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담론분석은 무엇인가?

[사고들]

 

최근에 비판담론분석(ciritcal discourse analysis/CDA)에 관한 방법론적 개론서가 번역되었다. 비판담론분석은 간단히 말해서, 비판언어학에서 출발한 다양한 담론(담화)분석 방법의 일종이다. 언어학/기호학이 모학문인 경우가 아닌 대표적인 경우는 라클라우&무페와 푸코에게서 영향을 받은 담론분석이 있다(주로 정치학쪽 작업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여러 분야로 확장되는 경향이다). 또한 CDA는 주로 영미, 네델란드, 호주, 독일어권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며, 프랑스 쪽 언어학/기호학적 작업은 보통 포함을 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그렇지만, 미셀 페쉐의 영향과 그레마스는 자주 인용을 한다). 라클라우&무페, 푸코주의 등을 CDA에 포함시키느냐는 논란이 있겠지만, 이들을 포함하여 '넓은 CDA'라고 할 수 있겠다. 넓은CDA와 좁은CDA를 구분하는 핵심은 언어적/기호적 형식에 대한 분석을 후자가 집중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한편 원저자들이 스스로 (좁은) CDA를 한다고 밝힌 경우만 본다면, 번역은 세 권 정도가 있었다. 1)노먼 페어클라우(저), 이원표(역), 대중매체담화분석, 한국문화사, 2004, 2)반 데이크(저-보통 다이크로 읽는다), 정시호(역), 텍스트학, 아르케, 2001, 3)앨런 벨(편저), 백선기(역), 미디어담론, 케뮤니케이션북스, 2004이 되겠다.  이 책들은 주로 문자텍스트 분석에 관한 글이 중심이지만, <미디어담론>은 일부 시각영상텍스트도 다루고 있다(참고로, CDA의 주요한 시각분석 시각은 사회기호학이며, 이 블로그에 포스팅되어 있는 '노동자 미디어는 '새로운 정치'의 장소가 될 수 있는가?'는 이러한 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생각보다 활용하기 어렵지 않다 -- 이것이 CDA분석가들의 특징이자 하나의 실천적 목표이다. 그래야 현실에 참여가 가능하니까 말이다).

 

이번에 번역된 책은, 다리우시 갈라신스키, 크리스 바커 (지은이), 백선기 (옮긴이), 문화연구와 담론분석, 언어와 정체성에 대한 담화, 커뮤니케이션북스, 2009(가장 우측 표지)이다. 저자들은 페어클라우의 방법 중에서 문화연구에 적용하기 쉬운 몇가지 도구를 설명하고 실제 정체성 분석에 적용하고 있다. 아마도 CDA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이, 페어클라우일텐데 간단히 요약하면 비판언어학의 담화분석과 푸코의 담론분석을 결합하여, 즉 미시적인 언어적 담화/텍스트분석과 거시적인 사회이론을 접목하여 일가를 이룬 영국 학자이다. 아쉽게도, 페어클라우의 주저인 Discourse and Social Theory(Polity Press, 1992)와 사회연구를 위한 담론분석 소개로서 쓴 Analysing Discourse(Routhledge, 2003)가 번역되지 않았다. 특히, 2003년 책은 구체적인 분석방법이 차근히 설명되기 때문에 언어학적인 기초가 부족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갈라신스키&바커의 책은 위에 언급한 페어클라우의 세 가지 책을 간추린 것이라 할 수 있고, CDA를 문화연구와 사회연구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CDA가 언어/기호학을 넘어서 문화/사회 인접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본다면 저자들이 이러한 입문서를 기획한 의도가 짐작이 되는 바이다. 예컨대, 국내에서는 좌파-진보주의자가 거의 없는, 즉 원체 학문의 성격상 매우 기능적이고 지배적 문화가 주도하는 (담화)심리학에서 심지어 (비판)경영학까지 담론분석이 확장되고 있다. 게다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문화연구의 맥락에서 CDA는 텍스트의 생산-수용의 상황적 조건에서 매우 구체적인 의미의 생산/재생산, 곧 의미작용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돌파구를 제공한다.

 

