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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한국 교육 현실 안다면 '경악'했을 것"

 오바마가 한국 교육 현실 안다면 '경악'했을 것"

방한한 EI 사무총장 "한국 문제 국제사회에 알릴 것"

기사입력 2009-03-11 오후 3: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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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모두 '표준 평가'(일제고사)를 한국과 같은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Education International)의 프레드 벤 리우벤 사무총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 정부가 일제고사를 통해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겠다면서 외국도 그렇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듣고서였다.

리우벤 총장이 재직하는 EI는 전 세계 172개국 400여 개 단체, 3100만 명의 교사가 회원으로 가입된 유일한 국제 교원단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초청으로 지난 9일 한국을 찾은 리우벤 총장은 3일간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해 교사, 학부모, 국회의원 등을 만나며 바쁘게 움직였다.

11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국제 기준에 비춰 봤을 때 한국 정부의 교육 정책과 교원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법규,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경우"

리우벤 총장은 "우선 정부와 교원단체의 관계 악화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정부라도 교육 목표를 달성하려면 교육 전문가인 교사들과의 대화를 제한하거나 억제해선 안 된다"며 "한국 정부는 교육 정책 입안 과정에서 교원노조와의 적절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우벤 총장은 "교사는 병원의 의사와 같아서 단 한 명의 의사가 존재해서 모든 환자에 동일한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일제고사 때문에 교사들을 해직한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한국 정부가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더군다나 최근 한국 정부와 교원노조의 단협 무효화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우벤 총장은 "특히 한국 법규는 교원의 노동권 제약과 정치 활동 제약 부분에서 국제 기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는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라며 "자기의 신념과 일치하는 후보를 도왔다고 해서 해고되고 투옥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일제고사를 교사 평가 기준으로 하겠다니…"

리우벤 총장은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경쟁과 효율'을 중심으로 가속도를 내는 각종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물론 어느 나라나 자국 정책을 설립할 권리가 있다"며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교육의 상업화가 번성하고 있고, 이처럼 사교육이 급격히 커지는 나라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본받을 사례로 언급한 것을 두고도 "오바마 대통령이나 그를 수행하는 비서들이 한국의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이 지나치게 확장되고 있는 한국 현실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리우벤 총장은 "물론 경쟁 자체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경쟁을 과도하게 강조한 정책은 외국 사례를 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정책들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유네스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경고를 발동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 앞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났던 리우벤 총장은 "한 여당 의원이 일제고사 때문에 해직된 교사들은 중앙정부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하더라"며 "원칙적으로는 맞는 것 같지만, 지역 교육청의 행위가 국제 기준에 어긋나는 사안이기 때문에 중앙 정부가 시정을 촉구하고 개입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리우벤 총장은 일제고사 실시와 이를 통한 교사·학교를 평가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두고서 "OECD는 적절한 교사 평가 기준을 찾으려 오랜 시간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표준 평가에서 고민해야 할 점은 교육의 내용이지 형식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리우벤 총장은 이번 방한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려 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단식 중인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과 일제고사 해직교사들의 농성장 방문을 취소하지 않으면 면담을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리우벤 총장은 "안타깝게 생각할 뿐"이라며 "(교과부 장관과) 만나진 못했지만 서로 무슨 입장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이현

 

전교조 "청와대,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일제고사 홍보책자 발행…"외국 사례 사실 아니다"

기사입력 2009-03-08 오후 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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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치뤄진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가 공개된 뒤, 성적 조작 등 문제점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일제고사 시행의 정당성 여부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시험과 채점 방식을 보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일제고사 선택권을 안내했던 교사들을 대거 파면·해임하면서 강행하고 있는 시험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지난 2일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은 '학업성취도평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으로 10쪽에 걸친 홍보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에는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의 대국민 편지와 함께 지난해 일제고사 평가 결과와 해외 사례, 향후 계획, 당부의 말 등이 실려 있다. 특정 교육 정책을 두고 청와대가 홍보책자를 직접 발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8일 반박 자료를 통해 "책자에 나와 있는 주장의 근거로 삼는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중 사례로 제시된 외국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거짓이거나 확대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도 일제고사? 청와대가 거짓말"

이 자료에는 "주요 국가에서도 매년 전체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핵심교과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평가 결과를 학생과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나와 있다. 이어 미국, 영국, 호주,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며 네 국가 모두 '매년 전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미국의 학업성취도 평가(NAEP)는 전수평가가 아닌 표집평가"라며 "또 매년이 아니라 적어도 2년에 한 번씩만 보면 되고, 모든 학년도 아니며 4학년과 8학년에서 읽기와 수학만 반드시 실시하고 나머지 과목은 의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미국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수 평가라는 청와대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또한 표집평가를 받는 학생도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 자발적인 시험이며, 학교별, 개인별 성적 산출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전교조는 "특히 학생의 참여에 관해 학부모에게 시험 실시 이전에 반드시 어떤 이유로든 시험을 면제(exempted)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며, 시험을 끝까지 치루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모든 시험 문제에 답을 할 것을 요구받지도 않는다는 점을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영국의 학업성취도 평가 사례 역시 철지난 옛날 이야기"라며 "2000년부터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서는 일제고사와 학교 순위표(League Table)를 폐지하고 잉글랜드에만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잉글랜드에서도 명문사립학교와 교장들, 영국교원노조 등을 중심으로 일제고사와 학교순위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고, 심지어 이를 폐지한 웨일즈와 잉글랜드 사이의 학업성취도 결과의 차이가 없다는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됐다"며 "결국 영국 교육부는 올해부터 중학교 과정의 일제고사와 학교순위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왜 세계 최고 학업성취도 자랑하는 핀란드는 소개하지 않나"

전교조는 "일본의 사례 역시 진실 호도"라며 "일본에서 2007년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전국학력학습상황조사평가라는 이름으로 43년만에 부활했지만 현실에서는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험에 참여하지 않는 학교들이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2007년, 2008년 아이치현 이누야마 교육위원회는 '스스로 배우는 힘'을 강조하는 시의 교육 철학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교육위원회 산하 모든 학교에서 일제고사에 불참하고 정규 수업을 실시했다"며 "2007년에는 전국 사립학교의 40%, 2008년에는 47%가 일제고사에 불참하고 정규 수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는 "왜 청와대는 세계 최고의 교육경쟁력을 자랑하는 핀란드의 사례는 소개하지 않나"라며 "정부 이야기처럼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로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라면 성적도 가장 높고, 상하위권 학생들의 성취도 차이가 가장 작은 핀란드를 모델로 삼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
청와대도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가"라고 덧붙였다.

/강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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