할 수 있어 간접고용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고용된 법적 신분이 무엇이냐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홍희덕 위원장이 적절할 수 있는 조건이 "비정규직 투쟁의 경험"이라면 이남신 동지도 다르지 않다.(물론,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지만.)

비례대표 추천마감일과 노조 총회날짜의 이틀차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출마여부-정당-후보" 세가지가 결정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선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 이틀의 여유를 더 갖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일일 뿐더러, 더 많은 모순이 있다. "정당"의 경우, 민주노동당이 홍희덕 후보로 확정하지 않았다면 민주노동당을 결정될 가능성이 (아마도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후보"의 경우에도, 이미 민주노동당이 이남신 동지를 거부한 상황이다. 조합원 총회에서 이남신 동지가 추천되었다라도 거부했을 것이라는 말인데, 이것이 변명의 거리가 되는가?
마지막에 언급된 집행유예, 재판계류 문제는 별로 언급할 가치가 없을 것같다.


▲지난 해 열렸던 이랜드노조 총회 모습.(사진=이랜드 노조/레디앙에서 펌)

두번째 문제는, 이미 많이 논란이 된 문제다.
최근에는 민주연합노조가 사실상 휴면조직 상태에 있었던 시설연맹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우회해서 민주노총에 다시 가입하게 되었다. 애초에 가입되어 있던 공공운수연맹에는 복귀하지 못했다.(민주노총 직가입도 아니다.)

* 관련된 기사와 게시물 :
민주연합노조-공공노조, 공공연맹, 민주노총 탈퇴처리
민주연합노조는 시급히 민주노총으로 복귀 하여야 합니다.

민주연합노조가 대의원대회에서 가입하는 결의는 90%이상의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얼마 후에 총회에서 산별 가입안건은 90%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부결로, 각각 정반대로, 그러나 압도적인 한쪽으로 결정되었다. 즉 집행부의 매우 강력한 의지가 작용하는 가운데 결정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식의 조직기풍은 최근 민주연합노조가 진행하는 100%조합원의 민주노동당 가입운동으로 연결되는데, 대중조직에서 이런 방식이 가능한지 갸우뚱해지기도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사항에 대해서 순전히 형식적인 논리로 자신들이 규약을 잘 못해석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민주연합노조가 총회를 하기 전에 이미 민주연합노조의 핵심지도부들은 공공노조 임원선거에서 비공식적인 논의를 이런저런 세력들과 깊숙히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당선가능한 방식으로 공공노조 임원출마가 불가능해진 직후, 민주연합노조의 총회가 잡히고 압도적으로 부결되었다는 점은 무엇을 말할까?

자, 그런데 홍희덕 위원장의 발언은 이렇게 이어진다. "한동안 법적으로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었다는 점을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뒤에 말하는 민주노총 가입과 관련해 여러조직형태가 가입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민주연합노조는 시설연맹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것이 민주연합노조가 이런저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 민주노총 소속이었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렇게 주장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민주노총 탈퇴가 되었다는 주장이 있는 것이므로" 정신상으로는(혹은 정치적으로는) 민주노조 정신을 갖고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했다고 말할 수 있다. 형식적인 가입상태가 문제가 아니라고, 민주노조 정신이 문제라고,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다시 문제는, 이렇게 말할 경우에는 앞에 산별노조 가입과 관련해서 법적, 규약상 문제 운운하는 것과는 전혀 일관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당시에 이미 사실상 가입한 사실을 법적이고 규약상의 문제를 들어 다시 총회에 붙이고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홍희덕 위원장, "진보정치'에서 펌)

홍희덕 비례대표홍희덕 위원장을 여러 사업속에서 가까이 보아온 나로서는, 그분의 운동상의 신념이나 활동가로서의 자질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는다. 여러해동안 환경미화원,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헌신적이었고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분이라 존경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후보로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연합노조가 만든 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홍희덕 위원장에게 그 책임을 다 물을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위에 "진보정치" 인터뷰의 40문40답에서 이렇게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23. 일 잘 하고 못된 사람, 일은 못 해도 착한 사람 가운데 누구와 일할 지 : 일 잘하고 못된 사람", "못된 사람"과 하고 계신 것같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노동당의 변명은 매우 구차하고 치졸하기 그지없다.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이남신 후보가 정당성이 없다는 식의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홍희덕 위원장께 대한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 분명하게 잘 못된 것이 있었다면, 혹은 정치적 판단이 달라져서 남들(우선 공공노조에 남은 3만명의 조합원들부터 민주연합노조 조합원들에게까지.)에게 피해와 혼란을 주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전후 사정을 모두 다 알면서 뻔한 방식으로 변명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홍희덕 위원장답지도 못하다. 아예 그 모든 과정이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라면 존경을 철회할 수밖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