뭐, 거창한 의도가 아니라도, 갈라신스키와 바커의 책은 전체적으로 봐서 괜찮은 담론분석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문제는 이 책을 보고 제시된 분석도구들을 활용해서 분석작업을 하기에는 너무나 생략적이고 추상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Analysing Discourse가 번역에 더 적실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역자(-이 책의 역자는 오랫동안 미디어분야에서 문화연구에 관련된 책들을 번역해 왔는데, 좋은 책을 오/악역하기로 제법 명성이 알려져 있지만, 지하철에서 오고가면 잠깐씩 본 것으로 판단하기에, 여기 소개된 책들은 나름 봐줄만한 상태이다. 정말이지 이 역자를 포함해서 문화연구쪽 역서들은 테러수준인 경우가 많다)가 정공법이 아닌 빙빙돌아서 들어가려는 것인지, 사실 역자 본인도 이 책을 보고 분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여하튼 하고 많은 책자 중에(당연 이 책은 좋은 입문서다) 이 책부터 소개된 것과 페어클라우의 글이 좀 더 소개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포스팅을 하겠지만, 물론 CDA는 페어클라우를 넘어서서/포함해서 훨씬 범위가 넓다. 오히려 너무나 다양한 잡종이라서 '비판'이란 딱지를 빼면 주류 언어학이나 담화분석과 차별성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면에서 CDA를 규정하려는 작업들이 제법 중요해 진 것이다(사실 CDA란 명칭 자체가 최근에서야 생긴 것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이 책을 소개하려는 목적보다는 이 글은 CDA에 관한 요약적 제시를 옮겨두기 위한 것이다. 주위에서 간간히 비/문자 텍스트나 담론을 어떻게 분석하느냐, 혹은 비판담론분석이란 뭐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일단 간단하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고서(무엇보다 분석을 할때 얼핏하고 든 생각이난 가만히 보다가 떠오르는 느낌 -- 그리고 계속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페어클라우의 번역된 책을 보라고도 하고, 간략히 다음과 같이 답변하기도 한다. 알다시피 국내에서 담론(개념)은 푸코를 통해서, 기호학적인 분석 바르트의 신화분석이 '가장' 많이 알려지고 행해졌지만, 이 경우 '어떻게'의 문제와 '자의성'의 시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물론 여기에 실증과학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 또한 문학 쪽 서사학의 작업들이 아니라 주로 문화/사회과학 연구들에서 논의를 국한시켜서 보아야 한다). 여기서 CDA의 '분석(A)'이 문제가 되는 셈인데, 기존 언어학의 담론(담화, D)분석 기법(언어/기호학적인 도구)들을 '비판적(C)'으로 전유하는 방법을 통해서, '어떻게'와 '자의성'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려는 방식이 CDA인 것이다. 또한 연구성격 상 소위 중범위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고, 다양한 분야/현장에서 층층히 쌓이는 사례작업들을 통해 발전하는 분야인 것이다. 이런 설명은 사실 아주 단순화했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일 수 없고 -- 게다가 쉽게 풀어서 쓸 역량도 없어서, 개인적으로 예전에 옮겨 두었던 짧은 글을 하나 올려 둔다. 주로 왜 '비판'적 접근인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CDA에 대해 노먼 페어클라우와 루스 보닥(오스트리아의 비판담론분석자로 '역사적 담론분석' 으로 불리는 방법을 개발했고, 주로 인종주의, 여성주의, 극우파 담론을 연구했다)이 8가지의 테제 형식으로 제시한 글이다. 단, 번역은 초역이고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중간에 마가렛 대쳐의 라디오 인터뷰 부분은 옮기지 않았다. 관심이 넘치시는(?) 분들은 원문을 찾아보시기 바란다(이런 경우에는 그냥 파일을 올렸으면 좋겠지만). 또한 제가 중간중간 요약한 부분도 있음을 밝혀둔다. 여기서 '담론'이란 표현은 '담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 있지만 일관적으로 담론으로 옮겼다. 아래를 클릭하시면 글을 보실수 있다.

 

--- 덧붙이자면, 저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현실에 개입하는 실천이 가능하려면, 그리고 그를 통해서 현실을 조직하고 주체들을 동원하려는 변화/혁이 가능하려면, 보다 정교한 미시적인 분석적 실천과 반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우리가 담론을 경유해서 다양한 문제지점들에 접근하고 개입하려면, 그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재현되는 '방식'이 내용과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하고, 그것을 될수 있으면 드러낼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CDA는 말해지고 보여지는 방식을 드러내고 변화시키려는 작업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 도구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모호하고 난해한 듯(?)이 보이는 큰 이야기로서 담론(내지 이데올로기)들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보다 쉽게하려는 도구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CDA는 실천적인 한 가지 방법으로서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소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하기위해서, 즉 그냥 슥- 아는 결론을 위해서, 왜 이렇게 골치아프게 작업해야 하냐는 말에는 다음과 같이 답해야 한다. 너무나 많은 담론, 너무나 적은 도구! 그리고 알고 보면노력이 많이들지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다 ---



노먼 페어클라우, 루스 보닥, 비판담론석 Norman Fairclough & Ruth Wodak, Critical Discourse Analysis, In van Dijk(ed.), Discourse as social interaction, 1997, pp.258-284.
 
다른 담론분석과 달리, 비판담론분석(CDA)은 언어적 형식을 취하는, 또는 부분적으로 언어적 형식을 띠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실제적이고 광범위한 사례들(instance)을 분석한다. 비판적 접근은 (a)언어와 사회 간의 관계, (b)분석과 실천 간의 관계에 대해 변별적인 시각을 지닌다.
 
