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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8
    먼곳에서 돌아본 노동자운동(2)
    겨울철쭉
  2. 2007/07/27
    먼곳에서 돌아본 노동자운동(1)(2)
    겨울철쭉

먼곳에서 돌아본 노동자운동(2)

아래 포스트에 이어지는 글.

7월 중순 며칠간 태국에서 진행된 회의들에 참석하면서 생각한 것들. 두번째로.

Asian Labor Assembly Privatization Of Essential Service (Focus on Water and Power)
필수서비스 사유화에 대한 아시아 노동자 회의( 물과 전력)

 

각국 운동이 가지는 인식의 편차

 

회의 과정에서 느낀 것은 각국의 대중 운동의 발전정도에 따라서 활동가들의 사고도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앞선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발전정도'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나라 운동이 처한 정세--국가기구의 역량, 정치제도, 종교 등등--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이겠죠. 저나 남한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마치 대단히 '학술적인' 논쟁으로 보이는 것조차도 그 나라의 대중운동의 발전이 영향을 주는 모습들이 느껴지더군요. 그것은 이론(+사상)이 대중운동과 맺는 상호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이론의 입장에서는 대중운동들과 교통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할 수도 있겠죠. ("지성의 명철함과 지성에 대한 대중운동들의 우위" ^^;)
 
굳이 '발전정도 '라는 말을 쓴다면, 자신들의 운동을 얼마나 보편적인 원칙에 따라서, 국제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기준이 가능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동남아 한 나라의 활동가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빌린 '외채'는 정당하므로 상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발언으로 다른 참가자들이 뜨아,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나라의 참가자는 WTO, FTA 에 대한 토론에서 "물과 에너지를 여기서 제외하도록 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죠. 그러나 문제는 WTO,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되어야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연관된 부문에만 집중하는 태도는 설사 연대가  확장되어도 그것이 여전히 다른 '부문'과의 (어떤 점에서는 실용적인) 연대로 사고될 뿐, 전체적으로 이들 자유무역기구-제도를 폐기하는 투쟁으로 나가지 않는 문제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국제금융기구는 ILO 노동기준을 지켜라!?

 

한 발제에서 PSI(국제공공노련)는 국제금융기구(WB의 월포위츠까지)에 대한 로비를 통해서 노동친화적인 투자를 요구해야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발제 제목도 CLS Policies at International Finance Institutions 입니다. (CLS = Core Labour Standards)

 

프리젠테이션 마지막에는 "자랑스럽게" 이런 내용까지. (ITUC는 ICFTU가 전환한 국제노총)
Pres. Wolfowitz announced in meeting with ITUC (Dec 06):
All WB infrastructure projects in future will come under the new (CLS) requirements, which are aimed at ensuring workers‘ rights to trade union organisation and collective bargaining, freedom from discrimination in the workplace and the elimination of child labour and forced labour.”

 

월포위츠의 이 말을 보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픽~ 나오더군요.(하다못해 스티글리츠도 아니고;;) 이런 걸 보면, 국제노총이나 국제산별노련들이 하는 활동이 잘 드러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총회장 만나서 로비하는 셈인데.. 이들이 노동조합(상급단체)인 이상 국제적 연대와 투쟁을 조직하는 것보다는 ILO나 국제금융기구 상대로 로비하는 데 열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발제에서는 ILO 기준에 대한 일종의 "교육"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조항들을 국내 노동정치에 활용하라는 취지였겠죠.

 

이 발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발언이 많았습니다. 인도, 파키스탄(참가자들이 주로 공산당 당원들) 활동가들의 비판도 있었죠.  국제금융기구에 대하여 노동권보장 요구는 그들의 정당성을 보완해줄 뿐입니다. WTO 각료회담에 '개입'하려고 하는 국제노총이나 신자유주의적인 NGO들 입장의 연장선인 셈인데, 한심한 일이죠.

