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체

[잡생각]
지금
전혀 피곤하지 않은데
몹시 피곤하다.

경제가 힘들긴 한가보다.
연달아 지인들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집안이 힘들어서
공부를 접어야 할 것 같다는,
적어도 편안하게 글을 볼 입장은 아니라는 말을.
그네들 모두 담담했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객관화해서 하는 말.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공부라는 것이 살아가는 방식만큼이나 다양하다는 둥,
어차피 정규직 직업을 갖기는 요원하다는 둥,
설사 운이 좋아 정규직이 되더라도 연구보다는 돈벌기 바쁘다는 둥,
그래서 공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둥,
그게 정치적 위치와는 관계 없이 그렇다는 둥,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는 않겠냐는 둥,
이런저런 시덥지 않는 상투어 뿐이었는데,
그리고 한 참 이어지는 침묵, 침묵, 침묵...
그 이상 어떻게 말하겠는가?

토할 것 같은 말, 침묵, 몸살이다.

봄 꽃은 흐날리고,
낙엽이 지는 듯하고,
봄 꽃이 흐날리길.
그네들에게.

후덥한
오후에.

쓰고 보니,
또 하나 일이 생각난다.
남 학위논문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사실상 '건설적' 글쓰기를 위해서란 핑게로 난도질을 말이지.
비난에 더 가깝다고 해야하나,
웃는 얼굴로 말이지.
내 글도 못쓰면서,
욕+힘으로 산다지만은,
아무래도 욕하고 맘이 편하지는 않군.
그러니 무기력하고
피곤할 밖에.
나의 욕을 '건설적으로' 들어 준 그 친구에게도
가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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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4 15:37 2009/04/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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