CDA는 담론(말과 글의 언어사용)을 ‘사회적 실천’의 한 형식을 본다. 담론을 사회적 실천으로 보는 것은 특수한 담론 사건(event)과 그 사건을 틀 짓는 상황들, 제도들, 사회 구조들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를 의미한다. 변증법적 관계는 양방향 관계인데, 곧 담론 사례는 상황들, 제도들, 사회 구조들에 의해 형성되지만 그 역도 성립한다. 다른 표현으로 설명하자면, 담론은 사회적으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한다. 곧 담론은 상황들, 지식의 대상들, 사람들 및 집단들 간의 관계들과 정체성들을 구성한다. 구성적(constitutive)이란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담론 사례가 현 상태의 사회를 유지하고 재생산한다는 뜻과 사회를 변혁하는데 기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담론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지니기 때문에, 담론은 권력에 관한 주요한 이슈들을 제기한다. 담론 실천들은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지닌다. 즉 담론 실천은, 사물들(things)을 재현하고 사람들을 위치 지움으로써, 사회 계급들 간, 여성과 남성 간, 인종/문화적 다수와 소수 간에,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예컨대, 담론은 인종주의적, 성차별적일 수 있으며, 사회적 삶의 특정한 측면을 당연한 상식처럼 전제하도록 한다(따라서 이 전제들은 종종 허위적인 전제이다). 언어를 사용하는 특수한 방식들의 이데올로기적 성격과, 그 방식들을 뒷받침하는 권력관계들은 대개 사람들을 모호하게 한다. CDA의 목적은 담론의 이러한 모호한 성격을 분명히 가시화하는 것이다.
 
CDA는 자신을 공평무사하고 객관적인 사회과학으로 보지 않으며, 현실에 개입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CDA는 사회적 실천과 사회적 관계에 개입하는 한 형태이다. 따라서 많은 분석자들이 인종주의에 반대하고, 여성주의나 평화운동 등에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CDA가 사회과학의 규범적 객관성에서 예외라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곧, 사회과학은 본질적으로 정치와 정책의 형성에 결부되어 있다는 의미이며, 가령 푸코의 작업은 이를 잘 보여준다. CDA를 다른 접근과 구분하는 것은 1)CDA는 피지배/피억압 집단들의 편에 서서 지배 집단과 대립하여 현실에 개입한다는 것이고, 2)CDA는 해방적 목적(interest)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또한 해방적 목적은 CDA의 동기이다. 이러한 점이 CDA가 여타 연구 접근보다 학문적이지 않음을 결코 의미하지 않으며, CDA 역시 다른 접근들과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엄격하며, 체계적인 분석을 실행한다.
 
1. CDA는 사회문제를 설명한다.
 
CDA는 사회 과정들과 문제들의 언어적이고 기호적인 측면들을 분석한다. 초점은 언어나 언어사용(language or language use)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과정들과 구조들이 가진 부분적으로 언어적인 특성에 있다. 예를 들어, 대쳐 인터뷰에 관한 CDA는 대쳐리즘, 혹은 보다 일반적으로 신우파 정치에 관한 분석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례가 제시하는 것처럼, CDA는 성격상 학제적 접근인데, 곧 분석에 다양한 분야의 관점을 결합하여,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분석의 보다 일반적인 방법을 보완할 수 있다. 후자의 예를 들면, 영국의 대쳐 정부 아래에서 피억압 집단의 특수한 문제들과 투쟁들에 관련된 분석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분석에, 대쳐리즘이 보여주는 담론전략들(discursive strategies)에 관한 비판적 자각(critical awareness)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나아가 이런 전략들은 대쳐리즘에 맞서는 투쟁들에서 하나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CDA의 핵심 주장은 대쳐리즘과 같은 주요한 사회적, 정치적 과정들과 운동들은 부분적으로 언어적-담론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Fairclough, 1993). 이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 즉 현대사회에서 사회적/정치적인 변화들은 일반적으로 문화적/이데올로기적 변화라는 실제적 요소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쳐리즘 경우 분명한 사실인데, 대쳐리즘은 자유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전략들의 집합, 국가를 강화하고 집권화하려는 정치적 기획, 사회 민주주의의 구조와 제도들의 후퇴, 노동조합의 약화 등은 물론이고, 새로운 헤게모니를 구축하려는, 즉 대중적 동의를 획득하기 위한 새로운 토대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Hall & Jacques, 1983).
 
새로운 헤게모니를 구축하려는 이데올로기적 기획으로서 대쳐리즘은 현존하는 다양한 담론들을 새로운 방식(way)으로 조합함으로써 정치적 담론을 재구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대쳐 인터뷰 사례에서, 전통적인 보수주의 담론(법과 질서, 가족, 강한 정부에 초점을 맞춤, 가령 “do they respect law and order are their families strong”)의 요소들과 자유주의 정치 담론과 경제 담론(개인이 독립에 초점을 맞춤, 가령 “because their character IS independent because the DON'T like to be shoved around coz they ARE prepared to take responsibility” 또한 개별적 기업가(entrepreneur)를 경제의 엔진으로 강조한다. 예를 들어, “you expect POPLE to create thriving thriving services”)의 요소들을 독특하게 조합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일상생활 및 일상경험의 담론들의 요소들과 혼합되는데, 후자들은 대쳐의 담론에 대중적(populist)인 자질을 부여한다. 이 점은 인터뷰 진행자에 의해서 언급이 되는데, 예컨대 “stand by your word, shoved around”와 “strike a chord in [people's] hearts” 등의 표현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담론들의 새로운 조합은 사회 현실에 대한 독특한 재현들, 사회적/정치적 관계들과 정체성들에 관한 톡특한 구성들과 결부되어 있다. 비록 이러한 조합이 광범위한 수용을 획득한다는 의미에서 얼마나 헤게모니적이냐의 논란은 있겠지만, 이러한 조합은 영국의 정치적 담론 장(field)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였다.
 
