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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공서비스노조 운동의 몇가지 고민, 쟁점들

[속보]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전국순회투쟁단,

민간위탁 반대 원직복직 투쟁 전개하는

대구경북공공서비스노조 칠곡환경지회 투쟁에 연대하며

11월15일 오후 6시경 칠곡군수실 진입하여 연좌농성 돌입!

=> 관련 내용 보기 [전비연 홈페이지 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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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공공서비스노조가 올해 전태일노동상을 수상했다. (http://blog.jinbo.net/rudnf/?pid=37) 심사위원단은 "조직성에 있어서 모범을 보여주었으며 비정규 8개 노조가 연합하면서 책임감 있게 투쟁해 나간 점 등을 들어서 대구경북공공서비스노조를 수상 조직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많은 역할을 하지는 못했지만 각 지역공공서비스노조의 출범부터 함께 활동한 한 활동가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이러한 결정은 '조직을 불렸다'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지역을 근거로 투쟁에서 연대하고, 조직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평가받았을 것이다.(조직을 크게 불린 것도 사실인데, 노조 건설 이후 미조직비정규직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지역공공서비스노조가 새로 조직된 사업장의 투쟁을 엄호하고 유지시켜줄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일반노조운동과 많은 부분 유사하지만 또한 독자적인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

 

지역공공서비스노조는 공공연맹의 미조직비정규사업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조직화작업을 시작해서, 지금은 2005년 초부터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북에 조직되어있고, 전북지역평등노조가 취지에 동감하고 함께 활동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기존에 존재하던 중소영세비정규직노조가 통합하는 방식으로 출범했고, 출범을 전후해서 새로 조합원들이 가입하기 시작했다.

 

△ 전태일노동상 수상 모습 (참세상 사진)

 



지역을 근거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노동자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고 단결해서 투쟁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대공장노조만이 아니라 소규모의 노조, 비정규직 노조까지도 사업장 이기주의에 갇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면서 지역차원의 운동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다.

 

이 운동이 조직되는 과정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이 운동의 의의를 폄하하는 개인/세력이 존재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혹은 마땅히 이 운동을 지지하고 엄호해야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논란은 지역공공서비스노조가 주로 헌신하고자하는 '신규조직화'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기존 조직들의 '조직구획'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민감한 정치적 쟁점이 된다는 것 자체가 노조를 '자기 나와바리' 정도로 생각하는, 천박한 의미에서 '정치적인' 사고방식이 노조운동에 팽배해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초기에는 전국단위 소산별노조와의 조직구획의 문제가 쟁점이 되었다. 최근에는 이른바 '전국지자체일반노조' 조직화 시도와 이에 대한 대항조직화 시도 등 속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파괴적인 조직경쟁 대신에 지역에서부터 비정규직조직화, 투쟁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시도로서 이 활동은 의미가 있다. 심지어는 공공연맹 중집은 물론 상집에서도 여러가지 이견이 존재하지만, 앞으로 미조직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 산별노조 건설 등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직 개인적인 수준에서이기는 하지만, 이 운동을 함께 해오면서 느낀 점들이 많다. 아래의 시사점들은 지역별로 편차가 있고, 주체들마다 고민의 지점이 다른 점도 있지만, 운동주체들이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문제의식들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미조직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한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 지역일반노조의 문제의식을 계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해당 지역의 지역일반노조와 조직경쟁과 갈등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운동의 주체들은 몇가지 점에서 문제의식을 달리한다.

