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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일터의 작업- 상량문

예전에 하던 일 하면서 썼던 글들

내가 쓴 건 위의 설명 뿐이고 해석은 문화원장님께서 ㅋㅋ

요거 해석요청하러 다니는 과정, 그래도 재미있었다

 

집을 지으며 담았던 마음


원운교마을에 살고 있는 전진기 씨는 약 4년 전 예전 집터를 허물고 새로 집을 짓는 과정에서 상량문을 발견하였다. 전진기 씨는 이 상량문을 표구하여 집에 보관하고 있다.

상량이란 기둥에 대들보를 얹고 그 위에 처마도리와 중도리를 걸고 마지막으로 마룻대를 옮기는 일을 말하며 상량을 올리는 날 고사를 지내는데 아래의 문서는 고사를 지낼 때 읽었던 상량고사축문이다.

이 상량문이 작성된 시기는 1817년이며 작성자는 정동기라는 분인데 이 분이 자신의 집을 짓는데 상량문을 직접 작성했는지 아니면 남의 집 짓는데 상량문을 대필해 주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축문에는 백운과 마령 일대의 지명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데 이 중 내동산의 과거 한자표기가 萊東山이 아닌 內洞山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상량문 내용으로 보아 상당히 큰 집이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상량고사축문

 

 

 

歲次 丁丑七月癸卯朔十九日辛酉 

때는 정축년(1817년) 칠월(초하루 간지는 계묘) 십구(신유)일 (양력으로는 8월 13일)에


幼學 鄭東起 敢昭告于 后土土地神 今營新基建屋宇于日吉辰良 玆以上樑

유학(벼슬하지 않은 유생) 정동기는 삼가 토지신께, 이번 집짓는 공사에 일진이 좋아 이에 상량함을 고하나이다.


述夫 무릇

地已平矣 爰及經始之功  材旣良哉方建棟樑之美

 

 

대지는 이미 고르고, 이제 일을 경영하려 하니, 좋은 재목과 동량들이 준비되었습니다.


吉宿照臨之地 福神下降之辰 

길성이 비치는 터, 복신이 내리는 때에


惟我 생각하니


舊基移居 家業新創 

옛터에서 이거하여 가업을 새로 일으키면서,


美地初奠乃相土地之宜 嘉慶恃期爰占福祿之永

좋은 땅에 먼저 제사지내고 토지의 길흉을 판단해보니, 경사스러움을 믿고 이에 복록이 영원할 것을 점지하나이다.


地靈鍾異下臨百尺之雲橋 天極垂光上照一片之營室

지령이 뭉쳐 백척을 내려와 운교(리)에 이르고, 천극의 광채가 드리워 한조각 영실(건축지)을 비춥니다.


乃營慶(결)之建  爰選工(결)之良 ->

이에 멋진 집을(?) 지으려 함에, 솜씨 좋은(?) 목수를 골라 놓고,(훼손으로 판독이 불가능한 한자가 있어 해석이 미흡함)


礎繡方花已運泰山之玉石 樑掛雲漢爰來遠方之梓桐

방화무늬 주춧돌은 태산의 옥석으로 이미 실어왔고, 대들보에 걸칠 건자재(은하수)는 멀리서 온 가래나무와 오동나무랍니다.


種大德於先世擬高大之于閭 望餘慶於後孫期挑李之狄檻

선대에 대덕을 심고 우공(중국의 인물)의 집과 같은 높고 큰집을 짓는 이유는, 후손들이 경사스럽게 적인걸(중국의 인물)의 도리화원같은 누각을 꾸미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貴則曰卿曰相 富則乃積乃倉

벼슬하게 된다면 공경이나 승상일 것이며, 부자가 된다면 (재물이) 창고 가득이 쌓일 것입니다.


翬飛詹簷末耀壯居之門欄 鷰語簾前賀新成之棟宇

처마 끝은 마치 날아갈 듯 하고, 집은 웅장한데, 제비들은 지지배배 주렴 앞에서 새집 짓는 걸 축하합니다.


夢於霄夢於畵 惟熊惟羆,  寢于地寢于床 弄璋弄瓦

마치 하늘에 있는 양, 그림 속에 있는 양, 꿈꾸며, 오순도순, 바닥에서나 침상에서나 뒹굴며 아들딸 낳고 살으리니


榱桷秩秩 子孫綿綿

서까래는 가지런하고 자손들은 면면할 것입니다.

 

 

堂廡向陽人莫及於高明之德 丙峰尖筆世不乏於文士之名

큰집이 양지를 향하니 사람들의 고명지덕이 미치는 않는 곳이 없고, 남쪽(병방)에 문필봉이 뾰족이 솟았으니 문사의 이름이 대대로 줄지 않으리오,


傳之子傳之孫自千世而萬世 居斯土居斯室乃有始而無窮

전하고 또 자손에 전하여 천만세를 이 터와 이 집에 살게 되어 무궁할 것입니다.


抛樑東 (註 : ‘포량’은 들보가 울리는 소리를 의미하는 관용어.)

동쪽 들보 울리니

馬耳峰頭淑氣浮 爲誰雙尖如許立 精神淸爽揷雲留

마이산 봉우리에 맑은 기운이 뜨고, 누구라 뾰족한 두 봉우리 세웠는가, 정신도 상쾌하게 구름 속에 꽂혀있네.


抛樑南 남쪽 들보 울리니

德泰山光垂且奇 美峙村前連地脈 諸峰羅列似孫兒

덕태산 빛이 드리우니 그 또한 기이하다. 미재마을앞 지맥이 이어져, 여러 봉우리 나열한 모양이 마치 손자들 같구나.

 

抛樑西 서쪽 들보 울리니

內洞山前水抱回 其上鍾生佳麗地 依然金谷好樓臺

내동산 앞 물이 휘감아 도는 가운데, 그 위에는 아름다운 땅이 맺혔고, 금곡의 멋진 누대는 의구하네.


抛樑北  북쪽 들보 울리니

地闢名區是馬靈 多小村家回首處 山光水色繞門欞

땅이 트여 보이느니 이름하여 바로 마령이로구나. 크고 작은 촌가들 고개 돌리는 곳, 산빛과 물색, 창문을 두르네.


抛樑上  위쪽 들보 울리니

上有銀河一帶橫 風起天街雲歸盡 吉星垂影夜三更

하늘에는 은하수가 걸쳐있고, 바람이 하늘에 일어 구름을 밀어내니, 길성이 그림자를 드리워 야삼경일세.


抛樑下

아래쪽 들보 울리니

簾滴靑山若有情 生色門閭千萬載 承承繼繼好家聲

주렴에 청산의 흔적 만약 유정하다면, 집안 문려 천만년 생기가 돌고, 좋은 가문 이어가리.


[축문해석 자문 : 진안문화원장 최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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