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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발전 막는 비즈니스 특허

인터넷 발전 막는 비즈니스 특허 [한겨레]2001-03-23 01판 25면 1283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미 특허 5960411.1999년 9월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따낸 '원클릭' 쇼핑 특허의 발급 번호다. 원클릭은 웹브라우저에서 신상 정보를 실어나르는 쿠키를 이용한다. 소비자가 결제.배달 정보를 다시 기입하지 않더라도 단 한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쇼핑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상거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문제는 이 특허 발급이 특정한 사업 기법에 대한 독점을 인정함으로써 인터넷의 다양한 발전을 가로막는 데 있다. 원클릭은 특허의 대상이기보다 소비를 충동하는 영리한 마케팅 기법에 가깝다. 특허의 전제가 되는 발명의 독창성이나 고유성에 비춰봐도 한참 수준 미달이다. 지난주 바운티퀘스트(BountyQuest.com)라는 한 사이트에서는 이 특허에 반대하는 현상금 공모의 승자를 결정했다. 이 사이트는 각종 인터넷 특허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특허등록 이전의 자료나 사례를 발굴하는 사람에게 현상금을 준다. 비상식적인 특허에 대해 여론을 조성하고 관련 특허법 개혁을 유도해보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원클릭 특허의 무효를 입증하는 현상수배에 걸린 돈은 1만달러였다. 한 명의 승자를 가리려 했지만, 원클릭 특허처럼 웹을 기반으로 한 사례가 없어 3명에게 현상금이 돌아갔다. 휴대용 쇼핑 장치와 쌍방향 라디오 위성을 이용한 쇼핑의 88년 미국 특허와, 쌍방향텔레비전을 이용한 쇼핑의 95년 유럽 특허가 가장 가까운 사례로 꼽혔다. 현상금을 건 사람은 이 사이트의 초기 투자자이자 컴퓨터 기술서적을 발행하는 팀 오라일리다. 그는 지난해부터 아마존 사장과 몇 차례 주고받은 공개서한을 통해 원클릭 특허의 무용성을 주장한 바 있다. 오라일리는 이번 현상 공모를 통해 아마존이 원클릭 쇼핑 기법을 처음으로 깨달은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이려 했다. 물론 원클릭 특허를 무효 처리할 정도의 똑같은 선례를 찾지 못했지만, 무수한 이전의 사례들이 존재했음을 확인하는 행사였던 점은 분명했다. 응모된 것 가운데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사만화가 게리 트뤼도가 93년에 그린 네 컷짜리 만화가 포함돼 있다. 가상현실 헬멧을 이용한 원클릭 쇼핑에 대해 점원과 소비자가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이 만화는 아이디어의 특허가 얼마나 무모하고 비상식적인가를 보여준다. 인터넷 상황이 아니란 점을 빼곤, 아마존의 특허 아이디어는 이미 만화 대사에서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원) "자, 이 헬멧을 쓰시고 쇼핑해보시죠." (소비자) "잠깐, 내 카드를 깜박했네." (점원) "이미 손님의 카드정보를 입력.확보했습니다. 그저 편안히 쇼핑하세요."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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