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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님

 

촘촘하게 스며드는 연애 극락 칼럼니스트 임경선 524호

촘촘하게
스며드는


연애 극락

칼럼니스트 임경선 

 

Q 착한 남자 만나고 있음요. 괜찮지만 심심해서 문제. 요즘 나쁜 남자가 자꾸 눈에 들어와서 확 사겨볼까 싶은데, 어째요?
A 만나. 괜찮아. 어릴 때 백신 맞아야 뒤탈이 안나. 나쁜 남자 젊어서 한번은 거쳐야 해.
 


Q 우린 만나면 밥 먹고 섹스만 해요. 이 남자 날 사랑하긴 하는 걸까요?
A 그럴 나이야. 너도 좋아서 하는 거잖아. 왜 자꾸 남이랑 비교해서 모범적인 답에 맞추려 그래? 걔랑 그걸 하는 게 더 좋으면 하면 되는 거야.

 

Q 연애, 밀고 당기기 잘해야 오래 사귄다는데 도저히 못하겠어요.
A 그거 안 해도 오래갈 애들은 오래가.

 

Q 여자친구만 보면 성욕이 제어가 안 됩니다. 결국 하고... 후회합니다.
A 피임이나 열심히 해.

 

Q 모태 솔로입니다. 노력하지만 안 생겨요.
A 이성을 특별한 존재로 보지 말고 친구에서 시작해. 인간적으로 친해진 후 천천히 시도해봐. 

 

 


접수된 대학생 질문에, ‘캣우먼’ 임경선은 역시 거침이 없다. 국내 최초 연애칼럼니스트로 현재 메트로‘임경선의 캣우먼’, 한겨레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을 연재하고 있는 그녀는 냉철한 분석과 명쾌한 글로 연애에 좌절하고 애태우는 청춘에 바이블이 됐다. 그녀는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않으며 대책 없이 비해피 빅스마일을 주문하지도 않는다. 그 안에서 발화되는 것들은 언제나 미화되지 않는 현실이다. 점점 뚱뚱해지는 여자친구가 싫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살을 빼라고 말하든지, 헤어져라. 연애는 동정이 아니야”라 단호히 말하고 고졸 남자를 만나는 명문대 출신 여자에게 “날 속물이라 욕해도 좋아, 그거 분명히 문제돼”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이건 센세이셔널하다. 급기야 남자가 데이트에서 돈을 많이 내길 바라는 소위 ‘된장녀’에게 “그런 욕망은 스스로 혹은 네 부모에게 엉겨 붙어 해결하도록”이라 했던 통쾌하고 걸쭉한 표현이 인터넷에서 크게 지지를 받으며 화제가 됐다. 그래서, 툭 까놓(는 척하면서 욕먹을까 긴장하면서)고 물었다.
이 뜨거운 여름에 미지근한 우리는 어쩌나요?

 

 


이 뜨거운 날에 연애 좀 하여라

 

Q  해도 괴롭고 안 해도 괴롭다. 도대체 연애는 왜 해야 하는 건가?
A  연애의 효용은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거지. 정말 즐거워. 괴로움이든 아쉬움이든 아득함이든 씁쓸함이든, 그런 감정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야. 연애는 데이트처럼 단순히 어떤 취미를 함께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밀도 있게 맺는 거거든. 대화를 많이 하고 서로 딱딱 맞아서 상대에게 스며들면 그 자체로 희열이 되는 거야.

 

Q  하고 싶어도 못한단 대학생이 많다. 어흑. 
A  취업 때문에, 뭐 때문에 연애 못한단 말은 핑계야. 연애는 프로젝트가 아니야.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거지. 좋아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좀 터줘. 흐름을 좀 막지 마. 그리고 사람 없다 징징대지 말고 주변에서 좀 찾아봐!

 

Q  상담 하다 보면 보통 어떤 질문이 가장 많이 들어오나?
A  ‘연애 한 번도 못해봤어요. 어떻게 하면 사귈 수 있나요’ 이런 거. 블랙홀 같은 대답, 이젠 그만하고 싶어 진짜. 영원한 질문이야. 젊을 때 남자 여자 만나는 건 자연스러운 건데 애들이 왜 이렇게 자발적인 본능이 없어? 감도가 떨어져! 그리고 이건 몇 번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왜 자꾸 실적주의로 가는 거야? 요즘 대학생 보면 인간관계 전반에 취약한 것 같아.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걸 싫어해서 피하려 하고 힘겨워해.   

 

Q  확실히 관계에서의 수동성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하나.
A  이건 그냥 거치는 수밖에 없어. 두려운 상황들은 머리로 시뮬레이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 예전에 내가 공황장애가 있어서 치료를 받았었는데, 의사가 하는 말이 그걸 고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교로 확 가서 걷는 거래. 가서 두려움과 직접 마주쳐 보는 거지.

 

Q  상담해주는 사연의 조건은 뭔가?
A  긴 질문은 안 읽어. 그건 그냥 자기 한탄이야. 자기 안에 갇혀 있는 애들한테는 어떤 말도 의미 없어. 자기 생각을 한번 밖으로 걸러내 본 애들은 문장이 정리돼 있어. 그건 글 실력이 아니고 성의와 자기 검열의 문젠데, 그게 되어 있는 애들 걸 보는 거지. 그리고 그중에서도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해서만 대답하고. 대학생한텐 잘 안 해줘. 그땐 어차피 뭘 해도 상처가 금방 잘 아무니까. 

 

Q  질문에도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있을까?
A  남자는 시작 전과 끝난 직후에 질문해. 어떻게 사귈지, 어떻게 다시 만날지 같은 거. 그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그런데 여자는 연애 내내 그 중간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디테일하게 질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Q  가장 짜증 나는 질문은 뭔가?
A  남자를 긁는 여자들. 걔네는 항상 불만이야.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자꾸 남자를 거기에 맞추려 그래. “날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러는 거지. 그건 횡포야. 그럴 거면 사귀지 마. 기본적으로 사람은 변화되기 힘든 존재야. 더 웃긴 건 그렇게 남자한테 요구하는 것들이 스스로 만든 기준도 아니야. 남들 시선 의식해서 그러는 거야. 아까 밥 먹고 섹스만 해서 불만이란 고민도 그래. 자기도 좋긴 한데 괜히 남들 보니까 커피숍 가고 미술관 가고 그래야 할 것 같은 거야. 고상한 척 하지말라 그래. 왜 건전하고 바람직한 상을 그려서 맞춰 들어가려고 해?

 

Q  남과 비교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 동의한다. 그런데 남과 다르다 싶으면 불안하니까.
A  그게 왜 불안해? 난 이해가 안 가. 왜 그렇게 평균치를 만들려고 그래? 우리가 남의 관계를, 상황을, 뭘 얼마나 알 수 있겠어. 그런데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있어. 너무 유치해.

 

 

여자의
퀄리티를
위하여

 

Q  칼럼 연재와 라디오 진행하면서 ‘연애 상담가’로 유명해졌다.
A  어우, 난 연애 상담가라는 타이틀 싫어. 나는 기본적으로 남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연애라는 소재는 트렌디하고 연속성이 있어서 관심 있는 주제고, 상담이라는 형식은 소재가 안 떨어지고 내 문체와 잘 맞아서 많이 쓸 뿐이야. 

 

Q  연애 상담은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일인 것 같다. 남의 인생에 개입하는 것 아닌가.
A  전혀 안 부담스러워. 나는 매체를 통해서, 상담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내 관점을 말할 뿐이야. 1:1의 관계로는 절대 안 해. 메일로 개인적인 상담 많이 오는데, 그런 건 절대 답장 안 해.

 

Q  당신은 매체에 나오는 다른 카운슬러는 해주지 않는 말을 한다. “여자는 귀여워야 해” “밀고 당기기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하더라” “살부터 빼” 이런 말들. 정말 솔직하다.
A  나한테 도발, 도도, 당당, 솔직 이러는데 그런 평가 너무 싫어. 그건 이 사회가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거야. 솔직한 게 어떻게 사람을 설명하는 형용사가 될 수 있어? 너무 당연한 게 캐릭터가 된다는 게 웃겨.

 

Q  남성팬이 많다는 것이 재밌다. 돈 안 쓸 것 같은 소개팅 남 때문에 고민하는 여대생에게 ‘연인은 의식(衣食)해결용 아냐’라는 조언했던 글 같은 경우,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A  나는 기본적으로 공평한 걸 좋아해. 여자들이 여자임을 이용해서 어리광부리고 그러는 거 너무 재수 없어. 전통적인 성역할에서 못 벗어나는 여자도 많아. 나는 여자라는 성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이 여자들이 더 강해지고 퀄리티가 높아졌으면 좋겠어. 내 글 쓰는 모티브는 지금 여기 매력적인 여자들이 많아지는데 일조하는 거야.

