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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4/25
    잠을 못 자다(2)
    너나나나
  2. 2007/04/25
    아프고 나서
    너나나나
  3. 2007/04/25
    수족구(2)
    너나나나
  4. 2007/04/25
    고집이 생기다
    너나나나

잠을 못 자다

어제는 10시 30분 쯤에

좀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자다가 생각해보니까

제가 참 곤히 잘 잡니다.

 

이 추세대로만 자면

아침에 정말 가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잉잉잉"

 

계속 잘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시간을 보니까 새벽 1시 10분입니다.

 

징징대는 미루한테

주선생님이 젖을 먹이고

저는 옆에서 사소한 보조를 했습니다.

 

"그 애기 있잖아..발견됐대"

 

제주도에서 실종됐다던

9살 먹은 꼬마가 결국 죽어서 발견됐다고

주선생님이 얘기해줬습니다.

 

젖을 다 먹이고

주선생님은 다시 잠을 청합니다.

 

"상구, 왜 그래?"

"응...잠이 안 와서"

"내가 아까 그 얘기한 것 때문에?"

 

요샌 정말 그런 일이 생기면

심장에서 눈물이 나 죽겠습니다.

 

미루 얼굴을 한 번 보고,

밖으로 나와 책상 불을 켰습니다.

2시 15분.

 

아침 7시까지 잠을 못 자고 앉아 있다가

미루 이유식 만들고

주선생님 깨우고

놀이집 보낼 준비를 했습니다.

 

주선생님은 밥을 먹다가

"그런 애들 때문에라도 요샌 천국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합니다.

 

살아 있을 때 잘 살고 말자는 게

주선생님과 저의 평소 생각이지만

이럴 때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범인은 전과21범이라고 하던데

21번 감옥을 들락날락 거리는 동안

한국의 교정사업은 그 사람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했나 봅니다.

한심하고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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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나서

수족구 때문에

엄청 아프고 나서

많은 게 변했습니다.

 

우선 오전에 놀이집에 맡길 때

미루가 엄청 웁니다.

 

"어찌나 울던지 속상해 죽는 줄 알았어"

 

수족구 이후 첫날

미루는 아침에 놀이집 맡길 때에도 울었는데

오후에 찾으러 갔을 때도 울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타는 가슴은

아예 무너집니다.

 

놀이집에 있는 시간을

점점 늘리려고 했던 우리는

미루를 다시 오후 2시에 찾기로 했습니다.

 

수족구 후 둘째날

미루는 여전히 울면서 헤어졌습니다.

 

"내가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친구한테 전화를 해봤거든?"

 

당분간 놀이집에 맡기지 말고

미루를 집에서 데리고 있어야 하나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는데

주선생님이 매우 그럴듯한 설명을 합니다.

 

"아프고 나면 애들이 잘 안 떨어질려고 한대...

그때 놀이집 안 보내면 애들은 인제 안 가는구나 좋아하는데

그러다가 다시 보내잖아? 그러면 절망감이 더 커진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대신에 일찍 찾는 건 좋은 것 같애.

그러면 미루가, 놀이집은 안 갈 수는 없는 곳이구나. 하지만 내가 힘들면

엄마 아빠가 일찍 찾으러 오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역시 힘들고 어려울 때

감동의 멘트로 상황을 돌파하는

주선생님 답습니다.

 

말을 듣고 보니

다시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래! 우리 잘 해 보자!!!"

 

수족구 후 셋째날. 오늘 아침.

 

놀이집에 들어간 미루는

밖에서 다 들리게 비명을 질렀고,

주선생님은 한참 동안 밖에 서 있었답니다.

 

자신감은 다시 사라지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그때, 미루가 운 거 아닌대요?

미루가 들어오자 마자 다른 애가 비명을 지르면서 울더라구요"

 

미루는 오늘 놀이집에서 잠도 자고

재미있게 놀기도 했답니다.

다시 적응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제야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놀이집 적응은 이렇게 어렵지만

미루는 아프고 나서

갑자기 똑똑해졌습니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손으로 물건을 가리키면서

말도 막 합니다.

 

아프고 나면 애가 팍 큰다는 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이래서 놀이집에도 다시 빨리 적응하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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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구

미루는 놀이집

새싹반입니다.

 

새싹반에는 미루 말고

경률이하고 지원이가 있습니다.

 

지난 주 일입니다.

 

"경률이는 안 왔어요?"

"네, 경률이가 수족구에 걸렸어요"

 

수족구.

처음 듣는 말입니다.

