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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1. 자전거 연습

 

어제 M에게 특훈을 받고 오늘은 혼자 나갔다.

3층 계단참에 다른 자전거와 함께 묶여있는 파란 자전거를 꺼내는 것부터가 시련이었지만

여기 저기 부딪혀가며 자전거를 끌고 내려올 수 있었다. 에휴-

이제부텀 우리집부터 소월길까지 끌바- 이미 힘은 다 빠진 듯했지만

페달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다시 3층 계단까지 자전거 들고 올라갈 수는 없는 일.

남산 도서관을 목표로 천천히 인도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사람을 치지도 않고, 어디에 들이받지도 않고 무사히

돌아왔다.

내리막에서 엉덩이를 뒤로 빼고 앉는 연습, 브레이크 안 잡는 연습,

좁은 길에서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올 때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연습,

오르막, 내리막에서 기어 조정하는 연습,

어깨에 힘빼는 연습.

 

어제보단 훨 여유로웠던 라이딩. ㅎㅎ

자전거에 앉아있던 시간은 겨우 2-30분 밖에 안 되었지만

이제 혼자서 도보를 가는 건 많이 무섭진 않다.

저녁에 또 나가야지.

 

2. 팔당

 

지난 주말에도 팔당에 다녀왔는데, 칼챠파티하느라 새벽 4시에 잠들었다가 겨우 일어나 가니

몸이 많이 피곤했다.

이런 저런 재미난 일도 많았지만, 그밤 새벽에

갑자기 다리가 매우 무거운 물체에 깔린 듯... 가위 눌리고 말이지.

꿈이었겠지만, 거대한 콘크리트 벽 같은게, 바위같은 게 내 다리부터 깔아뭉개고 덮쳐오는 바람에

'이대로 죽는구나-' 했다.

돌아와 생각해보니,

새만금에서도, 4대강 삽질이 벌어지는 여기저기에서도

많은 생물들이 그렇게 죽었겠다 싶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3. 칼챠파티

 

알토란같은 시간이었다.

바쁘고 힘들었지만 즐겁게 준비했고 정말 모두들 잘 해주었다.

북적거리고 따뜻하고 힘나고 힘나는 파티였다.

사람들의 소박하고 자발적인 공연들, 누군가 때맞춰 사온 맥주와 안주들, 그리고

깨끗한 뒷정리까지.

머리 안 아프고 여유롭게 행사 치른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건넛집의 연극공연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선물이 되었다.

손님들에게 나눠주려 옥상에 담아뒀던 바질 화분을 다들 잊고 가서 아쉬웠다.

하루 하루 그렇게 잘 살아가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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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마을 칼챠파티+a 에 가요!

빈마을 칼챠파티 D-3" 여러분을 꼬십니다.(+a)

25일, 이번주 금요일 저녁 6시 빈마을 아랫집으루~~~

 

 

 

<대강의 프로그램>

 

6:00 다 모여 밥먹쟈  (식단 : 어제의 카레 + 오이냉국 + ...)

 

7:30 산책 (오르락 내리락 꼬불꼬불- 아랫집-옆집-앞집을 돌며 산책하기)

 

8:00 '빈집에 산다는 것은' 인터뷰와 사진 슬라이드 상영

 

         빈마을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 발표 (준비가 되시리라 강력히 믿사옵니다 ^^6)

 

9:00 콘서트와 퀴즈쇼(아랫집 공연/옆집 그림 전시회/ 앞집 성대모사/ 이발사와 친구들 기타공연 등)

 

        

(+a).. 26일

 

다음날 팔당에서 닷닷닷 하쟈(wow!)

 

밤새 즐거이 놀고 난 후, 토요일 오전

 

함께 팔당 두물머리에 가요. 잔잔한 강가에서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고. ㅎㅎ

 

 
함께 외유사생 하지 않으려우?

 

 

 

 

 

 

밤에는 둘러앉아 촛불켜고 닷닷닷도 해요.

낮에 그린 그림이랑 지은 글들 같이 보여주고 읽어주고 함께 놀아요.

다음날엔 주민분들 농사일도 좀 돕구요.

 

자전거를 타도 좋고 전철과 버스를 타고 가도 좋아요. 

11시쯤 출발하면 2-3시쯤 도착할 듯.