 

Q  당신이 말하는 매력적인 여자의 정의를 내려달라.
A  항상 내 키워드는 자발성이야. 내 생각이 얼마나 오리지널한 것인가가 중요해. 그게 이미 스스로 채워져 있고 실행할 용기도 있는 여자. 남의 상황을 부러워하거나 비교하지 않고 하루하루 더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을 통제할 뿐 남을 통제하려 하는 않는 여자. 멋있지.

 

 

 

요리사는 집에서 라면 먹고, 개그맨은 집에서 과묵하다는데, 연애칼럼니스트의 연애는? 오오, 일치된다. 스스로 표현에 따르면 ‘연애 체질’이다. 첫 연애는 열다섯. 중간 휴지기 없이 대학 때는 여자 친구들 눈치 보일 정도로 계속 캠퍼스 커플이었고 직장 다니면서는 꾸준히 사내커플이었다. 외국 남자와 결혼할 것 같다던 친구들의 예상과 달리, 만난 지 3개월 만에 청혼을 해온 한국 토종 남자와 9년 전 결혼해 지금은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다. “아쉬워요. 그럼 앞으로의 연애는 어찌 되는 건가요?”


“남편은 바다같은 사람이야. 좋은 남자 보더라도 어른들의 성숙한 관계로, 건전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놀만큼 놀았고 연애 할 만큼 했어. (웃음)”


연애는 끝나도 연애 관련 글은 진행형이라서 올해 안에 30대 여자들의 독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 출간될 예정이다. ‘연애’라는 키워드로 유명해지긴 했으나 방점은 ‘칼럼니스트’에 찍힌다. 그녀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글을 써낼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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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칼럼] 이마트 피자 사건과 '거머리'

"'이념적 소비'?…정용진 부회장에게 답한다"

[우석훈 칼럼] 이마트 피자 사건과 '거머리'

기사입력 2010-09-21 오전 9:27:48

 
지난주에 이마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 때 일반 피자보다 덩치가 커 보이는 피자판을 들고 계산대에 선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운 바로 '이마트 피자'라는 걸 처음 보았다.

몇 장면이 겹쳐 보인다.

연초에 호주 시드니에 간 적이 있었는데, 대형 슈퍼에서 술을 살 수가 없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시드니에서 술은 소형 술 전문점에서만 살 수가 있단다. 꼭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유사한 경험이 스위스의 쮜리히에서도 있었다. 쮜리히에는 시 외곽에 몇 개의 대형할인매장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주류를 팔 수가 없다. 그대신 '쿱(Coop)'이라는 상호를 단,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자영업연합에 쮜리히시가 건물을 제공하여 백화점처럼 집단적으로 모인 그런 상가에서만 술을 판다. 술 같은 것은 그냥 팔아도 될 것 같은데, 많은 도시들은 자체적인 제도를 가지고 대형할인매장에서 못 팔게 한다.

밀라노파리는 자영업자들이 무너지지 않고, 그것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해서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도시로 분석할 때 빠지지 않는 도시들이다. 파리 시내 즉 1존에는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올 수가 없고, 보통은 지하철 종점이 위치한 2존과 3존 정도에 위치하게 된다. 대형할인매장이 시내로 들어오면, 프랑스가 자랑하는 그런 문화와 럭셔리 업종들도 위험하게 될 뿐더러, 지역경제가 붕괴하게 되니까 너무 시내 안 쪽으로는 들어오지 않게 하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셈이다. 시간 제약도 있다. 너무 늦게까지 슈퍼들이 영업을 하면, 우리 식으로 말하면 구멍가게 즉 소매점들이 무너지니까 시간제약을 둔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영국 유통점 '버진'이 샹젤리제에 들어올 때, 이걸 허가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프랑스 전체가 논쟁을 한 적이 있다.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이런 대형할인매장 논쟁은 보통 '월마트 논쟁'이라고 한다. 월마트가 저가 제품 그리고 저가 임금으로 파고들어올 때, 과연 이게 미국 경제 혹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었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살아있는 뜨거운 논쟁이다. 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모두 무너진 국민경제가 건전한 경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이게 월마트 논쟁이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에서 철수한 '꺄르푸르'가 이런 전략을 썼기 때문에 캬르푸르 논쟁이라고 한다. 지역의 자영업자와 소상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게 유통자본이 생산자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의 국민경제에 대한 논쟁 중에 가장 뜨거운 논쟁이다. 우리도 몇 년 전의 할인카드와 연계한 프랜차이징 빵집으로 인한 자영업자 빵집 논쟁이 한 번 있었고, 최근 SSM이 동네 슈퍼까지 전부 잠식하는 것으로 인한 또 다른 논쟁이 요즘 뜨겁다. '이마트 피자 사건'의 한 단면은, 소상인들과 지역경제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여기에 닿아있다.

또 다른 장면이 하나 더 있다.

낙동강 페놀 사건 이후, 90년대 중후반 삼성현대, LG와 같은 재벌회사들이 환경경영 선언을 한 적이 있다. IMF 경제 위기 이전, 많은 사람들이 재벌해체를 요구할 때, 기업이 자발적으로 환경에 관한 노력을 최대한 하겠다고 사회에 약속했던 적이 있다. 대규모 공장을 운용하다보면, 크고 작은 오염 사고가 생겨나게 된다. 그런 환경선언 이전에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환경 사고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대기업들이 발뺌을 하던 게 흐름이었다. 그러나 낙동강 페놀 사건은 이 흐름을 바꾸었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기업들이 어쨌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환경경영을 하겠다고 사회에 약속하는 선언을 한 적이 있다.

품질경영, 환경경영, 윤리경영 그리고 지난 정부에서 했던 상생경영까지, 시대마다 키워드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업들도 최대한 자신들이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물론 많은 경우, 생색내기에 불과한 때도 있고, 책임은 약간만 지고 이미지 광고의 대상으로 써먹기도 해서, 이런 것들이 기업의 '윤리화'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최근 유행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 같은 것이다. 미국의 MBA 과정에도 사회적 기업이나 책임경영 같은 것들이 대표 과목으로 등장하는 것을, 어쨌든 기업 패러다임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소비자 쪽에서도 미세하지만 패러다임의 변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3세계 생산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득을 주고 싶다는 '공정 무역',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하겠다는 '윤리적 소비', 심지어는 관광지의 주민들과 생태계에 되도록이면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책임 관광' 등, 소위 '현명한 소비자' 아니면 '착한 소비자' 등 "싼 것이 최고다"라는 소비자에서 점점 사회적 주체로 소비자가 자신의 위상을 전환시키는 것이 21세기의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관찰한 것이다.

이런 몇 가지 흐름들을 염두에 두면서 보면, '이마트 피자 사건'은, 신세계라는 회사가 너무 옛날 방식으로 '박리다매' 그리고 '문어발식 독점'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한국의 국민들도 이미 1970~80년대의 저개발 국가 시절의 그 국민들이 아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었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식의 소비를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소비자들도 이미 등장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갑자기 착해진다거나 근본적으로 천사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례를 들어보자. 국제적으로는 악명 높은 대형곡물상에 불과한 스위스의 네슬레라는 회사가 있다. CIA와 결탁해서 아얀데 정권을 전복시켰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돈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다국적기업이다. 그러나 스위스 안에서 스위스 국민들에게는 천사의 얼굴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런 네슬레가 한국에 진출하자마자 "노조부터 만드세요"라고 말해서, 많은 기업가들과 분석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때 네슬레가 한 대답이 "노조가 없다면 누구랑 임금협상을 하는가?"였다. 그게 일종의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것이다. 좋게 얘기하면 대기업이 되면, 이 정도 기준은 지키자는 것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선진국에서는 천사처럼, 후진국에서는 악마처럼, 이중 기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강한 소비자가 있는 나라에서는 대기업들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하고, 소비자들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나라에서 대기업은 순식간에 지역경제를 쓰러뜨리고 독점구조를 만드는 흉폭한 존재로 돌변한다.

'이마트 피자 사건'은, 대기업 특히 최근 문제를 일으키는 유통 자본들이 한국의 국민들과 어떠한 관계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다.

"너희들은 싸고 맛있는 피자만 주면 되는 소비자들 아니냐?"

신세계가 이렇게 사회에 답을 한다면, 피자 매출은 약간 늘지도 모르지만, 신세계라는 기업은 '반 사회적 집단'이라고 근본적으로 등을 돌리는 국민들이 더 많아지게 된다. 어차피 마시는 커피라면 얼마를 더 지불하더라도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를 마시겠다는 국민들이 이미 10%는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동네 피자가게가 망하든 말든, 나만 살겠다고 하는 집단을 좋게 이해할 리가 없지 않은가?

