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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9
    3.8, "행사"와 "투쟁"사이(4)
    겨울철쭉

3.8, "행사"와 "투쟁"사이

시청광장에서 진행된 3.8 여성대회 본행사는, 엄청난 돈을 들였다고는 하는데, 죄송하게도 도대체 이런 행사에 왜 나와야하는 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사회자가 민주노총 임원"님"들을 공들여 차근차근 소개하는 가운데 시작된 이 행사는 익숙한 대회사와  "성평등상" 시상식이 이어진다. 수상받은 조직들은 여성 비정규투쟁사업장도 있지만 성'희롱'에 대한 법률적이거나 이런저런 대응을 한 사례가 많다. 도대체 그 조직이 조직내에서 어떤 페미니즘적인 실천을 했는지, 심사와 추천기준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잘 알 수 없다. 성희롱, 성폭력 사건 대응이 노조 여성위원회의 특허전담사업이 되어버린 현실도 한편으로 보여준다.

상을 받는다면 오히려 여성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고 치열하게 싸운 조직들이 모두 상을 받아야하는 것 아닐까?

또 하나의 집회

예컨데, 이런 조직들 말이다.
오전에는 기륭, 뉴코아-이랜드 등 여성비정규직투쟁사업장, 민주노총서울본부, 사회진보연대, 노힘여성활동가모임 등의 단체가 주최한  "3.8 세계 여셩의 날 100주년 투쟁 기획단" 집회가 열렸다.


△ 집회 한켠, 인권운동사랑방의 피켓. "우리들이 행진을 계속하기에 위대한 날들이 온다네. 여성이 떨쳐 일어서면 인류가 떨쳐 일어서는 것"이라는 구절이 마음을 울린다. 영화 "빵과 장미"의 대사라고 한다.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투쟁을 이야기한다. 기륭전자. 학교비정규직, 이랜드일반노조, 광주시청비정규직.. 투쟁으로 비정규직으로 빈곤으로 내몰리는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자고, 연대하자고 호소한다. 투쟁 승리하고 내년 3.8은 현장에서 맞자고 말이다.

3.8을 무엇으로 보는가, 3.8, 여성의 힘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자하는가를 상징적으로 비교해주는 일들이 계속된다.

총선 들러리?

그렇다면, 민주노총의 시청 앞 행사에서는 이들 투쟁사업장이 등장하지 않았나? 아뇨, 그렇지는 않죠.
투쟁사업장 각각의 생생한 목소리가 있었던 11시 집회의 투쟁단위들 몇몇은 단상에 올라갔다. 함께 올라서 미리 쓰여진 멘트를 깔끔하게 읽고 나자, 이런, 사회자가 민주노동당 총선 여성출마자를 단상으로 함께 불러세운다.

투쟁하는 여성노동자를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의 여성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을 통해 총선을 승리하자고 연호를 요구한다. (썰렁한 분위기~)

이 한순간에, 투쟁하는 여성노동자들은 민주노동당 지지를 위한 엑스트라로 전락해버렸다. 민주노동당이 분당된 후에 상황 때문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장의 투쟁에 대해서, 여성의 비정규직화 빈곤화에 대한 어떤 투쟁의 전망도 없이 너무나 뻔뻔하게 후보들을 단상에 올리고 투쟁사업장 동지들을 "활용"하는 모습이 기가 막힌 것이다. 심지어 자신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거부한 뉴코아-이랜드 조합원까지 단상에 올리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라고 하니, 도대체 최소한의 예의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결국 이랜드일반노조 이남신 부위원장이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명 가수나 연예인들이 나왔다는 유관순기념관 행사나 정리집회 행사는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아마도 "문화적으로 풍성한" 어떤 행사를 원했기 때문에 그런 데 돈을 썼을 것이다.

극단 신명 공연, 광주시청비정규직노동자 해고1년

하지만 정작 그날의 가장 감동적인 문화적인 경험은 집회 직전에 시청 광장 한 귀퉁이에서 진행된 '극단 신명'의 광주시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마당극이었다. 작년 3.8일 일터에서 폭력적으로 쫒겨난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작년 바로 그때 박광태 광주시장은 "세계여성평화포럼"을 유치하고 생색을 내고 있었으며, 주류여성운동은 시청 여성노동자 투쟁현장이 아니라 그 행사에 몰려가 주었던 것이다.)

극단 신명은 이 공연 때문에 예정되었던 공연장 대관도, 지원금도 모두 취소되고 말았다. 그러나 공연은 감동적이고, 잘 짜여졌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중간중간 짠하다. 모두 구체적인 현실이다. 한 동지의 말대로, 이 극에는 "어떤 정해진 결말"이 없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더 슬프다. 극은 현실에서,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극을 함께 보는 여성비정규직노동자들, 특히 공공노조 서울지역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분들이 극에 함께 웃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쁘고 마음 한편이 짠했다.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예술이 삶을 이렇게,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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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청비정규직 동지들은 3월10일(월)부터 상경투쟁을 진행한다. 중간중간 일정은 공공노조 홈페이지에 공지될 예정이다. 관심있는 분들의 연대가 있다면 고마운 일이다.
* 광주시청비정규직 상경 투쟁일정(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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