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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FocuS]되살아나는 공안탄압의 망령

  • 분류
    The FocuS
  • 등록일
    2011/08/02 14:20
  • 수정일
    2011/08/02 14:22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1 7월10일 새벽 경찰은 2차 희망버스 집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에게 최루액을 뿜어대고 방패를 휘둘렀다. 그것도 모자라 무차별 연행을 시도해 50여명을 그 자리에서 끌고 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7000여명의 시민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85호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 응원의 마음, 공감의 마음을 전하려던 그 소박한 희망은 경찰의 잔인한 폭력에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2 7월10일 오후 국정원 등 공안당국이 북한 노동당의 지령을 받아 국내에 ‘지하당’ 형태의 반국가단체를 조직한 혐의로 노동계, 학계, 언론계 인사 10여명을 수사 중이라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의 집과 직장은 압수수색 되었고, 그 중 한명은 이미 구속되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뭇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공안당국의 언론플레이가 과거 군사정권 시절과 꼭 닮아 있어 시대를 거스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공안탄압의 칼을 또 다시 빼들었다. 레임덕의 격랑을 맞고 있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결코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2008년 촛불시위에서 확인되었듯이 대중 스스로 사회적 요구와 불만을 직접 제기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재현될 조짐을 보이자 내년 선거를 앞두고 사전정비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전적 수법의 공안탄압

올해 들어 정권의 공안수사는 끊이질 않았다. 공안당국은 구시대의 악습인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각계각층을 차례로 탄압했다. 지난 3월 대학생 동아리인 ‘자본주의연구회’를 시작으로 5월에는 청년단체와 노동단체인 ‘6․15 공동선언 실천 청년학생연대’,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수사하며 조직사건 만들기에 나섰다.

현재 공안당국의 탄압양상은 이들 모임이나 단체 모두가 국가권력이 소위 ‘친북세력’이라 규정짓고 단죄하려 했던 통일운동 진영이라는 점에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기의 조직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87년 민주화 투쟁의 수혜를 입은 386 세대들이 집권세력의 일부로 편입된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공안사건이 주로 통일운동 진영에 국한되었다. 민주화 시대의 유산자임을 자처한 자유주의 정권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노동운동에 대해 강경탄압을 유지했지만 사회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기존의 보수진영과 차별화를 꾀해 이념적 유연성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을 통해 10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보수진영은 ‘잃어버린 10년’ 청산작업에 나서며 민주주의적 요구와 권리 전반에 대한 탄압을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되돌리려 했다.

때문에 적용 법률도 집시법이나 국가보안법만이 아니라 형법의 각 조항들, 통신비밀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선거법 등 적용가능한 모든 법률을 찾아내 노동자서민의 반정부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억압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운동세력에 대해서도 자유주의 정권 이전처럼 통일운동 진영 뿐 아니라 사회주의 정치를 표방한 운동세력까지 국가보안법을 확대․적용하였다. 그 결과 이명박 정권 들어 공안사건은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에 공안당국은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다시 통일운동 진영으로 집중하고 있다. 급기야 이들에 대해 북한의 지령으로 지하당을 만들려고 했다는, 과거 70~80년대에서나 있었을법한 조직사건으로 엮어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있다. 이러한 양상 변화는 지금 사회전반에 걸친 대중운동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최근 대중운동의 양상

작년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와 복지, 그리고 평화를 바라는 대중의 정치적 열망이 재확인된 자리였다. 천안함 사태로 이명박이 기획한 여론통제나 북풍몰이는 되레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반면 무상급식을 비롯한 보편적 복지는 사회적 의제로 추인 받았다.

그럼에도 대중이 제기한 사회적 요구와 불만은 거리의 민주주의로 움터 나오진 못했다. 수출 대기업들의 화려한 실적과는 대조적으로 고물가 속에서 전세대란, 등록금 인상 등 서민경제의 주름살이 깊어가고, G20에 반대했다고 처벌당한 ‘쥐벽서’ 사건처럼 최소한의 민주주의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지속되었지만 제도정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이 직접 발언하고 직접 행동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찾기란 좀처럼 어려웠다.
 

 

△6월 10일 등록금 촛불집회

하지만 지난 6월의 반값 등록금 운동은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50억 원대의 자산가이기도 한 오세훈마저 자녀 등록금 부담으로 허리가 휜다는 마당에 서민가계의 한계치를 넘어선 등록금 인상은 분명 전사회적인 문제였고, 반값 등록금 운동은 그래서 빠르게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물론 정권을 향해 이명박의 대선공약을 이행하라고 청구하는 반값 등록금 운동이 지닌 정치적 한계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보다 주목되는 건 이를 계기로 대중의 잠재력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겨울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에서 가능성을 내비친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에 기초한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자발적인 실천은 반값 등록금 운동 과정에서도 그 보폭을 이어갔다.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다양한 요구와 그 표출은 특정 쟁점으로 한정되지 않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되어 재점화된 거리의 민주주의는 6월 반값 등록금 운동에 이어 7월에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로 확산되었다.