 

그러나 다른 조건을 사고할 필요성

 

한편,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다른 조건'들을 역시 고려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PSI가 몰두하는 ILO 조약에 대한 제 비판에 대해서는 필리핀 좌파 활동가들은 동의하지 않더군요. 국내 투쟁에서 노동권을 쟁취하는 데 있어서 ILO 조약이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PSI는 앞서 언급한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CLS준수요구의 연장선에서 ILO와의 관계를 보는 입장이라, 맥락으로보면 문제가 있다는 점을 비판했던 건데;;)

 

한편으로, PSI의 ILO 조약에 대한 입장과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는 국제적 사회적 합의주의로 비판할 수 있으나 필리핀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일 수 있는 것이죠. 한국의 경우에도 91년 ILO 공대위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고, 지금도 여러가지 쟁점에서 ILO 협약도 비준하지 않는 정부를 공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운동의 국내적 조건과 경험이 국제적인 입장에도 반영되는 데, 이것이 상이한 차이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지반을 확인할 수 있는 합의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구체화되는 것이 필요할 것같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각국 노동자운동이 처한 정세적 조건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겠죠.(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 남한 노동운동에서 사회적 합의주의 논쟁의 과잉이 사고에 영향을 주는 셈인데, ILO 조약과 관련해서는 그런 논쟁구도로만은 이해할 수 없다는 점.

 

주변-반주변 국가에서 사유화의 주체들

 

그 외에도 이 회의에서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국제금융기구들IFIs이나 수출신용기관들ECA, 중국이나 일본, 남한의 공기업들, 국제적인 컨설팅 기업들까지 여러 주체들이 주변-반주변 국가들의 공공부문 사유화에 개입하고 있더군요.(물론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주체는 각 국가들이고, 그래서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투쟁은 이들 국가에 대한 것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컨설팅 기업들 중에는 남한에 합작형태 등으로 진출한 것들도 있는데요, 노무현 정권이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서비스시장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주로 전제하는 것이 이런 금융과 결합된 컨설팅 기업들이라는 점을 상기할 수있습니다. 자본의 초민족화에 적극적인 행위자가 되겠다는, '금융화된 발전전략'이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

 

특히 중국, 일본, 남한의 공기업들이 초국적인 투자자로 등장하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국적인 차원에서 공기업의 사유화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업에 대한 주식시장 상장-해외투자의 과정에서 사실상 초민족 자본으로 발전해가는 것에 대한 반대가 필요합니다. 특히 남한의 경우 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등이 이런 방식으로 '진출'하는 데 노조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판단의 문제일 수도 있죠.(민족주의와 경제주의) 그러나 이들 공기업의 사유화를 반대했다면 해외'진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투자한 나라의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이어진 IMF외환위기 10년 토론회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에 거기서 다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초민족적 투자자로 등장한다는 점은 중국과 아시아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중국의 노동자운동일텐데요, 이번 주빌리사우스 노동자회의에 참석한 나라들의 지정학적 분포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참가국들을 나열해보면 남한-홍콩-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 등등인데, 동, 동남, 남아시아를 거쳐 중국을 둘러싼 나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간이 빠져있다는 점이 매우 가시적이라는 것이죠. 중국의 자율적인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아시아 전체(물론 그보다는 세계 전체^^;) 노동자운동에 중요한 문제라는 점.

 

남한 노동자운동에서 국제주의의 취약성

 

이번 회의를 보면서 계속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남한 노동자운동에게 '국제주의' 혹은 '국제연대'는 무엇일까하는 점이었습니다. 분임토론에서는 공동행동전략도 논의되었는데, 공동행동이 결의되면 실행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동행동'이 국제기구의 회의에 대응하는 이벤트성 투쟁이거나 혹은 참가자들도 조직적으로 책임지지 못하는 아이디어성 발언--일단 아이디어 지르고 보는 무책임한 NGO들은 이해가 안됩니다--이 많아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여튼)

 

예를 들어서 이번 참가단의 단장이었던 이호동 전해투 위원장이 속한 발전노조. 활동가들도 많고 사유화 반대투쟁도 열심히했던 훌륭한 조직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국제연대는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어서 어려운 점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회의에 참가하거나 국제연대사업에 대해서 '외유' 혹은 '사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물론 어용노조들이 노조 간부들 '해외연수'랍시고 놀러가는 행태에 대한 비판 때문인데, 그것을 잘 구별하지 못하거나 구별하지 않는다는 점.

