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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0
    런던.여행을 시작하면서.(5)
    겨울철쭉

런던.여행을 시작하면서.

서울에서는 이랜드투쟁과정에서 1000여명의 구사대가 집회 참가자에게 폭력을 휘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손도끼도 등장했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들로 부터 멀리 와있는 게 미안할 뿐이다.

여행을 시작하는 이야기,런던.

지구의 자전 속도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하루를 묵고 런던으로 날아왔다. 시속 900Km가 넘는 속도로 날아왔지만 출발한 곳의 시간보다 런던이 4시간 정도 늦었다. 엄청난 속도로 서쪽으로, 태양으로부터 도망쳐왔지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되지 못한 셈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다시 느끼게 된다. 그런 속도에도 관성,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번 여행이 그런 나의 관성을 넘어서는 혹은 그것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2시간의 비행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노트북에 저장해놓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도둑”을 보았다. 2차 대전 직후의 절망적인 상태의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런 종류의 영화 몇 개를 여행동안 틈틈이 볼 생각이다.) 이 영화는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로마의 실제 거리에서, 그리고 일자리를 잃은 금속노동자나 신문배달 소년을 영화배우로 기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화를 보면서, 여행에 대해서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곳들은, 단지 “관광지” 혹은 좋게 말해서 “역사”들이 있는 곳들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있는 곳이라는 점. 여행을 출발하면서도 벌써 단지 그 세계들을 나의 시각으로만 꿰어 맞추려고 했구나..

이번 여행 속에서 사실 그런 “삶”들을 얼마나 만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 말도 통하지 않고 사람도 제대로 사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만 겸손한 마음으로 찾아가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구의 자전 속도에 겸손해야하는 것처럼.

지구 반대편, 막 도착한 런던은 맑지만, 공기는 차갑고 습하다.

혼자 여행하기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묘한 느낌이다. 전에도 혼자 다녀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멀리 그리고 장기간 혼자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것은 단순한 자유, 그러나 한편 쓸쓸함.

빅벤과 영국의회 건너편 템즈 강변에서 맥주를 혼자 마시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 그렇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역설적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이런 여행인데, 말하자면 누구보다 “나” 자신과 대화하고(사실 말할 다른 사람이 없다), 혹은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쉴새 없이 새로운 생각들을 촉발하는 새로운 대상들을 만난다.

우리 두뇌는 그 대상이 어떤 것이든 새로운 것을 만나면 새로운 사고를 하는 것으로 반응하게 만들어 진 것 같다. 새롭게 만나는 것들이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모두 메모하기도 힘들 정도다.

런던, 제국의 수도

런던에서 이제 사흘(늦게 도착한 첫날을 제외하면 이틀)을 지나면서 받은 이 도시의 첫 인상은, 과연 19세기의 세게 헤게모니 국가의 수도답다는 것이다. 세계제국의 수도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

이곳에는 말하자면 19세기가 넘친다. 런던 시티 안쪽에는 상당수의 건물들이 19세기에 화려하게 지어진 것들이다. 그 것들은 규모자체도 엄청날 뿐 아니라, 그 규모에 비례하는 화려함을 갖추고 있는데, 그 엄청난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마치 앙코르와트와 같은 거대한 제국의 수도가 그곳처럼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을 때.)



이러한 것들을 건설하기 위한 자원을 집중해낼 능력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로 볼거리로 알려진 각종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영국이 가졌던 (프랑스나 독일 등을 생각하자면 근대 세계체계에서 유럽이 가졌던) 힘을 생각하게 한다.

또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여러 인종이 다양하게 그리고 규모있게 섞여서 살고 있다는 점. 영국이 식민지로 지배했던 나라의 사람들을 포함해서 ‘세계도시’라는 말에 걸맞게 많은 인종이 섞여있다.

런던이라는 대도시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영국에서 원래 살던 백인에 1/3 정도되는 다른 인종들이 사는 것 같다. 흑인, 아랍인, 인도인, 동양인 등등. 남한에서 이런 일이 았으면 당장 인종적 증오가 판을 쳤을 텐데, 차별은 존재하더라도 부끄럽지만 나에게는 그들이 같이 어울려 사는 것 자체가 놀라워보인다.

한편, 어제 숙소에서 만난 한 한국사람은 여행하면서 느낀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이, 사람을 밀치게 되면 "미안하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남한에서는 보기 힘든 시빌리테(시민적 에티켓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라는 건데..

아마 여기저기 다녀보면 이런 ‘느낌’이 의미하는 것도 알수 있게 되겠지.
런던에서 짧게 본 것들의 느낌은 내일까지 지나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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