피자 팔아도 된다. 그러나 최소한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말을 하고, 지역경제에 이윤의 일부를 환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신세계의 이미지는 좀 다르게 형성될 것이다. 귀찮기는 하지만, 유통자본의 횡포 그대로 내버려두면 국민경제가 버틸 수 없기 때문에, 현명한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소비 행위를 가지고 귀찮게 만드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어쩔 것인가?

▲ <완벽한 가격> 표지. ⓒ프레시안
도대체 신세계는 어떻게 피자를 싸게 팔 수 있게 된 것인가? 본인들은 자신들이 '혁신'을 통해서 싸고 맛있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원료를 대량구입하면서 생산자에게 '꺾기'를 통해서 후려치고, 더 많은 비정규직의 임금을 쥐어짜서 싸게 만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경제 내에서 소비자들은 돌아서면 노동자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임금을 깎아서 가난한 노동자들이 더 저렴한 상품을 소비하게 될 때, 지역경제는 어떻게 되고, 서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게 월마트 논쟁의 핵심이었다.

피자 한 판을 놓고도 그 상품의 생산과 유통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와 임금관계 그리고 지역 상인들의 삶을 고민하는 존재가, 이미 한국에서도 하나의 유행처럼 등장하기 시작하는 현명한 소비자 개념이다.

"한 번 먹어보고 말하시라…."

이런 대답은 지금 현명한 소비자들이 신세계에게 기대하고 있는 답변은 아니다.

"문제는 이제 알았으니, 같이 고민해봅시다."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2010년의 한국 대기업이 소비자들 앞에서, 그리고 지역경제 앞에서 내놓는 정답이 아닐까? 환경경영과 관련해서, 삼성, 현대, LG 같은 대기업들도 이미 10여년 전에 이렇게 사회에 답을 하였다. 신세계 경영층, 너무 옛날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 마음으로 21세기에 기업과 국민의 화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세계 경영진들은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 엘렌 러펠 셀의 <완벽한 가격>이라는 책을 한 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괜찮게 판매되고 있는 책이다. 피자 만들면서 이게 '혁신하는 대형할인매장'이라는 주장이, 미국 기준에서도 얼마나 '올드 보이'의 발상인지 알게 될 것이다. 엘렌 러펄 셀에게 '이념'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현명한 소비를 주도하는 미국의 중산층들에게 '이념적'이라는 무지막지한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건 그냥 유행이고, 흐름이지만, 일정한 방향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발전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관련 기사: 정용진, '이마트 피자' 비판에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나?")

▲ 류승완 감독의 영화 <짝패>의 한 장면.

두꺼워서 이 책을 읽기가 어렵다면, 류승완 감독영화 <짝패>를 권해드리고 싶다. 거기에 동네 호프집 사장이 된 왕년의 동네깡패 두목 안길강이 서울 '본사'와 결탁한 조폭 두목 이범수에게 이런 대사를 날린다.

"니가 거머리냐, 이놈 저놈 닥치는 대로 피 빨아먹게…."

이마트 피자 사건은, 신세계에게 '거머리'라는 이미지를 뒤집어씌울 위험이 있는 사건이다. 잘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국민과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원한다면….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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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휘순의 노래 개그

     

    박휘순의 노래 개그는 천재적이라고 생각함.
    이렇게 똑똑한 색휘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

    1. 김동률-아이처럼 & 코리아나-손에 손잡고
    "사랑한다 말하고~벽을 넘어서"

    2. 만화 '메칸더 V' & 장윤정 -어머나
    "메칸더 메칸더 메칸더~ 이러지 마세요"

    3. 박상민-해바라기 & 비틀즈-렛잇비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상에 말 다 지우니 이말 하나 남네요~ 렛잇비"

    4. 지영선-가슴앓이 & 설운도-사랑의 트위스트
    "아~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5. 편승엽-찬찬찬 & 군가-그리운 어머니
    "차디찬 글라스에~엄마사진 꺼내놓고 엄마얼굴 보고나면~밤깊은 카페의 여인"

    6.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 & 현숙-요즘여자 요즘여자
    "황산벌의 계백 맞서싸운 관창~요즘 여자랍니다"

    7. 박휘순-'뜨거운 형제들'中 '메모리'
    "메모리~128메가 메모리~용산에서 샀어요"

    *보너스*
    8. 진짜사나이 &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너와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얼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9. 90년대 이덕화 'Try CF' & 송윤아-분홍립스틱 & 포카리스웨트
    "지금 이순간 내게로 다가와~분홍빛 립스틱을 바르겠어요~
    멋진남자 멋진여자~포카리스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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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결혼, 외로움 푸는 전화방 놀이 아니죠

     

    결혼, 외로움 푸는 전화방 놀이 아니죠
    [매거진 esc]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한겨레  
     
     
    마흔 앞두고 만난 지방 남자인데, 전화통화로는 너무 좋은데 확신이 안 서요

     

    Q 39살 된 여자입니다. 선을 봤는데 저는 서울에 살고 그 사람은 충남에 살고 있습니다. 만난 것은 한 번이지만 전화통화를 많이 했습니다. 종교가 같고 직장도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이 드는데 막상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전화할 때처럼 좋지가 않아요. 그래서 이별을 고했는데 일주일 후 다시 전화가 와서 또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통화하고 나면 ‘그래, 이 정도면 됐어’ 그러다가도 다음날이면 평생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부정적이 됩니다. 여자의 변덕이라 하기엔 무리라는 생각에 잠도 못 이룹니다. 혼자인 것이 편해서 그런지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으면 그 멀리까지 가서 사는 것에 자신이 안 생깁니다. 나이를 생각하면 이런 기회가 별로 없는데 말이죠. 아직도 남자의 외모를 보는 건지 그 사람에게서 매력을 못 느끼는 건지 나 자신을 모르겠습니다. 그는 키가 작고 통통하거든요. 어른들은 남자는 살아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던데, 솔로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혼재되어 날마다 남자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저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글을 씁니다.

     

    A 지난번 칼럼에 이어 선택의 문제 2탄. 이 나이에 배부른 소리 하다가 있는 것마저 놓쳐 평생 외로이 혼자 살 것이냐, 하지만 이대로 결혼했다간 어쩌면 이 뒤에 나한테 좀더 잘 어울리는 남자가 나타나는 건 아닐까 - 확실히 고민되는 선택이긴 합니다. 이래도 괴롭고 저래도 괴로운 경우를 상상해보는 거니깐요. 하지만 고민 백날 해봤자 뭐합니까. 지금처럼 한 눈 감고 한 눈 뜬 상태에선 결혼할까 말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결혼까지 가기가 힘든데.

    결혼은 대개 두 눈을 질끈 다 감고 있거나 아니면 두 눈 다 번쩍 뜨고 있을 때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마음의 백지 상태에서 뭣 하나 남자에 대한 혼란이나 고민, 의심 하나 없이 그저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결혼한다’, 혹은 남자라면 충분히 쓴맛 단맛 다 맛보았다고 생각해서 이젠 더 이상 남자한테 기대를 갖기보다 내가 되레 남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느냐는 자비의 경지까지 올라갔을 때 결혼은 자연스레 내게 찾아옵니다. 마음이 투명하고 열려 있는 상태니까 타인을 내 인생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처럼 눈을 한쪽만 뜬 경우는 조금 골치가 아픕니다. 남자에게 아직도 기대하고 꿈꾸는 부분이 있으면서 동시에 남자의 야비함과 나약함이 하는 수 없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남자를 두 눈 질끈 감고 믿고 싶지만 또 속고 싶지도 않아 두 눈 번쩍 떠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한쪽 눈은 뜨고 한쪽 눈은 감은 상태로 밀고 당기기를 한동안 하게 되는 건데요. 대개 그 상황이 오래가면 남자들은 기분이 상하면서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는 젊고 착한 여자에게 마음을 주길 원합니다. 이로써 그녀의 마음은 한층 더 의심 가득해지고 탁해지게 되죠.

    눈 깜빡깜빡거리며 이리저리 남자를 수화기 너머 탐구한다고 해도 열 번 통화 한 번 직접 만나는 것만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열 번 채팅 한 번 통화한 것만도 못하고요. 혼란스러울 때는 머리를 쓸 게 아니라 발을 써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 중 내가 가장 젊은 것은 바로 오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말 퇴근길에 불쑥 충남행 버스를 잡아타고 그를 만나러 가봅시다! 이것이 현 상태에서 상황을 가장 능동적으로 움직여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내가 움직인 거리만큼 아마도 그동안 안 보였던 것이 더 명료하게 보일 것입니다. 원거리 관계의 한계보다 기회를 이용하잔 말입니다.

