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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셨다

가을이 오는 것은 가로수들을 보고 알았다.
시퍼렇고 힘차게 팔을 흔들던 나뭇잎에 중년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것을 보고.
어젯밤엔 가을이 오는 소리에 귀가 하도 시끄러워 잠들지 못하고는
스르륵 일어나 노트와 펜을 들고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는.

내 방 창가에는 온갖 풀벌레들이
오늘 밤에도 쎄륵 쎄륵 쎄륵 쎄륵 울고
방금 착륙한 외계 생물체들처럼 귀를 간질이는 소리
자기들만의 비밀스런 언어들을 나누고 있다.
먼 길가의 가로수 어디 쯤에서도 숨가쁜 듯 쌔액- 울어대는 매미
머릿 속 불빛들 하나 둘 꺼질 때
등줄기 따라 은하수가 흘러가고.
(...중략...)
몸 속 잠들어있던 수천 마리의 풀벌레때가 부풀어올라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밤의 공기는 차다.
가벼운 허물들이 서리되어 떨어진다.
나는 밤마다 야위고 하늘은 밤마다 푸르러진다.
끝.
그러고는 창문을 닫고 풀썩 침대에 드러누워 솜이불 덮고 잠들었다는...
가을이 오셨다.
환절기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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