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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위기에 대해서 토론하다보니..

얼마전 한 수련회에서 연맹을 비롯한 노조운동의 위기를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서 활동가들이 의기소침, 사기저하를 겪고 있는 요즘에, 이에 대한 진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논의를 하지는 못했지만, 몇가지 입장의 차이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노조운동의 위기와 그 원인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몇가지 유형.

 

* 위기의 원인은 집행부(혹은 활동가)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입장

 

- 정파적 입장과 처한 위치에 따라 몇 가지 판본이 있다.

- (우파) 임원급 인사는 (좌파) 사무처 실무자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좌파) 사무처 실무자는 (중앙파나 우파) 임원들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 (스스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사무처 실무자가 다른 사무처 실무자가 헌신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 혹은 그밖에 이런저런 조합에 따라 다양한 옵션의 비난이 가능하다. 모두 '열심히'만 더 하면 위기가 해결된다는 인식들이다.

 

* 위기의 원인은 정규직을 중심으로 하는 노조운동의 현실에 있다는 입장

 

- 보다 위기의 근원에 다가가는 인식이기는 하지만, 역시 몇가지 판본이 있다. 주로 '대책' 수준에서,

-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투쟁을 중심으로 운동의 방점을 극적으로 전환하고 활로를 모색해야한다는 입장과

- 비정규직 투쟁으로 노조운동이 바뀌는데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기간 안에 노조운동은 망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파 간 '대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다.

 

* 그 밖에, '투쟁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위기라는 입장으로

 

- 투쟁의 내용은 차치하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투쟁을 한번 조직해보자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투쟁'은 있으나 '내용'은 나중에 생각해보자는 투쟁만능론(?)에 가까운 입장.

 

몇시간 동안의 토론에서 나타난 것은 대략 이 정도의 입장들과 논쟁지형이다. 여러가지 방향에서 위의 지형에서 나타난 각각의 입장에 대한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 토론 과정에서 좌우파 모두를 막론하고 활동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식의 의지주의적인 입장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또한 이러한 논리 속에서 정파 간 상호 비난의 근거가 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이로부터 좌우파 기회주의가 여러가지 판본으로 반복된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에서,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면서도 대안에서 '대연정'을 제시하는 방식의 결론도 생소한 것이었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인식이 다양한 것만큼, 결론도 다양하다. 다만, 나를 포함한 활동가들이 위기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인식한다기 보다는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았다.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장기간, 활동가들 사이에 토론은 물론, 이론가들의 연구 성과와도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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