     





    로드무비 한 편 좀 찍어봅시다. 충남에 도착하면 그에게 전화해서 또 한번 정겨운 통화를 한 후, “실은 저 여기 왔어요”라고 그를 깜짝 놀라게 해주며 주말을 그곳에서 보낼 거라고 말해보세요. 그동안에 얼굴을 본 것은 맞선이라는 매우 비일상적 상황. 그의 홈그라운드, 즉 실제로 결혼 후 공유하게 될 일상 속 그의 모습, 그리고 그 배경 속에 함께 출연하는 나의 모습을 몸소 보고 느끼고 오란 말입니다. 그의 단골집에 가서 밥도 먹어보고, 가능하면 그의 집에도 가보고 기회 닿으면 그의 방 쓰레기통도 뒤져보고…. 한편 들이대듯 불쑥 나타나 압박전술을 거는 여자에게 남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너무 궁금해지는데요, 우쭐해지며 거만하게 굴거나, 여자가 스토커인 양 두려워하며 부담스러워하거나,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하거나, 셋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마 이 남자의 태도와 기량, 당신에 대한 감정, 그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무자비하게 드러나게 되겠지요. 결혼은 고정된, 혹은 과장된 프로필과 이력서만 검토한 후 ‘이 정도면 됐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과 하는 거잖아요. 순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전화방놀이와는 차원이 다른 ‘관여에의 약속’인 것입니다.

     

     
    »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그를 더 좋아할 수 있을지, 제대로 정나미가 떨어져서 돌아올지,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둘 중 하나로 결론날 거라는 것 하나는 확신합니다. 이것만큼 그와 나를 동시에 총체적으로 시험에 들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깐요. 뭘 귀찮게 버스 타고 지방 내려가서까지 만나야 하냐고요? 그럼 계속 혼자 속 편히 사는 방법도 정말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급격한 액션을 취하기보다 조금 더 천천히 추이를 살피겠다고요? 예, 불혹의 나이 마흔살 생일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칼럼니스트/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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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39살 된 여자입니다. 선을 봤는데 저는 서울에 살고 그 사람은 충남에 살고 있습니다. 만난 것은 한 번이지만 전화통화를 많이 했습니다. 종교가 같고 직장도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이 드는데 막상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전화할 때처럼 좋지가 않아요. 그래서 이별을 고했는데 일주일 후 다시 전화가 와서 또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통화하고 나면 ‘그래, 이 정도면 됐어’ 그러다가도 다음날이면 평생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부정적이 됩니다. 여자의 변덕이라 하기엔 무리라는 생각에 잠도 못 이룹니다. 혼자인 것이 편해서 그런지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으면 그 멀리까지 가서 사는 것에 자신이 안 생깁니다. 나이를 생각하면 이런 기회가 별로 없는데 말이죠. 아직도 남자의 외모를 보는 건지 그 사람에게서 매력을 못 느끼는 건지 나 자신을 모르겠습니다. 그는 키가 작고 통통하거든요. 어른들은 남자는 살아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던데, 솔로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혼재되어 날마다 남자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저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글을 씁니다.

     

    A 지난번 칼럼에 이어 선택의 문제 2탄. 이 나이에 배부른 소리 하다가 있는 것마저 놓쳐 평생 외로이 혼자 살 것이냐, 하지만 이대로 결혼했다간 어쩌면 이 뒤에 나한테 좀더 잘 어울리는 남자가 나타나는 건 아닐까 - 확실히 고민되는 선택이긴 합니다. 이래도 괴롭고 저래도 괴로운 경우를 상상해보는 거니깐요. 하지만 고민 백날 해봤자 뭐합니까. 지금처럼 한 눈 감고 한 눈 뜬 상태에선 결혼할까 말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결혼까지 가기가 힘든데.

    결혼은 대개 두 눈을 질끈 다 감고 있거나 아니면 두 눈 다 번쩍 뜨고 있을 때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마음의 백지 상태에서 뭣 하나 남자에 대한 혼란이나 고민, 의심 하나 없이 그저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결혼한다’, 혹은 남자라면 충분히 쓴맛 단맛 다 맛보았다고 생각해서 이젠 더 이상 남자한테 기대를 갖기보다 내가 되레 남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느냐는 자비의 경지까지 올라갔을 때 결혼은 자연스레 내게 찾아옵니다. 마음이 투명하고 열려 있는 상태니까 타인을 내 인생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처럼 눈을 한쪽만 뜬 경우는 조금 골치가 아픕니다. 남자에게 아직도 기대하고 꿈꾸는 부분이 있으면서 동시에 남자의 야비함과 나약함이 하는 수 없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남자를 두 눈 질끈 감고 믿고 싶지만 또 속고 싶지도 않아 두 눈 번쩍 떠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한쪽 눈은 뜨고 한쪽 눈은 감은 상태로 밀고 당기기를 한동안 하게 되는 건데요. 대개 그 상황이 오래가면 남자들은 기분이 상하면서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는 젊고 착한 여자에게 마음을 주길 원합니다. 이로써 그녀의 마음은 한층 더 의심 가득해지고 탁해지게 되죠.

    눈 깜빡깜빡거리며 이리저리 남자를 수화기 너머 탐구한다고 해도 열 번 통화 한 번 직접 만나는 것만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열 번 채팅 한 번 통화한 것만도 못하고요. 혼란스러울 때는 머리를 쓸 게 아니라 발을 써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 중 내가 가장 젊은 것은 바로 오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말 퇴근길에 불쑥 충남행 버스를 잡아타고 그를 만나러 가봅시다! 이것이 현 상태에서 상황을 가장 능동적으로 움직여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내가 움직인 거리만큼 아마도 그동안 안 보였던 것이 더 명료하게 보일 것입니다. 원거리 관계의 한계보다 기회를 이용하잔 말입니다.

     





    로드무비 한 편 좀 찍어봅시다. 충남에 도착하면 그에게 전화해서 또 한번 정겨운 통화를 한 후, “실은 저 여기 왔어요”라고 그를 깜짝 놀라게 해주며 주말을 그곳에서 보낼 거라고 말해보세요. 그동안에 얼굴을 본 것은 맞선이라는 매우 비일상적 상황. 그의 홈그라운드, 즉 실제로 결혼 후 공유하게 될 일상 속 그의 모습, 그리고 그 배경 속에 함께 출연하는 나의 모습을 몸소 보고 느끼고 오란 말입니다. 그의 단골집에 가서 밥도 먹어보고, 가능하면 그의 집에도 가보고 기회 닿으면 그의 방 쓰레기통도 뒤져보고…. 한편 들이대듯 불쑥 나타나 압박전술을 거는 여자에게 남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너무 궁금해지는데요, 우쭐해지며 거만하게 굴거나, 여자가 스토커인 양 두려워하며 부담스러워하거나,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하거나, 셋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마 이 남자의 태도와 기량, 당신에 대한 감정, 그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무자비하게 드러나게 되겠지요. 결혼은 고정된, 혹은 과장된 프로필과 이력서만 검토한 후 ‘이 정도면 됐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과 하는 거잖아요. 순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전화방놀이와는 차원이 다른 ‘관여에의 약속’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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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더 좋아할 수 있을지, 제대로 정나미가 떨어져서 돌아올지,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둘 중 하나로 결론날 거라는 것 하나는 확신합니다. 이것만큼 그와 나를 동시에 총체적으로 시험에 들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깐요. 뭘 귀찮게 버스 타고 지방 내려가서까지 만나야 하냐고요? 그럼 계속 혼자 속 편히 사는 방법도 정말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급격한 액션을 취하기보다 조금 더 천천히 추이를 살피겠다고요? 예, 불혹의 나이 마흔살 생일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칼럼니스트/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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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받아들임, 지나감

    현실, 현재, 받아들임, 지나감

     

    내가 아무런 욕심도 없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못해서.. 그래

    미안해 난 부처를 동경하지만 내가 부처이지 못해서 그래

     

    그래서...무장해제를 시켜버리면 난 더 힘들어

    그러니까... 차갑게 굴더라도 이해해.

    그게 과연 될지 모르겠지만...

    서운하겠지만...

     

    살 날은 많으니 나도 나를 보호하고 싶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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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2 뮤직/루저스피릿] 레게그룹 ‘I&I 장단’ 김반장 & 라국산

    [O2 뮤직/루저스피릿] 레게그룹 ‘I&I 장단’ 김반장 & 라국산
     
     

     

    2010-07-01 19:02 2010-07-12 18:55 여성 | 남성

     

    "레게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김반장(35)과 라국산(29)은 레게그룹 'I&I 장단(이하 장단)'의 멤버다. 2년 전 김반장과 프랑스 출신 레게음악가이자 화가인 롸스타만이 만나 시작된 장단은 레게의 하위장르인 덥(dub) 음악을 하는 밴드로 자메이카의 토속음악과 한국 전통 판소리를 섞어 독특한 색깔의 음악을 선보여왔다.

    현재 김반장은 I&I 장단 외에도 또 다른 레게그룹 '윈디씨티'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이 두 그룹이 속한 레이블 비빔프로덕션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리고 I&I 장단에서 퍼커션을 맡고 있는 라국산은 마포공동체라디오의 레게 전문방송 '와다다 라디오'에서 DJ로 활동 중이다.


