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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나라는
신경림
내가 사는 나라는 너무 넓어서
쌀수입개방 반대 전단을 뿌리는 젊은이들
그 앞에 맥도날드 가게가 줄지어 섰고
그 안의 공원은 더욱 넓어서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때운 늙은이들
소말리아의 굶어죽는 아이들과
크로아티아의 전쟁얘기에 침방울을 튀기면
한쌍의 젊은이 대낮의 사랑에 더욱 취하고
가난은 부끄러운 것 가난은 부도덕한 것
서로 야윈 손바닥을 뒤집어 보이면
배고픔도 헐벗음도 없어진지 오래여서
누더기는 달콤한 현수막으로 가려지고
신음은 화려한 노래에 묻히면서
내가 사는 나라는 하늘도 가엾이 넓어서
멀리서 가까이서 눈송이가 날리며
참과 거짓을 한꺼번에 덮어버리고
얼룩절룩 서투른 분칠로 묻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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