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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줌마들

동네를 왔다갔다 하면

많은 아주머니들을 만납니다.

 

제가 워낙 소심한 성격인데다가

상대방도 남자한테 말 걸 일은 없으니까

대화를 하는 편은 아닙니다.

 

대신, 주선생님이

미루를 데리고 한번 나갔다 오면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과

한마디씩 나누고, 그 결과를 저한테 얘기해줍니다.

 

 

 

1. 커피점 아주머니

 

"아이고~애가 너무 이뻐, 너무 이뻐~~"

"애는 이쁜 데, 저는 배가 안 들어가서 걱정이예요. 이거 어떡하죠, 이거?"

"아니, 뭘 그걸 들여보낼려고 그래~~그냥 놔둬..."

 

인생을 통달한 사람만이 보여주는 여유가 묻어납니다.

제가 보니까 그 분도 그냥 놔두셨습니다.

 

 

 

2. 분식집 아주머니 

 

"이야..남편이 유모차도 끌어주고...자상하네~~"

"아..네..."

"나는 애 업고 밥 먹고, 애 업고 머리 감고 그랬어..

남편이 하도 안 도와줘서 자상한 남편 보면 부러워~~"

 

주선생님은 저 자상하신 분이

현재 육아휴직 중이란 말까지는 못하셨다고 합니다. 

아주머니 컨디션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말입니다.

 

 

 

3. 공원에서 만난 힘 하나도 없어 보이는 엄마

 

"우리 애는 돌인데, 아직도 밤 중 수유해요...

자다가 몇 번씩 깨는 지 몰라요..."

 

산모들의 첫번째 소원은 '잠 한번 실컷 자보는 것'입니다.

1년이 넘어도 이 소원을 못 이루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모유 수유하는 엄마들이

실컷 잘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야 합니다.

 

 

 

 

4. 공원에서 만난 또 다른 엄마

 

"어..? 아빠는 어디 가셨어요? 아까 같이 계시더니..."

"밥 하러 들어갔어요..."

"정말이요...?"

 

 

 

5. 마사지에서 만난 엄마

 

"나 둘째 임신해서 만삭일때 시어머니 생신이라고

큰 애 데리고 내려가서 시장 가서 장 다~보고, 하루 종~일 음식 하고 왔어요..."

 

말하는 엄마의 눈에 정말 눈물이 맺혔답니다.

 

"애 처음 낳고 손목이 너무 아파서

바닥에서 일어날 때 손목 말고 팔꿈치로 짚고 일어나고 했었는데

나중에는 팔꿈치도 상했어요..."

 

"남편이 그러는데 애 5살 넘으면 자기가 키우겠대...

나는 그냥..억울해 죽겠어요...내가 실컷 고생해서 그때까지 키워놓으니까

지는 쉽게 애 키울려고..."

 

 

 

6. 그 옆에 있던 엄마

 

"남편은 뭘 하라고 구체적으로 딱 안 정해주면 그냥 가만히 있어요...

자기 보는 앞에서 내가 그렇게 고생해도, 그냥 꿈쩍도 안 해..

여보~이 장난감 집어서 저기 상자에 넣어줘요..이런 식으로 얘기해야 겨우 한다니까.."

 

 

 

7. 임신했을 때 같이 수영장 다녔었는데 오늘 우연히 만난 엄마

 

"좋겠다~~나는 주말만 기다리는데...

그때나 돼야 남편이 좀 봐주지..."

 

"남편이 밥을 해요~? 밥 해주면 정말 좋지...

모유 먹이니까 대충 라면 같은 걸로 떼울 수도 없고...너무 힘들어요..."

 

 

 

8. 병원 의사 선생님

 

"육아휴직 냈다구요~? 이야 이 집은 정말 민주적이네...뭐, 먹고 살어?"

"그래서 요새 굶고 있어요..."

 

 

 

9. 밤에 주선생님이 전화 통화한 장모님

 

"어디 가니?"

"응, 엄마...수영장...애 낳고 처음 가는 거야..."

".....역시 애는 둘이 키워야 겠다.."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들 육아 때문에 힘들거나 힘들었던 기억을

마음에 몸에 가지고 있습니다.

 

장모님은 요새,

남자가 왜 육아휴직을 해야 하는지를

진심으로 아시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요즘 남자의 육아휴직을

법으로 의무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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