    I&I 장단에서 퍼커션을 맡고 있는 라국산. 그는 우연히 라디오에서 밥 말리의 음악을 듣다가 레게에 매료됐다고 한다. 현재 장단 활동 외에도 마포공동체라디오에서 레게프로그램 '와다다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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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과의 인터뷰는 흡사 신앙간증을 떠올리게 한다. 답변을 주로 했던 김반장은 노래 잘하는 전도사(?), 맞장구를 주로 쳤던 라국산은 신실한 신자 같다. 이들에게 레게는 단지 좋아하는 음악을 넘어, 지향하는 삶의 태도이자 하나의 종교다. 2시간의 인터뷰는 주로 레게 용어와 정신에 대한 설명 1시간 + 밥 말리 찬양 30분 + 앨범 소개와 기타 등등에 30분이 소요됐다.

    ▶ 수유동 비빔프로덕션

    소속사 혹은 작업실의 위치는 주류와 비주류 뮤지션을 분류하는 얄팍하고 속물적인, 그러나 편리한 잣대 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SM엔터테인먼트와 JYP 건물은 서울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있고, 수많은 인디레이블들은 서울 상수동과 합정동(소위 홍대 주변)에 위치해있다. 물론 상수동에 8층 빌딩을 세운 YG엔터테인먼트 같은 예외적인 사례도 있지만 대략 사무실의 위치는 소속 뮤지션 혹은 사장님의 활동반경 및 주요 팬층(또는 타깃소비자) 등등을 짐작하는 근거가 된다.

    굳이 이런 구분법을 적용하자면 비빔프로덕션은 비주류 중 비주류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터뷰가 진행된 비빔프로덕션 사무실 겸 스튜디오는 서울 수유역에서도 약간 떨어진 주택가, 한 카센터 지하에 있었다.

    "홍대만 해도 가격이 비싸요. 여기 온지는 윈디씨티 때부터니까, 한 5년 됐죠. 분주하지 않고 단순하게 작업할 수 있는 곳이 좋은 작업실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는 산도 있고 그런데 가는 게 좋은데…. 산 주변은 굉장히 비싸더라고요."
     
    '인디씬'에 속하는 걸 꺼려한 이들은 스스로를 '레게씬'이라고 규정해서 말했다. 레게음악 밴드들이 속해있는 비빔프로덕션은 지난해 자메이카에 방문한 김반장을 비롯한 몇몇 뮤지션들이 "파편화되고 있는 현대의 사람들을 Roots and Culture(전통과 문화)를 통해 다시 묶어주고, 다양한 색깔의 여러 문화들을 함께 비빈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Q : 비빔프로덕션을 반장님이 만드신건가요? 궁금합니당.
    A : (김반장)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주의 법칙(JAH)이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빈칸에 제 이름만 채워넣었습니다. <윈디씨티 게시판 질문 중>

    ▶ 레게 스타일, 레게 스피릿

    용어설명

    ① 레게(Reggae) : 1960년 대 이후 자메이카 대중음악을 통칭하는 넓은 의미의 음악장르. 자메이카 음악의 한 장르인 스카와 록스테디에서 영향을 받아 발전. 루트레게, 덥, 부갈루 등 다양한 하위 장르로 나뉜다. 인터뷰에서는 단지 음악 뿐 아니라 자메이카 라스타(라스타파리안 Rastafarian)의 헤어스타일, 패션, 생활방식과 신념 등등을 통틀어서 레게스타일로 규정한다.
    ② 밥 말리(Robert Nesta Marley) : 자메이카 태생의 전설적인 레게 뮤지션. 대표곡 'No Woman, No Cry' 'I Shot the Sheriff' 등이 있으며 기념비적 앨범인 'Legend'(1984)는 전 세계적으로 1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림. 1981년 36세의 나이로 요절.
    ③ 바빌론 : 라스타 용어에서 바빌론이란 서구에 지배당하는 물질만능의 상업적 세계를 뜻함.
    ④ 드레드 락 : 라스타들이 하는 헤어스타일. 소위 말하는 레게머리.



    - 일부에선 윈디씨티와 김반장을 레게 1세대라고 합니다. 1세대라는 게 맞는 표현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어찌됐건 개인적으론 영광이네요. 사실, 레게라는 말은 1990년대부터 많이 들어왔죠. 닥터레게를 필두로 김건모씨의 핑계라던지… 심지어 김흥국씨도 레게파티라는 곡을 낸 적 있어요. 당시 김흥국씨가 터번 쓰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러니까 그분은 자메이카를 아랍으로 생각한거죠(웃음). 그런 노래들은 레게의 핵심이 담겨 있다기 보단, 레게의 리듬을 차용한 레게풍 가요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한국 레게 1세대로 불리는 김반장. I&I 장단과 윈디씨티의 리더이자 비빔프로덕션의 대표다.

    - 그럼, 레게음악의 핵심요소는 뭔가요?
    "표면적으론 단순 명확해요. 째각거리는 재그드(jagged) 기타와 깊고 풍부한 베이스, 긴장감 있는 드럼을 갖추고 있어요. 거기에 농부 같은, 흙냄새가 나는 목소리의 가수가 노래를 하죠. 토속적이고, 진솔하고, 울림이 있는 음악이에요. 또 본질을 얘기하자면 레게음악은 자연과 함께 하는 음악이죠. 쉽게 얘기해서 빌딩 짓는 거보다 논밭을 가꾸면서 목가적으로 사는 것, 소박하고 검소하게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삶의 형태를 레게라고 불러요."

    - 레게음악에는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항음악이라고도 하던데요.
    "당연한 거죠. 자연과 더불어 전통과 뿌리를 지키며 살려고 하는데 세상은 계속 도시화 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사람 취급을 안하잖아요? 한국이든 자메이카든 마찬가지고. 지구 사람들이 어디가나 비슷하듯, 퍼버티(poverty), 빈민도 어딜 가나 비슷해요. 그 안에서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한 것은 비슷한 거죠. 그걸 우린 바빌론, 물질 만능사회라고 부르는데요. 그 사람 자체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유명세나 가진 것으로 판단하는 것. 예를 들어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같은, 맙소사! 이런 문명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레게음악은 저항음악이 되지 않았겠죠. 그냥 자연을 노래하는 음악이 됐겠죠."

    - 음악이 단순하고 메시지를 담은 게, 포크음악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포크음악에 맞춰 춤추긴 힘들죠? 그런데 레게는 진정한 댄스음악이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춤추기 좋죠. 레게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 몸이 어떻게 움직여지는지 느낄 수 있어요. 진정한 댄스음악이죠."
     
    이들에게 레게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형식의 음악'이다. 단 레게는 탐욕으로부터의 자유로움, 즉 내면의 자유와 평안함에 더 비중을 두는 듯 했다. 이들은 "(레게와 비교하면) 록의 자유로움은 '방종'에 가깝다"는 말도 했다.

    "록 뮤지션은 빨리 죽어요. 반면 레게 뮤지션은 장수하고, 60이 넘어도 청년의 몸이잖아."

    - 청빈한 삶을 강조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네, 맞아요. 레게음악은 '내가 왜 이게 없지' 생각하기보다,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죠. 사실 법정스님이나 이런 분도 그런 이야길 많이 하셨는데, 단 레게는 그렇게 헤비(heavy)한 얘기를, 와다디 바디다 바다바바~(노래를 부르면서) 이렇게 신나게 하는 거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이런 노래를 듣고 '인생은 이런 거야, 미국의 맨하탄 뭐 그런 데로 떠나는 게 아니라, 땅을 경작하고 나무를 키우고 살자' 이렇게 되는 거죠."

    - 철학이 참 멋져요.
    "밥 말리 형이 이런 얘길 했어요. '음악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네가 잊고 있던 거를 고통 없이 후려 갈겨 주는 거야.' 저희는 레게음악이 우리의 미래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레게음악은 지역화가 굉장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거든요. 오키나와, 후쿠오카, 하와이, 태국의 여러 지역, 심지어 아이슬란드처럼 추운 나라에서도 파카입고 레게 연주하는 밴드가 있어요."

    - 반면 한국은 레게음악의 그런 특징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아요.
    "한국은 많은 음악장르를 그저 표면적으로 소비하는데 그치잖아요. 지역문화에 흡수해서 젊은 문화와 섞여 발전해 가야 하는데, 우리가 지역문화가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지금은 우리가 문화적으로 뿌리를 잊은 상태 같아요."