 

이런 현상은 이른바 '현장주의'가 사업장 경제주의와 연결되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활동을 경시하기 때문일 겁니다. 국내에서도 자기 기업밖에 있는 사업장, 노조가 아닌 사회운동과의 연대에 인색한 것이 남한의 전투적 (대기업의) 기업별 노조들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외국의 노동자운동-사회운동과의 연대는 정말 "딴나라 이야기"인 것이죠. 사업장 내 문제, 국내 문제에 몰두하고 국제적 운동에 대해서는 맹목인 건데요, '국제연대'는 오직 투쟁에 대해서 외국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그에 걸맞는 국제연대를 추구하지는 않는 것이죠. 민주노총 정도 되면 국제연대에 나름의 기여를 하고,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네팔과 같이 자율적인 노동자운동이 성장하는 곳의 활동가들에게 지원도 할 수 있을 텐데, 제기하기도 힘든 분위기입니다.

 

좌파의 경우에도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장주의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노조 현장파-좌파라고 해도 국제사업담당자나 일부 활동가를 제외하면 국제주의적 사고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것같습니다. 이전 어떤 글에서 남한의 좌파가 국제주의에 가깝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같습니다. 좌파는 反-민족주의에 불과한데 그것은 아직 국제주의자는 아닌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제주의를 좌파가 수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좌파들이 민족주의 반대를 쉬운 알리바이로 가지면서, 국제주의를 실제로는 수용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 더 "막대를 구부리는" 비판도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주의라고 해서, 곧장 국제금융기구, 자유무역제도들에 대한 투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죠. 그리고 국제주의적인 접근이라고 해서 사유화반대 투쟁에 있어서도 곧장 그런 초국적 기구들을 대상으로 투쟁해야하는 것은 아닌데, 그 나라의 국가를 상대로 투쟁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가장 유효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남한 국가가 아닌 동남아 각 나라들의 경우에는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남한은 국가기구가 강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쟁이 중요할 수 있지만, 국가자체가 매우 취약한 필리핀 같은 경우에는 국제기구들을 직접 상대해야할 수 있죠. 이 점은 남한에서 98년, IMF에 대한 직접적인 투쟁이 촉발되지 않았던 부분적인 이유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운동주체들의 신자유주의와 국제금융기구들에 대한 몰인식에 기반한 것이 더 컷다고 생각되지만 말이죠.)

 

그밖에.

 

이 회의는 애초 물과 에너지에서 출발한 회의이지만 투쟁 목표는 계속 확장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투쟁, 자유무역체제에 대한 투쟁 등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제도들에 대한 투쟁으로 논의가 확장됩니다. 그 때문에 논점이 흐려진다는 불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그것은 어쩔 수 없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WTO, FTA 반대 투쟁에 대한 워크샵만 보더라도, 물, 에너지 사유화를 반대하는 것으로만 사고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자유무역 기구-제도에 반대하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참가자들의 사고과 경험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물, 에너지 사유화는 이러한 자유무역 기구-제도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일 것이죠.

 

회의 마지막 참가자 총회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노동자운동-사회운동의 네트워크 형태의 연대조직을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Campagin for People's Rights to Natural Resorce and Essential Service(자연자원과 필수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권리 운둥)이라는 이름이죠. 앞선 글에서 썼던 것처럼 이 회의를 조직한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의 활동이 의미있는 것은, 이렇게 국제적인 수준에서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연대를 (말로 만이 아니라) 실제도 조직한다는 점입니다.

 

지역별 운영위원을 호선할 때에는 반드시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도 인상적.(아마 이런 방식이 국제 사회운동에서는 일반적인 것같더군요) 지역(남-동남-동 아시아)별로 2인씩 배정한 운영위원에 지역별 1인을 여성으로 했으니 1/2을 여성으로 배정한 셈이죠. 할당제와 관련한 여러 쟁점이 있기는 하지만,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포스트는 이어진 회의 "Understanding Global Finance, Bulilding International Resistance "에 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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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곳에서 돌아본 노동자운동(1)

7월 중순 며칠간 태국에서 진행된 회의들에 참석하면서 생각한 것들.

 

아래 일정은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에서 주최-조직한 필수서비스의 사유화와 관련된 노동조합의 회의였습니다. 주빌리사우스는 외채탕감운동단체이지만 중심부 국가들이 외채를 이용해 주변-반주변 국가들을 착취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비판과 반대운동을 전개해왔죠. 집행국도 (필리핀 사람들인데) 다른 국제NGO에 비해서 매우 건강합니다.

