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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얼짱, 미국서 독도지킴이 ‘몸빵’

아, 곱다... 탄핵얼짱이셨다는군

 

 

 

탄핵얼짱, 미국서 독도지킴이 ‘몸빵’
PD 꿈꾸는 김진정회씨 ‘독도는 우리땅’ 필라데피아서 시위 참가
2005-04-30 12:55 민일성 (mini99999@dailyseop.com)기자
‘국회는 미쳤다’는 마스크를 쓰고 지난해 탄핵 집회에서 ‘침묵시위’를 했던 ‘탄핵얼짱’을 기억하는가. 그 어떤 메시지보다 강렬하게 16대 국회의 실상을 알려준 ‘탄핵얼짱’ 김진정회(22)씨가 이번에는 서재필 기념관이 있는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나타났다.

역시 유세와 집회의 달인답게 그녀는 해외에서도 “독도는 우리땅, 일본 UN 상임이사국 결정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김진 씨는 28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탄핵얼짱’에서 ‘국제몸빵’으로 데뷔한 소감을 풀어냈다.

지난 24일 미국 교환학생으로 학기를 마친 김진 씨는 인터넷으로 독도와 역사 교과서 왜곡 소식을 접하던 중 기차로 2시간 거리인 필라델피아에서 한인들의 독도 관련 집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 탄핵 당시 '국회는 미쳤다'라는 마스크를 쓰고 탄핵을 반대했던 김진정회씨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김진정회 
필라델피아는 어떤 도시인가. 미국에게는 독립이 선언된 곳으로 초기의 수도였지만 서재필 기념관이 있는 곳으로 일본 제국주의자와의 투쟁을 다짐하던 독립 정신이 깃든 곳이 아니던가.

집회 없이 지내려니 오히려 몸이 쑤셨던 김진 씨는 집회 소식에 당장 기차를 타고 달려갔다. 오후 두시 필라델피아의 독립광장. 4월 말 치고 날씨는 예상보다 추웠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하지만 한인동포가 최근 이렇게 모인 것은 보기 드물 정도로 1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기축구회, 세탁업협의회 등 다양한 모임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많은 한인단체들이 이번 일에는 일심동체해서 연대했더라고요.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런 일에 오히려 열심히 뛰어야 할 단체장들은 여섯 분만 참여했어요. 한인회장과 평통회장은 참여를 안했어요. 기독교인들이 많은 만큼 목사협회에도 참가를 요청했는데 일요일이라 안 된다고 거절했더군요.”

평소 집회 참여 습관대로 김진 씨는 시작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현수막도 붙이고 서명대도 설치하고 집기도 나르는 등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김 씨는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결정을 반대한다’라고 시작되는 유인물을 들고 서명을 받으러 길거리고 나서게 됐다.

시위대와 기념사진 찍는 경찰관

그러나 한국의 집회와는 거리 표정이 다르다. 김진 씨는 다인종이면서 발전된 시민사회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국보법 폐지 집회를 해도 몇 십년 전부터 나온 주장이기 때문에 좀 식상해 하면서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다양한 민족들이 섞인 나라이니까 거부반응보다는 흥미롭게 지켜보더라고요”라며 김진 씨는 차이를 지적했다.

▲ 2004년 3월12일 오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 되었다. 늦은 밤까지 여의도 일대에는 탄핵안 통과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가졌으며 김진정회씨도 '국회는 미쳤다'는 마스크를 쓰고 국회를 준엄히 꾸짖었다.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유인물을 나눠주면 그냥 서명해 주거나 지나치거나 하지 않고 유인물을 꼼꼼히 읽어보고 집회에서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꼬치꼬치 묻는다는 것.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와서 사인을 해주기도 하고 텍사스에서 왔다는 역사 교사는 수업 자료로 쓰겠다며 유인물을 더 요청하기도 했다. 김진 씨는 “유인물을 내밀기가 무색하리만큼 화난표정을 짓고 지나거나 뿌리치는 사람들은 극히 적었다”고 말했다.