    ▶ 라스타 문화

    레게음악을 얘기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게 자메이카의 라스타 문화다. 라스타(라스타파리안 Rastafarian)은 드레드 락 머리를 하고 평화롭고 욕심 없는 삶을 추구하는, '라스타파리아니즘'을 믿는 이들을 말한다(대표적으로 전설의 레게 뮤지션 밥 말리는 라스타였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라스타파리아니즘'은 1930년대 아프리카에서 자메이카로 끌려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던 흑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종교운동의 일종이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이 자메이카의 종교운동을 우리의 동학운동에 비유해 설명했다.

    "원래 자메이카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땅이었어요. 거길 스페인 사람들이 아프리카 사람을 데리고 와서 노예처럼 훈련시킨 거죠. 그 과정에서 도망자들이 생겨났어죠. 채찍을 피해 도망친 흑인 노예들이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이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한 거죠. 레게는 그 라스타라는 종교에서 나온 거예요. 그러다 보니 roots, 뿌리에 대해 많이 강조하죠."


    I&I 장단은 활동 2년여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냈다.

    이들은 roots, 뿌리 개념이 레게문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자메이카인)은 그들의 뿌리를 이야기하고, 우리는 그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의 뿌리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예전에 외국잡지 인터뷰를 할 때, 한 기자가 '한국은 GNP도 높고 자메이카와 다른 사회인데 왠 뿌리 타령이냐'는 질문을 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랬죠. '왜 너희는 보이는 것만 보느냐, 여긴 자메이카보다 더 게토다'. 왜냐, 여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피폐하거든. 우린 삶을 영위하지 않고, 생존하고 있잖아요. 그게 더 큰 문제 아닌가요. 결국 우리도 roots에 대해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거죠."

    ▶ 밥 말리

    비빔프로덕션 사무실에는 밥 말리의 사진 여러 장이 벽을 가득히 메우고 있다. 인터뷰 중에 이들은 밥 말리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 김반장과 라국산은 공통적으로 밥 말리의 음악을 듣다가 레게에 빠지게 됐다. 밥 말리는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레게음악에 빠지는 계기다.

    - 유명한 레게 뮤지션이 많을 것 같은데, 왜 특히 밥 말리가 아이콘이 됐을까요?
    "밥 말리는 시의적절하게 나타났어요. 그는 칼 대신 기타를 든 장군이었죠. 역사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민중의 난이 일어났는데, 자메이카는 밥 말리 덕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성공한 거죠. 사실 지금은 라스타처럼 드래드 락을 한 사람 많이 볼 수 있지만, 밥 말리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쉽게 말하면 이들 라스타는 자메이카에서도 하위 계층이었는데, 우리로 치면 각설이 정도 되는 계층에서 장군이 나온 거죠. 밥 말리는 인류에서 자기가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서구 사람들에게 흙냄새를 알렸죠. 지금 자메이카를 지배했던 영국과 스페인에 라스타가 굉장히 많아요. 힘 안 쓰고, 피 안 흘리고 후려친 거죠."

    , Guidance

    레게 용어설명부터 자메이카 역사까지 먼 길을 돌아 앨범이야기를 꺼냈다. I&I 장단은 최근 활동한지 2년 만에 첫 공식앨범을 냈다. 앨범 타이틀은 '인도'. 사람의 길이라는 뜻과 '인도하다'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한다.

    "레게가 음악으로만 국한되진 않을 거예요. 길 잃은 많은 친구들에게 장단의 음악이 인도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가치고 그게 우리의 진짜 목표니까요."

    - 사실 윈디씨티도 레게음악을 하고, 장단도 레게음악을 하는데, 한 그룹에서 다 할 순 없나요?
    "윈디씨티는 부갈루라는 뉴욕 슬럼가 라틴계에서 나온 레게를 해요. 반면 장단은 자메이카 레게와 우리 판소리를 함께 담죠. 윈디씨티 음악은 세련되게 바뀐 지역화 된 레게음악이라면 장단은 자메이카 흙과 한국의 흙을 섞은 더 뿌리에 가까운 음악이예요."


    자메이카 레게와 한국의 판소리를 섞은 I&I 장단의 음악이 좀 더 전통에 가깝다면, 윈디씨티의 음악은 좀 더 도시화되고 지역화 된 레게이다. 사진은 윈디씨티.

    - 두 그룹의 팬이 다른가요?
    "윈디씨티 좋아하는 사람은 장단 음악이 어렵다고 하고, 장단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드코어한 곰삭은 음악을 좋아해요. 최근 발견한 특징이 있다면 윈디씨티 음악을 연주할 때 사람들이 눈을 뜨고 보고 있는 반면, 장단 음악을 연주할 땐 다들 눈을 감고 듣고 있더라고요. 둘 다 방방 뜨는 음악인 건 마찬가진데…."

    - 한국보다 외국 언론에서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서운하진 않나요?
    "일말의 서운함이 있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지금 상황이 그런 건데. 그래도 할 일이 있다는 건 즐거운 거죠. 더 해볼 만 한거죠. 한편으론 이해가 가긴 해요. 많은 한국 음악들이 사람을 지치게 하잖아요. 지나갈 때 듣는 음악들을 보면 다들 '너 얼마 있어? 이거 빨리 사. 너의 주머니가 궁금해' 이렇게 얘기하는 거 같아요."

    ▶ 너희가 레게를 믿느냐

    - 레게음악을 종교처럼 여기는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선 맞아요. 잘 알지도 못하고 돈 벌기도 어려운 레게음악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음악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죠. 마치 우연히 심령대부흥회 갔다가 감동받고 교회 다니기 시작한 친구와 비슷한 거예요. 단, 음악은 훨씬 더 세죠. 나이 드신 뮤지션이 '유 가트 노우 유어 셀프~ 유 갓트 노 유어 루츠~' 이렇게 노래하면, 우리는 '오케이, 아멘하자' 이러는 거죠. 종교는 마루 종자에 가르칠 교인데, 레게음악은 우리에게 많은 걸 가르치기 보단, 일깨워줬어요."

    - 음악이 사람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네, 우리는 그게 바로 뿌리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은 미흡하죠. 하지만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나이 먹는 걸 환영해요. 좀 더 강해지고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넓게 표현할 수 있겠죠."


    김반장(왼쪽)과 라국산은 3년 전 우연히 만나, 레게를 계기로 친구가 됐다. 이들에게 레게는 음악을 넘어 삶의 지향점이다.

    - 늙게 되면 새로운 음악을 못하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고 허리가 굽어서 늙었다고 하는 건 옷 잘 입은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요. 젊다는 건 삶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밥 말리가 죽었다고 하지만 그는 살아있다고 생각해요. 영혼이 있으니까요. 밖에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 중에 영혼이 죽은 사람이 더 많잖아요? 청년은 열정과 패기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 수험생이 그런가요? 오히려 아침에 산에 오르는 할아버지가 청년이죠."

    - 음악을 하는 즐거움은 뭔가요?
    "삼시 세끼 꼬박 먹고, 즐거운 음악을 하고, 사람들이 우리 연주에 치유 받는 것. 사실 공연 끝난 뒤 페이를 나누면 얼마 되지 않지만, 사람에게 즐거움을 나눠준다는 자부심이 있죠."

    - 내가 가는 길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은 없나요?
    "세상의 많은 가치가 있잖아요. 보통 자기가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겠죠. 다만 레게음악을 하면서 그 가치에 대한 확신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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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을 향해서

    네 말처럼

    나는 순수하다고 믿으니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가봐

    자기보호 계속 하니까

    나도 살아야지....

     

    니 옆에 있으면  다시 나는 뒤로 돌아가 지금의 위치만이라도 지키고 싶어

     

    널좋아한다고 말한 것도 거짓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니가 인정하지 않으니까 부정했으니까

     

    내가 뭘 그렇게 한심하게 살았을까? 진정 남녀관계에 있어서 난 최악인가?

     

    확실히 더 이 현실을 느끼게 되면 이제 그런 비참한 마음을 가져올 내 행동은 하지 않고 싶다

    갈수록 끝은 보이지 않고 바닥을 향해 가고 다시 인정하게 되고...

    네 앞에서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어 솔직하고 싶어지지도, 않아 니가 무서워

    그래, 거지같은 내 모습을 자꾸 보아야 해서 무섭다고 해 두자.

     

    난 왜 이렇게 내 말을 못 하는 거죠?

    몸을 그었어

    흔적만 남았어

    결국 그래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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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일

    바느질해서 옷을 지어 선물하고

    농사를 지어 사람들과 함께 먹고

    음악을 연주하는 것

     

    그래,,,,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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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동이 말하는 '내가 생각하는 삶과 직업'

     

    "포클레인 기사가 죄 지었나?
    4대강이든 8대강이든 파라면 파는 거다"
    [현장] 김제동이 말하는 '내가 생각하는 삶과 직업'
    10.09.12 13:37 ㅣ최종 업데이트 10.09.12 15:14 홍현진 (hong698) / 남소연 (newmoon)

     
     
      
    방송인 김제동씨가 희망제작소 주최로 11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프로젝트: 청춘비상-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 강연회에서 '내가 생각하는 삶과 직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남소연
    김제동

     

    [기사 보강 : 12일 오후 3시 10분]

     

    "잘못돼 봐야 제가 어디까지 잘못되겠습니까. (김제동 소개 화면 바라보며) 이제 '방송인 김제동'도 안 써놨습니다. 뭐 관계없습니다."