2. 권력관계는 담론적이다.

CDA는 현대 사회가 내포한 사회적 권력관계들이 지닌 실질적인 언어적이고 담론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1]이것은 부분적으로 담론 내부에서(in discourse) 권력관계들이 행사되고 협상되는 방식에 관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미디어의 정치 인터뷰에서 작동하는 권력관계를 보면, 표면상 진행자가 정치인보다 많은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진행자는 인터뷰의 시작과 끝, 화제, 시간 등을 일반적으로 통제한다. 하지만 사실상 정치인은 인터뷰를 통제하려는 진행자의 의도에 순응하지 않고, 종종 투쟁한다. 대쳐(정치인)는 인터뷰 도중에 끊임없이 수사학적 권력, 곧 정치적 설득의 수사학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에서 오는 권력을, 또는 현대사회에서 전문 정치인이 소유한 특권으로서 문화자본의 한 형태를 행사하려고 애쓴다. 이러한 권력은 무엇보다 라디오 시청자들에 대한 권력이며, 또한 대쳐와 찰튼(진행자) 간의 권력관계에 속하는데, 즉 진행자로서 찰튼의 권력을 우회하고 주변화시키는 것이다.
 
[2]담론 내부에서 작동하는 권력(power in discourse)과 함께, 담론을 지배하는 권력(power over discourse)의 문제가 있다. 1)이것은 부분적으로 접근의 문제이다. 수상으로서 대쳐 여사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미디어를 활용하지만, 권력이 부족한 정치인들은 기회가 제약되고 미디어의 의도에 따라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2)또한 담론을 지배하는 권력은 담론실천들의 기본 규칙들, 그리고 담론질서의 구조를 통제하고 변화시키는 문제이다. 대쳐의 기획은 기존에 존재하던 담론들의 새로운 조합을 통해서, 정치적 담론 영역에서 헤게모니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예컨대, 인터뷰에서 대쳐의 담론은 장르(genre)의 재구성을 보여준다. 대쳐는 정치연설 장르와 미디어 인터뷰 장르를 접합하여, 인터뷰 자체를, 권위적이고 ‘강인’하지만 대중적인 정치적 수사를 가진 자신의 스타일(style)을 위한, 강력한 정치적 무대로 전환시킨다.
 
[1]과 [2]는 권력관계의 담론적 측면은 고정되지도 견고하지도 않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CDA들은 권력관계의 담론적 재생산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우리는 또한 권력투쟁과 권력관계의 변혁이 가진 담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투쟁과 변혁의 관점에서 ‘담론 내부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담론을 지배하는 권력’을 둘 다 살펴보는 것이 유효하다. 즉, ‘지금 여기’에 있는 특정한 담론 사건들 속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행사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담론실천들과 담론의 질서, 이 둘 모두는 일반적으로 협상과 투쟁하는 과정들이다. 예를 들어, 대쳐리즘은 부분적으로, 담론 내부에서 그리고 담론에 대해 벌어지는 지속적인 헤게모니 투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헤게모니 투쟁의 대상에는 보수당 내부의 ‘온건파(wet)’, 여타 정당들, 노동조합들, 전문가들 등 다양한 적대자들이 포함된다.
 
3. 담론은 사회와 문화를 구성한다.

담론이 사회와 문화에 의해 구성될 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를 구성한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우리는 현대의 사회적 과정과 권력관계에서 담론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담론과 사회/문화의 관계는 변증법적이다. 언어사용의 모든 사례들은 권력관계 및 사회/문화의 재생산과(또는) 변혁에 최소한이라도 기여를 한다. 그것은 담론이 가진 권력(power of discourse)이며, 그렇기 때문에 담론에 대한 권력투쟁이 벌어진다.
 