한진중공업의 노조 지도부가 지난 6월 말 자본의 정리해고 방침에 사실상 백기투항을 했음에도 85호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립되지 않고 오히려 여론의 중심에 선 것은 이렇듯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전사회적인 대중운동의 확산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투쟁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무대가 재형성되는 과정에서 그 물꼬가 터진 계기는 바로 광화문 거리에서 연행을 각오하며 반값 등록금을 외쳤던 통일운동 세력의 한국대학생연합에 의해서였다.

현재 통일운동 진영은 사회적으로 활성화 되고 있는 대중운동에서 주요한 세력으로 나서고 있다. 때문에 공안당국은 이들을 우선 지목하며, 그동안 대학생모임․청년단체․노동단체 순으로 간헐적으로 수사한 밑그림을 가지고 이제는 본격적인 공안탄압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이명박의 레임덕과 공안탄압

등록금․정리해고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노동자서민의 요구가 전사회적인 지지를 얻어가자 이명박도 처음엔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레임덕으로 인해 여론이 더 악화되는 것을 우려했던 탓이다. 지난 6월10일 1만여 명의 시위대는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거리행진을 갖기도 했다.

이렇듯 시간은 이제 이명박의 편이 아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차기주자들 간에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이명박은 자칫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집권 후반기 이명박의 강공은 결국 앞으로 거세질 정치적 불안감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인다.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이 7월15일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 자리에 자신의 측근인사를 내정한 다음 이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정라인을 통제해 임기 말 권력누수를 최소화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정권의 기강확립에 나선 이명박이 겨냥하는 탄압방향도 반MB 전선으로 수렴되고 있는 민주대연합에 대한 ‘판 흔들기’로 설정했을 개연성이 높다. 통일운동 세력 중심인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을 대표해 야권연대의 한축을 이루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명박의 공안탄압은 민주노동당에 타격을 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대중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통일운동 진영을 향해 색깔론 공세를 퍼부음으로써 향후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하는 한편 북한의 억압적 체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민주노동당, 나아가 민주노동당이 참여할 야권연대에 대한 지지이반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뿐만 아니라 전교조에 대한 대규모 탄압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공격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지난 7월21일 검찰은 전교조 교사 200여명을 공무원 신분으로 민주노동당에 한 달에 5천원에서 2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냈다고 무더기로 기소했다.

이는 전교조에 대한 무력화 공세이자 노조 등 기존 운동세력의 소액기부금이 당 재정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우회적인 공격을 의미한다. 현재 검찰의 내사 대상자는 1500여명이어서 실제 기소자는 1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런 만큼 민주노동당의 정치활동 자체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정권의 의도는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서 압수수색까지 했다는 것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통상 공개수사 전 정보수집만 담당하고 이후 사법처리 과정은 경찰과 검찰에 넘겨왔다.

하지만 이번에 국정원은 반값 등록금 운동 배후에 북한이 연계되어 있다며 학술단체인 한국대학교육연구소를 직접 압수수색하고 증거물이 없다는 증명서까지 발부했다. 국정원의 이러한 움직임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점에서 일견 해프닝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국정원이 나설 정도로 정권 내부의 사정이 있음을 오히려 방증하고 있다.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투쟁 필요해

국정원까지 동원한 이명박의 공안탄압의 실체는 지난 7월29일 검찰의 발표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7월 들어 모두 5명을 구속하고 12명을 압수수색한 결과 ‘반국가단체 왕재산’ 사건으로 이름 짓고, 수사대상에 현직 구청장 2명을 포함해 시의원과 구의원 등 민주노동당 당원과 민주당 전 당직자까지 포함되어 있음을 공개했다.

공안당국의 이러한 수사확대 및 강행방침은 지난 6월 이후 탄력을 받고 있는 대중운동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통일운동 진영을 겨냥해 조직사건을 터트려 분위기를 공안정국으로 몰아가면서, 거리의 민주주의에 동참한 개개인들을 향해서도 법에 따라 엄벌하겠다는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이미 지난 6월부터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시민 중 200여명에게 소환장을 보낸 데 이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가자들 가운데에서도 120여명에게 소환통보를 하고 있다. 3차 희망버스가 끝난 직후인 8월1일에는 서울 대한문 앞 ‘희망단식단’ 농성장과 서울 시청광장 부근의 재능교육노조 농성장을 기습적으로 침탈했다. 경찰의 이 같은 탄압은 국정원의 색깔론 공세와 함께 대중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구시대적인 공안탄압으로 지금 전개되고 있는 대중운동을 위축시키고, 사회적 저항의 움직임을 차단하겠다는 정권의 의도부터가 순진하고 단순한 생각이다.

한진중공업을 향한 3차 희망버스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만여 명의 참가로 대중운동의 물줄기가 정권의 기대처럼 줄어들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이후 4차 희망버스를 8월 하순 서울에서의 대규모 시위로 예고하고 있다. 또한 통일운동 세력과 투쟁거점들에 대한 탄압으로 대중운동의 흐름을 끊어내려는 정권의 의도와 달리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중의 집단지성은 그 누구의 뜻도 의지도 아닌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이는 존중받아야 하며, 또한 더욱 더 확대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찰의 강경대응과 국정원의 공안탄압으로 본격화 하고 있는 정권의 공격에 대해선 민주노동당과 통일운동 진영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자서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정치사상의 자유를 억누르는 정권의 탄압이 최소한의 생존권, 최소한의 민주주의마저 짓밟는 데 있음을 함께 인식하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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