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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고요하게 욕심없이 겸손하게
지난 날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고 있다.

당신에게 기대한 건 연애놀음같은 게 아니었다.
또 한 번 내 포장에 내가 속은 거다.
당신을 사랑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당신은 지금껏 내가 기대온 유일한 인간이었다.
그 의지됨과 위안이 사랑인줄 몰랐다.

사랑은 순도 100%여야만 한다고.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랑에 대해 기준을 세우고 있었다.

사랑에는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연민도 우정도 편안함도, 사랑안에 존재한다는 걸 몰랐다.

생각해 보니 징후는 여러 군데 있었다.
당신이 내 일터 근처에서 먹고 자던 때,
아침을 같이 먹을까, 빨래를 가져올까, 퇴근 후에 같이 운동을 해볼까,
당신과 함께 하고 싶고 당신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것들이 떠오를 때마다

우정을 넘어선 것들로 보일까 싶어 경계했다.
나는 일정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꽤나 노력했던 것 같다.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위해 당신과 깊어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진작 폐허였던 내가, 그걸 깨닿지 못했던 건 당신이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있어 다른 사람은 상관없었다. 나는 '당신이 있으니까...'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며 산 것 같다.
당신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외롭지 않았다.
물론 그때는 의식하지 못한 사실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죽음에 대한 공포로 울었을 때

나의 두려움을 달래주며 내가 있지 않냐고 했던 당신의 말에
나는 단순히 눈물만 멈춘 게 아니었다.

그 말은 커지고 커져서
사람 안에서 외로울 때나 혼자여서 슬플 때, 타인의 시선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나를 그 안으로 감싸주었다.

당신이 떠나자 그 폐허가 고스란히, 처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소리없이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당신을 잃으면서
나는 내게 사람도, 일도, 신념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드디어 알게 됐다.
도망치는 삶의 결말은 생각보다 더 비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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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2 17:43 2015/01/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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