 

우선 조직운영에 있어서, 이미 조직된 사업장에 대한 안정적인 일상활동과 활동가 양성을 더 중요시한다. 이는 일부 지역노조의 '철새형 조직화 방식'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는데, 일단 조직화를 진행하고 당면한 사안을 해결한 뒤, 다른 사업장으로 활동가 역량을 옮겨가는 식의 활동을 지양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일상활동을 강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더 풍부하게 하려고 한다. 이러한 일상활동은 '공부방/주간포럼'같은 일상적인 교육사업이나 정치적, 사회운동적 과제로 채우려고 노력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점이 여기서 연결되는데, 사회운동적 과제를 일상활동의 주요한 부분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일상활동의 측면보다 더 중요하게 주요 조직대상이 공공부문이라는 점에서, 공공성이라는 쟁점으로 사회운동과 연결고리를 찾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원래는 지자체 업무인) 재활용품처리 업무를 하는 민간위탁된 사업장의 조합원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투쟁쟁점을 가지게 된다. 공공업무의 민간위탁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변형된 사유화와 간접고용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의 노동보건 단체와 연대하기도 하며 환경단체와 연대 하기도 한다.(민간위탁은 공공서비스에 이윤논리를 강화하여 노동강도를 크게 높이고, 이는 곧장 산재와 공공서비스의 부실화로 여결된다. 재활용품의 부실한 처리는 환경문제와 직결된다.) 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의 경우 복지관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투쟁, 장애인단체와의 연대 투쟁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공공성을 쟁점으로 지역의 사회운동과 연대를 조직하는 데 있어 공공서비스노조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산별노조가 지역을 중심으로 건설될 때, 사업장 간 연대는 물론이려니와 공공성이라는 쟁점으로 지역의 사회운동과 연대할 수 있다는 점, 노조 스스로 사회운동적 쟁점을 제기하고 투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산별노조 건설이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인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와 가능성과 함께 여러가지 난점과 쟁점들이 존재한다.

 

우선, 지역일반노조가 가지는 조직화 상의 난점, 운영 상의 난점을 그대로 갖고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화가 주로 신규조직상담을 통해 이루어지고, 전략적인 부문에 대한 의식적인 조직화 노력을 기울이기 힘든 조건이다. 신규조직상담을 통해 조직되는 경우 대부분 투쟁사안이 당면한 경우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의 상근역량이 전적으로 투여되다보면 전략부문에 대한 조직화가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마치 '해결사'와 같은 역할을 요구받게 되는데 이는 활동가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조합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이른바 전략부문이란 무엇인가? 여기에는 지역공공서비스노조가 조직하려고 하는 조직대상의 두가지 특성과 관련된 문제가 존재한다. 지역공공서비스노조는 (1) 지자체를 상대로 투쟁전선을 형성할 수 있는 지자체 직간접 고용노동자와 (2) 지역을 근거로 조직되어야하는 지역의 공공부문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하고자한다.(소유관계는 민간이라도 서비스의 성격이 공공적인 경우를 포함) 전자는 주로 지자체 직접고용 상용직, 일용직 노동자와 민간위탁 환경미화원, 사회복지기관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는 통신산업비정규직, 시설관리, 공기업 하청사업장 등이 있다.

 

애초에 조직할 때부터 지자체 직간접고용 노동자를 전략적으로 조직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특히 지자체 직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를 통해서는 지자체를 교섭에 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했는데, 지자체를 상대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명확히하고 공공서비스부문의 '원천사용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교섭을 성사시키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전략부문에 대한 조직화가 의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이 되었다. 이는 노조가 지자체를 상대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하나하나의 단위사업장의 투쟁에 개별적으로 집중하도록 만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사업장별 운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공동의 투쟁과제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 연동되는 문제인데, 사업장별 운영은 매번 현안을 갖고 처음 조직되는 사업장에서, 해당 사업장의 현안 해결을 위해서 강제된다. 또 한편, 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공통이 요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조건--이는 요구를 정식화할 수 없는 한계이면서 동시에 지자체 직간접 고용 노동자를 충분히 조직하지 못한 한계--에 따라 요구도 사업장별로, 이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도 사업장별로(비록 끈끈한 연대투쟁이 존재한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사업장별 요구), 결국 사업장별 운영구조를 형성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사업장별 운영구조의 고착화는 기업별노조와 같은 폐단을 낳게 되는데, 자기 사업장 이기주의가 일정한 시점부터 작동하기 시작하고 실리주의, 투쟁회피 경향이 발생한다.

