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지중해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0/17
    산토리니, 지중해의 햇빛
    겨울철쭉

산토리니, 지중해의 햇빛

산토리니, 지중해의 햇빛

스위스의 알프스와 함께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자연 중 하나는 지중해에 푸른 바다와 하얀 햇빛이다.

그리스 여행의 전반부는 지중해의 섬 산토리니에서 보낸다. 산토리니 섬은 ‘포카리스웨트’ 광고에 나오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광고에서처럼, 푸른 바다와 하얀 햇빛을 모방하는 것같은, 마을의 하얀 벽의 집들과, 푸른 지붕이 인상적인 곳. 바다 빛은, 하늘빛보다 더 밝은 푸른 색으로 빛난다.



8시간 동안 페리를 타고 오면서 지켜본 바다는, 배에 부딪혀 부숴지면서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거린다. 카프리섬에서 본 ‘푸른 동굴’의 빛과 다르지 않은 빛이다. 잠시 갑판에서 바다를 보고 있다가 빨려들 것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 어지럽다. 조금만 눈을 들어보면, 이런 푸른 색이 수평선까지 끝없이 펼쳐져있다. 장관.

하지만, 이곳 산토리니 섬은 광고에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겠지만 대부분 지역이 황량한 황무지 언덕이다. 화산섬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사막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든다. 나무는 없고 낮은 잡초들만 듬성듬성한 바위 산들.

거대한 화산, 작은 섬

이곳은 기원전 16세기 경에 전성기를 누린 크레타와 함께 지중해의 그리스 문명이 찬란했던 곳 중에 하나라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로 섬 전체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고대 산토리니섬에 있던 문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물론이지만, 이 섬과 교역하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크레타도 큰 타격을 입는다.

이 폭발 이후에 큰 해일피해를 입고 충격을 받은 크레타도 쇠퇴하기 시작한다.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이후에 크레타에서는 타락한 신비주의가 만연한다. 바다의 힘에 대한 공포는 문어와 같은 바다 생물을 상징으로 하는 신을 숭배한다거나, 어린아이를 인신공양을 하는 식으로 나타나고 문명의 밝은 측면은 사라져갔다. 급기야 그리스 반도에서 넘어온 도리아인들에게 기원전 13세기 경 파괴되는데, 이후 다시 고대 그리스 문명이 꽃피는 데까지는 4세기가 지나야했다.

이 사건은 이후에 아틀란티스 대륙에 대한 전설로 기억되는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지진과 화산폭발로 사라진 대륙. 지금도 산토리니 인근 바다에서는 고대 유적이 출토되곤 해서, 섬에는 조그만 박물관도 있다.

섬의 해안에서 보이는 곳에는 화산의 중앙 부분이 있다. 이곳은 지금도 바다 온천이 솟아나고 있어서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다. 서너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산토리니의 내해는 거대한 화산의 칼데라인 셈이다.

바위 언덕, 황량하고 쓸쓸한.

이 곳에 황량해보이는 바위 언덕은 사막과 다르지 않다. 이번 여행에서 이집트, 그곳의 사막에서 하루밤을 보내지 못한 게 가장 아쉬운 나로서는 조금이나마 그런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나할까.



오후에 오른 황무지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은, 푸른바다와 확연하게 대조되는 황량하고 쓸쓸한 바위산의 풍경이다. 따가운 햇빛이 비추는 산턱에는 거친 바위가 널려있고 가시가 달린 낮은 잡초들만 무성한 곳이 펼쳐진다. 산토리니의 이틀째 밤에는 바람소리에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불었다. 거친 바다 바람이 불고 비도 별로 오지 않는 기후는 발목정도밖에 오지 않는 잡초만 자랄 수 있게 한다. 수천년전에 일어난 뜨거운 화산폭발을 아직도 증명하는 것같다.

이 광경은, 어떤 아름다움도 없이 자연이 이렇게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은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것. 혹은 아무 것도 없는 곳. 그리고 말한다. 나의 마음에도 이런 공간이 있는데,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황량하다는 것도 단지 사람의 느낌일 뿐일 텐데, 아무 것도 없는 마음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중해 해안의 하얀집들

지중해 해안에는 산토리니만이 아니라 다른 곳도 보통 하얀색으로 칠한 집들을 짓는다. 산토리니처럼 지붕을 파란색으로 칠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탈리아의 카프리 섬이나,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등의 남부 연안에서도 절벽에 가까스로 하얀집들이 걸린 절경을 볼 수 있다. 그리스의 여러 섬들도 사진으로 보면 대부분 그렇다. 아마도, 지중해의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서는 하얀색으로 칠해진 두꺼운 벽이 유리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하얀 햇빛을 더 밝게 빛나게 하는 하얀 집들과, 하얗게 부숴지는 파도, 어떤 섬들에서는 하얀 절벽까지 지중해와 조화를 이룬다. 해가 질 때는 하얀 벽이 붉게 물드는 모습이 아름답다. 천천히 붉게 물들다가, 해가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그 빛은 사라진다.



여행의 우여곡절

산토리니에서는 페리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들과 함께 숙소를 잡고 같이 움직이다가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일행들이 (무모하게) 렌트한 차량 접촉 사고로, 상당한 과외의 지출이 생기기도 했다. 이곳에서만은 아니지만 여행에서 배운 교훈 중에 하나는, 자신의 판단으로 움직이는 것에 잠시 게으르고 남들을 그냥 따라갈 때 항상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의 긴장된 판단이 그나마 가장 적합하고, 설사 문제가 생기더라도 스스로 고쳐갈 수 있다.
여행에서는 혼자서 걸어가는 법을 배우고, 그렇게 할 수 있어야한다.


(풍차가 있는 언덕으로 빛나는 저녁노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