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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왜 다를까

이제 언론이 비정규직 양극화 문제에 대해 조명할 때다. 계속 안하겠지만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왜 다를까
[경향신문 2005-09-09 18:57]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회담하면서 박대표가 장기불황을 걱정하자 “지표로 얘기하자”고 말했다. 노대통령의 이 말에는 “근거를 갖고 얘기하자”는 원론적인 뜻도 있겠지만 “지표를 보면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소비가 점차 늘고 수출이 여전히 잘되는 등 실물 경기지표가 나아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의 체감경기는 나쁘다. 이 때문에 정부가 월간 경기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실감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9일 재정경제부·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한 민간소비재 판매액은 1·4분기에 1.2%, 2·4분기 3.2% 증가에 이어 7월에는 4.9% 늘었다. 수출 증가율은 7월 10.9%에 이어 8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8% 늘었다. 설비투자도 2·4분기 2.9% 늘어난 데 이어 7월에는 4.7%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자 심리는 실물지표와 반대로 가고 있다. 6개월 뒤의 경기·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8월에 94.8로 나타나 지난 3월(102.2) 이후 5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왜 그럴까. 소비자가 체감하기에는 경기가 나아지는 정도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실물지표는 경기가 바닥이었던 1년 전과 비교하므로 상대적으로 좋게 나타날 수 있지만 소비자심리는 절대적 기준으로 경기를 평가하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기가 워낙 나빠 올해는 약간만 나아져도 지표는 개선되지만 소비자는 개선 정도가 미미해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양극화로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투자지표가 3~4% 상승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대기업은 15~20% 정도 늘린 반면 중소기업은 오히려 20~30% 줄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가 소득계층별, 기업규모별, 수출·내수기업 등에 뚜렷해지다보니 전체를 보여주는 지표는 개선돼 보이지만 개인별로, 기업별로 물어보면 부정적인 답이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7월 중 소비재판매액이 4.9% 늘어 대형할인점은 8.1%, 백화점은 1.6% 증가한 반면 소형 점포는 1.3% 줄었다. 재래시장 경기 실사지수(전경련 조사)는 1·4분기 60, 2·4분기 73, 3·4분기 68 등으로 기준치(100)에 크게 못미치지만 할인점·백화점·편의점 경기를 보여주는 산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대한상의 조사)는 1·4분기 68에서 2·4분기 106, 3·4분기 104로 높다.

많은 전문가들은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체감경기를 나쁘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고용이다.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아 주위에 일자리를 못찾은 사람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경기가 냉랭하게 느껴진다. 7월 중 취업자는 43만4천명 늘었지만 빛이 나지 않았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나선 사람이 느는 바람에 경제활동인구가 신규 취업자보다 많은 45만6천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박성휴기자 songhu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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