담론을 통해 구성되는 사회적 삶을 세 영역으로 구분하는 것이 유용하다. 세계에 대한 재현들(재현),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들(관계), 사람들의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정체성들(정체성). 1)재현의 측면을 보면, 대쳐는 인터뷰 질문의 답변에다가 기존의 역사를 전혀 상이하게 재현하는 내러티브를 통합한다. 즉, 질문은 ‘번영했던 과거와 침체된 현재’라는 대조였지만, 대쳐는 자신의 답변에서 과거의 보수당 정부가 현재의 번영을 창출하는 것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2)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이 인터뷰는 정치 지도자로서 대쳐와 정치적 공중 간의 모순적인 관계, 즉 부분적으로는 연대의 관계이면서 부분적으로는 권위의 관계를 구성한다. 대쳐가 한정 대명사 ‘you’를 사용하는 것은(‘one’과 비교할 때, 이 표현은 대중적인 구어체 발화형식이다) 암묵적으로 그녀가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함 사람임을 주장하는 것이다(이것이 그녀의 담론에서 대중적인 요소이다). 반면 대쳐가 사용하는 정치적 수사들은 권위적이다. 예컨대, 포함적(inclusive) 대명사 ‘we’를 사용할 때, 그녀는 [평범한 사람들(‘we’)이 아닌 정치적 주체인] ‘people’(인민)에게 발화하는 것이다. 또 대쳐는 ‘the British’를 자신의 이익에 대한 자각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권위를 요청하는 사람들로 묘사한다. 3)정체성의 측면에서 보면, i)이 담론의 주요한 특징은 ‘인민(people)’을 정치적 공동체로 구성하는 방식인데(대쳐는 집합적 정체성을 조형하려는 기획을 분명하게 부각한다 — “이전에 탁월한 성취를 보였던 최상의 브리티시적 특성을 부활시켜야한다.”), 이 사례에서 나열되는 특성의 목록(list)은 현저한 담론전략이다. 여기서 이러한 목록들 간의 명시적 연결이 없는데도, 다양한 담론들을 응집한다(condense). 이 담론들은 대쳐리즘의 정치적 담론(Discourse) 속에 접합된 것들인데,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정치담론, 자유주의 경제담론, 일상생활 담론들이다. 이러한 담론들의 연결이 암묵적(implicit)으로 남겨져 있는 탓에, 청중들로 하여금 이 담론들을 일관되게(coherent) 접합하는 방식을 찾게 한다. ii)또한, 대쳐의 담화에는 대명사 ‘we’의 모호하고 유동하는 의미들이 존재한다. ‘we’는 전통적(용법)으로 포함(청중과 사람들을 포함하는 의미, “우리는 그 당시 꿈꾸지 못했던 생활수준을 영위하고 있습니다.”)을 의미하기도 하고 때로는 ‘배제’를 의미하며(“우리가 집권한 이후”, 여기서는 보수당을 뜻함), 어떤 경우에는 둘 모두를 의미할 수도 있다(“만약 우리가 카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면”). 물론, 대쳐나 그녀의 동조자들이 의식적으로 ‘we’와 ‘you’를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담론 속에서 의도된 정치적 목적들이 존재하며(정치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대중적 기반, 정책 결정을 위한 대중 동원 등), 이 목적들이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드러난다. 이러한 언어 사용 방식은 그 자체가 의도된 것은 아니다. iii)담론은 끊임없이 대쳐 자신의 정체성을 여성임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정치적 권위를 지닌 여성 정치인으로 구성한다. 예를 들어, 인터뷰에서 매우 많은 의무적 용법(modality)이 사용되거나(조동사 should, have to, have got to의 사용) 가능적 용법이 사용되며, 이것은 정치적 권위를 강하게 구축한다. 반면, 주저하는 듯한 완곡어법을 사용하는데(“I would if I perhaps I can answer bets by saying how I see...”), 이것은 전형적으로 ‘여성(성)’을 구성하는 방식이다(물론 이것은 그녀의 말투, 옷차림, 외모와 결합된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특정한 (구어적/문어적) 언어텍스트가 재현들, 관계들, 정체성들을 동시에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는 체계언어이론(systemic linguistic theory) 에서 발전시킨 언어와 텍스트의 다기능성(multifunctional) 이론과 일치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심지어 텍스트의 단일한 어절(또, 하나의 문장) 조차 현실을 재현하는 ‘관념적(ideational)’ 기능, 사회적 관계와 정체성을 구성하는 ‘대인관계적(interpersonally)’ 기능, 텍스트의 일부를 일관적인 전체로 구성하는 ‘텍스트적(textually)’ 기능을 가진다.
 
4. 담론은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가진다.
 
