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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받을(?) 일

 

일하는 일요일이 아닌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일요일. 아~ 얼마만이냐.. 감격감격~

날씨도 덥지 않고 기분좋게 비까지 내려주니 브라보브라보~~

 

그리고!! 드디어.. 우리 할멈을 아프게 사고냈던 경사진 주차창서 주차성공!!!! 브이~

사고났을 때와 거의 유사한 상황이었다. 10분쯤 진땀흘리며 주차를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침 꼴깍 한 번 삼키고 도전! 도전! 무한도전~~~ 성공~~~~

 

앗! 이게 축하받을 일은 아니다. 이건 전야제에 불과하다. ㅎㅎㅎ

 

가게에 앉아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비오는걸 구경도 하고 생각나는 것들을 끄적인다

다음주엔 전쟁없는세상 상반기 평가엠티를 가는데 각자 준비해갈 문서는 4가지다.

개인평가, 개인계획, 단체평가, 단체계획. ㄷㄷㄷㄷ~ 생각만 해도 진땀난다.

 

생각해보니 6월말이고 하니 겸사겸사 개인평가와 계획부터 쓰기 시작했다.

돌이켜보기엔 마음아프고 아직은 가슴 한켠이 욱신욱신거리지만.....

그래도 개인평가가 썩 나쁘진 않다. 정말 잘 했다기보다는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기술이 좀 늘었다고 하면 될까? 하하~ 이것도 좀 축하받을 일이긴 하네.

 

어쨌든 생각보다 빨리 하반기 계획으로 넘어갔다. 여기가 축하받을 일이다!!!! ㅋㅋ

 

해야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많지는 않았다. 해야할 일들을 구체화

하는데 신중을 기하며 하나하나 결정했다. 오랜만에 계획이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축하받을 일? 하하하하~~~

8년만에 처음으로!! 나의 목표에 다이어트가 빠졌다!!!!!!!

 

김빠지나? 푸힛~ 하지만 다이어트를 계획에서 빼고 나니 느껴지는 이 해방감은

무엇일까? 내 인생의 짐을 하나 벗어던진 이 기분은 무엇일까? ㅎㅎㅎ

 

다이어트가 나의 계획에서 빠졌다는건 중요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겠다 것이다.

난 언제나 나의 통통 혹은 뚱뚱으로 위축되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언제나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감과 살이 빠지지 않으면 느끼는

자괴감과 조급함. 스트레스. 정말 장난 아니었다. 때론 극도로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목표를 빼버리고 나니 마음만은 훨훨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그리고 다이어트가 목표일 때는 보지 못했던 나의 다른 모습들.

정말 가꾸어야 할 다른 모습들에 눈이 가게 되었다.

 

이게 두 번째 의미이다. 아는 사람들을 알겠지만 지난 주 나는 사무실에서 내내

한 아저씨의 전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나의 바닥을 다 드러내보이며 화를 버럭버럭

내며 전화통화를 했었다. 그 아저씨와 몇 번을 몇 시간이고 통화를 했다.

 

그 아저씨는 골수 군사주의자 골수 국가주의자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아저씨와 통화가 계속되어질수록 마음이 좀 아프고 안쓰러웠다.

아저씨는 군대의 기억이 상처로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얻어터지고 끔찍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국가가 심어놓은 이데올로기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냥 일상에 허덕이며 살아가야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저씨가 미웠지만 미안했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만난 나의 바닥 또한

더럽고 당황스런 모습이었다. 그 아저씨가 나랑 한참 싸울 땐 내 목소리에 칼이

들어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나같은 사람이 어떻게 평화운동을 할 수 있냐는거다.

그 말이 요즘 내내 내 귓가에 맴돈다. 내 목소리, 내 마음 속에 담겨진 칼.  

 

두 번째 의미는 내 몸에 붙어있는 살을 빼는게 아니고 내 맘 속에 붙어있는 몹쓸

덩어리들을 빼내는 것이다. 트랜스지방보다 더 나쁜 덩어리들 말이다.

분노하는 마음. 욕심내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그동안 나를 갉아먹고 있던 녀석은 사실 내 몸에 붙어있는 지방덩어리들보다는

내 마음속에 붙어있는 저 덩어리들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가 미워보였던 이유는 나의 동글동글함도 크지않은 눈도 높지않은 코도

아니었던 것이다. 너무 단순한 사실이지만 나를 비롯한 세상 사람들은 이걸 잘

모른다. 정말 신기할만큼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한다.

 

8년만에 나의 다이어리에서 '다이어트'라는 말이 빠졌다.

계획을 다 정리하고 다시 보는데 정말 표현하기 힘들만큼 많이 감격스러웠다.

 

측하받을만한 일이지 않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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