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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문화제 하루동안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친구말대로,
울고,무서워하고,떨고,웃고,춤추고,분노하고,반가워하고,놀라워하고,어쩌고 저쩌고.
친구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 조그만 머리로 하루동안에 우째 이런 일들을 다 겪었노"
하더니,
바로,
"아, 머리는 안 조그맣지"
라고 말해서 날 열받게 했다. - _-
음.
나도 인정해.
내가 사랑하는 울 아빠는 맨날 나에게 이등신이라면서 좋아하는 걸(췟 -_ㅠ)
어렸을 때는 몸매 비율이 그냥 평균치 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키는 자라지 않고 머리만 커졌다.
이건 다 사회탓이다.
이 사회가 내 머리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 맨날 과부하가 걸린탓에,
마지막 발악으로 머리크기라도 늘려본 것이리라. 그럼 용량이 늘어날 줄 알고.
그치만,
이따만큼이나 머리가 큰데도...
해결이 안된다.
너무 많은 것들이 날 혼란스럽게 한다.
대체 이건 뭔지. 내 조그만(!)머리로는 도저히 이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고, 명쾌해지지 않는다.
기분도, 머리 속도, 떨리는 손가락도.
머리가 얼마나 더 커지면,
조금은 똑똑해져서 머리가 과부하에 걸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계속 과부하가 걸리다가는, 망가질 수도 있겠다.
캭.
다시 돌아가서 그 날 있었던 에피소드.///
친구가 나에게 머리크기에 대해서 놀려댄 그 이후, 문화제는 계속 진행되었고, 문화제 끝무렵에 어떤 분께서 나오셔서 엄청나게 감동적인 시를 낭송하셨는데,
시의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순간,
'아 , 관념에 가득찬 가분수의 머리여'
라는 구절이 나오는 순간,
나랑 내 친구는 미친듯이 웃어버리고 말았었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ㄷㄷㄷ
굉장히 진지하고, 감동적인 시였는데, 우리 둘이 숨도 못쉬고 캭캭대는 바람에,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이 우리를 좀 째려보는 것 같았다.
아놔...
근데...
진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정말 다시 생각해도 부끄럽다;;;
뭐지?
요즘 나사가 한 개 빠진 것 같다.
과외와 시험, 그리고 조금은 빡센 일정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오히려 나 자신의 왈랑절랑함 때문.
뭔가 좀, 정리되고 싶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확신을 가지고 싶어.
이건 뭐, 거의 ㄴㅇ 먀럴ㅇㄴ ㅑㄹㅇ냐갸ㅑㄱㄱ머거거러 ㅇㄹ안렁갸갸갸갸갸갹ㄱ갸갸갸갹갸 ㅁㅅ
꿀알아ㅏㄹ꾸라라알알아랑랑아닫ㄹㅇㄹ얾ㅇㅃㅃㅃㅃㄲㄹ
.
.
이런 수준의 뇌 상태이다. 갹갹갹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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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글을 쓰고 블로그질을 좀 하다가, 이제 나가야지- 하고
나갈준비를 하려고 일어섰다.
블질을 하면서 우유를 한 컵 마신터라, 그 컵을 들고 일어섰다.
화장실(!)에 가서 세면대(-_,-)에 컵을 놓고 나서
문득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알아채고, 나 정말 왜이래 ㅠㅠㅠ 하는 생각에 울고 싶어졌지만.
꾹 참고 다시 컵을 들고 싱크대에 담궈놓고 다시 컴터 의자에 앉아버림.
어쩌지 어쩌지.
아, 그리고 블질을 하다가 그 시인님의 이름이 송경동시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응?) (아니 뭐 그냥 그러타고..--0-0-0-0-0-0-0-0-0-0-0-0-0-0-0-0-0-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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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열라 웃겼어. 그는 진정한 시인이었어.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