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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의 딸, ROCK으로 독일을 흔들다

 

 

 

광부의 딸, ROCK으로 독일을 흔들다
[(개)좆선일보 2005-12-22 03:08]    


록밴드 보컬리스트… 한국계 2세 조지인

[조선일보 최승현 기자]

유럽 대륙의 록(Rock) 음악 강국(强國) 독일. 최근 ‘크립테리아(Krypteria)’라는 신예 4인조 밴드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Liberatio’라는 노래로 독일 싱글 차트 2위에 오르며 ‘스타’ 반열에 오른 이 밴드 멤버 중 관객을 휘어잡는 여성 보컬리스트가 뜻밖에도 재독 한국인 2세 조지인(28)씨다. 조씨는 30여 년 전 독일에 건너온 파독(派獨) 광원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치원 때부터 대중 가수를 꿈꿨다는 그녀는 쾰른 음악대학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고서도 록 밴드 멤버를 택했다.

현악 위주의 웅장한 클래식 선율과 강렬한 록 비트가 결합된 음악을 내세운 밴드 ‘크립테리아’에서 ‘코리안’ 조지인은 건장한 독일 남성 멤버들 연주를 등에 업고, 신비스러우면서 강단 있는 목소리로 밴드를 이끈다. 조지인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적잖이 더듬거렸지만, 또렷한 한국어로 의사를 전달했다.

“벼락 인기를 얻게 되어 저도 얼떨떨해요. 록이라고 해서 꼭 요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본질적으로 가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감정을 음악에 담아 보자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고, 노래했는데 뜻밖에 관심을 얻었어요.”

그는 음대 졸업 후 대중가수가 되기 위해 색다른 선택을 했다. 한 방송사가 주최하는 신인 연예인 캐스팅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여기서 우승한 그는 ‘비컴원’이라는 밴드를 거쳐 ‘크립테리아’에 들어갔다.

그는 “록·팝 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클래식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음대에서 공부했다”며 “일단, 지금 제 마음속을 두들기는 소리를 솔직하게 드러내기에는 록이 제격인 것 같다”고 했다.

조지인은 로커(rocker)의 길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래는 휘트니 휴스턴,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은 마돈나, 춤은 재닛 잭슨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그는 “경력을 쌓은 뒤, 솔로 가수로 독립하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녀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부모님의 후원도 큰 몫을 했다. 그녀가 클래식 공부를 중단하고, 대중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현재 제약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는 아버지나 지금도 간호사로 근무하는 어머니 모두 반대하지 않았다. 조씨는 “제가 노래를 하며 생계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전적으로 후원하겠다는 게 부모님 뜻이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어머니가 근무 끝나고 공연장이나 스튜디오를 찾아오실 때가 많아요. 특히 녹음 들어가기 전에는 목에 좋으라고 보약 같은 것도 지어오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죠. 어머니는 제게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하되, 먹고 살 계획은 항상 세워 놓아라’고 말씀하시고는 합니다.”

크립테리아의 앨범은 내년 초 한국에도 소개된다. 그는 “이 앨범이 한국에서도 호응을 얻으면 작은 무대에서라도 고국 팬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12년 전에 한국에 온 뒤로 한 번도 한국에 못 왔다는 그는 ‘떡볶이’, ‘호떡’ 등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했다.

(최승현기자 [ vaida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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