물 속에서 하는 족구 같습니다.

 

어쨌거나 미루 친구가 아파서

놀이집에 못 나왔다는 게 좀 안쓰러웠습니다.

 

"상구~어떡해!! 미루 수족구 걸렸어"

 

그 날 오후

미루를 데리러 간 주선생님이

저한테 전화를 해서 절규합니다.

 

수족구가 옮았답니다.

미루도, 지원이도 모두 수족구에 걸렸습니다.

 

병원에 들렀다가

약국에서 만난 지원이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당장 지원이를 놀이집에 못 맡기니까

내일부터 자기가 직장에 데리고 나가야 하게 생겼답니다.

 

뭐든지 제대로 하는 미루는

수족구도 제대로 앓았습니다.

 

손,발,입에 물집이 생긴다고 해서 병 이름이 수족구라는데

물집만 생긴게 아니고, 체온이 40도를 넘었습니다.

 

"지원이는 좀 어떻대요?"

"지원이는 열은 안 난대요"

 

고열이 없으면 수족구는 별로 힘들지 않은 병이랍니다.

미루는 3일 내내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밤새도록 15분에 한번씩 깼습니다.

 

해열제를 먹이고

물로 닦아줘도 열은 그대로였습니다.

 

수족구에 걸리면 소화기능도 떨어지고

입 속 물집 때문에 밥도 거의 못 먹는답니다.

 

미루는 밥은 엄청 잘 먹었습니다.

이유식을 아주 차갑게 해서 줬더니

덥석덥석 받아 먹습니다.

 

다 토했습니다.

 

너무 힘이 드니까

미루는 72시간 내내

주선생님한테 찰싹 붙어서 안 떨어졌습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얼굴에도 힘이 없고

눈에도 힘이 없습니다.

 

축 처져서 그냥 주선생님한테

붙어 젖만 빱니다.

 

좋을 땐 아빠랑 노는데

이렇게 아픈 결정적 순간엔

주선생님을 찾았습니다.

 

주선생님은 3일 동안 미루를 안고 있느라고

정말 완전히 녹초가 됐습니다.

 

전 미루가 아픈 내내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미루가 주선생님한테만 붙어 있어서

몸은 별로 안 힘들었습니다.

괜히 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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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이 생기다

"으아아아~끼야악~"

 

"쟤 왜 저래?"

 

같이 밥을 차리다가

주선생님이 미루한테 갔습니다.

 

"미루야? 왜 그래?...책 읽어달라고?"

 

주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니까

잠잠해집니다.

 

요새 미루한테

고집이 생겼습니다.

 

좋고 싫은게 분명해 지고

원하는 걸 갖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긴 겁니다.

 

"미루야, 밥 먹자~"

 

의자에 앉혀놓자 마자

미루는 몸을 앞으로 확 뻗어서

식탁 위에 있던 제 숟가락을 집습니다.

 

"미루야, 그거는 아빠 꺼고, 이게 니 꺼야..."

 

"끼야악~~"

 

큰 숟가락을 절대 안 놓습니다.

미루 전용 숟가락은 받아서 바닥으로 던집니다.

 

큰 숟가락으로 식탁을 탁탁 치더니

이유식 그릇에 푹 집어 넣습니다.

 

"미루야, 아~이유식 먹어야지"

 

주는 건 안 받아먹고

자기가 직접 밥을 퍼먹으려고 합니다.

 

그릇에 따로 이유식을

조금 덜어줍니다.

 

"여기...미루 밥~ 자, 니가 퍼서 먹어봐"

 

큰 숟가락을 희한하게 움직이더니

밥을 풉니다.

 

입으로 가져가는 길.

 

숟가락은 거의 90도 각도로

세워져 있습니다.

 

숟가락에 실려 있던 밥 뭉치가

조금씩 조금씩 떨어집니다.

 

그래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미루입 입니다.

 

"그래, 옳지! 옳지! 우리 미루 잘 한다~"

 

마침내 미루는 숟가락을 입에 물었습니다.

숟가락 손잡이 중간 부분을 물었습니다.

숟가락이 너무 길어서 밥이 담겨 있는 끝 부분은 못 뭅니다.

 

그래도 고집이 있지

미루는 다시 밥을 푸더니

이번엔 손을 뻗어서

주선생님한테 밥을 줍니다.

 

주선생님이 조금 받아 먹자

손을 휙 휘둘러서

저한테도 밥을 나눠줍니다.

 

미루가 고집도 생기고

인정도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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