 

준비물 : 닷닷닷 때 켤 초 1개, 먹을 것들(밑반찬이나 쌀 등), 침낭(팔당생협에서 침낭을 10개 정도 빌릴 수 있지만, 있는 사람은 챙겨와도 좋겠지요?)

참가비 1만원(부식비와 술값 ㅋ), 2박3일 놀 옷가지와 세면도구, 종이와 펜, 그림그릴 도구들...

 

 

 
<꼬심글>
 
달군의 블로그에서 펌.  http://blog.jinbo.net/dalgun/?pid=1336
빈집에 산다는건..

빈집_ 아니 그 뭐라고 부르던 내가 이곳에서 지금처럼 산지 벌써 1년이 넘었고,

해방촌 게스츠 하우스 빈집이 처음 시작된지는 2년이 지났다.

2주년 즈음 파티를 해야 마땅했으나,

당시의 문제들때문에 마을회의가 한달동안 미친듯 돌아가고, 회의가 길어지면 그렇듯 지난한방식으로 문제들이 오고갔다.

그리고 문제들을 싸안고 아랫집은 휴지기를 가졌고,

윗집은 해소했고, 앞집이 생겼으며, 옆집은  커플방 대통합과 함께 좀더 빈집답게?

구조를 바꾸어 개방 수위를 좀더 높이는 노력을했다.

얼마후 여러 사정으로 아기와 그 가족이 있던 방이 비게 되면서 옆집은 좀더 유동적인 빈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두달후 문제는 해결되었나? 무엇이 문제였지?

아마도 문제의 해결방법은 운명 또는 우연 밖에는 없었다.

술자리에서 사다리타기라는 농담이 나왔고,

 그렇게 농담같이 사다리타기가 이루었졌고,

3개월한정 실험이지만 현재 있던 장기 투숙객들이 서있던 위치가 조금 바뀌었다.

그대로 원래 자리에 남은 사람(나)도 있었지만 다른 위치점들이 변동하면서 같이 변화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그렇게 장투 대이동의 날이 왔고, 그리고 또 한달-두달이 흘렀다. 이제 좀 활기를 되찾은 빈집,

빈마을(집3개로 마을이라고 하긴 좀 뭐하다. 지역사회랑 아직 별 연관도 없고..^^ 계획은 있지만..)은

2주년 파티도 못했고 아랫집 손님방의 재개방도 축하할겸,

두리반 칼챠파티에서 영감을 얻어 빈마을 칼챠파티를 결의하기 이르렀다.

6월 25일로 날을 잡았는데 알고보니 두리반 투쟁 6개월이라네.

그래서 우리 일정을 미룰까 잠시 주춤했으나... 한달전 마을 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이니 조금 아쉽지만 그냥 하기로했다.

두리반에 갈사람들은 가서 잘 놀고 잘 싸우고 밤에 피곤해지면 빈집으로 오시라. 게스츠하우스의 밤이 익어가고 있을테니..

 

 

파티에서 뭘하냐고? 그냥 먹고 마시고 놀까 하다가 나름 주제를 하나 잡았다.

"빈집에서 산다는건..." 이라고.

빈집은 나름 여러매체로 알려져서 내가 빈집에 살고 있다고 하면 다들 신기해하면서,

" 공동(체)생활"의 "피로함"에 대해서 걱정하거나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본다.

글쎄 하루하루가 똑같았던 날이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은 각각의 집, 각각의 투숙객에 따라 다를거다.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게 너무 많으니까. 나나 당신이나 궁금한거 많을테지?

빈집 살이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나름 재미있어 보이는 점이 많긴한데 ,

"과연 내가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나도 여전히 그러함) 그러니까 모여서 들어보고 따져보고 뒤적여보자.

털어서 먼지 안나..아니 이게 아니고. 아무튼 놀자. 이야기 하자!

 

개인적으로는 요즘에야 깨달은거지만 빈집은 공동생활일뿐아니라 새로운 문화일뿐아니라 ,

자본주의 사회, 소유사회, 부동산계급사회에 대한 진지한 생활협동조합적 접근의 하나였던거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파티하면서 그런거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쟈.

 

장소 : 빈마을 아랫집

시간 : 2010년 6월 25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주민신고 들어올 때까지

준비물 : 궁금한거 알고 싶은거, 이야기 해주고 싶은거, 나누고 싶은 시, 노래, 이야기,

안주! (채식하는 친구들도 많으니 견과류와 과일 대 환영!!)

