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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민들, 존 레논의 '스트로베리 필즈'를 부르다

 

 

 

뉴욕 시민들, 존 레논의 '스트로베리 필즈'를 부르다
존 레논 피살 25주년을 맞은 8일 '이매진' 기념터의 현장 스케치
텍스트만보기   론다 허벤(news) 기자   
"스트로베리 필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레논의 삶을 기리기 위해 모였습니다. 음악가가 세상을 뜨면 뉴올리언즈 사람들이 그렇게 하듯이요."

레논의 팬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사람들은 지난 8일 저녁(동부시간) 존 레논을 추모하기 위해 뉴욕 센트럴 파크에 모였다. 레논은 25년 전인 1980년 12월 8일 이 부근에 있던 집 근처에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의 나이 40세였다.

그가 죽은 지 5년 째 되는 날 센트럴 파크 한 구석은 ‘스트로베리 필드’로 명명됐고 그 한 가운데 길 들이 교차하는 조그만 광장에 ‘IMAGINE’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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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매진 기념터를 지나간 사람은 내가 본 것만 해도 족히 1000명은 넘을 것이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세대가 따로 없었다. 아이들은 아빠의 어깨에 무등을 타고 노인들은 지팡이를 짚고 기념터를 찾았다. 호주에서 온 사람도 있고, 스코틀랜드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수많은 종류의 언어가 한 자리에서 들렸다.

경찰 저지선이 기념터까지 길을 내고 있었다. 경찰은 사람들이 기념터 앞에서 빨리 사진을 찍고 이동하도록 안내했다. “사진 찍으셨으면 바로 이동하세요.”

내 옆에 있던 사람은 “각자 원하는 대로 레논을 추모하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왜 경찰이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우리 중 몇몇은 기념터 반대쪽까지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스트로베리 필드’ 등 비틀즈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군중 틈에 합류했다. 400명 쯤 되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어두움이 깔리고 추운 공기가 휘감는 그 곳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동참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느낌을 공유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가져온 초에 불을 켰고, 꽃이나 기념터에 놓을 다른 기념품들을 가져온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부시 대통령, 제발 그만해요”라고 쓴 포스터를 가져왔다. 또 다른 사람은 “존, 고마워요, 당신이 이 세계와 나를 위해 해주고 간 모든 일에 대해서요”라고 쓴 것을 가져왔다.

기념터 위에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올려놓은 사람도 있었다. 트리 꼭대기에는 작은 장미로 장식된 레논의 사진이 있었다.

공원 밖으로 나오는 길에서는 기타를 치며 비틀즈의 노래를 부르는 남자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들기도 했다. 어떤 여성은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 병사의 숫자를 써 넣은 커다란 포스터를 가지고 왔다. “지금 세어보면 숨진 군인이 더 많을 거예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지나가다 그 포스터를 본 사람들은 포스터 위에 서명을 하고 각자 적고 싶은 메시지를 적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영국 출신인 레논이 미국으로 왔고 베트남 전쟁을 멈추게 하려는 반전 운동에 참가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레논은 전쟁에 대해 미국 사람이나 영국 사람, 또 세계의 어느 나라 사람도 비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전쟁이 왜 끝나야 하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레논에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FBI가 그를 조사했고, 관련 서류 중 일부는 그가 숨진 지 2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레논은 자신이 할 수 있을 때에,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오늘 세계 각지에서 센트럴 파크로 모여든 사람들은 레논이 한 일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이매진 기념터에 놓인 한 푯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존, 우리는 당신이 보고 싶어요, 2005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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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 허벤(Ronda Hauben)은 뉴욕에 사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입니다. 영문원고는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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