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을 바꾸고
중간에 내용을 약간 추가하고 수정했습니다
몇 회 분량을 한 번에 합친 듯 하군요
글이 어렵게 보이긴 하네요.
워낙 게을러서 진보블로그 리모델링 끝나면 통개 뽀기를 다시 시작하려 했는데 막간으로 면피성 글을 급히^^ 하나 올립니다. 들어 가기에 앞서, 분명히 해 둘 점은 방법은 방법일 뿐입니다. 우리 방법론자 아니잖아요? -_-;;;
먼저 간단한 용어 정리부터 할까 한다. 방법론methodology이란 간단히 방법들methods에 관한 이론logy이다. 그러므로 연구조사방법론은 연구조사를 수행하는 방법들에 관한 이론이며, 수많은 연구조사 과정과 결과로부터 사후적으로 다듬어진 체계이다. 좀 일상적인 수준으로 내려오면, 연구자들 -- 연구자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하지만 -- 이 논문이란 걸 쓰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질문이 있는데, '방법론이 뭐냐?', '연구모델이 뭐냐?', '가설이 뭐냐?', '연구질문이 뭐냐?', '이론이 뭐냐?' 등등. 아니면 '인식론적 질문으로 문제를 제기해야지!'라는 말 --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는 운동권 사투리 -- 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보통 통계 연구가 아닌 경우, 질문받은 사람들은 흔히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인 즉 '내가 통계를 돌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맞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질문 자체가 양적 통계 접근 해당하는 식으로 주어졌다. 물론, 나도 저렇게 질문하면 안 된다고 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반만 맞다. 왜냐하면 저런 질문들은 모두가 같은 궁금증을 다른 식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당신의 명제, 곧 주장이 무엇이고, 그 명제는 어떤 이론-경험적 배경하에 도출되었으며, 그런 주장을 어떻게 논증할지 당신의 전략을 나에게 설명해 주시오.' 이게 방법론에 관한 질문이며, 당신 자신만의 방법론에 관한 궁금함이다. 이건 통계든 아니든 상관없는 것이다. 질문하는 자나 답하는 자 모두 방법론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는 셈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간략히 연구조사방법의 짜임새를 살펴보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연구조사방법은 '이론-전략-접근-절차-규칙-도구-결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이것은 선형적인 관계는 아니고 블록과 같다고 봐야 하는데, 편의상 이런 식으로 나열했다. 1)이론은 연구자/활동가가 취하는 세계관 혹은 입장과 준거로 볼 수 있고, 2)전략은 자신의 명제-주장을 논증하기 위해 현장접근, 자료수집, 자료분석, 결과제시와 활용 등의 전체 과정과 그것의 정치적, 인간적, 개인적 효과 등 고려하는 작업이다. 연구자/활동가는 다른 말로 하면 전략-전술가인데, 전략과 연구목적과 주장을 감안하여 연구자/활동가가 가장 효과적이라 선택하는 3)접근, 곧 전술을 결정하는데, 이게 보통 말하는 양적방법, 질적방법, 혼합접근(양+질) 등이다. 다른 말로하자면, 전체 연구조사과정을 이끌어가는 기본 프레임이라 할 수 있다. 이 세가지 접근 각각이 일장일단이 있지만, 연구 목적에 비춰 선택한다는 점이다. 가령, 내가 노동자의 정체성을 연구한다면, 양적접근보다는 질적접근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설문조사를 병행하면 혼합mixed접근이 된다. 이때 무엇보다도 '접근'이 중요한 건, 접근 방식이 결정되는 이하 '절차-규칙-도구-결과'는 이른바 (친)족적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적접근은 통계를 활용해야 하고, 그에 따라 설문조사를 할지 실험을 할지 선택(이런 선택은 조사과정 전체에서 계속 발생한다)하고, 각각 관행화된 4)절차(어떤 식으로 진행된다는 일의 순서)와 지켜야 하는 5)규칙(어떤 것을 어떻게 수행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이 있으며, 설문지 같은 6)조사도구(기타 인터뷰 질문지 등)가 있고, 수집된 7)결과를 제시(표나 그래프, 인터뷰 발췌 등)하는 관행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과를 다시 이론에 준해서 해석해야 한다. 이런 (친)족적관계 때문에 조사과정에서 접근(혹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진다.단 족적 관계가 정해진 관례이지 불변의 법칙은 아니다. 또한, 이론과 전략에서 바로 결과를 제시할 수도 있는데, 가령 기존에 수지되어 있는 텍스트나 담론을 곧바로 분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건, 연구윤리인데, 조사과정 전중후 모두 이를 고려해야 한다.
