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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커지는 신경제 비판론

목소리 커지는 신경제 비판론 [한겨레]2001-01-19 05판 26면 1282자 컬럼,논단 맥없이 흔들리는 닷컴기업들의 줄초상 분위기를 타고서, 신경제 비판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것도 30대 중반의 젊은 두 사람이 비판의 칼을 빼들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시카고 대학에서 미국사로 박사학위를 딴 토머스 프랭크는 거침없는 독설과 재치있는 입담을 통해 신경제의 새로운 윤리와 지배적인 닷컴 정서에 찬물을 끼얹어 화제의 인물이 됐다. 각종 언론 인터뷰는 물론이고, 지난달에는 (뉴욕타임스)의 비즈니스섹션 첫 장을 장식할 정도로 그의 책 (유일무이한 시장)은 대중적 지목을 받았다. 그는 1990년대부터 피어오른 닷컴 신화가 미국 경제를 병들게 만들었다고 본다. 닷컴 지상주의가 노동생산성에 비한 상대적 임금 정체와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고, 사회적약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의 안전 장치를 완전히 제거해버렸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데는 신경제의 가치를 선전하는 중요 인물들에 대한 거침없는 실명 비판이 한몫을 했다.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의 조합어인 '보보스'(bobos)란 말을 만들어낸 보수적인 논객 데이비드 브룩스 같은 이는 정면으로 프랭크에게 맹비난을 퍼부으면서 거북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프랭크가 쓴 닷컴 현실의 단면을 영화로 만든다면 로니 앱티커란 동년배가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제격일 것이다. 그가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영화의 제목은 (목적)(Purpo$e)이다. 이 독립영화는 닷컴 혁명의 진원지인 샌프란시스코가 주무대다. 제작을 맡고 각본을 쓴 앱티커는 닷컴기업의 중역 출신으로, 독립영화를 찍은 동기를 자신이 경험한 닷컴기업들의 냉혹한 현실에서 느낀 회의감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영화 제목에 아로새겨진 달러 표시처럼, 애초 기술 개발의 순수한 동기와 목적 의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탐욕과 금전욕이 최상의 것이 돼버린 닷컴 윤리를 꼬집고자 한다. 역설적이게도 영화의 재정은 앱티커가 젊은 나이에 닷컴기업을 통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했다. 두 젊은이의 논의와 함께, 독립 저널리스트 더그 헨우드의 출간을 앞둔 새 책 (신경제?) 또한 닷컴 비판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는 신경제 논의의 양적인 생산 능력에 비교하자면, 이들의 비판이 갖고 있는 현실적 영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번 물꼬가 트이면 신경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현실 진단이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 이들의 시작이 지적 형평성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작은 동력이 될 것이라는 좋은 느낌이 든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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