이데올로기는 불평등한 권력관계, 곧 지배와 착취의 관계를 재생산하는 사회를 재현하고 구성하는 특수한 방식이다. 이데올로기 이론은 계급관계를 설명하는 맑스주의에서 발달했지만, 오늘날은 일반적으로 젠더와 민족성에 기초한 지배관계도 포함한다. 특수한 (유형의) 담론 사건이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하는지를 판단하려면 텍스트 자체의 분석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텍스트의 해석 및 수용 방식과 텍스트가 가진 사회적 효과를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이 사례에서, 대쳐리즘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전략들은 명시적 화제(explicit topic)로 등장하는데, 예컨대 자유로운 시장을 위한 조건을 창출하기 위해 강력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핵심 관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된 대쳐의 표현은 정부와 인민들(people) 간의 대조를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이것은 이데올로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러한 대조는 ‘선도 산업들(thriving industries)’의 창출을 지배하는 ‘인민들(people)’이 주로 초국적 기업이란 사실을 은폐하여, 현존하는 경제적, 정치적 지배관계를 정당화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조는 대쳐리즘의 대중적 담론에서 공통된 특성이다. 여기서, 정부와 인민 간 대립은 명시적인 반면에, 이데올로기들은 전형적으로 암묵적(implicit)이다. 예컨대, 이데올로기들은 키워드(“freedom, law and order, sound finance”)에 부착되는데, 키워드는 이데올로기적 전제들을 환기시키지만 암묵적으로 남겨둔다. 또한, “thriving industries thriving services.”(선도 산업, 선도 서비스)라는 언급을 살펴보자. 이것은 앞서 언급한 목록(list) 구조의 또 다른 사례이다. “thriving industries”는 평범한 연어(collocation)이지만, “thriving services”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진 새로운 조어이다. 즉, 그 목록에 대한 일관된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서비스가 제조업과 동일한 토대에서 평가될 수 있음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대쳐리즘의 전제이지만, 청취자들이 추론하도록 암묵적으로 남겨져 있다. 단, 저자들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관점에 따르면, 담화 속의 모든 상식적 전제들이 이데올로기적이지는 않다.
이데올로기는 단지 사회적 현실에 대한 표상(재현)의 문제가 아닌데, 왜냐하면 (알튀세르가 강조했듯이) 권력과 결부되어 있는 정체성의 구성 또한 핵심적인 이데올로기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특수한 표상들과 특수한 정체성의 구성들, 특히 집단들과 공동체들의 집합적 정체성들을 동시에 접합하는(articulate) 과정으로 이데올로기를 이해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작업(work)은 경제와 정치에 관한 대쳐리즘적 표상들과 전략들을 정치적 공동체이자 대쳐리즘의 토대인 ‘인민(the people)’의 특수한 구성과 접합하려는 시도이다. 대쳐는 정치적 강령과 그 강령의 지지자 모두를 동시에 담론적으로 구성한다.
 
5. 담론은 역사적이다.
 
담론은 맥락에서 벗어나서 생산되지 않으며,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해될 수 없다. 메타 이론적 수준에서 볼 때, 이 점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게임’과 ‘삶의 형식들’이란 개념과 관련된다. 곧, 우리가 특정 상황 속에서 언어 사용을 고려할 때에만, 우리가 기초를 이루고 있는 관습과 규칙을 이해할 때에만, 우리가 특정 문화와 이데올로기 속에 착근되어 있음을 인식할 때에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인데, 우리가 그 담론이 과거와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지를 알고 있을 때에만, 발화들은 의미가 있게 된다. 담론들은 이전에 생산되었던 다른 담론들과, 또한 공시적이고 순차적으로 생산된 담론들과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맥락에 관한 우리의 개념에 사회문화적 지식은 물론, 상호텍스트성을 포함시킨다.
 
따라서 대쳐의 담화(speech)는 그녀/그녀의 정부가 이전에 언급했던 말들, 다른 담화들과 성명들, 이미 결정되었던 특정한 법률, 미디어 기사들, 뿐만 아니라 이미 실행된 특정한 행동들과 결부되어 있다. 이것은 대쳐의 텍스트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유들(allusions)을 살펴보면 명확해 지는데, 이러한 인유들은 특정한 지식의 영역들(worlds)과 특수한 상호텍스적인 경험들을 청취자의 입장에서 전제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쳐의 답변을 철저하고 깊게 이해한 상태에서 분석하려면, 1940년대 영국의 상황(처럼 보이는 것), Rab Butler나 Rarrie가 누구인지, 드골의 “비전”이 무엇인지, 왜 포클랜드 전쟁이 중요하며 포클랜드 제도가 함축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무엇이지 등을 알아야만 한다. 게다가 대쳐가 “전통적 보수주의(traditional conservatism)”을 언급(allude)할 때, 이 용어가 의미하는 바가 일반적인 대쳐리즘의 경향과 상반되기 때문에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더욱더 어려워진다.
오스트리아의 Waldheim 정부 시기 반유대주의 담론에 관한 연구에서 개발된 역사적-담론분석 방법은 역사적 지식의 층위들을 분석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관한 문서들, 발트하임 자신의 담화들, 그의 반대자들의 담화들, 발트하임에 관한 오스트리아 및 해외의 뉴스 기사들, 또한 민중의 여론, 곧 익명의 참여자들이 길거리에서 나누는 대화들을 분석하였다. 각 담론 단위(unit)의 담론 역사가 드러나야만 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다학제적 분석을 의미하며, 가령 역사학자들이 작업에 참여해야만 한다.
 
6. 텍스트와 사회의 연결은 매개된다.
 
CDA는 사회적/문화적 구조들/과정들과 텍스트의 속성들 간의 연결(connection)을 설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결은 매우 복합적이며, 직접적이라기보다는 간접적이거나 ‘매개되어’ 있다. 이러한 매개된 관계에 관한 한 가지 시각은 ‘담론의 질서’에 의해 텍스트와 사회의 연결(link)은 매개된다는 것이다. 대쳐의 사례에서, 이러한 접근은 영국 내 정책의 변화, 정치와 미디어 간 관계의 변화, 또 보다 일반적인 층위에서 영국 문화의 변화들은 부분적으로 정치적 담론 질서의 변화들에서 실현되며(realized), 또한 텍스트들이 전통적으로 서로 별개로 존재하던 담론들과 장르들을 활용하고 접합하는 방식(way)에서 실현된다. 이 같은 담론들과 장르들의 새로운 접합들 역시 이어서 언어의 특성들(features)에서 실현되며, 따라서 이러한 접합들은 사회문화적 과정들과 텍스트의 언어적 속성들 간에 간접적이고 매개된 연결을 형성한다.
 
