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난 AS 신청하는 걸 싫어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렇고,

또 하나는 일단 AS와 나는 적대적인 입장에 처해있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또 하나는 결국 내가 뭔가 실수했거나 잘못해서 안 되었던 것이지 AS가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게 무섭기 때문에 그렇다.

 

친구에게 결혼선물로 받은 밥통이 문제가 있었다.

2년 반동안 자취할 때도 사용했던 밥통이고 (모델은 다름)

결혼하기 전까지 엄마가 늘 사용했던 밥통이었기 때문에 밥통 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민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늘 아무렇게나 대충 해도 밥은 맛있었는데

왠일인지 늘 밥알이 죽고 떡진 밥이 되는 것이다.

신랑도 직접 몇번씩 밥을 해보고, 나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도해봤지만 여전히 밥맛이 뭣같았다.

 

그래도 난 귀찮으니까, 그냥 대충 살려고 했는데 어느날 친정집에 가서 밥을 먹어보고 나서는

확연한 차이를 느끼고 드디어 두달만에 AS를 신청하기로 결심했다.

 

밥통을 씻고 깨끗하게 정리를 해서 놓은 다음에

일주일 정도 냄비로 밥을 해먹었다.

일주일이나 걸린 것은, 늘 그 AS센터에서는 아침 9시쯤에 전화를 하는데 난 운동하느라 계속 전화를 받지 못해 알지 못했고, 그 후에 연락이 됐을 때는 AS기사가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았고 그리고나서는 설 연휴였기 때문에 또 미루어졌다.

 

드디어 오늘, AS기사가 밥통을 점검하였다.

 

기사가 한 일이라곤 밥통 뚜껑에 있는 고무패킹(난 그걸 분리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에 이물질이 좀 있다며 분리하여 세척한 것 뿐이었다.

그런데 밥이 잘 되었다. ㅠㅠ

 

아 억울해..

 

쌀의 상태도 점검해줬는데 뭐 수분? 량을 측정한다고 하면서-

결과는 쌀은 최상급.

 

압력밥솥의 추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더니,

난 그래도 두달간의 테스트가 있었는데 고장난 거 맞겠지 하고 태평하게 있었는데

시간이 되니 추가 막 흔들리는 것이다.. ㅠㅠ

그래도 혹시나 해서, 그래도 밥맛이 예전하고 똑같으면 그 땐 어떻게 처리해주느냐 질문하자,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괜히 쌀 씻는 것에 대해 지적이나 받고..

실제로 밥이 다 되고 나서 먹어보니,

밥알이 살아있다. ㅠㅠ

두달동안 그렇게 안되더니 어째? ㅠㅠ

 

고무패킹 꺼내서 세척한 것 말고는 다른 게 하나도 없었는데 ㅡㅜ

억울하다!

나도 밥통에 밥 잘 해왔었다고!

냄비에 밥도 완전 맛있게 잘 지었다고!

 

어쨌거나,, 밥통에 문제가 없어서 잘 되는 건 잘된 일이지만

정말 불쾌하고 억울하다. ㅠㅠ

AS센터에 폐를 끼친 것 같아 또 미안하고;

내가 뭘 잘못했었길래 힝~

지금 불린 쌀로 다시 한번 지어봤는데 물양이 좀 많게 되긴 했어도 예전같은 떡밥이 아니라

밥알이 살아있는 진밥이 되었다.

 

아무래도 다음부턴 밥통을 좀더 깨끗이 관리해야겠다.

추랑 고무패킹을 행주로 자주 닦아줘야지. 쩝...

 

그래도 오늘 나의 결론은

모든 기계는 AS만 부르면 다 잘 된다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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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7 20:43 2010/02/1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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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부처 2010/02/18 13:59 URL EDIT REPLY
고무패킹의 마법...
적린 2010/02/18 14:34 URL EDIT REPLY
음... 비슷한 경우... AS 예약하기 전에 전화로 먼저 증세를 상담해 보시는 건 어떨지;; 아님 인터넷에서 검색을;;;
검색어를 '전기밥솥 밥이'로 넣고 하니 이런 글이 검색되네요;;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8&dirId=8020101&docId=76953733&qb=7KCE6riw67Cl7IalIOuwpeydtA==&enc=utf8§ion=kin&rank=1&sort=0&spq=0
앙겔부처 | 2010/02/18 14:38 URL EDIT
네이버 과학 -ㅁ-
몽환 | 2010/02/18 19:09 URL EDIT
헉 저 소심해서 인터넷검색 엄청 했었는데 ㅡㅜ 이 글은 못 봤었네요 ㅠㅠ ㅋㅋㅋ
as신청할 때 기본적으로 전화로 증세에 대해 상담을 하긴 하는데요 아무래도 전화다 보니 ,, ^^; 결국 방문기사를 불러주더라구여 ㅎㅎ
적린 | 2010/02/18 20:25 URL EDIT
흐흐 고생 많이 하셨네욤^^; 저도 결국 기사분이 와서 봐주십사 했을 것이다~라는 생각은 했어요. 여튼 밥이 맛있게 되어 다행이에요! 튼튼한 배^^;와 함께 좋은 봄맞이 하시길요~
몽환 | 2010/02/21 00:24 URL EDIT
^^; 마음고생만.. ㅎㅎㅎ; 소심해서.. ㅎㅎㅎ 감사합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