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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치마 훔쳐보느라 정신 없는 남정네들

 

 

 

처녀치마 훔쳐보느라 정신 없는 남정네들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6)] 처녀치마
텍스트만보기   김민수(dach) 기자   
▲ 처녀치마
ⓒ 김민수
꽃들의 피고 짐을 보노라면
사람들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본다.
화려한 봄꽃들의 행렬 속에서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작은 꽃들
그러나
비교하는 법 없이 절망하지 않고 피어나는 꽃
그래서
꽃은 행복하다.

- 자작시 : 꽃이 행복한 이유


ⓒ 김민수
이제 춘삼월도 하루가 남았습니다.
긴 겨울 지나고 찾아온 봄, 꽃샘추위가 겨울의 끝자락을 잡고 지리하게 늘어지지만 오는 봄을 가는 겨울이 어찌할 수 없습니다.

보라색 통꽃 하나하나마다 아가씨들 미니스커트처럼 생긴 꽃, 그래서 이름도 '처녀치마'라고 붙여졌습니다. 줄기가 길게 올라와 보라색 통꽃이 아래를 향해야 제법 처녀들의 주름치마 같을 터인데 꽃을 피운 후에 줄기가 길게 자라기 때문에 막 피어난 처녀치마는 치마 속이 훤하게 들여다 보입니다.

아직은 잔설이 남아 있는 숲이라 그런지 작은 봄꽃들은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여기저기 꽃이 피어 있는 곳마다 꽃을 담기 위해 땅과 하나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반갑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 김민수
지천에 피었다면 여기저기 분산이 되었을 터인데 조금 이르게 두 송이 피어 있으니 남정네들이 처녀치마 주변에 몰려들어 처녀치마를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짧은 다리(?) 덕분에 치마 속이 훤하게 보입니다.

처녀치마를 만나면 위에서 내려다볼지언정 누워서 보면 안 되는 것이 예의(?)건만 작은 꽃들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땅에 몸을 붙이게 됩니다. 처녀치마의 존재를 안 후 처음으로 눈맞춤을 했기에 나도 순서를 기다려서 처녀치마 앞에 바짝 엎드렸습니다.

짖궂은 아줌마들이 "처녀치마를 뭐 그리 유심히 쳐다본댜?"합니다.

ⓒ 김민수
이틀 뒤 가족들과 함께 처녀치마가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조금 줄기가 길어졌습니다. 날씨가 따스해지면 줄기가 점점 길어지겠지요. 그렇게 많은 이들이 처녀치마를 보고, 카메라에 담고 갔어도 그 자리에 처녀치마가 그냥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습니다.

소유욕.
흔하디 흔한 꽃들은 하나 둘 꺾어도 뭐라 할 수 없겠지요.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꽃 한송이 선물한다고 큰 죄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흔하지 않은 꽃들, 지천이라도 너도나도 소유하기 위해서 캐간다면 우리 산하에 남아 있을 꽃들이 없겠지요.

야생화를 담기 위해 다니다 보면, 누군가 자기 홀로 소유하기 위해 캐내 간 흔적들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집에 가져가도 살릴 수 없는 것인데도 파헤쳐져 있습니다. 보고 싶어 그 자리를 찾았을 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마음이 아픕니다.

그 자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법이고, 사람의 손길이 닿는 순간부터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데 자기 혼자 소유하겠다는 욕심에 사라져버린 수많은 꽃들이 있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결국 꽃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까지도 사랑하는 것이겠지요.

ⓒ 김민수
막내도 처녀치마를 담기 위해서 열심입니다.
나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지 모릅니다. 추억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채색되는 것이겠지만 숲과 들,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이 땅에 이렇게 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며 자란다면 행복한 삶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라고 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의 모습 그대로 피어남으로 행복한 꽃을 통해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처녀치마(Heloniopsis orientalis Koidz)

백합과의 꽃으로 4월을 전후해서 피어나며 주름치마처럼 생긴 통꽃들이 고개를 숙인 듯 피어나 '처녀치마'라는 이름을 얻었다. 다른 이름으로는 치맛자락풀, 성성이치마 등이 있으며 전국의 산속 습한 응달에서 자라는 상록성 다년초다.

드물게 흰꽃이 피는 것도 있으며 꽃이 핀 후 꽃줄기는 10-30cm까지 자라는데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한 꽃의 지혜를 볼 수 있다.

[참고] 이유미의 <한국의 야생화>, 고경식·전의식 공저 <한국의 야생식물>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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