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EM 님 주최 번개에서, 요새 뭐 읽으세요?라는 질문과 독서 모임(세미나)에서 뭐 하고 있어요?라는 질문을 몇 번 들었고(사실 관심이 있는 줄 몰랐다), 읽기 모임(세미나제안-현대정치철학)을 한다고만 하고 중간 보고가 없었길래 겸사겸사 글을 올립니다. 이 번 주 토요일부터, 마리신님이 그렇게도 싫어하시는(? 근데 정말 싫어하셨다 -- 나도 딱히 반대할 이유도 없고/싶지도 않았다) 슬라보예 지젝의 책들을 차례로 읽을 예정입니다. 자기 복제가 심하고 난삽한 양반이지만 지젝 자신의 진지함에 우리도 진지하게 대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말입니다 --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원래는 <까다로운 주체> 중 일부와 최근에 번역된 <시차적 관점>과, 이안파커의 <지젝>과 스타브라카키스의 <라캉과 정치>를 참고삼아 읽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읽기에 참여하시는 분들(4~5명)중에서 지젝을 전혀 안보신 분들이 있어서, 나름 지젝의 주저라는 2권, <이데올로기...>와 <부정적인 것...>(<그들의 자기가...>도 넣고 싶지만, 넘 빡세서-_-)을 더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이 책들은 번역 상태가 좋은 편입니다(단, 찾아보기가 잘되 있지 않죠). 여하튼 이 번주는 <이데올로기...>를 한 권 모두 달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랜만에 지젝 <이데올로기...>를 보니까 정말 예전에 아무데나 줄을 다 쳤더군요. 무슨 생각으로 긋고, 강조를 했는지 모르겠더군요. 무식해도 너무 무식했던가? 다시 봐도 느끼는 점은, 지젝의 글빨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재미도 있고 몰입이 잘 된다는 것이죠, 적어도 이 책에 한정해 본다면요. 제가 지젝을 보는 방식은 이 사람이 잡고 늘어지는 문제들을 같이 들여다보는 식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기억이 가물한 정신분석 개념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딜런 에반스의 <라깡 정신분석 사전>과 라플랑슈와 퐁탈리스의 (프로이트) <정신분석사전>을 참고삼고 있습니다. 이 책들도 재미 있네요(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어쩔수 없군요--어쩌면 토요일까지 다 못 볼 수도...책 보기도 바쁜데 포스팅을 하고 있군요...사실 지금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그리고 한동안 정신분석 쪽에 관심이 없었는데, 라캉의 <세미나11>과 해설서로 가장 권위있다는 조엘도르의 <라캉세미나 - 에크리 독해1> -- 혹자는 조엘도르의 책을 보고, 라캉의 글을 직접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더군요 -- 이 나왔더군요. 곧 라캉의 <에크리>도 출판된다고 하고, 여기에 브루스핑크의 <에크리 읽기>를 같이 얹으면 최근에 나온 좋은 라캉문헌이 됬겠지요. 그래서 지젝을 경유하지 않아도 라캉에 바로 다가가는 방식들이 늘어나겠죠. 그래도 이 읽기모임은 라캉이 아닌 지젝, 특히 지젝이 확장하는 정치(적인 것)을 보는 것이기에 라캉은 개인 자습으로 남겨 둡니다. 참, 중간에 이 모임에 치고 들어오셔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단, 토요일 오후라는 점은 염두에 두세요(아마도 무연님은 <시차적 관점>은 참여하실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