찾아오는 길: 클 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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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 씨앗을...(5) : 팔당(8黨) 첫 모임

풀이 무성한 깻잎밭과(왼쪽) 새로 김을 매고 씨뿌린 허브밭(오른쪽).

 

 

정리 안 되는 막글.

마구잡이 형식, 뒤바뀌는 화자,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쓴 메모.

정리하려니 한나절은 더 걸릴 듯.

그래도 궁금하신 분은 읽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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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다녀왔어. 팔당에.

함께 나눈 그 밤이 참 따스했어.

비는 쏟아지는데 비닐하우스 농막 안에서 투두둑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막걸리와 깻잎전을 먹었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리는

에코토피아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노래 가사를 썼어.

완성되지 않았지만, 지난 번 열무밭을 만들었을 때

옆의 농막에서 깻잎농사를 많이 지으시는 아저씨께서 오셔서

직파를 해주셨던 모습이 자꾸 시처럼 떠올랐거든.

감기로 다 죽어가던 M은 자전거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꺼냈고

흥에 겨웠던 모야는 젓가락 장단에 노래를 불러주었어.

꼬미는 휴대폰을 꺼내 기타 프로그램으로 Am를 잡았고

지각생은 그날도 역시 김광석 노래를 불렀어.

아마도 이번주에 있을 칼챠파티에 이발사님도 오셔서 기타를 연주해주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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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출발하여 팔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세 번째.

중간 중간 비를 피해 멈춰섰다가 비구름 지나가면 다시 출발해서

구리를 지나 남양주시로 들어섰다. 갑자기 굵어지는 빗줄기에

도농역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도 먹고 담배도 몇 대 피웠는데 장대비가 쏟아지고

결국 자전거를 전철에 실었다.

 

 

<- 비가 와서 나무 밑에서 쉬었다.

 

 

 <- 좋아하는 욱순과 이발사님의 자전거

 

운길산역까지 다섯 정거장. 전철을 탈 동안은 비가 안 오더니

운길산역에 도착하니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쫒아다니는 꼴이란. 잔잔한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두물머리로 들어갔다.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우리는 조용히 맨 뒤에 서서 함께 미사를 드렸다.

매번 미사 시간에 도착했는데 그때마다 안으로 들어서지 못했었다.

친구들이 먼저 미사에 들어가 있기에 따라 들어갔는데

처음 본 사람들과 두손을 기도하듯 모으고 눈인사 나누니 마음은 숙연해졌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주민분들은 몇일간 했던 3보1배 때문에 많이 힘들고 피곤하신 듯 했다.

인사만 나누고 우리는 공용밭으로 나가

저번에 씨뿌린 열무, 상추, 쑥갓 등을 둘러봤다.

 

 

 

쑥갓은 식당 농막 안에 뿌렸는데, 풀이 너무 많이 넘어왔었는지 주민분이 다 갈아놓으셔서 없었고

열무랑 상추는 손가락만큼 싹을 올렸다. 그런데 2주 사이에 공용밭은

무엇을 심었던 곳인지 알기 힘든 거대한 풀밭이 되어 있었다.

함께 온 친구들과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풀을 맸다.

 

 

누구든, 필요한 만큼 거둬가고 능력만큼 일하고 가는 모두의 텃밭. 일산에서 오신 부부.

 

 

 <- 지각생. 얼굴 안 나오고 일 열심히 해서 잘나온 사진.

 

 

 

 

 

낫으로 벤 풀더미가 웅크린 소만큼 밭 저쪽에 쌓여갔고

밭은 조금씩 검붉은 색깔로 다시 바뀌어갔다.

비가 또 오니 내일은 다시 풀이 마구 올라올 것이지만

토마토, 고추, 옥수수, 완두콩이 제 얼굴을 드러내며 서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밤이 되어 모두들 둘러앉았다.

밭에서 뜯고 주민분께 얻은 깻잎을 튀겨 막걸리에 먹었다.

우리, 여기서 무슨 일을 할까?

 

에코토피아를 준비하자고 모였지만, 좀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다.

