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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결사항전 실제론 대충” 한나라의 속내는?

 

 

 

말은 결사항전 실제론 대충” 한나라의 속내는?
일부 의원들 “지도부 의지 없었다”…국민 여론 의식 분석도
입력 :2005-12-10 10:44   김성곤 (skzero@dailyseop.com)기자
▲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학법 개정안의 처리를 놓고 여 야 의원들이 국회본회의장 단상위에서 필사적인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위를 점거하고있는 가운데 사립학교법을 직권상정한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서류들이 던져지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9일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 결국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물리적 저지 방침을 밝힌 대로 사학법 개정안과 관련 '대한민국 국회 치욕의 날’, ‘체제를 부정한 행위’라는 극한 표현을 써가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초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방침에 맞서 한나라당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공언했지만 실제 이날 본회의에서 보여준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습을 볼 때 ‘과연 사학법 저지 의도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표면적으로 볼 때 한나라당의 태도는 완강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 사학법 공조 의사를 밝히자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9일 오후 2시 본회의 개회를 앞두고는 의장석 점거를 위한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 열린우리당 의원과 당직자, 보좌관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양당 당직자들과 보좌관들이 총동원된 상태에서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등 국회 본회의장 앞은 아수라장의 난장판으로 변했다.

특히 본회의장 우측 출입구는 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 보좌관들의 몸싸움 끝에 대형 유리문이 산산조각 나는 극심한 충돌이 지속됐다. 본회의장 진입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사학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원천무효를 외치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본회의 직후 격앙된 한나라당은 대리투표 의혹 등을 제기하며 사학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원기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원내사령탑 강재섭 원내대표는 사학법 개정안의 통과와 관련 “원내대표의 책임”이라면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전날 재경위 소위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표결처리에 반발,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며 강경대응을 천명했던 박근혜 대표도 “악법의 날치기 통과를 한나라당이 막지 못한 것을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면서 “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과 국민 여러분과 사학법 반대투쟁에 나서겠다”며 장외투쟁을 시사했다.

 

 


하지만 사학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전후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태도를 두고 국회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은 과연 한나라당이 결사항전이라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학법을 저지하려는 의지가 있었는가라는 의구심이다.

▲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이어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사학법 개정안의 제안설명을 시작하자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이 정 의원이 가진 제안설명서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선병렬 의원과 최재성 의원이 막으려고 나섰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김원기 의장은 어디? 김원기 국회의장이 9일 오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뒤 엉켜 있는 국회본회의장 입구에서 회의진행을 위해 국회경위들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연단으로 향해 올라가고 있다. 많은의원들이 포진해 있어서 김원기 의장의 모습을 찾는게 쉽지 않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9일 오후 2시 40분경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입장 이후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처리된 것은 오후 3시 5분으로 불과 20여분 안팎.

국회의장석을 주변으로 여야간 대치가 극심한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이는 언론을 의식한 일종의 보여주기용 반발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의장석 주변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던 전여옥 의원은 “내려와”를 연발하며 반발했고 송영선 의원도 “왜 여당이 날치기를 하느냐”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혜훈 의원도 “원천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학법 개정안의 처리에 대해 항의했다.

또한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의 사학법 개정안의 제안 설명 와중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 의원을 끌어내 발언대 주변을 장악하기도 했다. 권경석, 황진하, 이군현, 공성진, 주성영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발언대 주변을 에워싸고 의사일정 진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아울러 이방호, 심재철 의원 등은 국회의장석 방향으로 서류 뭉치를 던지면서 무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방해에 분노한 김원기 국회의장은 “부끄럽지 않아요”라면서 “세계 어느 나라 국회에서 이렇게 하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고 호통을 쳤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유와 함께 “날치기 반대”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와 여야간 대치 상황 속에서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는 시작됐고 결국 재석 154명에 찬성 140명, 반대 4명, 기권 10명의 결과로 처리됐다.

이후 진행된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결사항전’이라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과연 사학법 처리를 저지할 의도가 있었는지라는 자성이 이어졌다. 이는 사학법 개정안 상정 이후 불과 한나라당의 결사저지 방침에도 불과 10여분 만에 신속하게 처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보법 폐지에 반발한 한나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의 장기간 점거와 본회의장 밤샘 농성과 비교해 볼 때 실제로는 저지 의도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 당시 한나라당은 강력한 물리적 저지를 통해 여당의 국보법 폐지 움직임을 무력화시켰다. 실제 김원기 국회의장은 사학법 개정안을 처리한 9일 본회의장 진입에 별다른 어려움없이 의장석에 안착했다.

이와관련,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학법 개정안 저지와 관련한 당의 전략부재를 비판했다. 김정부 의원은 “투지가 없다. 어떻게 의장석에 한명도 없느냐”고 말했고 박계동 의원은 “원래 작전명이 ‘대충 철저하게’다”라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 역시 “어쩌자고 이렇게 허망하게 뚫리나”라며 “‘전략미스'지만 (의원들 스스로) 막으려는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러한 지적은 지난 3월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보여준 반발과 비교해볼 때 더욱 명확해진다.

실제 한나라당의 사학법 개정안 저지와 관련, 과거 행정복합도시특별법에 반발했던 수도권 소속 의원들은 적극적인 저지투쟁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내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출마를 의식한 상당수 의원들도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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