     

    거침없었다. 11일 오후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 강연회의 '여는 마당'을 맡은 김제동은 현 정부를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리고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자신을 둘러싼 '좌파논란'부터 시작해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파문,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재오 특임장관의 지하철 출근,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와 4대강 사업까지. 김제동은 "이러다 또 좌파소리 들을라"하면서도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나갔고, 관중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은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에게 '대안적 일자리'를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이승엽 선수가 왼쪽 타석 들어서면 좌파인가, 별 희한한 소리를 다한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삶과 직업'. 김제동이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무대에 들어서자, 1·2층을 가득 메운 관중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자그마한 체구의 김제동은 커다란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때로는 무릎을 꿇기도 하고 스파이더맨 흉내를 내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역동적인' 강연을 보여주었다.

     

    이날 관중의 대부분은 20대. "20대 여러분들을 보면서 채무감과 죄의식을 느낀다"는 김제동은 "제가 2년제 대학을 10년 다녔다"며 자신의 대학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2년제 대학을 10년 다닌 이유가, 축제 때만 나가고 응원단장만하고 안 나갔다, 왜냐하면 하기 싫으니까, 재미가 없으니까"라며 '올 F'성적표를 받기 위해 A학점 두 개를 F학점으로 만들었던 사연을 들려주었다.

     

    "관광 레크레이션 교수님한테 가서 F를 달라 그랬다. 관광 영어선생님한테도 가서 F를 달라 그랬다. 그리고 제가 두 분 손을 잡고, 학교 앞 술집에 갔다. 그 술집이름이 올F였다. 그 술집에 올F 성적표를 가지고 가면 석 달간 술을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과감히 스펙을 제거할 수 있는 것,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과감히 남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렇게 뭉개버릴 수 있는 것, 필요하다. 그래야 웃고 살 수 있다."

     

    김제동은 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공짜 술 석 달을 위해 과감히 A 두 개를 포기할 수 있는 것, 이게 쉬워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죄책감을 느낀다, 미안하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진짜 그런가, 미안하지만 아니다, 여기서부터 공감하고 출발해야 한다, 아버님이 아주 높은 분이 아닌 이상"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 공직자 자녀 특채 파문을 언급했다.

     

    "예, 그렇죠. 공채가 아니죠. 특채. (한숨을 쉬며) 자, 그만합니다. 별 거를 가지고 다 좌파라 해가지고. 제가 강의할 때 왼쪽을 많이 보면 좌파다. 오른쪽 많이 보면 우파고. 스님한테 좌파라 그러면 안 되죠. 스님이 머리를 왼쪽만 밀면 좌파다. 다 밀면 중도죠. 좌면 어떻고 우면 어떤가. 이승엽 선수가 왼쪽 타석에 들어서면 좌파인가. 별 희한한 소리를 다 한다."

     

    "국무총리 되기 쉽나, 아내 어디 가면 차 대줘야 하고, 쉬운 일 아니다"  

     

      
    ▲ 김제동 "내가 생각하는 삶과 직업은..."
    ⓒ 최인성
    김제동

     

     

    '좌파논란'에 일침을 가한 김제동은 다시 본 주제로 돌아가, '우리가 아이였을 때 가졌던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7살 때로 되돌아가면, 여러분들은 그때 이미 수십만 개 직업을 꿈꾸고 있었다"며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국무총리를 나열해 나가던 그는 '국무총리' 부분에서 잠시 멈췄다.  

     

    "국무총리 되기 쉽나. 쉽지 않다. 카드도 한~푼도 안 써야 되고, 아내 어디 가면 차 대줘야 하고 그거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나 이렇게 관용차 내줄 수 있는 것 아니다. 노력하면 될 수 있을 것 같나. 절대 아니다. 싫으면 못한다. 집에 공무원 불러서 청소시킬 수 있을 것 같나. 쉬운 일 아니다. 정말 대단한 마음가짐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접어라. 자기 방 청소를 자기가 하는 사람은 국무총리가 될 수 없다."

     

    이재오 특임장관 이야기도 나왔다. 

     

    "제가 장담코 이야기한다. 자기 집 앞에 쌓인 눈을 자기가 쓰는 사람은 국무총리가 될 수 없다. 교통카드 들고 버스 타는 사람, 국무총리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술 먹고 지하철 타보지 않은 사람이 아침에 가방 들고 (목소리 바꾸며) "안녕하세요, 지하철 타고 출근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아니면 장관될 수 없다."

     

    이재오 장관은 지난달 30일 취임 이후 자택에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까지 지하철로 출근하고 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치쇼'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김제동은 "웬만한 마음 가지고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라,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라며,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인사들을 비꼬았다.

     

    "제가 2년 반 있다 토크쇼 하면 여러분들 작살납니다"

     

    다시, '7살 때의 꿈'을 이야기하며 "지금 제가 환상의 짝꿍을 하면서"라고 말하던 김제동은 "지금은 안 하죠, 그건 시청률이 안 나와서 그런 겁니다, 하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그렇습니다"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사회를 봤다는 이유로 녹화를 다 마치고도 결국 전파를 타지 못했던 <김제동쇼>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다.

     

    그는 "나중에 이야기 합시다, 제가 2년 반 있다가 토크쇼 하면 여러분들 작살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아~이런 이야기하면 재밌잖아요, 쿨하게, 시원하게 받아들이면 얼마나 재밌나"라며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제동은 "7살짜리 아이들을 보면 솔직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면서 "우리 6살짜리 조카가 꿈이 아파트 경비원이라 그래서 우리 누나가 얼마나 때렸는지 모른다"며 강연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이내, "제가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뭐, 어때서, 죄졌나, 관용차가 있나, 청문회 해야 하나"라며 '내가 생각하는 삶과 직업' 강연은 '샛길 아닌 샛길'로 또 다시 빠졌다.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였다.

     

    "얼마 전에 신문기사 보니까 경비아저씨가 배가 좀 나왔다고, 아파트 품격 떨어뜨린다고 주민들이 해고했다. 그럼 그 아파트에 사는 배 나온 주민들은 다 나가야죠. 그것이 공정한 사회다. 나의 잣대를 남에게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목소리 바꾸며) '나에게 잣대를 들이대지마, 난 필요없어'."

     

    "포클레인 기사가 죄 지었나, 4대강이든 8대강이든 파라 그러면 파는 거다"

     

    김제동은 "아이들은 자기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자기가 어떤 것을 쌓아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별 고민이 없기 때문에 수만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직업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떻게 하면 나의 가치를 돈과 바꿀 수 있는 가를 고민한다"며 다시, 자신의 조카 이야기를 꺼냈다.

     

    "아파트 경비원이 되고 싶다던 조카가 석 달 후에 꿈을 또 바꿔서 포클레인 기사를 한다 그래서 누나한테 또 맞았다. 포클레인 기사들이 죄졌나. 죄 안 졌다. 파라 그런 데 가서 한 거다. 뭐나 잘못 됐나. 그게 4대강이든 8대강이든, 파라 그러면 파는 거죠. 그래서 정당하게 돈 받아서 정말 피 땀 흘려 가면서, 쓰러져 가면서 일하시지 않나."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4대강 공사에 대한 비판은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쓴소리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국무총리 하고 싶다 그러면 때려야 한다. 그 힘들고 험한 길을 왜. 아이들이 국회의원 된다고 그러면 물어봐야 한다. 너 거짓말 잘해? (목소리 바꾸며) '거짓말 잘 못하는데요'. 그러면 안 돼! 넌 안 돼! 꿈 접어, 꿈 접어! 대통령 되고 싶은데요? 너 검찰하고 친해? (목소리 바꾸며) '아니요'. 안 돼! 너 잘못하면 큰일 나, 너." 

     

    지난해, 검찰수사를 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말이었다. 어쩌면 김제동 자신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이 나올 때 마다 관중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은 꿈을 일년에 단 3일만이라도 꾸면 좋겠다"

     

    웃고 박수치는 사이 어느덧 40분의 강연시간이 초과 되었다. 시계를 들여다 본 김제동은 "마지막으로 말씀드린다"며 웃음기를 뺀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해라,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스펙들을 과감히 버리고 앞으로 뛰쳐나가라' 이렇게 이야기하기에는 채무감과 죄의식이 너무 강하다.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거 안다. 솔직히 인정해야한다. 그래서 미안하다. 지금 여러분들에게 '술집에서 공짜 술 먹으라고 올F성적표 받으십시오, 여러분 젊지 않습니까' 이 따위 얘기, 정치인들에게나 들어라. 열심히 스펙 쌓아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죄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루만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웃을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거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을 일 년에 3일 이상해라. 그림 그리는 거면 그림 그리는 거, 술 먹는 거면 술 먹는 거. 마음 같아서는 '평생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힘들다, 안다.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은 꿈을 단 3일 만이라도 꾸면 좋겠다. 7살짜리 아이들처럼."

