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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판결 릴레이 인터뷰 (3)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해고자 이동우 (전 기아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 동지 인터뷰

  • 분류
    The FocuS
  • 등록일
    2014/11/13 16:15
  • 수정일
    2014/11/13 16:17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9월 25일 기아자동차 하청노동자들이 낸 불법파견 소송에서 재판부는 앞서 현대자동차 하청노동자들에 내린 것과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기아자동차는 불법성이 명확한 혼재작업(같은 라인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작업하는 형태) 비율이 다른 완성차 공장에 비해 낮은 탓에 현대자동차와 달리 불법파견 문제가 크게 제기되지 않았으나, 이번 판결로 생산라인의 하청노동자는 모두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대상이 될 길이 열렸다. 하지만 최근 기아차 지부와 사내하청분회는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언제가 될 지 모를 대법원 판결을 보고 논의한다는 합의를 체결하여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분노를 샀다. 이번 판결의 영향 및 합의서 체결 후 공장 상황에 대해 화성공장 해고자이자 1사1조직화 이전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이었던 이동우 동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노신]


기아화성은 혼재 작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그동안 불법파견 투쟁에서 비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기존에 합법도급으로 여겨온 이른바 진성도급은 물론이고 컨베이어 작업에서 합법도급을 인정하지 않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청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판결인데, 화성 공장에서 파장은 어떤 것 같습니까?

말씀하신대로 기아차는 전반적으로 혼재작업이 적어서 노동부 불파 판정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파견 투쟁에 집중하기보다는 노동조합을 통한 임금과 고용조건 개선 투쟁에 집중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선언적인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었지요.

그 속에서 21대 집행부 시절 최병승 동지의 법정투쟁 결과를 보고 하청분회 차원에서 대규모 불법파견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사업이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인정한 숫자가 적어 조합원들의 관심이 적었던 이유도 있지만, 화성공장의 경우는 조합원동지들의 평균연령이 고령인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임금 및 단협 개선투쟁으로 정규직 전환을 위한 끝장투쟁보다는 점진적인 개선투쟁에 힘이 실린 것도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활동가들 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차별받는 비정규직 내의 비정규직 문제, 즉 식당과 청소노동자들의 차별, 2·3차 하청과 계약직노동자들을 노조 조합원으로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산발적인 투쟁이 있었습니다.

물론 금번 불파 판결의 의미는 유의미한 측면이 존재하고 현장에서도 파장이 없지 않습니다. 소송의 당사자를 비롯한 조합원들이 판결 결과의 의미를 현장에 알려내고 지부, 지회, 분회 차원의 투쟁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조합원들도 현대차 동지들의 투쟁이 이런 결과를 가지고 왔다는 점을 인식하고 집행부가 더욱 원칙적인 입장을 가지고 현대차 동지들과 연대해야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울산지회에서는 판결 이후 노동조합 가입 문의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화성공장에서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떠합니까?

먼저 지난 9월 판결 이후 화성 현장의 상황이 급변했던 것을 말씀드려야겠네요. 우선 기아차 사측은 현대와 마찬가지로 000명 특별채용의 형태로 불파 문제를 비껴가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교섭 자리에서 150명->200명->350명 순으로 선고 전까지 어떡해서든 현대와 같은 결과의 특별교섭 합의안을 도출하려 했습니다. 그리고는 00명 수준의 정규직 신규채용을 하면서 예년과는 다른 더 많은 수의 예비합격자를 뽑아놓고 합격자를 발표하지 않는 꼼수를 부렸고요. 사측 입장에서는 정규직 채용에 응한 노동자들을 투쟁에 나서지 않게 만들어 놓고 특별채용 카드로 노조와 합의안을 만들어서 불파 시비를 비껴나가려 한 것이지요.

여기에 노조의 대응이 무척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당장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원년을 만들겠다면서 수 년 째 임단협 요구안에 올렸던 정규직화 요구에 예년처럼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여 왔으니 말입니다. 기만적인 특별채용 제시안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투쟁에 나서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교섭자리에서만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는 투쟁 계획을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현대차 동지들의 선고에 이은 기아차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우리의 투쟁으로 만든 결과는 아니지만 기회가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은 미흡하기만 했습니다. 공세적으로 선고 결과에 따른 전원 정규직화 제시안을 사측에게 요구하고 투쟁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교섭에만 매달렸습니다. 임단협 투쟁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기에 더더욱 시기상 호기로 볼 수 있지만 지부와 분회 집행부의 판단은 현장과 달랐던 모양입니다.
 

결국 합의서가 나오지 않았나요?

예. 기아차는 1사1조직이라 지부 임원과 3분회 분회장이 포함된 교섭단이 하청사장단과 교섭을 진행하는 데요, 결국 임단협이 마무리되기 일주일 전, 지부와 분회가 반노동자적인 합의서를 작성하고 말았습니다. 합의 주체마저도 개인적으로는 별 의미 없는 합의라고 인정했다던 합의였습니다. 아니, 사실 의미 없는 걸 넘어 지금까지 목숨 걸고 구속과 해고, 고소고발, 가압류에 굴하지 않고 투쟁했던 동지들을 배신한 합의였습니다. 대법원까지 불파소송을 끌고자하는 사측이 원하는 내용 그대로를 인정해준 합의였단 말입니다.

