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경멸하는 지를.
옷을 얼마나 세련되게 입느냐로 그 사람의 '자기관리' 를 판단하고
살이 쪘냐 안쪘냐를 따지면서 그 사람의 '경쟁력' 을 판단하고
경멸하다못해 한심하게 생각해서 이제는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으며 살고 있던 차 인것을
근데 넌 내 친구를 비롯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가학적인 코멘트를
가차없이 날렸지. 그런 얘기들을 내가 싫어한다는 것도 잘 모르고.
'못생긴 여자들은 사실 좀 성격이 안좋다' 라는 말까지도 서슴없이 입에 담으며.
내가 철학이라는 학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 알고 있었니
모든 학문의 근간이되고, 인간이 근본부터 사고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네가 그런건 쓸데없다고 말했던 그 학문 말야
넌 내가 비싼데서 밥먹는거, 생각만큼 썩 즐거워하지 않는것 알고 있었니
우리둘이 함께있으면 갈데가 없어서 같이 가기는했지만
네 지갑과 내 지갑에 부담을 주면서 가는 것은 좀 그랬어
무엇보다 너에게 있어서 내가 '비싼것을 사주는 것이 애정표현이 되는' 대상이
된다는 것이 착잡했어.
너 네가 나한테 사랼라한 미니스커트 사주고 싶다고 부득불우겼을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지 네가 돈 쓰는 것 미안해서가 아니라는 거 알고있었니
내가 샤랄라한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는 이유는 단지 불편해서가 아니라
미니스커트를입을 때의 나의 그 마음, 다른 사람들의 시선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성에 대한 정치적 해석
유행을 따른다는 것이 나의 주체적인 선택인가
이런것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던것.... 알고 있었니?
네가 '공무원이 무슨 노조냐' 이런말을 뉴스보면서 했을때
내가 얼마나 식겁하고 너에대해서 거리감을 느꼈는지 알고 있었니?
네 여자친구는 나중에 그런 노조관련된데서 일할수도 있는데...
넌 그런 나의 의지를 이어나가는 것이 내 삶에서
행복하게 아이낳고 포근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는 네 바램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는 것... 알고 있었니?
네가 내 지인중에 한명을 두고 좀 이상한 사람인것 같다고
세상모든것에 대해서 아는척을 하고 평가를 하고
'국가보안법' 이 폐지됬는지 안됬는지를 남들이 다 보는 홈피에 관심사인양 써놓는다고
그렇게 말했을때
내가 말했었지
' 나도 그런사람이야' 라고.
그랬더니 네가
' 너는 그런사람 아니야!' 라고 부득불 우겼지.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어했고, 나의 지인과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지.
그래.
내가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를 너와 싸우면서 얘기하는 건 사실 별 의미는 없지..
하지만 네가 내 지인에 대해서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이상
나의 세계에 대해서,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지 나는 추측이 가능했어.
그때 좀 슬프더라.
조금 비참하기도 했어.
나잇살이나 먹어서 난 왜 이렇게
주체적이지 못하고 당당하지 못하고
내 가치관에도 위배되는 남자랑 만나서 고민하고 있을까
소신있게 연애하는 사람이 되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연애' 라는 이름말고는 내세울 것 없는
정신적인 소통이나 서로에 대한 인정 같은 것을 사치스러워서 꿈꿀수도 없는
이런 애들같은 '너 좋아, 나좋아' 하는 만남이나 하면서 제자리 걸음하고 있을까
근데.... 너를 나무랄것은 못되.
나도 너에게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했거든.
네가 저런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들을 할 때마다
한번 그런 얘기로 싸우고 나서는
네가 싫어할까봐, 너랑 싸우게 될까봐, 적당히 넘겼거든.
글쎄.... 좀더 우리가 일찍 서로에게 정이 떨어지게 되었더라도
다 까놓고 얘기하면서 막 싸워야 했을까?
마초같은 네가 버럭버럭 화를 내었더라도
너의 이런 부분은 좀 그런 것 같다고 얘기를 드러내어 해야했을까?
그냥... 네가 아무리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괜찮았는데
네가 화내지않고 서로 터놓고 편하게 대화할 수만 있었다면
우리가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부분까지 타협할 수만 있었다면
(글쎄,공무원 노조 같은 문제는 타협이라기보다는 사실 사상의 전환이
필요하긴 하지만....)
우리는 영원히 함께하지는 못할지라도
더 오래... 깊이있는 사이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일찍 헤어져버리고 일찍 잊어버리는 지금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너를 아직 마음에 담고 있어.
오랫동안 담고 있을것 같아.
네가 참 좋고, 멋져보이고, 예뻐보이고,
함께 있으면 따뜻하고
잘 해주고 싶었고
네가 고생스럽거나, 슬프거나, 자존심이 상하거나, 외롭거나, 아무거나 먹는것 같으면
남달리 신경이 쓰였거든.
네가 아무리 나와 맞지않는 가치관을 갖고 있고
괴물같이 화를내고 막판에는 ㄴ 자 들어가는 욕도 했지만
나는 알아. 네가 순수한 사람인것을.
그리고
너는 내게 소중한 사람이었어
계속 함께하기 괴로워서 헤어졌을뿐이지
그리고 이건 나도 뭐라고 대답할 수 없는 건데
어쩌면 지금도 소중한 사람일지도 몰라.
책임질 수도 없으면서 소중하다고 얘기하면 기만일지도 모르지만.
나도 너한테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나도 알아.
이것저것 거슬리는 것 많았겠지.
이런 걸 따지는 사람이 너의 세계에서는 얼마나 이상한 사람일까.
가치관 문제 빼고도.... 내가 썩 좋은 사람은 못되.
너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
실망과 아픔만 남겨줘서...
안그러고 싶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더 형편없는 인간인지도 몰라
아무튼 요즘은
그냥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이...
이상적일 수도 없고, 생각대로 된다고 볼 수도 없고
영화처럼 대단할 수도 없고 시시할 수도 있고
기쁨도 눈물도 무미건조함도 있는
그냥 그 자체로 의미있는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냥 지금처럼 너를 매일 생각하고
슬퍼도하고 밤에 청승떨며 눈물도 흘리고
그러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면 그런가보다하면서
시간과 함께 나도 모르게 너를 지워갈께.
내가 너를 잊어버리고 네가 나를 잊는다는것이
더 이상 마음아프지 않게 될 그 날까지.
그리고 다시는 이런 만남은 하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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