우리가 팔당에서 뭔가를 하고 싶어 모였지만, 그게 꼭 '에코토피아'이어야 하는지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에코토피아- 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 그리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들,

'에코'라는 말이 소비의 중심적인 테마가 된 시대에

모든 것을 '녹색'으로 포장해서 자본화하고 관리하려는 때에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반-시대적' 에코를 말하고 싶어

처음 에코토피아라고 했을 때 어쩌면 난 너무 피상적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생태주의적인 생활 시스템들을 실험해보는 것.

이를테면 에너지 절약할 수 있는 특이한 모양의 조리기구들을 사용하고

자가발전 형태로 휴대폰을 충전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 등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서 팔당으로 오는 것도 하면 되겠고

내 주변엔 재주많은 친구들이 많으니 이들이 워크샵을 열어주면 되겠고.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갑갑했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 또 이곳 농민들에게, 대운하 사업을 반대하는 싸움에서 에코토피아가 제시해온 생활 시스템이 어떤 에너지를 줄까?

 

 

 

<-  돌아오는 길. 운길산역에 걸려있는 거대 홍보판.

이 시대의 에코는 팔당 유기농단지를 밀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세계유기농대회를 진행한다.

 

이런 기만술에 실제 생태계는 파괴되고 그걸 지키려는 농민들이 쫒겨나게 된 상황에서 에코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가 중요하다.

에코를 말하고자 한다면 현재 상품화되고 제도화된 에코를 스스로 문제삼는 에코여야 하고,  에코토피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집행위원장님이 세계유기농대회에서 있었던 '유기농이란 무엇인가' 재정의하는 토론을 그렇게 참여하고 싶으셨던 것은 정말로 유기농을 실천하는 자에게 유기농을 정의내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 질문이기 때문이듯이,

에코를 실천한다면 그 에코를 정의내리는 행위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플러스-----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으로 만들어지는 자치 공동체를 고민해보았으면.  

지난 주에 잠깐 괴산에 다녀왔는데, 난 수진감자가 에코토피아에 관한 글을 썼던 걸 본 적이 있어

그걸 살짝 물어봤는데 수진감자가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어.

생선을 구우면서 말이지. 수진감자가 허공에 눈을 돌리며 한 첫 마디는,

에코토피아가 그의 삶의 태도, 운동에 대한 생각들을 180도 전환하게 했고 지금도 그 안에 있다는 것.

운동이 그렇게 자발적으로 조직될 수 있구나- 단체의 조직 동원이나 대표자 회의구조 없이도

개개인들이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뭔가를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너무 좋았다고.

 

그렇구나- 자발성. 수평적인 의사소통.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한때 평화캠프에서 그렇게 좋았던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쁨. 그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서라기 보다는

새로운 방식들로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거기서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어떤 사람은 티셔츠 만들기 워크샵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캠프 기간 동안에는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평화는 휴식이므로 내내 잠만 자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사람들이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그것,

자발적으로,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실천하는 것.

그때 느꼈던 기쁨은 서로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힘을 싣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들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새로운 신체적 반응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간 그런 것들이 너무 멀어져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일들을 홀로 고립을 자초하면서 하기도 하고, 주어진 일들을 버겁게 처리하듯 해나갔던 것도 사실이다.

어느새 나는 평가하고 비판하고 공격하는 데 너무 익숙해졌고. 

언제부터인가 다시금 절실하게 내게 저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리고

이제와 다시 비폭력 직접행동을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일까.

 

일상 속에서 그런 자발성과 수평적 의사소통과정을 지속할 수 있다면

빈집에서의 생활도 좀더 풍요롭겠지.

또한 팔당의 한 공간을 거점으로 삼아서 그곳에서 일상적으로 그런 경험들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면

어느 한 날 한 시에 특정 공간에서 잠깐 있다 사라질 행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어떤 활동이고 삶의 과정이 될 수 있다면 팔당의 에코토피아는 준비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쪄면 처음부터 에코토피아는 그런 의미에서 준비되고 실현되고 있었던 것일지도.

아직은 팔당 두물머리에 와도 일상적으로 뭔가를 해보기엔 뻘쭘한 구조인 게 사실이라,

낮에도 밤에도 사람들이 둘, 셋씩 들르러들 오는데

그냥 한 번 쓰윽 보고 가는 것 말고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저렇게 텃밭도 말씀드리고, 음식도 나눠먹고, 같이 김도 매도록 말씀을 드리니 참 좋아들 하셨는데,

어떤 큰 행사가 없더라도, 언제든 누구든 이곳에서 뭔가 활동을 하고 갈 수 있게 공간을 구성해보면 좋겠다는 생각.

