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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잔치

미루 돌잔치에

식구들 10명만 모이기로 했는데

소문이 퍼져서 17명이 모였습니다.

 

17명이 앉을 수 있는 방은

꽤 그럴 듯한 규모입니다.

 

앞쪽 가운데에는

돌잡이를 위한 상이 놓여있고

 

그 뒷 벽엔

주선생님과 제가 심혈만 기울인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이런 날 아니면

못 먹는 음식들이

줄지어 나옵니다.

 

어쨌거나 이럴 땐

많이 먹는 게 남는 겁니다.

 

미루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싱글 거리다가

가져온 이유식을 잘 받아 먹고 놉니다.

 

무슨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도 아니라서

우리는 그냥 밥을 열심히 먹었습니다.

 

그 사이 작은 아버지들께서

봉투를 주셨습니다.

 

식사를 마치신 후에는 할아버지께서

봉투를 꺼내서 주시는데 엄청 두껍습니다.

 

"이건 미루한테만 써라"

 

이걸로 미루 통장을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액수가 정말 큽니다.

 

이것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돈도 없는 분이 증손자한테 마음을 크게 쓰셨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서

자연스럽게 돌잡이를 합니다.

 

상 앞에 앉은 미루는

맞은 편에서 열 몇명 되는 어른이

다들 자기를 보니까 멈칫합니다.

 

그러다 공책에 손을 댑니다.

 

"상구 형은 미루가 뭐 집었으면 좋겠어?"

"나? 돈!"

 

누군가가 돈과 공책의 위치를 바꿔놨습니다.

제 소원이 이뤄지도록 한 배려입니다.

 

자, 이제 미루가

손을 쭉 뻗습니다.

 

쌀그릇에 손을 푹 집어 넣었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집으라고

연호했지만

미루는 쌀만 가지고 놉니다.

쌀을 집어서 돈 위에 뿌립니다.

 

제가 외쳤습니다.

"그래~미루야. 밥 많이 먹어라!!"

 

사람들한테

쌀을 집으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좋은 뜻이야. 잘 살라는 뜻"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보통 이런 대답을 애매모호한 대답이라고 합니다.

 

"자, 인제 갑시다"

 

정말 밥만 먹고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인사를 하고 헤어집니다.

사촌동생은 쉬는 날이라서 그냥 시골에 내려왔다가

얼떨결에 합류했다는데 실컷 먹고 나더니

천냥 빚을 갚을 결정적인 한 마디를 합니다.

 

"형수님, 1년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형님, 1년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1년 동안 수고 많았던 건 맞습니다.

그 말이 듣고 싶기도 했습니다.

 

고생스러웠던 것만 치면

육아휴직을 또는 못하겠다 싶습니다.

 

근데 요즘 들어서는

앞으로 한 동안

지난 1년이 무척 그리울 것 같습니다.

 

요새 주선생님이랑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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