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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일치 아나운서' 최영미... 자선공연 '쉼표를 위한 에튀드' 열다

 

 

 

그 좋은 멘트 말잔치로 끝낼 순 없죠"
'언행일치 아나운서' 최영미... 자선공연 '쉼표를 위한 에튀드' 열다
텍스트만보기   김기(mylove991) 기자   
▲ 여성노숙인 쉼터 건립을 위한 자선공연 "쉼표를 위한 에튀드"를 스물한 번째 이어오고 있는 최영미 아나운서
ⓒ 김기
최영미 아나운서는 경력 21년 고참이다. 과거 KBS 라디오 1FM <노래의 날개 위에>를 통해 인기를 높였고, 몇 년 전부터는 국악방송의 주요 프로그램을 맡아 맑고 차분한 예의 진행으로 청취자들과 음악의 사이를 좁혀주고 있다.

최영미 아나운서의 장점이라면 자유자재의 말솜씨일 것이다. 그녀의 방송 멘트를 듣자면 방송원고대로 읽지 않는 다분히 애드리브가 많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라디오 속 세상은 저절로 봄이었다가 금세 겨울도 되는 천변만화의 요지경 세상이 되고 만다.

그렇게 방송만 잘하는 줄 알았던 그녀가 세상 잘 모르게 자선공연을 이끌고 있다. 2004년 11월 시작해서 지난 10일 나루아트센터에서 젊은 국악인들과 함께 한 '젊은 국악, 따뜻한 마음자리' 공연까지 벌써 스물한번 째다.

아나운서가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 그리고 사회까지 도맡아 하는 일도 의외인데 그 공연의 목적이 남다르다. 세상이 각박해도 자선의 뜻 모음은 여전하지만 특별한 날 한 번 하고 마는 일회성이 아니라 많으면 한 달에 세 번도 열리는 지속적인 것이다.

최 아나운서가 이토록 공연을 미친 듯이 하는 이유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노숙인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고자 하는 목표 때문이다. 스무 번의 자선공연으로 5800만 원을 모았고 올해 내로 1억 원을 모아 좁고 허름한 현재 서계동 쉼터를 좀 더 넓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겠다는 포부.

▲ 10일 나루아트센터 연주에서 가야금 앙상블 아우라. 가야금 한 대에 세 명의 연주자가 붙은 재미있는 연주장면
ⓒ 김기
최영미 아나운서를 오랫동안 팬으로서, 친구로서 지켜본 한 사람은 그를 '몸의 절반은 간'이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 주저함 없이 당차게 도전한다는 뜻이다.

그는 또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으면, "어떤 좋은 일을 하는데?"하고 묻는다고 한다. 사람이 반드시 좋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으로 이런 봉사활동 속에서는 "119 최영미, 빠릿빠릿 특수요원, 2분 공주"라고 불릴 정도다.

처음 멀리서 그녀를 볼 때는 공주인데, 가까이서 사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그렇게 칭하는 무수리 같은 공주임에 분명하다. 이런 공주라면 온 세상 여자가 온통 그녀에게 물들어도 좋을 일.

황사를 지운 빗줄기가 그치고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아진 월요일(10일) 오후, 잠시 한가한 틈을 타서 최영미 아나운서와 데이트를 즐겼다. 첫마디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 알리기 싫고, 우리 목적을 생각하면 더 널리 알려야 하고…"라면서 인터뷰에 겸연쩍어 한다.

그녀와의 대담이다.

"청취자와 신뢰로 잇는 가교가 되기 위해 시작했어요"

▲ 10일 공연 중 정가악회의 '태평가' 연주 장면
ⓒ 김기
-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2004년 KBS 제3라디오 <우리는 한가족>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이사장이 6개월간 게스트로 출연한 게 계기였어요. 2004년 용산구 서계동 쉼터(열린여성센터)에 먹을 것을 사들고 놀러 갔다가 믿지 못할 여성 노숙인의 현실을 알게 된 거죠. 여성 노숙인은 여성 문제이면서 동시에 노숙인 문제이지만 기실 그 두 가지 모두 사회안정망에 적절히 노출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발견하게 된 거죠."

- 그분들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조금 과하다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아무런 차이가 없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어요. 설혹 가족이 있어도 돌아갈 수도 없고, 세상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태. 여성 노숙인이 대부분 정신분열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데, 누구라도 그런 생활 단 며칠만으로도 미쳐버리고 말 거라고 생각해요. 공황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그들의 삶입니다."