 

무엇보다

관성을 깨고 삶을 의문에 붙이라. 가장 좋은 것, 가장 꿈꾸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거침없이 해보라.

사람들과, 강과 바람과 비와 흙과 함께.

 

 

 

그렇게 이야기가 무르익고

사람들이 붙든 키워드는 이렇다.

 

자발성, 수평적 소통, 비폭력 직접행동, 자치, 생태주의, 일상성, 북적북적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도록.

 

사람들이 해볼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 몇 가지 더 생각한 것들을 추가했다.

 

 - 자전거 관련 워크샵들(자전거 수리, 개조, 현 자전거 정책에 대한 토론, 자전거와 자유에 관한 수다)  - 사실 매번 자전거를 타고 팔당에 가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수다들이 펼쳐지고 있다.

 

 - 태극권 혹은 택견(두물머리 공간은 신성하고도 연극적인 공간이다. 뭔가 저런 것이 무척 어울릴 것 같은)

 

 - 커피 마시기(커피를 내려먹을 수 있는 도구들을 갖다놓고 다녀가는 사람들이 직접 내려먹을 수 있도록 해도 좋겠다. 커피와 공정무역에 대한 논쟁들도 같이 해봐도 좋겠고. 무엇보다 팔당생협에서 동티모르 커피를 원두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니 커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듯.)

 

 - 샤워장 만들기 (이 공간을 꾸미고, 이 공간에 필요한 것들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워크샵으로 진행되면 좋겠네. 그러니깐, 에코토피아는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시작된 거라니~ )

 

 - 상영회(좋은 영화를 상영한다고 사람들이 두물머리를 곧장 찾지는 않을 것 같구, 뭔가 특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 공연(팔당 농지 밀고 공연장 세운다고 하는데, 그냥 여기서 이 상태로 얼마나 훈늉한 공연이 가능한지 해볼 수 있지비. 날 잡아서도 가능하고, 몇몇 팀들이 자발적으로 아무 날이나 잡아서 해도 좋고.)

 

 - 주민 간담회(아직 팔당까지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팔당과 관계맺기를 시도할 빌미를 제공하자. 서울 모처에서 해봄이 어떠한가? ----- 하쟈, 6월 30일 수요일 저녁 7시 경. 장소는 미정. 주민분들 2-3분 오신다고 함)

 

 - 팔당 관련 기사와 영상들 모아 함께 공부하기

 

 - 농사워크샵(같이 씨뿌리고, 고춧대도 세워 묶고, 풀도 뽑고 농사에 관한 각종 수다들 떨기)

 

 - 티셔츠 만들기(무지 티셔츠 갖다 놓고 거기에 그림도 그리고 구호도 써서 입고 갈 수 있도록 상설 매대를 만들어도 좋겠다. 돈통도 만들어두고.ㅎ)

 

 - 전혀 엉뚱하게 느껴지는 새로운 워크샵이 있었으면 좋겠다. .... 음.... 내 요즘 최대 관심사는 스마트폰과 트윗질을 어캐 잘 할 수 있냐 하는 건데... 누가 교육해주면 어떨까. ㅋ

 

 - 술을 빚어볼까. 남아날까?

 

 

 그것 말고도,, 이전에 했던 에코토피에서 해볼만한 것들을 건져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매년 하는 큰 행사고, 한국에서도 몇 번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유럽에서 했던 에코토피아는 일단 특정 공간을 준비해서 기본적인 생활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참가자들이 텐트를 가져와 즐겁게 노는 캠프.

생활 시스템을 만들 때는 외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광 발전기를 돌리자는 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을 많이 고민했던 모양이다.

식단은 채식으로 하였고,

참가비는 나라별 소득수준을 감안해 요율을 적용하여 지불하게 하고

먹거리 등을 현물로 받아 대체할 수도 있다고 하고. 

제일 재밌는 건

참가자들이 워크샵의 시간표들을 직접 채워서 진행하는 것이었다고.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준비해와서 직접 시간을 잡고 하는 거지.

누구는 아침마다 요가를 어디서 하겠다 하고, 누구는

뭔가를 만들 워크샵을 오후에 열겠다고 적어놓고 하는 식으로.

