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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매고, 뛰어내리고, 분신기도까지…

아아 대한민국... 죽을 정도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목매고, 뛰어내리고, 분신기도까지…

비정규직 투쟁 격해지는데 대책은 `늑장'

"책임있는 대책 추진 필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 목매 자살하고, 고공시위 중 뛰어내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하고….

비정규직의 급증과 차별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뒤에도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들 근로자의 권리 투쟁이 거칠어지고 있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0시6분께 부산 남구 용당동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 입구에서 화물연대 소속 트레일러 운전기사 김모(48)씨가 담요를 몸에 두른 채 시너 18ℓ를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김씨는 기름값 인상 등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세금체납액이 1천200여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종사하고 있는 트레일러 운전기사는 골프장 경기 보조원(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레미콘 기사 등과 함께 자영업자와 근로자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에 해당된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6시30분께 울산 양정동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 3층 옥상에서 조합원 류기혁(30)씨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류씨는 현대차 사내 모 협력업체에 일하며 지난해 2월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한 뒤 노조활동으로 회사측과 잦은 마찰을 빚어오던 중 결근 등 근무태도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 6월 해고됐으며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이어 경찰조직내 비정규직인 고용직노조원 문모(33.여)씨와 김모(30.여)씨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공원내 40m높이의 폐쇄회로TV 철탑에 올라가 복직을 요구하다가 강제해산에 항의해 뛰어내려 부상하는 등 비정규직의 투쟁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이들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은 최근 수년 사이에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취약 노동자로 분류돼 시급한 보호대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 등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공언하면서도 늑장을 부리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비정규직법안은 같은 해 12월, 올해 2월, 4월, 6월 등 4번째나 국회 처리가 무산된데 이어 국회와 여당의 적극적인 의지부족으로 이번 9월 정기국회 처리도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노사정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방안 논의를 위해 2003년9월 노사정위원회 산하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으나 2년 동안이나 공전하다가 이달 초 기약도 없는 `추가 논의'를 약속하고 활동을 마쳤다.

이에 대해 한국기술교육대 어수봉 교수(산업경영학)는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통합 조정하고 결단을 내려 법안을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법의 경우는 질서가 없는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기본 골격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미루면서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조준모 교수(경제학)는 "지역이나 현장에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데다 중앙에서는 입법논의에 매몰돼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직된 노사관계가 문제"라며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장단기 대책을 차분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계청의 지난해 8월 기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수는 540만명으로 지난해 460만명에 비해 80만명이 증가했으며 전체 임금 근로자의 37.0%에 달했다.

특수고용형태 근로자수도 보험설계사 20만6천명, 학습지 교사 10만명, 레미콘 기사 2만명, 캐디 1만4천명 등을 포함해 모두 71만1천명으로 4.9%를 차지했다.

h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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