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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의 공론화를 막지 말자

 

한미FTA의 공론화를 막지 말자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앞서 게재한 "진정 촛불이 비추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의 서두 부분을 요약한 내용임을 밝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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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두 가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생명존중'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둘은 초국적 자본이 강요하는 질서와 문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광우병, 조류독감은 고기를 값싸게 많이 생산해 팔려는 탐욕에 의해 발생했다.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은 '동물학대'와 동의어다. 광우병, 조류독감과 같은 치명적 질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고기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를 깨뜨려야 한다. 그러자면 개인적으로도 지금처럼 고기를 싸게 많이 먹으려는 태도를 바꾸고, 각기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생명존중은 광우병이 아닌 다른 문제들에서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인 서민, 빈민, 소수자들을 배려하고 생태를 보호하는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화물연대나 건설노동자들과 연대하게 된 것은 큰 성과다. 반면 우리의 촛불운동이 과정에서 일부 소수자를 소외시키고 적대시하거나, 환경에 무심하지는 않는지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한 성찰을 담보할 때 우리는 보다 안전하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촛불의 말대로 '품격을 유지하고 (성숙하게) 발전해가는' 운동이 되게 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요소다.

 

ⓒ촛불시민

구조적으로 볼 때, 반 생명, 반 생태적 문명의 가장 강력한 배후는 초국적 자본이며, 또한 그들과 서로 후원을 주고받는 미국과 한국의 정치인들이다. 축산 이외에도, 오로지 이윤만을 위하여 지구 자원을 총동원하여 대량생산하게 하고, 대량교역과 대량소비를 강요하는 거대 자본들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구는 몸을 떨며 거친 호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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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초국적 자본과 1%만을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첨병이 바로 한미FTA다.  미국 쇠고기, 의료보험, 물 등의 각종 민영화, 사람용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 영화 쿼터 축소, 약값폭등, 교육시장 개방 등이 모두 한미FTA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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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한미FTA에는 한번 개방하거나 민영화한 것은 결코 거꾸로 돌리거나 개방의 수준을 낮출 수가 없도록 하는 독소조항들도 있다. 그 외에도 한미FTA에는 아주 창의적(?)이고 엽기적인 독소조항들이 아주 많아, 현대판 식민지 노예각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우리에게 이익이라고 하는 몇 가지 협상분야도 그다지 이로운 것이 없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과연 그러한지 FTA에 대한 연구가 유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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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대운하를 제외하고, 지금 대두되는 모든 문제들이 한미FTA에서 비롯되었고, 한미FTA 때문에 지금 우리가 좀 막는 듯 하다가도 결국 현실화 될 것이고, 한미FTA 때문에 상상 이상으로 악화될 것이고, 한미FTA가 다시 돌이킬 수 없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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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문제와 한미FTA의 관계를 일부만 예로 들면..

 

* 쇠고기와 한미FTA

 

미국 쇠고기 수입이 한미FTA의 4대 선결요건 중 하나였다. 2006년 5월, 미 상원의원들이 '뼈 있는 쇠고기와 내장 부위까지 수입하지 않으면 한미FTA의 의회 통과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미대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는 등, 미국 측이 한미FTA를 담보로 쇠고기 개방의 압력을 가한 증거들이 많이 있다.

 

또 한미 FTA 협상 타결 직전 노통은 부시와의 전화를 통해, OIE의 권고를 존중하여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스스로 담화문을 통해 발표했다.

 

* 의보 민영화와 한미FTA

 

한미FTA가 '영리병원제도'의 존속을 영구보장해 주었다. 영리병원 제도가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결코 이 제도를 철폐해선 안 된다. ratchet(톱니바퀴의 역진방지장치)조항 때문이다. 이 병원들은 건강보험 환자를 받기 싫으면 거부해도 된다.

