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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터미널'..외국인 넉달째 인천공항 체류

<한국판 `터미널'..외국인 넉달째 인천공항 체류>
 
[연합뉴스 2004-09-14 09:37]
 
(영종도=연합뉴스) 임주영기자 = 한국 입국이 거부된 다수의 외국인들이 인천공 항에서 집단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여권이 없어 넉달째 공항안에서 장기 체류중인 외국인도 있다.
이는 최근 개봉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서 고국에 쿠데타가 일어나 여권효력이 정지되면서 입국이 거부돼 뉴욕 JFK공항에 장기 체류하게 된 남자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14일 인천국제공항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 출신의 남자 A 씨는 지난 5월1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입국이 거부돼 국내로 송환됐다.

A씨는 한국을 출발, 스위스에 도착해 여권을 찢고 망명을 요청했으나, 스위스 정부가 심사 끝에 "망명을 시도할 난민으로 볼 수 없다"며 우리나라로 추방한 것.

결국 A씨는 이전 경유지인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여권이 없어서 국내에서도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무국적자'로 판명, 입국이 거부됐다.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A씨는 자신이 아프리카에 있는 모 국가 출신이며, 자신 의 국가는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A씨의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 일본에 있는 A씨 출신 국가 의 대사관에 연락을 취한 뒤 신원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A씨의 여권과 탑승권이 없어서 확인에 시간이 걸렸고, 출입국사무소측은 A씨를 입국 터미널내 모처의 `출국 대기실'(Detention Room)에 머물게 했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이 흘러 이달 13일까지 120일이 흐른 것.

현재 출국 대기실에는 A씨를 비롯, 범죄전력 등 명백한 거부사유로 입국이 불허 된 다수의 외국인 입국 거부자들이 기거하고 있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매일 20∼30여명이 대기실에 머물며, 입국거부 당일 송환되 는 사례가 많지만 여권 재발급을 기다리다 1∼2주일 이상이 걸릴 때도 있다.

이들은 경유 공항에서 다른 공항으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환승여객(Transf er Passenger)과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행동에 제약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한 정된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공항 노숙자'인 셈.

그러나 공항 당국이 의식주 해결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며, 대기실에는 침상ㆍ화 장실ㆍ샤워실과 TV, 인터넷, 공중전화까지 설치돼 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다.

동남아 출신 입국거부자가 많아 특정 언어로 된 기내 신문도 매일 제공된다. 장 기 체류자의 경우 옷을 빨아 널고 잠을 자는 등 `일상생활'도 편안히 유지하고 있다.

A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 관계자는 "대기실 외국인의 상당수는 불법체류를 위해 입국을 시도하다 좌 절된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적법절차에 따라 이전 경유지로 송환되는 게 원칙이며 A씨도 여권이 나오는 이달말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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