 

특히 외채를 통해 주변-반주변을 착취하는 유력한 방식이 필수서비스(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공공서비스)의 사유화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반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문에 노동조합들을 직접 조직하려는 시도가 이번 회의였던 셈이죠. 주빌리사우스가 건강하다고 하는 것은, 집행국의 정치적 성향(주로 필리핀의 비공산당좌파들이 함께 하더군요) 때문만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대중운동을 조직하는 방식의 운동을 국제적인 수준에서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Asian Labor Assembly Privatization Of Essential Service (Focus on Water and Power)
필수서비스 사유화에 대한 아시아 노동자 회의( 물과 전력)

 

국가단위를 넘어선 국제적-지역적인 접근

 

언급한대로 이 회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서비스 산업의 사유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은 각 국에서 진행되는 필수서비스의 사유화가 국내적인 사안이라기 보다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집중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서 필수서비스의 사유화 문제를 각 나라 사회운동의 국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이런 점은 남한의 공공부문 노동자운동에도 부족했던 측면입니다. 주로 남한의 공공부문노동자운동은 국내정치적인 요소만 고려했는습니다. 물론 국제 금융기구의 직접적 강제보다는 남한의 지배계급이 능동적으로 추진한다거나, 금융위기 과정에서 국가가 다른 주변-반주변 국가처럼 취약해지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특수한 지형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인식을 계속 국내에 가두는 편향을 낳게 됩니다.

 

따라서 사유화가 진행되는 직접적 과정은 국내정치적인 제도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국제금융기구, 중심부 국가, 초민족자본, 국제적인 컨설팅 기업, 주반-반주변 국가를 모두 고려해야하고 이 주체들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메커니즘 속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 지역적 관점에서 전반적인 접근을 통해서 말이죠. 남한에서는 IMF 구제금융 이후 (직접적으로 IMF SAPs에 의해 강제된 사유화에 대항하는) 몇년 동안 사유화반대 투쟁을 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IMF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 적이 없을 정도로 국내정치에 대한 대응에 집중해왔습니다.

 

한편, 이러한 회의가 아시아에서 조직되는 대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산업적 팽창 때문에, 물-에너지도 emerging market의 일부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사유화, 주식상장, 지분매각 등을 통해서 금융화됩니다.


필수서비스 사유화에 대한 사회운동의 접근방식


공공부문의 사유화 반대에 있어허 해당 노조들은 주로 고용, 임금,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이러한 문제가 신자유주의의 문제라는 인식정도에서 사유화반대투쟁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특히 사회운동들의 문제제기는 물-에너지에 대한 인민의 권리, 환경에 대한 권리, 정보의 공개-참여 등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식이더군요. 인민의 보편적 권리의 한 항목이라는 것으로 말이죠.

 

노조와 사회운동의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노조에 있어서도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 사유화 반대투쟁들을 평가할 필요가 있을 텐데요, 남한에서는 사유화에 대해서 공공성-국부유출 이런 방식으로 비판하기는 했는데, 그게(국부유출은 민족주의적인 구호고, 공공성이라는 구호는) 인간-시민의 권리라는 방식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꼭 같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사용하는 개념도 차이가 나는데, 회의 제목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만  남한에서 "공공 public 서비스"라고 부르는 것들을 그곳 논의에서는 "필수 essential 서비스"라고 부릅니다.)

 

공공성 수호라는 구호는 국가가 이런저런 항목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데 더 중점이 있는데, 인간-시민의 권리라는 것은 인권의 항목으로 바라보는 것으로서 접근 방식이 다른 거죠. 공공성 구호가 남한에서 중심이었던 것은 국가가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기도하고, 따라서 사회운동이 국가와 투쟁하는 것에 비중을 두는 상황에 근거하는 것같습니다. 그러나 그것때문에 이 투쟁이 보편적인 인권-시민권을 확장하는 투쟁으로 나가지 못하고 코포라티즘에 수렴될 위험성도 매우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그런 점에서 저는 "사회공공성" 구호에 대해서는 항상 "?"를 칩니다.) 물론, 국가의 책임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함의가 있고 그런 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여튼 남한의 정세에서 운동에도 그런 효과가 발생한 셈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를 상대화하는 대안까지 함께 고려하고 운동에 기입해야한다는 점.