     

    이날 강연회의 사회를 맡은 박경추 MBC 아나운서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시간이 초과됐다는 신호였다. 박 아나운서를 쳐다본 김제동은 '마지막'이라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며칠 전, 차타고 가면서 안도현 시인의 글귀를 봤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게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거다' 뜨거운 걸 만들어내는 건 여러분이다. 환경을 만드는 것도 여러분이다. 죄책감과 미안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믿음들을 포기하지 말고, 그 믿음들이 여러분이 갈 길을 만들어 낼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행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김제동은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한편, 김제동의 '여는마당' 이후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나와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을 소개했다. 스스로 '소셜디자이너'라고 부르는 박 상임이사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로 가면 그 동네에 금만 그어도 자기 왕국이 되는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며 "일자리는 공무원들이 일자리에 앉아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블루오션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상임이사는 보도블록 디자이너, 놀이터 흙·모래 관리인, 공공기관 기념상품 제작·판매업, 라벤다 전문 디자이너, 젓갈 소믈리에, 한옥관리사, 도시농업설계사, 그린빌딩 인증 전문가, 매장 배경음악 전문가, 자전거 지도 제작사 등 다양한 대안적 직업을 제안했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한비야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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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포 바벨탑에 오른지 41일 만에 다시 세상으로 나갑니다.

     

    7월 22일 신새벽 어둠 속에서 긴장과 두려움으로 올랐던 길을 아쉽고 후련한 마음으로 되돌아 내려갑니다. 
    국민들께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고 정부에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고 촉구해왔던 이포댐에서의 활동을 
    이제 마무리 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보라고 주장하는 거대 구조물에 우리의 몸뚱이를 대비시킴으로써 그들의 언어가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터무니없는 거짓인지 드러냈고 찢기고 발려진 남한강의 아픔을 전하며 
    4대강 사업이 자연의 안녕과 국민의 행복을 파괴하는 사업임을 밝혔습니다.

    남한강에서 가장 우수한 습지 중의 하나인 이포습지를 허허벌판으로 깔아뭉개고 
    다시 그곳에 외부에서 이식해 온 나무들로 조경하는 따위의 작업이 4대강 사업의 실상이며 
    mb 정계의 본질임을 폭로했습니다.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에 4대강의 홀로코스트를 중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라는 국민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1만여 시민들은 이포댐과 낙동강 함안댐을 찾아 우리의 용기와 열정을 격려해주었고, 
    수많은 시민들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분노와 의지를 우리에게 보태주었습니다. 
    우리는 결코 소수가 아니고 여론의 중심이었으며 4분의 3의 국민들이 우려하고 반대하는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로부터 4대강 사업 재검토 약속을 받지 못했고 
    국회로부터도 4대강 사업 검증과 합의를 위한 기구 구성 계획을 듣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처절한 탄원은 버림받았고, 짖밟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실패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저들의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입니다. 비판과 반대를 수용할 능력이 없는 정부, 
    국민의 질책이 두려워 쥐구멍에 숨어버린 정치권의 비겁이 불러온 무정부, 무정치의 비극입니다.

    우린 또한 목숨과 현장활동 기간을 두고 저들과 흥정하거나 구걸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저들의 비정하고 냉혹한 태도는 섬뜩합니다. 
    귀가 없는 정부, 삽질만 난무하는 정권의 미래가 안타깝고 불구가 된 자연의 역습이 두렵습니다.

    간청하는 국민들을 외면하고 사회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일말의 노력조차 거부하는 저들의 오만을 보는것은 
    참으로 괴롭습니다. 우리는 적극적인 직접행동을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환기시키고 대안을 활발히
     논의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엄숙하고 치열하기보다 유쾌하고 평화롭게 소통하면서 각자의 일과 문제로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부지런히 트윗을 날리고 언론에 기고하면서 우리의 생각과 생활을 공유하고자 한것은 그런 의도였습니다. 
    우리의 시도에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고, 함께 논의를 진행하면서 성공적으로 운동을 고무시켜주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발전기가 고장나면서 우리와 시민들의 소통은 크게 위축됐고 외부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떨어지면서 진지한 대화가 어렵게 됐습니다. 또한 우리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걱정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달'(4대강 사업)이 가리키는 손가락(우리에 대한 걱정)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습니다.

    고마운 부분도 있지만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우리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닳고 헤어진것, 
    바벨탑 위의 오두막이 춥고 점점 쳐지는 것도 우리에겐 어려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민행동을 결의하고 거리행동에 나섰고, 종교인들이 촛불을 들면서 
    4대강을 지키기 운동이 국민의 생활속으로 번져가는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세상에 돌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지난 41일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 상판의 열기, 거센 비바람과 축축한 안개, 20여일을 선식에만 의존하면서 겪었던 영양부족, 
    경찰의 위협과 방해로 인한 수면장애, 지겹도록 반복된 찬성측의 억지방송 등으로 심신이 편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4대강의 생명을 지키는 운동의 맨앞에 우리가 있었음이 자랑스럽습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고 했듯이 국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절멸의 위기에 놓인
     4대강 생명들에 대한 끝없는 연민으로 우리는 두려움없이 싸웠습니다.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기다리는 난관에 대해서도 의연히 대처할 것입니다. 
    사법기관에 의해 자유를 빼앗길수 있고, 이미 대림산업이 청구한 손해배상금액은 9900만원(1인 1일 300만원)
    에 달하고 있습니다만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정당하지 않은 사업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었지만 합리적 수준에서 책임을 지겠습니다.
     대림산업의 주장처럼 공사가 늦어진것이 사실이라면 그 기간동안 생명을 연장한 것들의 
    목숨값으로 알고 기쁘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동안 세상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포댐 밖에 지원 상황실을 꾸리고 같은 시간동안 함께 했던 동료들.
     우리의 활동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고자 동분서주했던 단체들, 이곳을 방문해주시고 
    촛불을 들어 주셨던 시민들, 그리고 걱정하고 이해해주셨던 국민들께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우리의 벗이 되어주었던 할미새, 개똥잠자리, 강도래, 왜가리... 이포의 달, 별 바람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로 인해 불편을 느끼고 고생을 하신 지역주민들, 
    경찰들, 공사 관계자들 그리고 가족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또한 우리의 노력이 미약하여 희망으로 꽃피우지 못한 것에 대해 흰수마자, 단양쑥부쟁이, 물떼새, 
    수달, 재두루미에게 또 남한강 모래, 여울, 습지에게 죄송한 마음 남깁니다. 우리는 지금 떠나지만,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합니다. 운동가는 좌절하지 않으며, 멈추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늘 생명 그곁에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께서도 새로운 공간, 새로운 활동에서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0. 8. 31


    정작 나를 울린 것은, 말이지.

    이 글 아래 있는 세 사람 - 구치소 유치장에서 면회온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그 세사람의 활짝 웃는 얼굴이었어. 자신 그 존재 전부를 건 사람이 그렇게 웃을 수 있어.

     

    나는 너에게 나를 걸 수 있을까? 미안해.

    널 오래도록 좋아하겠다고 확신을 주지 못해서.

    나, 나의 감정, 여전히 떫은 감 같은 것.

    가슴시린 날, 가슴이 아리던 순간. 인정하기 위한 한 발자욱씩의 걸음.

    죽비로 깨우치는 나날

    그간 내가 행한 이별들에 대한 업보인지도..

     

    내가 있되 내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용해되는 그런 나였으면...

    튕겨나오는 나 말고.. 스며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사랑으로 아프게 하는 내가 아니었으면

    투정으로 힘들게 하는 내가 아니었으면

    너를 찡그리게 하는 내가 아니었으면

     

    좋아하면 도대체가 정신이든 몸이든 정상이 아니다.

    도저히 그렇게 안 된다

    그래서 미쳐야, 누구를 좋아하는 것이다

    언젠간 깨어나더라도....

    정말 진리란 뭘까? 나도 너도 오롯한 존재로 잘 살아가는 것..이겠지?

    행복해라 그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이 네가 보고 싶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었어

    그리고 너무 자주 볼 수 밖에 없기에 내가 어떻게 거부할 수가 없어서 힘들어

     

    ---------------

    노동은 항상 해야 하는 익숙해져야 하는 과제같아서

    오늘도 배추밭 만들기 위한 괭이질과 삽질에 돌입

    아주 대충 괭이질만 해 두었다 고작 그것에 힘이 빠졌다

    흐흠... 약골이다. 나는 김약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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