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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8
    문국현이 걱정되는 이유(4)
    겨울철쭉

문국현이 걱정되는 이유

풀소리님의 [문국현이라는 고수의 출현] 에 관련된 글.

문국현이라는 쟁점에 대해서는 한번 메모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풀소리님의 포스팅이 있다. 문국현은 이번 대선에게 가장 눈에 띄는 대선주자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문국현이 제기하는 쟁점이 대중들이 '갈망'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대중들은 이명박류가 제기하는 발전주의 환상에 다시 동원될 수 있고(적어도 현재까지 그것이 가장 강력하다), 혹은 문국현이 제기하는 사회투자국가류의 대안에 솔깃할 수도 있다.

하지만, 풀소리님이 쓴 것처럼, 문국현은 민주노동당에는 가장 강력한 적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여야를 막론하고 다른 보수정당 후보들이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그러나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열심히 다루는 것들--을 말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한미FTA, 농촌, 대안적 발전전략, 중소기업, 남북경협 등등. (그러나 이미 노무현 정권의 정책프레임에 있던 것들이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국현이 민주노동당에게 위험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문국현이 아주 뛰어난 어떤 대안을 제기해서는 아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정치적 입장이 리버럴들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입장이 같다면, 그것이 오히려 실현가능해보이고(당선가능성), 세련되어 보이는(정책역량) 인물에게 투표하는 것이 당연하다.

민주노동당은 정책프레임의 측면에서는 리버럴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구조 안에서 움직이고 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 얼마전에 포스트에도 언급했지만, 예를 들어 권영길 후보의 경제정책은 오히려 DJ의 벤처정책, 북방정책과 유사하고 심상정의 국제경제정책은 스티글리츠를 연상시킨다. 좌파가 형성해야할 정치의 다른 장소--대중정치가 전적으로 부재한 이 판에서 유능한 리버럴을 상대할 수는 없다.

대중을 주체화시키고, 그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운동정치는 이미 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것같다.(하긴 대선을 운동공간이라기 보다는 집권의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순간, 당연한 일이겠지.) 대중들에게, (선거에 제한되지 않게) "함께 이것을 투쟁으로 쟁취합시다"가 아니라 "내가 해드리겠습니다"라는 어법이 전면에 있다. 이것이 "인간이 그 속에서 이 갈등을 의식하고 투쟁으로 해결"(마르크스)하는 영역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과는 이미 몇백광년 떨어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그것이 선거정치의 고유한 한계일지,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대안적인 선거정치, 즉 대중을 수동적 대상으로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선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민주노동당 경선 속에서 드러난 민주노동당의 '정치'란 그 프레임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나 점점 더 짝퉁 리버럴에 불과한 무엇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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