 

영리병원은 점차 확대되고 그 결과로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고 점차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약화될 것이다. 결국 건강보험 해체로까지 이어지고, 민간의료보험이 없으면 병원도 갈 수 없는 세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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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공기업의 사유화와 한미FTA

 

노무현 정권 시절 한미 FTA 태스크포스팀장이었던 정태인 박사는  "한미 FTA를 통해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면 국민들이 한미 FTA에 반감을 갖게 될 터이니 한미 FTA 협정문 상에서는 '미래유보'로 해두고, 정부가 알아서 '자발적으로 민영화'하기로 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공공서비스를 미래유보로 막았다는 데도 미국업계들이 환호했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공공 부문 사유화의 실패를 인정하고 재국유화 한다고 하자. 그럴 경우 '투자자 정부 제소권'이라는 한미FTA의 독소조항이 있어, 그 부문에 참여했던 외국기업에게 제소당해 과다한 보상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역진이 불가능하다는 것.  

 

지난 6월 15일 광장토론회에서, 정태인 교수는  "공공산업을 민간이 독점하면 결과적으로 40~50배까지 요금이 폭등하는 일이 나타난다"며 "이런 피해를 확산할 한미 FTA를 국회가 비준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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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하나만 공론화시키면 모든 것이 줄줄이 따라온다. 그런데 지금 한미FTA의 공론화를 막고 있는 이들이 도대체 누구인가? 한미FTA 문제를 부각시켜서는 곤란한 노무현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그러한 매체들인가? 물론 그들이 촛불들에 상당한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지 그들 때문인가?

 

시민단체, 진보신당, 민노당, 지식인들은 어떠했나? 촛불의 흐름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인데,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에게서도 언젠가부터 한미FTA에 관한 얘기를 듣기 힘들었다. 그들도 모두 노빠인가? 아니면 이미 포기했는가? 아니면 한미FTA 얘기하면 좌빨로 몰리고 촛불집회가 불순한 것으로 몰릴까봐?

 

한미FTA가 결정적 사안이라는 것을 알기에 당연히 집권세력들은 정색을 하고 미리 단도리하려고 애쓴다. 그들 좋으라고 그들 원하는대로 한미FTA 이슈화를 자제해주면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혀야 하는가?

 

문제는 한미FTA도 광우병, 민영화, 대운하, 교육 문제 못지않게 얼마든지 대중적 관심의 주제일 수 있는데, 오피년 리더들이 부러 삼가는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이 지금 놀라운 학습능력과 열의를 보이는 촛불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시민단체들의 여러 행사에서도 광우병, 민영화, 대운하는 있어도 한미FTA는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한미FTA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지난 15일의 광우병 대책위가 주관한 광장토론회에서도 한미FTA는 발제도 되지 못했다. 발제라도 해야 한미FTA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시민들이 토론을 할 것 아닌가? 충분히 대중적 주제일 수 있는 한미FTA 문제가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가 되게 만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이명박이 퇴진해도 한미FTA가 남아 모든 것을 되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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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무엇에 주목해야 그 나쁜 일들을 못하게 막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명박은 너무나 잘못하고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성토하는 데만 치중하면서, 그가 사라져도 행해질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을 가리고 있다. 여러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하나하나 분절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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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아니라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고 나가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고, 그들을 막지 않으면 도루묵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이야말로,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를 관통하고 있고,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국회의원들이 바라는 소수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말로 이명박이 퇴진한다면, 성취감에 도취되어 촛불은 꺼지고, 한미FTA만 남는 거 아닐까? 한미FTA가 비준발효되고 나면, 지금 우리가 막으려했던 그 어떤 것을 보장할 수 있는가?

 

구체적인 것은 좀더 검토해봐야겠지만, 지금은 쇠고기 문제와 언론장악 저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까놓고 말해, 한미FTA만 자꾸 빼먹고 소외시키지 말라는 얘기다. 그렇게만 안해도 촛불들이 우리 시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을 방해하고 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어떤 사안에 집중하든지 간에, 그것이 전체 신자유주의 정책의 어느 지점에 있고, 한미FTA와는 어떻게 연관되는지 이해하면서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얘기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을 어느 한 방향으로 유도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미FTA란 논제를 스스로 불온시하지 말고, 정정당당히 논의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부러 시민들에게 있어 한미FTA가 낯선 것이 되게 하지 말자. 사실 기층 민중의 단체에서 나오면 대개 쇠고기와 한미FTA를 같이 말한다. 그들은 촛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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