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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 육아

주선생님께서

'베이비 토크'라는 책을 사서 읽더니

 

어제 밤에 저한테 한참

책 내용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핵심은 아이한테

열심히 말을 걸어주라는 겁니다.

 

대신 유의할 점이 있는데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말하고

"손가락 하나, 손가락 둘"과 같이 반복을 많이 하고

아이가 내는 소리는 같이 따라 해주고

풍부한 표현으로 맛깔스럽게 말해야 한다 등이었습니다.

 

또 미루처럼 4개월쯤 되면

주위 사물을 쳐다보는데

 

그때 아이가 쳐다보는 사물이 뭔지를

열심히 얘기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

주선생님이 미루를 데리고

방에 들어간 후

 

전에는 안 들리던

대화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모.기.장~모.기.장~~"

주선생님의 실천이 시작됐습니다.

 

"모기~애애앵~퍽! 모.기.장~"

 

주선생님은

미루가 쳐다본 사물, 모기장을

 

모기가 날라오다가

모기장에 부딪히는 장면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미루가 반응합니다.

 

"어이~~"

 

주선생님이 따라합니다.

 

"어~이~~"

 

또 반응합니다.

 

"오..오..."

"오오...오오...."

 

"하아...히이..."

"하아아...히이..."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더니

어느새 미루는 졸려합니다.

 

"으...으......"

 

그런데 주선생님은

계속 미루를 따라 합니다.

 

"으...으....."

 

이제 미루는 힘들어 합니다.

 

"으에...으에...으아..."

 

하지만 주선생님은

결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으에..으에...으아....."

 

그러더니 이제는 미루 발가락을 셉니다.

 

"발가락 하나~발가락 두울~발가락 세엣~~"

 

발가락이 열개 뿐이라서

주선생님은 곧이어 다른 걸 해야 했습니다.

 

이번엔 뭘 하나 가만히 들어봤습니다.

 

"두두두두두두두둥~~~"

 

주선생님.

되는 대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오호~~미루가 손으로 발가락을 잡았어요~~"

 

급기야 대사에 리듬을 붙이더니

혼자 너무 신나하면서

이번엔 '발'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발은 미루 몸에 붙어 있는 다리에 붙어 있는 발이예요~~

우와~~~발이다아아~~~~"

 

진작부터 졸려하던 미루는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된 듯 했습니다.

 

"으으아아으아~~~"

 

인제 좀 재우면 좋겠구만

주선생님 이성을 잃고

계속 미루를 따라 합니다.

 

"으으아아으아~~~"

 

"이야..으으..."

"이야..으으응...."

 

미루 울음소리는 점점 짜증스러워지고

주선생님 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으으아..."

"으으아..."

 

"끼잉...끄..응..."

"끼잉...끄...응...."

 

 

"...."

 

 

미루가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어? 잠들었나? 그럴리가...'

 

제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미루는 이제 주선생님이 도저히 따라할 수 없도록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 정신이 번쩍 든 모양입니다.

 

"어~미루야..인제 잘려고? 그래..그래~~"

미루를 어르고 달래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방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주선생님이 최후의 수단으로

미루한테 젖을 물린게 틀림없었습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잠이 들었습니다.

 

말걸기 육아 첫날

'미루의 상태를 봐가면서 하자'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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