한 일본인 젊은 남자는 처음에는 유인물만 받아 가지고 갔다가 다시 돌아와 “유인물을 읽어보니 일본이 잘못한 것 같다”며 서명을 해주고 가기도 했다. 그는 김진 씨가 입고 있는 독도 티셔츠도 한 장 부탁했다.

시위대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도 한국과는 판이하다. 한 경찰은 김진 씨에게 다가와 “오늘 당신들 집회할 때 누가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나왔다”며 “이 앞에 차 대놓고 지켜 볼 테니까 혹시 문제 생기면 이리로 전화하라”고 명함을 건네주고 갔다.

그 경찰은 차를 대놓고 같이 나온 동료와 이야기를 하며 한인 집회를 지켜보기만 했고 집회가 끝날 때쯤에는 집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집회 몸빵’답게 생생한 현장 참여로 시대의 변화를 체감해온 ‘탄핵얼짱’이 국제 집회 참가에서 느끼는 바가 없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김진 씨는 강대국 내 시민사회 단체의 역할과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이 말 그대로 슈퍼 파워가 되고 부시행정부 이후 더 가감 없이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그 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다시 말해 부시 행정부보다 더 힘센 유일한 세력은 미국의 시민사회밖에 없다는, 인도의 작가 아룬다티 로이 언니의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 씨는 또한 시민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하는 주장에 최소한의 관심을 보이고, 주장에 동의가 되면 흔쾌히 참여할 수 있는 만큼은 기꺼이 하는 자세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며 “특히 사회문제에 관심 없는 한국 젊은 친구들에 비해서, 시사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당사자의 설명을 듣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근혜 방문 때 몰렸던 한인회, 3.1절 행사는 취소

동아시아의 연대에 대해서도 김진 씨는 느낀 바를 쏟아냈다. 이번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의 속내를 김진 씨는 이렇게 잡아냈다.

“역사교과서, 독도문제, 성노예문제 등 역사청산문제를 우리가 거론하지만 사실 이번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논란의 핵심에는 일본이 동북아 신질서에 가담할 것이냐 다시 미국에 붙을 것이냐 중에서 다시 미국에 붙는 쪽을 선택한 것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미국 집권 세력과 선을 그으면서 미국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했던 것처럼 김진 씨는 중국 우익세력과 분리된 중국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중국, 미국, 일본 등 강대국의 우익세력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시민사회세력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진 씨는 “나중에 중국이 더 큰 강대국이 된 후에도 계속 동북아 평화질서를 유지하고 특히 한반도 평화통일에 있어서 남북한의 자주적 역할을 인정하도록 중국정부를 통제할 힘을 가진 세력도 여전히 중국 시민사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지금이야 미국과 일본에 힘이 있으니까 우리가 연대하여 함께 싸우지만 언젠가 중국이 또 다른 슈퍼 파워가 되서 돌변하면 자민족 중심주의를 누가 감당하겠냐”고 반문했다.

역시 똑같은 등식으로 김진 씨는 한국의 보수단체의 한계점도 지적했다.

김진 씨는 “서른 개 이상의 한인단체에서 연대하여 준비한 행사라고 하는데, 그 중 단 여섯 군데에서만 단체장이 참석했다”며 더군다나 “한인회장, 평통회장도 안 왔다”고 말했다.

“지난 3.1절 행사는 한인협회장이 눈이 많이 왔다고 취소했다”며 김 씨는 “필라델피아는 서재필 기념관 등 임시 정부 독립 투쟁가들이 많이 관련되어 있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도시인데 동포 사회나 역사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진 씨는 지난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방문했을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며 “이런 의미 있고 중요한 행사에 해외 동포를 대표하는 큰 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집회 분위기와 관련해서도 김진 씨는 국수주의적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랐는데 미주동포 사회의 원로 할아버지는 연설 시간동안 엄청나게 국수주의적 생각을 표출했다며 “일본을 왜놈이라고 부르자, 일본차 사지말자 등의 말을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역사가 남긴 상처로 강화된 국수주의와 민족주의 감정을 벗어나 시민사회와의 국제적 연대 강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보법은 우리 머릿속에 박힌 ‘철조망’

정치적 명분이나 장대한 역사관이 아닌 ‘왜 상식이 통하지 않는가’라는 순수한 고민, 인권과 행복에 대한 욕구에서부터 출발한 촛불 집회 문화의 ‘얼짱’들은 어떤 통일관을 가지고 있을까.