대쳐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접합 작업(articulatory work)의 일부를 이미 제시했는데, 1) 인터뷰는 전통적으로 별개였던 정치 담론의 질서(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담론들)에 속하던 담론들을 혼합하고 있으며, 인터뷰텍스트의 대중적인 특성들에서 정치 담론의 질서와 일상생활 담론의 질서를 혼합하고 있다. 2)또한 이 텍스트는 미디어 담론의 질서와 정치 담론의 질서를 활용하여, 미디어 인터뷰 장르와 정치담화의 장르를 혼합하고 있다. 그렇지만, 장르들의 혼합은 보다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찰튼/대쳐 인터뷰는 공적생활을 하는 유명인들과의 심층 인터뷰 시리즈 중에 하나였다. 이 인터뷰의 관행(conventions)은 ‘명사 인터뷰(celebrity interview)’에 속한다. 질문은 피진행자의 성격과 견해를 탐색하는 것이며, 답변은 솔직하고 내면을 드러내는 것(revelatory)으로 기대된다. 청취자들은 진행자와 피진행자 사이의 잠재적으로 매우 긴장감 있는 상호작용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엿듣는 사람(overhearer)으로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적이면서 동시에 오락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찰튼은 이러한 기본 규칙들에 잘 따르고 있는 반면, 대쳐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의견 충돌을 마치 정치적 인터뷰처럼 다룬다. 정치인들이 보통 하는 대로, 그녀는 인터뷰를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수신인을 진행자가 아니라 청취자로 구성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지도 않으며, 질문들이 가진 자유주의 지식인 담론을 회피하여 대중적인 담론을 취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호작용은 매우 복잡한 성격을 가진다. 즉, 인터뷰 참여자들 간에 어떤 미디어 장르가 중심이 되어야하는지에 관한 긴장이 존재하며(명사 인터뷰냐 정치 인터뷰냐), 또한 정치 인터뷰로 회귀하려는 대쳐의 시도는 미디어 실천들(practices)과, 정치 담론의 수사학적 실천들 간의 깊은 긴장을 의미한다.
 
텍스트와 사회 간 연결을 매개로 보는 또 다른 시각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1)스미스는 민속지방법론과 맑스주의 이론에 의존해서, 사회적 행위자의 실천들이 (텍스트의) 국지적 관계들(local relations)의 실행을 통해 사회와 텍스트 간 연결을 생산하다고 주장했다. 2)반 다이크는 텍스트-사회 간 연결에서 사회인지적 매개를 강조했으며, 사회적 행위자가 그들이 실천에서 활용하는 인지적 자원들과, 개인이 가진 의미 또는 해석과 집단적 표상들 간의 관계를 조사하였다(가령, 인종주의 담론의 사례). 한편으로 매개에 관한 이러한 상이한 시각들은 여러 이론들의 변별점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시각들이 보완적일 수 있으며, 또한 장기적으로는 담론의 질서들, 사회적 행위자들의 실천들, 사회인지적 과정들을 공평하게 다루는 텍스트-사회 간 매개에 관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이론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7. 담론분석은 해석적이면서 설명적이다.