(나는 사업장별 조직, 사업장별 요구를 무조건 터부시하는 산별만능론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은 부차화되어야하며, 지역차원에서 공동의 요구가 수립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목적한대로 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공동이 요구를 지역공공서비스노조 차원에서  묶어내고 이를 사업장별 요구에 앞서 노조의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요구로 만들어내는 투쟁이 조직되어야한다. 예를 들어 지자체의 직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지역협약을 쟁취하거나, 이러한 요구를 지자체 조례 형태로 요구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과 함게 추진하는 지역생활임금투쟁도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쟁점을 중심으로 투쟁하고 실현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지역노조로서 지역공공서비스노조가 '지역산별노조'의 위상에 걸맞게 운영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역공공서비스노조가 지자체 직간접고용노동자를 보다 집중적으로, 전략적으로 조직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타당하다. 그러나, 지역공공서비스노조가 (1), (2) 두 종류의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모두를 조직화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인정해야한다. 전략적인 부문의 조직화를 할 수 있는가의 부분은 매우 중요하지만 당장 이것을 '요구'한다고 가능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그것이 가능한 조건이 마련되어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공연맹 등 상급단체의 물질적 지원을 통해서 활동가를 더 배치하고 전략적인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나는 산별노조가 필요하다거나 한다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인력과 예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역공공서비스노조 중에도 편차가 있다면, 잘 되는 지역은 해당 지역의 연맹 지역본부가 탄탄한 경우이다. 연맹 지역본부의 지원과 엄호 속에서 조직이 활성화되고, 그 어떤 대공장 사업장보다 연맹 지역본부의 핵심사업장이 된다. 반대로 연맹 지역본부가 아예 없는 지역에 건설된 충북의 경우 큰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그러나 당장은 민주노총이 50억 기금 모금도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고, 비대위는 책임있게 사업을 집행하려 하지 않는 조건이다. 결국, 관건은 현재 조직된 조합원 중에 활동가를 어떻게 훈련하고 형성할 수 있는가이다. 현재 있는 조합원을 교육하고 투쟁속에서 단련하는 과정을 통해서 활동가를 조직해야한다. 그래야 이 활동가들이 신규 조직화 사업을 하거나 혹은 지금 있는 조직활동가들이 '조직관리' 대신에 전략적인 부문에 조직화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역공공서비스노조 운동의 운명은 여러 측면에서 열려있다. 앞서 언급한 장점들(혹은 가능성들)을 생각해보자.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장을 넘어선 연대투쟁을 강화하고, 지자체를 상대로 공동의 요구를 모아내며, 이를 사회운동적 쟁점으로, 사회운동들과 연대하여 투쟁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성화시켜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일상활동을 통해서 현장에서 활동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전략적인 부분에 조직화를 시작할 수 있어야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조직을 확대하고 아직 '기업별 지회'의 연합체 정도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바꾸어내야할 과제가 있다.

 

이를 위해서 공공연맹 차원에서도 지역공공서비스노조의 조직발전 전망을 지원하고 이 운동이 전국화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현재 지역별로 조직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미 전국단위(소산별노조)로 조직된 비정규직노조, 지자체관련 중소영세사업장노조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지역공공서비스노조도 전국적인 조직형태를 갖추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과 통합하고, 전국과 지역에서 운동역량을 상호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직경쟁 속에서 지역공공서비스노조 운동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현재 진행되는 이런저런 산별노조 논란 속에서 지역공공서비스노조가 아예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드는 주장도 나타나고 현실화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선배활동가는 지역공공서비스노조가 애초에 그리려고 했던 '용'은 되지 않았지만, '뱀'이 된 것이 아니라 '호랑이'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공감한다. 애초에는 '공공산별노조'의 '선도조직'(혹은 '실험조직'?)으로 사고된 측면이 강했던 지역공공서비스노조 운동이 오히려 다른 측면에서 고유한 자기 운동의 의의를 형성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기 스스로 형성해가는 운동의 의의를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 것인가, 활동가들과 조직 스스로의 역량에 성패가 달려있다. 그 '성패'는 단지 노조의 성패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운동, 그리고 공공부문 노동자운동 자체의 성패와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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