특히 에너지의 경우 지구온난화 문제와 함께 결합해서 인식할 필요성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관심있게 들었던 발제는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에너지부문의 노동자운동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취지에서 배치되었습니다. (옆 사진에서 발제하는 사람은 Red Constantino라는 그린피스 활동가)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는 다른 자료를 참조하면 될 테니 여기서는 생략.  다만 도쿄협정의 CO2 감축 요구는 선진국 정부의 무시는 물론이려니와, 그 자체로도 에너지가격을 높이면서 빈곤층, 노동자에게 고통을 심화한다는 점을 인식해야하고 그런 측면에서 민주적 통제, 세계화반대와 함께 인식해야한다는 접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운동이 체제에 부담을 주고 체제전복적이어야한다는 주장은 월러스틴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러나 환경과 관련된 '산업'자체가 성장할 수 있고, 자본은 여기서도 이윤을 얻을 수 있죠. 그런 점에서 환경규제가 '체제에 부담'을 주는 것인지는 논란이 있습니다. 다만 자본주의 자체가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도록 하는 물질적 한계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 이것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혹한, 주체없는.. 폭력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류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다른 운동적 접근이 필요할 것같습니다.)


남한에서도 공공연맹 안에 에너지관련노조들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라는 것을 구성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에너지 소유-운영구조에 관심이 집중된 측면이 있고 지구온난화문제 등 보다 넓은 환경운동의제에 대해서는 접근이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노조들의 인식이 가지는 편차는 크게 드러나더군요. 환경운동단체들의 주장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같이 할 수 있냐 없냐가 갑론을박. 인도의 어떤 참가자는 화해불가능이라고 주장하기도. 생태주의를 노조의 이념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에너지 부문 노동자 당사자들, 특히 주변-반주변의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체제 대안이라는 것이 해당 부문의 노동자에 대한 대안을 필수적으로 포함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특히 환경운동 진영과 함께 노동자 운동이 고민하면서 공동의 "전략적 합의"를 국제적인 수준에서 만들어낼 필요가 있는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너지분야 분임토론에서 이런 주장을 언급하긴 했는데, 다른 참가자들은 좀 시근퉁 하더군요 ─_─;;)


사유화와 젠더

 

프로그램 중에는 물과 전력의 사유화가 여성에게 특히 문제라는 내용의 워크샵이 있었습니다.  여성이 '가사'유지와 더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인데요, 특히 가정을 유지하는 임무가 여성에게 주어지며, 특히 물의 경우 여성이 획득하도록 요구받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가족구조에서 물을 확보하는 것이 여성의 임무로 규정된 이상 여성들은 물을 얻기 위해서 더 힘든 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죠. 또한 생계를 부양하는 빈곤여성의 경우 공공요금의 인상은 더 큰 부담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해고만이 아니라, 필수서비스, 특히 물의 사유화가 여성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전 발제를 했던 PSI--국제공공노련--는 성주류화전략에 입각해서 여성에 대한 구조조정이 국가의 노동력 개발이나 생산성에도 역행한다는 입장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건 좀 그렇더군요.) 여성노동자의 측면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여성일반의 문제로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정규적인 노동자 인구가 적은 주변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더욱 의미가 있겠더군요. (남한과 같은 사회라고 예외는 아닙니다만.)

 

그런데 이런 문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유화 반대운동을 생계부양자로서의 여성의 피해가 가중된다는 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가는 고민이 필요한 것같습니다. 여성을 사유화 반대투쟁에 동원할 수 있기는 할텐데, 가족 내 여성의 위치를 당연히 전제하면서 고정하는 효과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주변부국가에서 지역차원에서 여성들을 조직하는데는 의미있는 경로일 수는 있겠군요. 가족 내에서 불평등한 여성의 역할을 전제하고 여성을 조직하는 방식은 꼭 이런 예만이 아니라도 학부모의 역할, 가족 내 돌봄노동의 역할 등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어떤 의미일지 어떤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지는 고민해보아야할 것같군요.

 

<더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 글이 너무 길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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