앞서 방법론에 대한 어긋난 표현방식으로 시작했든데, 또다른 통념, 즉 양적 방법, 좁게는 통계에 대한 통념부터 하나 짚고 시작해자. 흔히 사람들은 통계를 단순 테크닉, 숫자놀음, 뻔하게 누구나 하는 연구로 생각하거나, 혹은 조작술로 보고 믿지 못할 것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통념은 양적 방법 일반을 불신하는 쪽으로 비약하거나, 양적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자들에 대한 곡해, 대략 '양적 연구자=통계 기술자=돈버는 기술자=쉽게 연구를 하는 자=무식한 연구자' 등의 인식를 가지게 한다. 과연 그럴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리는 양적 방법=악(에 가까운 것) vs. 질적 방법=선(에 가까운 것)이란 인상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도 그런 인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그에 부합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렇지만 이런 인상은 양적 방법이나 통계 자체보다는 도구 사용자들의 문제, 즉 일반적으로 말해서 연구 윤리를 어기고, 더 나아가 정치적 입장의 편향 문제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중립적인 연구방법이란 없겠지만, 질적 연구라고 해서 반대의 결과를 산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양과 질이라는 이분법적 설정 자체가 문제다. 일례를 들어보면, 질적 연구 중에 근거이론Grounded theory -- 개발자들이 뭐라 할지 모르겠으나, 바닥-현장에 토대를 두고 개발된 이론이라고 보시면 된다 -- 라는 이라는 게 있는데, 이 방법론을 만든 사람 중에 글레이저(나머지 한명은 스트라우스 -- 국내에 스트라우스의 책은 몇 권 번역이 되어 있다)는 원래 미국 뉴욕 컬러비아 대학에서 라자스펠트라는 양반한테 배웠는데, 이 라자스펠트는 통계분석 중 많이 쓰이는 요인분석factor analysis를 만든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중요한 점은 글레이저가 근거이론을 정립하면서 요인분석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가져와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는 차후에 설명하겠지만, 여하튼 방법론에 대한 우리의 통념이 좀 모호하다는 정도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이데올로기적이라는 점만 유념해 두고, 또한 양적 연구에 대한 기존 인상을 좀 제껴두자.
그렇다면, 통계 조작자를 면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할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의식, 또는 질문 만들기다. 이것은 쉽게 말해서, 연구자/활동가가 경험이나 이론 상, 혹은 경험과 이론의 상호작용에서 출현하는 질문, 의문, 즉 궁금한 것이고, 전체 조사과정을 이끌어가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동력인데, 좀 과장하면 연구조사과정과 활동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아주 간략히 말하면, 문제 의식에서 질문을 만들고 자료(질적 자료, 양적 자료, 질적 자료+양적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하여 다시 문제의식을 정정하고 질문을 새로 만들고 다시 자료를 수집하고...반복하는 순환적 과정이 연구조사과정이다. 이 반복 순환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지고 개념들로 이루어진 집을 지어올려면 임의적인 이론이 만들어 지는 셈이다.
문제의식이 먼저냐 경험과 이론이 먼저냐는 닭과 달걀의 문제이지만,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만 하는 건, 연구자/활동가는 이론과 경험으로부터, 보다 정확히 말해, 자신의 입장으로부터 문제의식을 산출하기 때문에 문제의식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고 어떤 전제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활동가는 항상 이런 암묵적 전제를 성찰하고 깨부수는 태도, 즉 경험주의적 독단론과 이론주의적 독단론에 빠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조사방법론은 체계적이고 '과학적' 접근 -- 뭐가 과학이고 어느정도 과학이냐는 제쳐두고 -- 을 가능하게 하여, 어느정도 객관성과 근거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현장에 대한 자료축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경험주의와 이론주의에서 유래하는 경험적이고 지적인 권력을 상대적으로 민주화할 수 있다. 대부분의 현장조사작업이 일부 명망가와 지식인, 연구자에 의존하거나, 활동가 일부에 위임되면서 나타나는 현장과 이론의 심각한 단절, 무엇보다도 관료주의적이고 관행적인 조사작업 풍토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이런 풍토가 현장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문제들을 포착하지 못하거나 배제함으로써, 지나치게 실현 가능하고 시습한 정책 문제로 조사작업이 종속되어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나는 조사방법의 대중화가 다양한 현장의 권력관계를 비트는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다가 세 가지만 더 기억하자. 첫째, 연구자/활동가가 연구 목적을 잊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연구 목적 -- 여기에는 정치적인 것부터 순수한 개인적 관심사까지 포함된다 -- 에 따라 연구 전략, 접근, 절차, 도구 등이 상호결정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양적 연구, 통계 방법을 사용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이 방법이 사람들의 사고를 굳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람들이 (좁은 의미의) 연구 목적, 즉, 이른바 명제, 혹은 가설 -- 일단 연구자/활동가의 정련된 문제의식 정도로 정리해 두자 -- 의 입증 아니라 연구 수단, 즉 통계적 방법에 매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혹은 남들이 관례적으로 알고 있는) 통계 방법으로 검증되지 않으면 가설을 버려버린다. 