현장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합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다가 활동가그룹들의 선전을 통해 그 실상을 알고서는 경악했었습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실망한 것 또한 사실이고요. 한 조합원의 말처럼 고생은 고생대로 한 사람들은 따로 있고 거기에 편승해서 아예 상을 뒤엎은 합의서였기에 무척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판결 때문에 조합원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긴 한가 봅니다. 분회의 경우 이전 입장 보면 “전원 정규직화”라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는 척하면서도 이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었는데

분회 집행부는 임단투 내내 사측에게 전원 정규직화 로드맵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었습니다. 이 말인즉 전원 정규직화 계획을 내놓고 이에 따른 순차적, 단계적 정규직화 제시안을 내라는 내용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말조차 단순한 립써비스에 불과한 것이 이번 불파 합의서 내용에서 명확히 드러난 거죠. 판결 이후 딱 한번 조합원 공청회를 열어 소송을 확대하고 전원 정규직화 투쟁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이런 쓰레기 합의서를 쓴 거니까요.


하청분회에서 임단협 결과에 대해 부결선동을 한 건 왜 그런 거죠?

정규직 임단협 잠정합의 이후 몇 시간을 끌면서까지 분회 요구 내용을 더 수용해줄 것을 요구했었지만 정규직 임원이 무시하고 직권조인을 해 버린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다 들어줬는데도 마지막 순간 지부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죠.


이런 분회의 행태에 대해 조합원들도 많이 실망했을듯한데?

현장에서는 분노와 허탈감 보다는 냉소와 조롱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지부와 분회가 한 몸이 되어서 그렇게 전국 비정규직 동지들을 배신하는 합의서를 써놓고서 이에 항의하며 합의서 폐기 교섭장 투쟁을 하는 활동가들을 일부의 난동으로 교섭조차 진행되지 못했다고 매도하고. 그래놓고는 결국 분회 교섭에서 지부에게 뒤통수 맞고는 부결 투쟁을 이야기하는 건 웃기는 짓이라고 조합원들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파 문제에 대한 분회의 태도에는 아무 변화가 없나요?

임단협 투쟁이 가결로 결정 난 이후인 지금까지 분회 집행부의 태도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불파 선고에 따른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도, 현대차 동지들과의 연대를 통한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도 시도조차 되지 못하고, 불법파견 정규직전환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원년은 말로만 덩그러니 남게 된 꼴이죠. 거기 더해 투쟁하는 동지들을 배신하고 사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적은 대법 결과에 따른다는 합의서가 남아있고요. 이렇게 해놓고 뻔뻔스럽게도 지난 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하다니 참 으로 공허할 뿐입니다.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부침이 심했던 과거로 봤을 때 불법파견 투쟁에 한계와 난점이 많은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사내하청 운동의 주체로서 그동안 지켜보신 불파 투쟁 과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불파 투쟁의 과정과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불파투쟁의 핵심 대오에 비껴있었던 화성과 개인적 상황에서 단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고 할 수만은 없고, 선고에 대한 무조건 환영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법원 결과에 따라 투쟁의 부침이 심한 법정투쟁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투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금번 판결 또한 노동부나 검찰, 사측이 주장했던 것에 비해 확대된 내용이 있지만 그 안에서 소외된 하청노동자들, 조합원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식당과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그들입니다. 이 속에서 소송의 확대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소송 당사자 만의 투쟁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정규직 조합원들의 호응 또한 이끌어내지 못하겠지요. 우리가 비정규직 투쟁을 하면서 그렇게 욕했던, 차별에 둔감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에 갇혀있던 일부 정규직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적 다툼으로 간다면 아예 파견법 적용조차 받지 않아 소송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런 노동자들까지 포괄해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송을 투쟁의 매개 중 하나로 명확히 하고, 조합원들에게 법원의 판단은 자본에게 늘 유리했던 과거와 투쟁을 통해서만 조금이나마 유리해질 수 있다는 현실, 투쟁을 통하지 않고서는 2심이나 대법원에서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다는 미래를 정확하게 공유한 가운데 조합원들과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법정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망과 과제를 갖고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아에서는 활동가들 사이에 뭔가 준비되고 있는 계획이 있습니까?

상당기간 분회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금번 합의서 폐기투쟁을 경과하면서 정규직·비정규직 활동가 내에서 불파투쟁을 비롯한 정규직 전환투쟁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있으며 불파 소송을 비롯한 정규직 전환투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논의들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현대차 동지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정규직 전환투쟁을 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불파투쟁을 거칠게나마 현장에서 평가해보고 투쟁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하는지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나누는 토론회 같은 거라도 열어서 거기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해주셨듯이 화성 분회에는 조합원들 중에서도 이번 판결이 적용되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한다면 이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식당과 청소 조합원들에게 이번 판결이 적용되지 않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측도 식당과 청소 조합원들에게는 선고 결과와 합의서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해당사항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더군요.

개인적인 고민으로는 불법파견을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들 전반의 정규직화 투쟁을 고민하면서 접근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법조차 지키지 않고 십 여 년 간 통상임금을 떼먹고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착취해왔던 자본에게 이제는 우리가 당당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도 서비스, 청소, 간병, 설치기사, 보육, 학교 비정규직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공장에서도 불법파견에만 갇히는 것이 아닌, 불파를 비롯한 공장 내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하고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는 것, 이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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