- 왜 이 일을 하십니까? 아나운서로 활동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밤하늘의 별이 빛나는 까닭은 자신이 받은 빛을 고스란히 혹은 더 보태서 내보내기 때문이잖아요. 라디오 진행을 하게 되면 세상의 좋은 이야기는 다 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단지 그 순간의 장식이 아니라 청취자와 신뢰로 잇는 가교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말과 나의 생각과 그리고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공연횟수에 비해 모금액이 그리 많지는 않아 보입니다. 모금은 어떤지.
"공연수익만으로는 물론 쉼터를 건립할 수는 없죠. 우리들이 지금까지 해오고 앞으로도 계속할 '쉼표를 위한 에튀드'를 통해 더 많은 분들과 만나다 보면, 기부도 있고 더 많은 봉사도 있을 겁니다. 그런 기부와 봉사를 통해 머지않아 쉼터도 마련될 것입니다."

▲ 현대적 가야금 앙상블의 시대를 연 '사계'의 연주
ⓒ 김기
- 구체적으로 공연은 어떻게 꾸려 가는지.
"공연의 구체적인 준비는 방송작가인 신혜원씨와 같이 해요. 딱히 업무를 결정짓지는 않고 서로 일하다가 빈틈이 생기면 알아서 그것을 메워주는 사이죠. 그리고 우리 공연에서는 현재 공연들에서 보이는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탈피하려고 합니다. 연주자는 연주하고, 청중은 그저 말없이 보다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무대 위아래 없이 즐기고 돌아가는, 그리고 다시 만나는 공연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 정부의 도움이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정부 탓만 하고 우리도 안 하면 결국 아무도 안 하는 것이 되고 말잖아요. 누가 하길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해버리면 모든 사람이 편해지는 거라 믿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공연을 열었는데, 이 공연이 이제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자라고 있는 거 같아요. 이제 저는 그 공연의 손발이 되어서 내가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 공연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이 말이죠."

- 오늘 공연은 어떤 공연이고, 어떻게 준비되었죠?
"현재 국악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국악인들의 무대로 꾸몄습니다. 바이날로그, 가야금 앙상블 사계, 정가악회 그리고 가야금 삼중주단 아우라. 모두 네 팀이 무대를 장식해줄 겁니다. 국악은 오랫동안 사회의 관심을 강조해왔는데 이제 젊은 국악인들은 받는 것보다는 자신들이 먼저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젊은 국악인들 중 일부가 동참한 거죠."

대학생 문화봉사 동아리도 동참... 모두가 자원봉사

▲ 국악기와 양악기의 동행. 바이날로그의 연주.
ⓒ 김기
이날 공연에는 장기 봉사하기로 한 대학생 문화봉사동아리도 동참했고, 언제나 그렇듯 음향, 조명, 무대감독 등 모두가 자원봉사이고 연주자들 역시 개런티 없이 무대에 섰다.

저녁을 향해 기우는 봄 햇살을 뒤로 한 최영미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로 만났을 때와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발하였다. 그리고 연주자들에게 줄 김밥을 양손에 들고 총총히 분장실로 향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래 아직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하고 마음이 울렁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여성노숙인 쉼터 문제가 해결되면 최영미 아나운서는 또다른 좋은 일을 위해 기꺼이 두 팔 걷어붙이고 땀을 흘릴 것이다.

▲ 간이 몸의 반, 119 최명미, 빠릿빠릿 특수요원...아나운서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묘사들이나 최영미 아나운서에게는 따라붙는 별명들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그녀
ⓒ 김기
최 아나운서의 오랜 친구인 이지양 박사가 그녀의 블로그에 쓴 글에 의하면 그녀의 입에 붙어다니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내가 방송할 때 했던 그 좋은 말들, 다 빈말로 남겨두고는 못살겠어요. 꼭 실천으로 채워야 해요. 내 방송 경력이 20년이 넘었고, 장애인을 위한 방송을 오래 했단 말이야. 나는 내가 했던 그 좋은 방송 멘트들을 말잔치로 끝내고는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어요. 꼭 실천으로 채워야만 해."

언행일치의 방송인? 꿈만 같은데 거짓말 같이 현실 속에 그런 방송인도 있다.

최영미 아나운서의 '쉼표를 위한 에튀드' 다음달 공연은 5월 11일 압구정동 광림교회 장천아트홀에서 열린다. 주로 브라스 앙상블로 꾸며질 이날 공연에는 재즈 피아노의 진보라, 재즈보컬 정말로 등 다양한 뮤지션들을 만나게 된다.

즐기기만 해도 저절로 사회참여도 되고, 봉사도 되는 것이 '쉼표를 위한 에튀드' 공연이라고 한다. 최영미 아나운서의 블로그를 방문하면 그동안의 족적을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최영미 아나운서 블로그. http://blog.daum.net/angela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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