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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의 저작권자는 도대체 누구?

보유세도 안내려는 국민은 부동산 투기 잡으라고 말할 자격없다.

물론 국민 개개인 생각이 아니라 좆중동 세뇌겠지만

 

 

'세금 폭탄'의 저작권자는 도대체 누구?
2003년 <동아>에 첫 등장... 2005년 <조선>, <문화> 거쳐 정치권 확산
텍스트만보기   손병관(patrick21) 기자   
▲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병준 정책실장이 실제로 세금폭탄이라는 조어를 만들어 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언론에서 만들어낸 조어이고 한나라당이 확대한 그러한 개념이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

"김병준씨는 온 국민들이 세금의 고통에 치를 떨고 있을 때 아직 멀었다면서 세금 폭탄 발언을 공공연하게 한 막가파 공무원이 아닌가. 우리 아이들 교육을 그런 막가파식 정신으로 밀어 부치려 하는가."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


청와대가 3일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육부총리에 내정하자 '세금 폭탄'이라는 말의 창작 주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내정자가 공공연히 '세금 폭탄'이라는 말을 해서 서민들을 불안케 했다는 게 한나라당과 여당 일각의 주장이지만,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와 반대로 세금 폭탄을 '언론이 만들어내고 한나라당이 확대한 개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우 대변인이 3일 국회 기자실에서 "언론이 '세금 폭탄'을 만들어냈다"고 브리핑하자 일부 보수언론의 기자들은 "그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먼저 썼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과연 '세금 폭탄'이라는 말의 창작 주체는 누구일까?

김병준보다 <동아>, <조선>이 빨랐다

<오마이뉴스>가 3일 한국언론재단의 기사검색 서비스(KINDS)를 통해 확인한 결과,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세금 폭탄'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종합일간지는 <동아일보>(2003년 10월 28일)였다.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세금을 절약하는, 이른 바 '세(稅)테크'를 설명한 이 기사는 "세금을 내기가 아까워 탈세를 했다가 적발되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아>는 이듬해 11월 3일자 '내년 세금-공공요금 줄줄이 오른다'라는 기사에서 "서울 일부 지역은 부동산 보유세가 3배 이상 오른 곳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주택 및 토지 과다 보유자로 분류돼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될 경우 '세금 폭탄'을 맞는 계층도 상당수에 이를 전망이다"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5년 6월 8일자에는 아버지로부터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았다가 세무서로부터 증여세 추징분 7800만원과 납부 불성실 가산세(연 10.95%)라는 '세금 폭탄'을 맞은 K씨의 사례가 소개됐다.

그러나 <동아>가 만들어낸 '세금 폭탄'은 이 때까지만 해도 그다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5년 정부의 8·31 부동산대책 발표가 임박하며 또다른 보수신문들에 의해 '세금 폭탄'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조선일보>는 같은 해 8월 13일자 사설에서 "대통령과 각부 장관이 몇 차례나 '무슨 일이 있어도 집값만은 잡겠다'고 공언한 정부이니 어차피 부동산에 '올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것이 "세금 폭탄을 터뜨려서라도 집값, 땅값을 잡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조선>은 2005년 8월 23∼24일자에 '8·31 부동산대책… 무차별 세금폭탄 터지나'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들을 내보냈다. 23일자 기사에서 "벌써부터 시장에선 '세금 테러', '세금 폭격'이란 표현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시장으로 하여금 이같은 표현을 쓰도록 영감을 준 것은 <조선> 자신인 셈이다.

▲ 2005년 8월23자 <조선>의 '8·31 부동산대책…무차별 '세금폭탄' 터지나'.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있던 김병준씨가 같은 해 8월 24일 한 방송사와의 대담에서 "일부에서는 특히 세금이 늘어나는 부분에서 상당히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세금 폭탄'이라는 말을 쓰는데 국민의 아주 일부에게만 부과가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조선> 기사가 나온 뒤였다.

<문화>는 <조선>과 비슷한 기조의 사설(2005년 8월 16일자)에서 아예 "'세금폭탄'이 부동산 종합대책인가"라고 제목을 달았고, 연달아 같은 주장의 칼럼들을 다음과 같이 내보냈다.

"이달 말에 정부가 내놓을 획기적인 부동산 대책의 내용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세금폭탄'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의 구입·보유·양도·증여 및 상속 등 모든 세금이 단기간에 대폭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8월 23일자 '포럼 - 선진국형 부동산세제와 세금폭탄',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21일 '득을 보는 지역이나 사람들이 (새 부동산) 제도를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이번 대책으로 이익을 볼 이해집단을 짜서 소수의 자산가들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또다른 희생양 만들기의 무기는 물론 '세금폭탄'이다." (8월 24일자 '시론 -희생양 만드는 정책', 김회평 논설위원)

야당 수뇌부 중엔 박근혜 의원이 가장 먼저

보수언론이 '세금 폭탄' 논쟁의 군불을 때자 불길은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8월 25일 KBS 특별프로그램 '참여정부 2년 6개월,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일부 언론의 보도에 다음과 같은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정책을 끄집어 낼 때, 총론 끄집어낼 때는 전부 박수 소리가 나오니까 기분 좋아서 '되겠구나' 자신을 가지고 부동산정책을 입안합니다.

하다가 나중에 하나씩 하나씩 가면서 그야말로 (일부 언론의) 폭탄을 맞아서…. 지난 18일경부터 언론 보도들을 한번 보십시오. 그러면 '아, 정부의 부동산정책 때문에 내 세금 올라가겠구나', 관계없는 서민들도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고, '아, 저거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 아니냐?'…. 국민 생활을 위해서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지 시장을 위해서 국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8·31 부동산대책이 보수언론의 공격을 받자 '세금 폭탄'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여당에서도 김 내정자만이 아니다. 전병헌 의원(당시 대변인)도 2005년 8월 31일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폭탄은 폭탄이되 재래형 폭탄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세력만 골라 때리는 초정밀유도폭탄"이라고 말했다.

야당 수뇌부 중에서 '세금 폭탄'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언급한 사람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2005년 9월 1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정부 여당에서는 경제 정책의 실패를 서민과 중산층에게 세금으로 전가하고 있다"며 "'세금 폭탄'을 서민들에게 퍼붓기 전에 씀씀이와 낭비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 무렵부터 감세 정책을 집중 설파하며 "못 살겠다 갈아보자"며 정부 여당의 경제 실정을 난타했고, 5·31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김병준 내정자는 지난 5월 2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포지엄 특강에서야 '세금 폭탄'이라는 말을 처음 꺼냈다. 그는 "오늘 신문에 종합부동산세가 8배가 올랐다며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보수언론의 '세금 폭탄' 담론의 대응 논리를 펴다가 한 말이었는데, 거꾸로 자신이 '세금 폭탄'을 주창한 것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김 내정자는 억울함을 느낄 만하다.
2006-07-03 19:57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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