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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증권시장 몰라도 한참 모른다"

현 장세에 대한 적절한 지적!

조중동 쫓아가다가는 남들 돈벌때 나만 망한다니까

 

조·중·동, 증권시장 몰라도 한참 모른다"
증시 전문가들이 꼽는 <조선> <중앙> <동아>의 증시 왜곡보도
텍스트만보기   김연기(yeonki75) 기자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주말 '짧은' 조정을 거치고 다시 사상 최고치(1138포인트) 경신을 위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현 장세를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선' 위기로 규정한다. 동시에 이들은 "불황 속 주가상승이 웬말이냐"고 부르짖는다. 일부 언론들의 이 같은 장세 인식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증권시장의 생리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라고 혀를 찬다. <오마이뉴스>는 증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일부 언론의 왜곡된 시장 인식 사례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시장 참여자들은 일부 언론들의 최근 증시 활황 인식에 대해 "증권시장의 생리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라고 혀를 찬다. 사진은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시황판을 바라보는 모습.
ⓒ2005 연합뉴스 배재만

#. 왜곡사례 1 : 개미 울고 외국인·기관만 벌었다?

<조선일보>는 7월 29일자 「'이제 주식 안해' 개미, 떠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관과 외국인들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개인들이 올해 6조원 가까이 팔아치우며 증시를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는 7월25일자 「요즘 증시 상식이 안통하네... 경기 바닥인데 주가 올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으면 '아줌마 부대'가 아기를 업고 증권사 객장에 나타나 '아무 주식이나 사달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면 맞는 얘기다. 실제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유가증권(거래소) 시장에서 6조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두고 개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등을 돌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비록 직접투자에서는 손을 떼고 있지만 증시 이탈 자금이 펀드 등 간접투자로 몰리면서 여전히 주식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

김성신 CJ투자증권 서울 교대역지점 지점장은 11일 "최근 지수가 많이 오르면서 개인들의 투자 문의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들 대부분은 펀드 같은 간접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의 직접투자 규모가 줄어든다고 해서 단순히 개인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적립식펀드 판매 규모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적립식펀드 판매 증가세는 지난 3월 이후 4개월간 둔화됐으나 7월 들어 3722억원 어치가 팔리며 오름세로 돌아섰다.

주가 올라도 국민은 행복해지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또 8월 1일자 「주가 올라도 국민은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통령이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 연정을 결심했다'고 하는데 최근 주가 상승으로 돈을 번 건 외국인과 기관뿐이며 기업들도 투자 대신 자사주 매입에 열중해 불황이 오히려 주가를 끌어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개인들의 직접투자 이탈 자금이 고스란히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로 몰리면서 기관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결국 지수가 오를 경우 펀드에 투자한 개인들도 덕을 보게 된다"고 반박했다.

#. 왜곡사례 2 : 불황인데 주가상승이 웬말?

<중앙일보>는 7월 29일자 사설에서 "종합주가지수가 거의 11년 만에 1100선을 뚫었는데 2분기 민간소비는 1.5% 증가에 그치고 국내총소득 증가율도 0%대에서 헤매고 있다"며 "지금의 주가 상승이 버블인지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입장은 8월1일자 칼럼으로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주가 상승과 경제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국내외적으로 주가 오름세에 장애가 될 만한 문제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며 "펀더멘탈에 기초하지 않은 상승은 자칫 엄청난 후유증을 양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장세 인식을 이튿날에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중앙일보>는 8월 2일자 '글로벌아이'(칼럼)에서 지금의 주가 상승에 대해 "경제가 좋아져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불황이 주가를 끌어 올리는 이변"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가 잠시 숨을 고른 사이 바통은 <조선일보>가 이어 받았다. 이 신문은 8월 2일자 사설을 통해 "증시 활황을 경제회복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분석하며 <중앙일보>와 주가 상승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

전문가들 "일부 언론 증시 생리 몰라도 한참 몰라"

▲ 증시 전문가들이 왜곡된 시장 인식 사례로 꼽은 <조선> 7월 29일자 기사(왼쪽)와 <동아> 7월 25일자 기사.
일부 언론들의 이 같은 주가 상승 인식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증권시장의 생리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기본적으로 '투자'는 현재가 아닌 미래의 변화를 가격에 선반영시키는 것"이라며 "주가는 현재 수준보다는 모멘텀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의 주가 상승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득수 태광투신운용 상무도 "주식시장은 기대감과 희망에 기초한 시장이지 현상에 기반한 시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현재의 경제 상황으로 주식시장을 평가하는 것은 '투자'가 지닌 기본적인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펀더멘탈이 뒷받침 돼 주가가 1000포인트를 돌파했던 89년, 94년, 2000년에 주식투자를 통해 성공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 왜곡사례 3 : 한국경제 바라보는 해외시각 여전히 차갑다?

<중앙일보>는 8월 2일자 칼럼에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은 여전히 차갑다"며 "성장률과 투자 및 소비 회복 전망 모두에서 유보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외국계 투자가들의 한국경제 전망은 비관보다 낙관이 우세하다.

특히 이들은 내수 시장을 밝게 내다봤다. 리만브라더스는 "백화점 매출이 5개월 연속 늘고 저금리 지속으로 기업들의 차입비용이 줄면서 설비투자도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와 월드마켓리서치센터(WMRC)도 "최근 소비심리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서비스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며 이를 내수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신호로 해석했다.

통계청 발표도 이를 뒷받침해줬다. 지난주 발표된 6월 서비스업활동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6% 증가하면서 내수 경기 회복을 알렸다. 또 6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 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 세계 경기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두 지표는 하반기 내수와 수출이 동반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국 부장은 "현 경기상황이 바닥에서 탈출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상승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며 "주가가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1994년 11월보다 지금의 주식시장이 더 견고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신문들도 좀 보시죠"

하루에 2곳 이상 개인들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다니는 한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전해준 얘기는 한번쯤 곱씹어 볼만 하다.

"요즘 투자설명회에 나가면 사람들로부터 '신문을 보니까 금세 장이 폭락할 거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경제도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다고 하는데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전 그들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주로 어떤 신문을 보시나요?' 그쪽에서 앵무새처럼 똑 같은 신문을 얘기할 때마다 저도 한결 같이 대답합니다. '다른 신문들도 좀 보시죠,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라고 말입니다."
2005-08-11 15:24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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