영화도 봤다고 하는데, 쏠라 씨어터 어쩌구 하는 트럭이 와서 자가발전으로 했다고.

 

그리고 그 캠프 전에 bike tour가 있었다고 한다.

캠프하는 장소로 오는 자전거 여행이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 몇 번 진행되어왔는데, 지난 에코토피아는 '살살 페스티벌'.

새만금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이루어질 때, 해창갯벌에서 3박 4일 캠프. 그 전에 열흘 정도

공간을 만드는 준비들을 했었고.

화덕도 만들고 샤워장도 만들고

케노피도 설치했고,

생태화장실을 만들어 똥오줌을 받아뒀는데, 변산 공동체에서 퇴비용으로 쓰셨다고 한다.

 

 크흠-

이제,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뭔가 하고 싶은 일이 한 가지쯤 생기지 않았을까?

제주도말로 '기이~?' 하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동의를 구하는 의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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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서 산다는 것] 6/25 빈마을 칼챠파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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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5일 금요일 저녁 6시에

빈집으로 오세요~

 

 

떼거리 손님/주인들의 집,

해방촌 게스츠하우스 빈집에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빈마을 칼챠파티"

 

이거슨,

날이면 날마다 오는 시시껄렁한 술판이 아니요,

맛깔난 음식과 흥겨운 노래들, 그간 숨겨져왔던 빈마을 야사들이 한 방에 펼쳐지는

어마무시한 총천연 아방가르드 버라이어티쇼!

 

연*대 학생들의 빈마을 문화인류학적 보고 를 비롯해서

고고학적 빈마을 탐사, 비밀인터뷰, 퀴즈쇼 등

우아한 학술교류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을에서 담근 맥주, 마을에서 만든 빵과 쿠키, 그리고 당신들이 만들어올 안쥬도 기대해주세요~~ ^0^

 

 

장소 : 빈마을 아랫집

시간 : 2010년 6월 25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주민신고 들어올 때까지

 

 

 

 

미완성 웹자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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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 씨앗을...(4)

지금 경기도가 팔당을 밀어버리려 하면서 가장 난감해하는 문제 중 하나가
세계 유기농대회 개최이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 2008년에 김문수가 직접 나서서
이 대회를 유치해왔다. 그 결과
2011년 9월 열릴 18차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지는 바로 팔당이다.
세계유기농협회가 선정한 개최지가 팔당인데, 팔당의 유기농단지를 없애야 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앞의 교양을 위한 기사를 봤다면 알겠지만,
경기도측에서는 세계유기농대회와 4대강사업을 분리해서 각자 잘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이야기. 아무리 봐도 좀 무리스럽지 않나.
세계유기농대회를 개최할 곳의 유기농단지를 없애고
그 이유는 수질오염이며,
그 곳은 4대강 사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순을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보다 경기도는 팔당을 2011년 행사 개최지로 선정되게 한 2008년 행사에 
두물머리 주민들을 대동하고 갔었다. 김문수는 왜 그렇게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하려고 했는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직접 갔다고 한다.
그리고 아저씨의 말씀.
 
세계유기농 대회가 무엇이냐 하믄,
농장 견학도 하고 학자들이 모여 포럼도 개최하고, 총회도 하고 하는데.
사실 그게, 갔다와서야 안 사실이지만, 전세계에서 '유기농이란 무엇인가' 등
중요한 토론을 했었더라고요... 우린 뭐 가서... 농민들은 들러리였지. 한국음식잔치하는 거 만들어주고,...
공무원들이 엄청 많이 가서  사람들 만나서 경기도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각종 로비들을 하고...
근데, 갔다와서 나도 잡지 보고 알았어요. 거기서 유기농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를,
" 인간과 자연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유기농이라 한다. 거기에 위배되는 것은 유기농이라 할 수 없다. "
더불어 각 나라의 전통적 방식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나오는데,
전통적 방식을 따르기도 하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농업을 현대화시키는 과학적 접근 등을 포괄한다는 것이죠.
착취, 자연을 갈취하여 인간의 욕심을 채우는 것 등은 아니다...
 
 
 
두물머리 미사드리는 곳의 십자가.
 
