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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05
    선생님 화이팅(2)
    너나나나
  2. 2007/04/05
    놀이집 가는 길(2)
    너나나나

선생님 화이팅

주선생님이 아침 일찍

미루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놀이집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답니다.

 

주선생님은 놀이집 선생님이

경험도 많고 아주 좋은 분이라고

한참 칭찬을 했답니다.

 

"미루가 그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야, 그치?"

 

놀이집에 갔습니다.

오늘도 미루는

선생님을 만나서 신나게 놀 겁니다.

 

놀이집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그만 두셨답니다.

 

불안이 엄습합니다.

 

놀이집에서 나온 후

저는 조용해지고

주선생님은 말이 많아졌습니다.

 

갈증이 납니다.

우유를 사러 들어갔습니다.

 

"저 아줌마는 왜 하나도 안 웃긴데 웃냐"

 

라디오에서 나온 유치한 유모어에

슈퍼 주인 아줌마가 반응을 보였다고

주선생님이 슈퍼를 나와서는 막 투덜거립니다.

 

골목을 걷는데

차 한대가 옆을 휙 지나갑니다.

 

"뭐야! 너만 피하고 난 피할 자리도 안 만들어주고..

차에 치일뻔 했잖아"

 

이번엔 저를 구박합니다.

점점 까칠해집니다.

 

"어? 근데 왜 5천원짜리가 없지? 아... 진짜 오늘 되는 게 없네"

 

뭘 살려고 5천원을 가지고 나온다는 게

놓고 온 모양입니다.

 

아침에 그걸로 빈라덴 접으면서 놀더니

그대로 두고 나온 게 틀림 없습니다.

 

"미리 말 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그 선생님 좋았는데..."

 

역시 주선생님이 말이 많아지고 까칠해졌던 건

놀이집 선생님이 바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불쑥 선생님 바뀌었다고 하면 우린 어떡해, 미루는 어떡하고"

"그래도 미루는 잘 적응할거야..그렇게 믿자"

 

하루 종일 걱정 때문에

속이 시끄러웠습니다.

 

드디어 미루를 데리러 가는 시간

놀이집에 도착했는데

문 밖으로 애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엄청 통곡을 합니다.

 

문을 열었습니다.

미루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돼서 울고 있습니다.

 

속이 미어집니다.

적응이 힘들었나 봅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굉장히 난감한 얼굴로 우릴 봅니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지 몰라서

멍하게 서 있는데

주선생님이 미루를 확 받아 안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많이 힘드셨죠? 그래도 내일은 좀 나아질거예요.

선생님 화이팅!!!"

 

주먹까지 불끈 쥐어 보입니다.

 

최소한 인상이라도 팍 꾸겨야 할 판에

주선생님은 제가 생각지도 못 한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얼굴에 생기가 도는 듯 했습니다.

제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습니다.

 

놀이집 선생님이 주선생님한테는

여성노동자로 보였답니다.

 

돌봄노동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응원해주고, 고생한 만큼 대우해주는 거랍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선생님 방식이

미루의 놀이집 생활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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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집 가는 길

"갈치, 팔뚝만한 갈치를 싸게 팝니다."

 

놀이집에 가는 길입니다.

아파트 어귀에서 갈치를 팝니다.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떴다 하는

갈치가 한 마리에... "

 

공원에는 산수유, 매화 같은 꽃들이

퍽퍽 피어올랐습니다.

 

"근데 갈치가 눈을 깜박거려?"

"글쎄, 이상하네.."

 

"저거 들으니까 생각난다"

"뭐가?"

 

얼마전에 여의도를 지나다가

제가 들었던 소리는 이랬습니다.

 

"민주애국시민여러분! 말린 오징어 한마리가 천원, 천원

말린 오징어 한마리가 천원. 말리는 인건비도 안 나와~"

 

주선생님과 잡담을 즐기는 사이

버스가 왔습니다.

 

"아차! 약 넣었어?"

"응"

"깜딱 놀랐네"

 

주선생님은 요새

많이 놀랄 때

꼭 깜딱 놀랐다고 합니다.

긴박함이 잘 드러나는 표현입니다.

 

"그거 캐릭터로 괜찮겠다.'

"뭐가?"

"깜닭이 어때 깜닭이. 얘는 항상 놀란 표정을 하면서 '아잇! 깜딱이야' 이렇게 외치는 거지"

 

'이렇게?"

주선생님 놀란 닭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그럴 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는 지금 미루를 놀이집에

데려다 주는 길입니다.

 

처음엔 그렇게 서운하고 아쉽고 그랬는데

지금은 놀이집 갈 때 둘이서 수다떠느라 바쁩니다.

미루는 그냥 달랑달랑 매달려 있습니다.

 

놀이집 문 앞.

미루한테 좀 미안합니다.

마음을 듬뿍 담아서 인사를 했습니다.

 

"미루야...오늘도 놀이집에서 잘 놀고..좀 있다 만나자!"

 

미루를 맡기고 나오는 길.

몸이 아주 가볍습니다.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씨..젖 얼린 거 안 가져왔다"

 

발걸음이 더욱 빨라집니다.

요새 집중력이 좀 떨어진다 했더니

이제는 미루가 놀이집에서 먹을 젖도 빼놓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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