김진 씨는 단순한 상식에서부터 출발한다며 통일철학을 풀어냈다.

대학교 1학년 때 통일강좌를 수강하면서 김진 씨는 충격적인 ‘깨몽’을 하게 된다. 교수가 칠판에 한반도 대륙의 지도를 그리고는 자신은 평양에 있던 어린 시절 대륙을 향해 꿈을 펼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여러분은 어디로 꿈을 펼치겠냐고 물었던 것.

김진 씨는 “흡사 얼음물을 머리에 끼얹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며 “유럽 배낭여행을 갈 때도, 중국 북경으로 여행갈 때도 늘상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던 82년생인 저에게, 남한이 북한과 붙어 있고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라는 당연한 사실은 그동안 인지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고 ‘깨달음’을 쏟아냈다.

김진 씨는 “외세에 의해 분단됐다는 현 상황이 가슴 아프다라는 것이 아니라 저 철조망만 없으면 기차를 타고 얼마든지 유럽여행을 갈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이미 우리 머릿속에도 철조망이 쳐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바로 통일도 ‘상식의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통일 논의의 철조망이 되는 국가보안법은 하루 빨리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 경제학도인 김 씨는 “분단 비용은 철조망의 철사 값, 군비경쟁으로 인한 국방비 과다지출 이런 것들이 아니라 분단 이후 태어난 한반도의 모든 아이들, 무한한 상상력으로 꿈을 꿔야 할 그 아이들의 머릿속에 쳐진 수천만 개의 38선들이 진정한 분단의 기회비용이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을 쳐다봐서도 생각해서도 안 되는 금기로 설정해 우리의 상상력을 좁게 만들고 동포의 어느 한편을 서로 죽일 듯이 미워하도록 조장해 우리의 마음을 지치가 만드는 것들이 모두 기회비용”이라고 김진 씨는 말했다.

김진 씨는 “평화와 통일은 과거의 매듭짓지 못한 일을 완성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를 비롯한 미래세대의 넓은 가슴을 위한 민족의 과업”이라며 통일 의지를 밝혔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역사다큐 만들고 싶다

필라델피아 독도 집회 참가로 ‘국제몸빵’에 데뷔했지만 김진 씨는 한국의 촛불집회 예찬론자이다. 촛불 집회 참여를 김진 씨는 좋은 예술 영화 한편을 감상한 후 느끼는 카타르시스로 비유한다.

김진 씨는 예전에는 외국 집회를 동경했는데 한국의 촛불집회 문화가 훨씬 재밌고 '프로'라며 효순이 미선이 사건부터 겪어온 촛불 집회 참여는 소중한 삶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촛불 집회에 참여할수록 어느 순간부터는 정의감 때문이 아니라 잘 만든 영화 한편을 보거나 직접 만드는데 참여한 것 같은 심정을 느낀다고 김진 씨는 말했다.

즉 흥겹고, 재밌고, 역사를 생각해 보면 눈물이 나오기도 하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면서는 공동체와 연대를 생각하게 되고 또 쓰레기까지 치우고 집으로 돌아가면 짜릿하고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는 것. 이것이 촛불 집회 참여의 ‘알짜배기 맛’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탄핵얼짱’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시민운동가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김진 씨는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교환학생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취업을 고민해야 하는 평범한 젊은이라며 대신 "내가 가진 직업에 충실하면서 후원금을 많이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직업을 갖고 싶으냐는 질문에 역시 김진 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방송국 피디가 되고 싶다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같은 역사관을 담아낼 수 있는 프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민일성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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