담론은 청중과 포함된 맥락 정보의 양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송뉴스의 이해와 이해가능성에 관한 연구에서, 루츠와 보닥은 독자/청취자들이 정서적, 형식적, 인지적 스키마에 따라서 동일한 텍스트를 유형적이긴(typical) 하지만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계급, 젠더, 연령, 신념, 태도에 따른 독특한 텍스트 독해가 발생했으며, 이것은 텍스트 이해란 백지상태가 아니라 정서, 태도, 지식의 배경을 경유해서 일어남을 보여준다. 우리가 앞서 역사적/공시적 상호텍스트성, 장르들의 혼합, 특정한 요소들과 단위들의 모호성을 다루었던, 대쳐의 인터뷰와 같은 복잡한 텍스트들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이 지점에서 몇몇 중요한 이슈들이 제기되는데, 즉 분석 작업 중에 있는 담론 단위(unit)의 한계란 무엇인가? 다시 말해 기호의 한계(limits)란 무엇인가? 우리는 해석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맥락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가? CDA가 제공하는 비판적 독해를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가, 또는 정당화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you have to say over people people are inventive creative and so you expect PEOPLE to creat thriving industries thriving services yes you expect”의 의미는 분명히 모호하다. 여기서 ‘people’은 누구인가? 모든 영국인 주체들, 정부는 이들을 포함하는가 배제하는가? 인류 자체, 또는 시민(citizen)이란 의미에서 people인가, 독일어 Volk(민중/민족)라는 의미에서 people인가? 보수당에 투표한 사람인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쳐리즘에 찬성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모든 사람들인가? 집단은 분명하게 규정되지 않으며, 이것은 독자들이 자신의 이데올로기들과 신념들에 따라서 스스로 포함될지 배제될지를 결정하게 한다. 우리가 텍스트를 계속 읽어 가면, 여기서 people은 산업과 서비스의 성장에 (가령 ‘thriving’에서 추론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직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만이 이것을 할 수 있다(엘리트, 경영자, 정치가). 사정이 이러하다면, people의 사용은 오해를 유발하는데, 왜냐하면 여기서 people이란 표현이 함축하지 않고 있는 참여의 뜻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표현의 사용은 평범한 남/녀가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실제로는 그런 영향력을 지니지도 못하고 지녀 본적도 없는, 신화를 구성한다. 이와 같은 텍스트 사례는 오직 CDA만이 해체(탈구축)할 수 있는,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상이한 독해가 지닌 다양한 함의를 드러냄으로써 사회적 행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모순을 예시하는 것이다. 대쳐의 논증구조와 (담론-역사적 방법을 활용한) 정치에 관한 지식은 명시적이고 잠재적인 의미들을 보다 쉽게 풀어내고, 이 인터뷰에서 사용되고 있는 정치적 수사들을 보다 풍부히 발견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비판적 독해는 맥락에 관한 체계적 방법론과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 이것은 가능한 독해의 전 범위를 좁혀줄 것이다. 텍스트의 이질성과 모호성은 오직 세밀한 분석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모순들을 응축하고 있다. 따라서 텍스트는 자신의 사회적 조건들 내에서 해체되고 착근되며, 이데올로기들과 권력관계들과 연결된다. 이 지점이 비판적 독해가 무비판적인 청중과 변별되는 곳인데, 즉 비판적 독해는 내재적 의미에 대한 체계적 접근, 과학적 절차, (본질적/필연적인) 연구자의 자기반성에서 구분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판적 독해는 순수한 해석학(hermeneutics)과는 분명히 다르다. 비판적 독해는 해석적(interpretative)일뿐만 아니라 설명적(explanatory)인 목적도 가진다. 또한 해석과 설명은 결코 최종적이거나 권위적일 수 없으며, 새로운 맥락과 새로운 정보에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역동적이고 개방적이다.
 
8. 담론은 사회적 행동의 한 형태이다.

서론에서 CDA의 원칙적 목적은 모호성과 권력관계를 폭로하는 것이라 언급했다. CDA는 사회적으로 실천적인(committed) 과학적 패러다임이며, 일부 학자들 역시 다양한 정치적 집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타 많은 학자들과 달리, 비판 언어학자들은 종종 은폐된 채로 존재하고 있는 이해관계에 명시적인 영향을 미치려 한다.
 
여기서 분석된 대쳐의 사례는 정치 투쟁들에 적용가능하다. 하지만 CDA가 적용된 다른 사례들도 존재한다. Wodak과 De Cillia(1989)는 전후 오스트리아의 반유대주의를 다룬 최초의 공식 학교 교재들을 출판했다. 이 교재들은 현재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제2공화국의 반유대주의에 관한 전람회도 병행하고 있다. 전람회와 교재는 자신의 학급에서 반유대주의 담론의 다양한 범위와 변이를 토론하려는 교사들이 활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van Dijk(1993a)는 독일의 학교 교재에서 잠재적인 인종주의적 의미들을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새로운 학교 교재를 만들게 했다. 비슷한 교육적 적용이 영국에서는 ‘비판적 언어 자각’이란 명목으로, 호주에서는 ‘비판적 리터러시’라는 이름으로 시도되었다(Fairclough, 1992c). CDA는 또한 법정에서 전문가 의견으로 활용한다. Gruberd와 Wodak(1992)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최대 7년 형에 해당) 호주의 타블로이드 신문 칼럼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제출했다. 유대인 공동체가 이들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적어도) 하나의 인종주의적 칼럼은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이 신문의 통상적인 실천과 일관된 것이었다. 불행히도, 이 사건은 신문의 거대한 권력 탓에 승소하지 못했지만, 전문가 의견은 출판되어 광범위하게 읽히고 인용되어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비차별적 언어사용이 다양한 영역에서 촉진되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영역은 성차별적 언어사용이다. 비-성차별적 언어사용에 대한 지침이 많은 나라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Wodak et al., 1987). 그러한 지침은 여성을 언어(사용) 내에서 가시화되고, 따라서 사회적으로, 제도 내에서 부각하는데 기여했다. 여성에 관한/여성을 상대로 한 다양한 담론은 점진적으로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CDA는 제도 내부의 담론과 권력 패턴들을 변화시키는데 많은 성공을 하였다. 예를 들어, 의사와 환자 간 의사소통을 분석함으로써, 의사들이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환자들 지배하려는 전략들을 구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한 의사소통 패턴들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그와는 다른 행위 패턴들을 위한 지침을 유도하였고, 의사들의 위한 세미나에서 교육되고 있다. 여타 기관들, 관료들, 법률 기관들, 학교들에서도 사정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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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9 08:38 2009/04/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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