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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리는 ‘눈을 떠요’ 두천사, 김만수박사와 김제동

아주 훈훈

 

 

막내리는 ‘눈을 떠요’ 두천사, 김만수박사와 김제동
[마이데일리 2005-12-19 09:10]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1년 11일만에 막을 내린다. 막은 내리지만 1년 11일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주었다. 바로 MBC의 ‘!느낌표’의 한 코너 ‘눈을 떠요’가 24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해 12월1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1년 11일 동안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바꾸어 놓았고 각막 이식수술을 통해 세상의 빛과 차단된 23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빛을 찾아 주었다.

오락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떠요’는 시청자들에게 웃음보다 기쁨의 눈물 그리고 아름다운 감동을 주었다. 기쁨의 눈물과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 이들은 제작진과 각막 기증을 한 국내외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코너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는 바로 강남성모병원 김만수 박사와 이 코너를 브라운관 전면에 나서 진행한 김제동을 꼽을 수 있다.

“자라면 박사님처럼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에서부터 “세상을 선물하고 있는 당신은 정녕 이 시대의 천사입니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글들이 ‘눈을 떠요’에서 각막이식 시술을 하는 김만수 박사를 향한다. 각막 이식 분야의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지난 20여년간 행한 집도한 이식수술 건수만도 1,500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그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뛰어난 의술뿐만 아니라 인자한 인상에 환자들의 애절한 사연에 눈물짓기도 하는 환자를 향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의 방송 출연은 김영희PD의 간절한 부탁과 김박사의 각막기증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려는 의도가 맞아 이뤄지게 됐다. ‘MBC가이드’와의 인터뷰에서 김박사는 “평소 각막기증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생각했던터라 흔쾌히 출연 제의에 응했습니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을 가까이 하지 않던 김박사는 ‘눈을 떠요’에 출연하면서 TV매체의 영향력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하면서도 신기해요. 시작 전에는 먼 산에 대고 혼자 소리치는 메아리가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수 있다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눈을 떠요’를 보고 각막 기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연예인에서부터 안경사,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각막 기증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것은 그의 신실한 장기기증으로 새생명을 얻을 환자들에 대한 사랑이 브라운관을 타고 흘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방송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 의사였기에 능수능란한 방송 모습은 아니었지만 환자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그리고 겸손해하는 소박한 모습이 오히려 많은 시청자와 환자들에게 믿음을 주었고 감동을 선사했다. 전 국민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원종건(13)군의 어머니 박진숙씨는 수술에 들어가면서 감사하는 마음에 병원 복도에서 큰절을 해 김박사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의 인술을 펴는 태도에 감명 받은 것은 출연자뿐만 아니다. 수많은 시청자들은 그의 아름다운 모습에 대해 ‘감동의 천사’라고 명명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김박사는 ‘MBC가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난 운이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많은 분들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라며 겸손해 했다.

“수술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야지요. 각막기증은 한 개인을 넘어 가족전체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고귀한 실천입니다. ‘눈을 떠요’로 시작된 장기기증에 대한 호응이 잠깐의 바람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라는 김박사의 진심어린 바람이 바로 ‘눈을 떠요’를 성공하게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했음은 시청자들은 인정할 것이다.

또 ‘눈을 떠요’의 또 한사람의 주역이 바로 진행자 김제동이다. “저의 작은 눈 때문에 진행자로 결정된 것 같은데요”라며 유머로 진행자로 나선 소감을 밝혔던 첫방송 녹화를 마치고 이런 말을 했다. “중도 실명한 대학생이 각막 이식 수술을 받고 15년만에 눈을 뜬 뒤의 첫마디가 ‘엄마가 보여요’였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방송을 진행할 수가 없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각막 이식을 받아 사랑하는 가족,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수더분한 인상 그리고 소탈한 진행스타일, 시청자들이 한번쯤 의미의 되새김질을 하게 하는 멘트로 잘 알려진 김제동.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공익과 오락을 혼합한 공익성 오락프로그램의 최적의 진행자로 꼽히는 지 모른다. 김제동은 ‘눈을 떠요’에서 그의 최대 장기인 기막힌 상황 묘사나 인물과 대상에 대한 풍부한 언어 구사력과 표현력을 무기로 진행하는 스타일보다는 진솔하고 꾸밈없는 진행 스타일을 견지하며 시청자와 출연자에게 다가갔다.


이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주요 출연자인 시각 장애인과 환자 가족들이 김제동의 진행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바로 이처럼 출연자에게 자신을 철저히 낮추는 겸손한 김제동의 진행 스타일은 ‘눈을 떠요’를 성공으로 이끈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세상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들의 각막 이식수을 빛을 찾아주는 ‘눈을 떠요’에서는 김제동은 어른 출연자에게는 자신의 부모를 대하듯, 그리고 어린 청소년들은 자신의 동생을 대하듯 살갑게 멘트와 행동을 했다. 이러한 진행은 시청자로 하여금 ‘눈을 떠요’의 진정성을 부여하게 만들었다.

또한 김제동의 존재가 ‘눈을 떠요’에서 더욱 빛났던 것은 무엇보다 소외된 시각장애인에 대한 동정이나 불쌍함으로 치부하는 멘트나 행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 방송의 잘못중 하나가 가난한 이에 대한 너무 무례한 진행이다. 하지만 김제동에게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공익과 오락이라는 어쩌면 조화되기 힘든 성격을 한 프로그램으로 수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두개의 지향점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익과 오락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데에는 김제동이라는 소박하지만 걸출한 진행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 사람이 있어 ‘눈을 떠요’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환자들에게는 세상의 빛을, 그리고 많은이들에게는 장기 기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선사했다. 이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은 24일 마지막 방송을 남겨두고 있는 ‘눈을 떠요’의 두 수호천사 김만수박사와 진행자 김제동에게 많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눈을 떠요'를 통해 감동과 기쁨을 선사했던 김만수박사(위쪽)과 진행자 김제동. 사진제공=MBC, 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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