아니면, 통계로 결과가 좋게 나올만한 것 -- 돈이 있으면 빵을 산다 -- 만 연구한다. 목적과 수단의 전도가 일어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연구자/활동가는 끈질기게 자기 명제와 가설, 즉 자기가 세운 생각을 규명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물론 안 되는 걸, 그리고 뻔한 걸 억지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가 중요한 지는 알아야 한다. 그래서 둘째, 양적 방법과 통계 분석에 대한 기본을 숙지해야 한다. 앞으로 보게되겠지만, 양적 방법론은 아주 체계적으로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자율성이 적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양적-통계 방법의 체계만 이해하면 연구자는 나름대로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양적 방법과 통계 분석은 전세계 수많은 학자들이 오랫동안 개발하고 정련했왔고, 지금도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활동가가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셋째, 모든 연구방법과 과정은 나선형적, 비선형적, 순환적이고 앞뒤로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끊임없이 수정을 거친다. 전문적 용어로 이를 가설-추론 방법(가추법)이라고 하지만, 쉽게 표현하면 가추법은 연구자/활동가가 처음에 세웠던 자신의 가설을 연구 중에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검증하고 다시 세우고 다시 자료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계속 거친다는 것이다. 이는 보통 질적 방법에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또한 사실 이렇게 주장하면 이론이 많을 것이지만, 양적 방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양적 방법은 한 번 가설이 세워지는 검증까지 새로운 생각이 끼어들 할 가능성이 큰 편이 아닌데, 양적 접근이 워낙 연역-귀납 방법으로 체계가 잡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른바 학술연구의 경우, 그것도 일회로 끝나는 연역적 접근을 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엄밀히 말해 딱히 이렇게 말할 수도 없다. 물론 실증주의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가서 이런 말은 하지 마시길!
그렇다면 양적-통계 접근의 체계는 어떨까? 이건 크게 보면 4가지 층위로 짜여져 있다. 그것은 철학적 방법론-양적 방법론-통계 이론-통계 테크닉이다. 물론 내가 굳이 '체계'라고 언급했듯이 각각 별개로 떨어져 있지 않다. 차후에 왜 이게 서로 관련이 있는지를 간략히 언급할 것이다. 먼저, 철학적(혹은 인식론적) 방법론은 실증주의부터 맑스주의까지 다양한 관점을 취할 수 있다. 보통 양적 방법론=실증주의라고 보지만 이것 역시 편견인데, 가령 비판적 실재론이나 문화자본이나 계급분석에도 많이 사용된다. 심지어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파시즘척도라는 것도 만들지 않았는가? 둘째, 양적 방법론은 양적 연구조사에 관한 이론과 연구조사 전략, 절차, 방법을 포괄하는 분야다. 하지만, 이를 아주 단순화하자면, 연구를 '어떻게 하느냐'에 관계된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연구조사방법론이라고 하면, 국내에서 양적 연구방밥론을 가리키며, 이는 보통 연구방법+통계이론+통계테크닉을 뜻한다. 앞서 나는 이것을 양적접근이라 칭했다. 물론 나는 이런 식의 이해 방식이 반만 말해 준다고 본다. 셋째, 통계 이론은 말 그대로 통계학에 관계된다. 초보자는 아마도 양적-통계방법에서 이 부분이 가장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통계이론에 대해 한 가지 말해두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통계 이론들은 오래 전에 개발되었지만, 이것을 편리하게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게 된 것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 때문이다. 전에 언급했듯이, 컴퓨터는 과거 사람들이 직접하던 숙련과 지식을 내장하여 통계 결과를 구현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실상 많은 통계이론을 숙지할 필요는 없다. 간략한 몇 개 개념만 알면 된다. 통계이론을 많이 아는 데 대한 자부심은 통계학 전공자들에게 맡겨두고 그들을 존경하면 된다. 넷째, 통계 테크닉은 실제 통계분석을 하는 아주 구체적인 기술적 내용을 말하며, 여기에는 특정 통계분석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S/W활용방법 등이 포함된다. 이상 철학적 관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가지를 좀더 '방법'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고 생각보다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4가지를 따로 볼 수는 없고, 양적조사를 한다는 건 이 모두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한다. 아시다 시피, 이 포스팅 시리즈는 '방법'에 관한 것이고, 개인적으로 나는 그 중에서 중요하지만 잘 언급되지 않는 것만 뽑아서 언급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할 점은, 우리가 무엇보다도 연구조사방법을 나이브한 실증주의와 결합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는 점이다. 그런 건 개나 줘버리자! 여태까지 워밍업만 해서 죄송하지만, 다음 번에는 좀더 실제적인 내용, 특히 개념생성과 양적측정에 관해서 진행하겠다. 이 두 가지가 양적방법론에서 사실상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개념생성과 양적측정만 알면 방법론은 거의 안다고 해도 무방하다. 나머지는 필요하면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너무 길었군요.
곧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