 
 
아저씨는 그 부분을 강조하셨다. 자연을 갈취하여 인간의 욕심을 채워서는 안 된다는 것에.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총회가 있었다는 것 조차도 모른 채, 음식이나 만들고 돌아온 것에
무척 안타까워하셨다. 돌아와서 공항에 왔더니 남양주에 유치성공 플래카드가 도배되어 있는 것이
얼마나 우스우셨을까.
 
아저씨는 그 때 100년 전통을 가진 발사믹식초 농장을 방문하셨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는 실제로 어떻게 농사를 짓는가 하는 점이기 때문에
어떤 치장도 하지 않고, 평상시 하던대로,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하우도 공유하고,
방법들에 대한 토론도 하고.
 
그런데, 경기도에서는 희안한 걸 준비하고 있다.
 
양평 단월면 2만평을 매립해서 보여주기식 농장 만들고 있는 것이다.
원래 유기농은 3-5년간 가꿔서 땅 검사 받아야 인증이 나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이전에 농약, 비료 뿌렸던 땅 위에 천연지대 흙을 퍼와가지고 50cm 정도를 덮어버리는 것이다.
또 덕소 옆에 개간해서(잘 못 들었음. 확인 필요함...ㅡ,.ㅜ;;) 유기농대회 투어(tour)장을 만들 계획이라 한다.
뿐만 아니다. 
남양주시에 아파트형 유기농 농장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유기농대회 장소 바로 옆에다가.
이미 유기농 짓고 있는 곳은 밀고, 외국의 한 도시에서 하고 있는
아파트형 유기농 농장을 행사장 옆에 지어 보여주기식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행정이 이런 것 아닌가.
거기야 복잡한 도시니까, 땅을 넓게 쓸 수 없으니까 아파트를 지어놓고 1층에 상추, 2층에 호박 이런 식으로
농장을 만든 것인데, 그걸 왜 남양주에 짓나.
있는 농사 그냥 보여주는 게 대회취지에 맞지 않는가.

농민의 입장에서는 현장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싶어 하지 가식적으로 꾸민 것을 보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다.

 

 

그러니,

이 대회를 준비하는 주최 중 하나인 환농연(환경농업단체연합회)에서

이런 방식의 대회를 할 수 없도록 세계유기농협회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쪽에서 경기도에 시정 요청도 했다고 한다.

물론 김문수는 모르쇠- 결국 환농연에서는 세계유기농협회 측에 개최지를 바꿔달라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개최지로 한 번 선정되었더라도 행사를 준비하기 힘든 어떤 상황이 있을 시에는 개최지를 바꿀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행사 1년 전까지는. 다음 대회가 2011년 9월이니까,

지금도 개최지를 바꾸도록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이것 때문에 경기도가 압박을 좀 받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 어떻게 결정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내일 가면 또 여쭤봐야지.)

 

하여간, 밤 늦게까지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는

옆 농막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다음 날 아침.

 

 

어제 뿌린 열무에 물을 주고.

 

팻말도 잘 꽂아두었다.

 

옆의 딸기밭 가서 일도 돕고.

 

 

황홀하게 뻗고 말이지.

 

 

그리고 참 먹으러... 룰루 랄라...

 

 

 

 

또 일하러 하우스 들어가고...

 

딸기가 끝물이라, 이제 다 갈아엎고 새 작물 준비를 하신단다.

어차피 엎을 것이므로.. 마구 따서 먹었다. ㅎㅎ

 

아흑- 너무 맛나고 달아요~~

 

 

아저씨는 용기를 가져다주시며

또 한 박스씩 담아서 가져가라 하셨다.

 

미안해서 두 개만 담았는데, 아저씨 우리 가는 길 끝까지

몇 상자 더 주셨다.

 

우리가 딴 딸기.

 

그리고 또 점심도 주셨다.

아저씨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유기농 메주콩 간 거 안 걸러서 걸쭈--------욱한 국물에 시원하게 오이 썰어 먹는

콩국수!

 

 

 

 

경기도와 두물머리 농민분들.

너무 극명한 선악구도인 것 같아 이상할 정도다.

이렇게 좋은데를...

오늘 다 못쓴

김문수가 하는 구린 일이 또 있는데,

그건 좀더 조사한 후에... ㅎㅎ. 졸려서...

내일, 아니 오늘 자전거타고 또 간다. 간다... 비가 와도 간다....

날마다 밤마다 팔당 생각이 난다.

에코토피아도 잘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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